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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월간 미르 2005년 11월호 통권 191호](서울:국립극장) 24~25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판소리계의 떠오르는 별 송재영 명창 춘향가 공연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송재영은 1960년 음력 10월 17일 전라북도 임실군 지사면 목평리에서 부친 송석두와 모친 황봉순 사이의 2남 5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송재영 가족 중에 국악을 한 사람은 없고 공무원 집안이라고 한다. 허나 그의 고향 임실은 예부터 풍물굿, 음률이 강한 고장으로서 그가 국악에 흥미를 갖고 일찍이 재능을 드러내게 된 것은 어쩌면 그러한 고향 마을의 풍류 분위기에서 자연스레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송재영은 한국 안에서 성장하면서 한국의 전통음악이라는 것이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도 없고 어느 누구 한사람 그 맛을 알려주는 이 없고 보편적인 누구나처럼 국악에 문외한이었다. 그런 송재영이 우리네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수중학교 시절 정기적으로 열리던 인근 장터에서 여성농악단의 상쇠 소리와 부포놀이, 태평소 소리에 홀딱 반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 황홀한 소리에 너무나 감동을 받아 학교 수업도 잊은 채 무엇엔가 홀린 듯이 국악 구경을 다니다 학교에서 1년 정학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멋진 국악을 막상 배우자니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연했고 어려서부터 꿈꾸던 화가가 되기 위해 전주 비사벌예술고등학교 미술부에 진학하였다.
그런데 뜻밖에 그 학교에 판소리 창악부가 있었고 가슴에만 품고 있던 그 뜨거운 우리네 음악을 마침내 배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송재영은 당시 비사벌예고 창악부 강사로 있던 홍정택에게 단가 <장부가>를 사사하였다. 또한 중학교 시절 자기도 모르게 영혼이 딸려갈 만큼 감동스러웠던 풍물굿 설장고와 전통무용을 각각 박창규와 김조균에게 익혔다.
그러고도 이 세상 삶은 송재영이 그토록 갈구하는 국악, 판소리와 막바로 인연 맺어 주질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군 제대 후에야 송재영은 마음껏 판소리를 배울 수 있었다. 비로소 이일주 문하에 들어가 김연수-오정숙-이일주로 이어지는 동초제 판소리를 사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후 지금까지 송재영은 이일주한테 동초 김연수제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전바탕, 그리고 수궁가 초입부터 <토끼 배 가르는 데>를 익혔다.
그런 송재영이 이번달 11월 26일 오후 3시 국립극장에서 이일주에게 학습한 동초 김연수제 춘향가 중 <신연맞이>부터 끝부분까지 공연을 한다. 전반부 고수는 권혁대, 후반부는 김청만이 북반주를 담당하게 된다.
송재영은 춘향가가 정말 좋다고 말한다. 인류 보편적인 애정을 다룬 소리라 다른 판소리에 비해 일상 생활과 밀접하고 현실감이 있고 대중적이라 관객들이 공감하기 쉽다는 점에서 소리를 하는 입장에서도 감칠맛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특히 동초제 춘향가는 논리적이고 사설과 발음, 소리 내용의 전개 상황을 전달하는 이면 표출이 정확하고 각각의 음을 꾸미는 장식음인 시김새 변화가 다양하고 정교하여 부르는 재미가 있다고 송재영은 말한다.
송재영은 이번 공연에서 들려줄 춘향가 가운데 가장 절정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어사가 출도하여 못된 변학도를 처벌하고 옥에 갇힌 춘향을 구출하는 <어사 출도> 대목을 평소 장기로 즐겨 부르고 좋아한다고 한다. 여타 계면조 성음 대목들에 비해 이 <어사 출도> 소리는 호방하고 옛 명창들처럼 자유자재로 즉흥성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대목이고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눈대목이라고 송재영은 여기고 있다.
반면에 춘향이가 옥에 갇혀 고생하는 <옥중가> 대목은 짜임새가 부르기 난해하게 되어 있어 소리하기에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고 그는 토로한다.
송재영이 부르는 춘향가의 원류인 동초 김연수가 정정렬한테 춘향가를 배운 바 있으나 그 동초 김연수제 춘향가는 정정렬-김여란-최승희로 이어지는 춘향가와 사뭇 다르다. 사설은 서로 유사하나 최승희 춘향가는 전형적인 서편제 소리로 물 흐르듯 부드럽고 장단의 엇붙임에 묘미가 있고 동초 김연수제 춘향가는 동편제 성향이 짙고 웅장, 호방하고 전체 흐름이 부르기에 드센 점이 있다고 송재영은 말한다.
송재영은 녹음을 들어본 역대 명창 가운데 남자는 장판개, 여자는 박초월을 가장 으뜸으로 꼽는다. 장판개와 박초월 공히 기가 막히게 좋은 목에다가 웬만한 사람은 따라하기 힘든 최상청 고음과 통성, 그리고 엄청난 공력이 깃든 소리를 구사했다. 그런 점에서 송재영의 소리 이념과 목표 역시 그러한 소리, 특히 판소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음에 있어서 장판개와 박초월과 같은 소리에 대한 추종 욕구가 강렬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소리 특징과 송재영 명창의 입장, 성향을 미리 염두에 두고 공연장을 찾는다면 소리에 대한 감동과 흥미가 색다르리라. 그리고 송재영 명창의 춘향가 공연이 행해지는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객석이 100석 규모로 옛 한옥 사랑방에서 판소리를 감상하는 듯한 기분도 솟아나서 운치있는 판소리 감상에 제 격이라 하겠다.
송재영은 최근 2년간 매우 왕성한 활동을 보였는데 2003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대회에서 명창부 장원을 수상하였고 2004년 4월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명인홀에서 동초제 심청가를 완창했다. 지난해 8월에는 국립극장 특별기획 ‘중견 명창’ 판소리 공연에서 왕기석, 유수정, 김차경, 유미리 등과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다.
또 2005년 3월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에서 춘향가 공연. 금년 9월에는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정정렬제 판소리 복원 발표와 동초제 심청가를 완창하였다. 그는 현재 전라북도 도립국악원 창극단 부단장, 수석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송재영은 현재 판소리계에서 가장 급부상하고 있는 중견 명창이다. 오늘날 원로 명창도 이제 거의 다 세상을 떠나고 눈에 띄는 신인도 드물고 몇몇 젊은 소리꾼들 대다수가 신작판소리 작업 쪽에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묵묵히 끊임없이 앞세대의 지혜, 유서깊은 전통 소리에 대한 학습 욕구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진행해 나가고 있는 송재영이 든든해 보인다.
목 좋고 재주 있고 대가 스승의 가르침 받고 초인적인 노력을 하는 판소리계의 떠오르는 별 송재영 명창의 이번달 공연은 서울에서는 처음 열리는 그의 독창회인 만큼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고 귀명창들에게도 신선하고 값진 시간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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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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