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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응민 명창의 보성소리 수궁가
  jemp.jpg(사이즈:61.2KByte)
* 이는 노재명 저서 『염계달 명창과 수궁가』 서적(그래서음악, 2023년) 237~242면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 상기 사진 설명: 판소리 명창 정응민 모습 흑백사진.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정응민 명창의 보성소리 수궁가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여러 수궁가 가운데 현재 정응민, 박봉술, 정광수, 김연수, 강도근, 박초월, 박동진의 소리제가 가장 활발하게 불리고 있다. 그밖에 백남희, 최막동 등의 수궁가 바디가 일부 근래까지 전승되다가 맥이 끊겼다. 오늘날 서편제의 김창환, 정정렬, 박동실 명창 계열의 수궁가는 거의 소멸되었다. 현재 완창되는 수궁가는 동편제가 대세이고 호걸제, 중고제, 서편제 수궁가 완창은 전승이 거의 단절되거나 극히 미미한 상태이다.
  정응민의 보성소리 수궁가는 학계에서 대개 서편제로 분류되지만 소리를 들어보면 중고제, 동편제에 더 가깝다. 정응민의 수궁가는 이동백의 중고제, 김찬업과 송만갑의 동편제 등이 적절히 혼합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정응민의 수궁가 <약성가>는 이선유의 창본과 유사한데 정응민과 이선유가 공히 김세종제 판소리를 학습한 바 있으므로 그 <약성가>는 대체로 김세종제일 가능성이 있다. 심청가의 경우도 이선유 창본에 김세종제인 것으로 보이는 대목들이 있다.(노재명, 『동편제 심청가 흔적을 찾아서』, 태림스코어, 2021, 211~227면 이선유 심청가 창본에 대한 글)
정응민의 수궁가 <약성가>의 “설사가 급하오니~” 등에서 덜렁제같은 창법이 나오는데 이러한 부분의 경우 정응민은 첫 스승인 이동백에게 사사했을 수 있다. 동편제 송흥록, 장자백의 특기였던 변강쇠타령에도 <병이름 노래>, <약성가>가 있는 점으로 봐서 <약성가>는 중고제, 동편제에서 나오고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정응민의 녹음은 단가 <녹음방초>(4분 31초), 수궁가 중 <용왕 탄식>~<약성가>(8분 21초)가 담긴 릴테입뿐이다. 이 테입은 음질이 아주 열악한데 어떤 방안에서 녹음한 것으로 보이며 그 방안에 있던 어떤 아기의 울음소리도 함께 녹음되어 있다. 정응민은 중앙무대에서 활약하기를 꺼려했으므로 이 외에 음반이나 다른 공연 실황 녹음 등은 없으니 오직 이 테입으로만 그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것은 성창순이 정응민에게 소리 공부를 마친 1963년 겨울에 보성을 떠나면서 가져 왔다고 한다.(1991년 6월 20일 성창순 증언)
그 중에서 <용왕 탄식>~<도사 출현>은 중고제의 특성이 진하게 나타나는데 붙임새가 기묘하고 발성이 고풍스러우면서도 장중하다. <약성가>는 정응민의 장기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소리로 보성소리의 매력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다. 정응민은 목이 궂었으나 워낙 소리 공부를 많이 해서 엄청난 공력을 가지고 있었다. 시종 힘차게 뽑아내는 통성은 박진감을 주는데 특히 그의 덜미소리는 바위 덩어리도 날려 보낼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소리 맺음을 할 때 짧게 끊거나 힘차게 통성으로 올려 끊는 가법은 동편제의 특징을 보인다.
  정응민제 보성소리 수궁가는 정권진, 성우향, 조상현, 성창순, 안채봉 등이 배웠고 정회석 등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같은 보성소리 계열이면서도 이들은 제각기 조금씩 다르게 수궁가를 불렀다.
  ‘뿌리깊은나무 판소리 감상회 – 정권진 수궁가’(1976년 4월 16·23·30일 공연, 고수:김명환, 주최:한국브리태니커회사·판소리학회) 사설집 2면에 실린 수궁가 해설 글에서 강한영은 정권진의 수궁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세마치를 많이 구사하는 것이 그 특색이다. 그리고 조에서도 계면보다 우조를 많이 쓰며 특히 강산제에서는# 경제를 더욱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특성이다.
# 강한영은 정권진의 수궁가를 ‘강산제’(박유전의 서편제)라 칭했으나 실제는 다른 바디의 중고제 또는 동편제 수궁가로 보임.

  정응민의 수제자인 성우향의 수궁가 가운데 초입~<범 나오는 데>는 정응민제이고 나머지 대목은 정광수와 박초월의 소리제가 섞여있다. 성우향이 정응민 문하에서 학습할 당시의 수궁가 소리책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성우향의 증언에 의하면 자신이 정응민 문하에서 배운 수궁가는 같은 보성소리 계열인 안채봉, 정회석의 소리와 비교해 보면 사설, 장단, 곡조, 성음이 다른 데가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정응민이 소리할 때마다, 가르칠 때마다 즉흥적으로 조금씩 다르게 불렀고 제자들 특성에 맞게 각기 달리 가르쳤기 때문이다. 성우향이 배운 보성소리 수궁가 중 <연하다 수연이난>에는 그 첫머리에 ‘왕왈’이란 소리가 없으며 <영덕전 뒤로>는 엇중모리-평조, <토끼 화상>은 중중모리-평조, <별주부 부인과 헤어지는 데>는 세마치-평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성우향이 익힌 정응민제 수궁가에서는 토끼가 세상에 나와 빌기를 다한 후에 막바로 범이 내려와 마주치는 대목으로 이어지고 그 사이에 <상좌 다툼>이 없다. 성우향이 배운 정응민제 수궁가는 중고제 특성이 역력하다. 다음은 성우향의 수궁가 중 <별주부 상소>~<토끼 화상> 동영상의 사설을 채록한 것이다.(노재명, 『판소리 명창 성우향』, ‘성우향 흥보가’ 음반 부록 서적, 지구레코드 JCDS-0697~0698, 2CD, 1998, 110~111면)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VHS 관리번호 MIVHS-0323(방송 수신 녹화:노재명)
성우향 수궁가 <영덕전 뒤로>~<토끼 화상> 사설
성우향 특집 방송 비디오테입(1998년 1월 27일 아리랑TV) 고수:박노훈
  (엇중모리) 영덕전 뒤로 한 신하가 들어온다. 은목단족이요 장경오회라 궁중 재배허고 상소를 올리거날,
  (아니리) 별주부 자래로서 상소에 허였으되,
  (창조 도섭) ‘신은 본시 충신지 후예로 탈령이 출허든 모수 재조와 명악을 칠종칠금허던 공명지묘 없사오나 당차 옥체미령 지시하와 기감불충 도보하오리까. 진세의 일개퇴를 책지의 정허여 옥체 평안하옵소서.’
  (아니리) “소신은 해중지 소생으로 토끼 얼굴을 몰랐사오니 화상이나 자세히 그려 주옵소서.” “글랑은 그리허여라.
  (중중모리) 화공을 불러라.” 화공을 불러들여 토끼화상을 그린다. 여송연 황금대 미인 그리든 화상 남극천자 능허대 일월 그리든 명화사 동정유리 청홍련 금석추파 거북연적 오증어로 먹갈아 양두 화필을 덥벅 풀어 백능 지상 두루 묻혀서 이리저리 그린다. 천하명산 승지강산 경개 보던 눈 기려 난초지초 왼갖 행초 꽃 따먹던 입 그리고 봉래방장 운무중 내 잘 맡든 코 그리고 만화방창 화림중 뛰어가는 발 그려 대한 엄동 설한풍 방풍허든 털 기리고 신농씨 백초약의 이슬 털든 꼬리 그려, 두귀는 쫑긋 두눈 도리도리 허리 늘씬 꽁뎅이 묘똑, 좌편 청송이요 우편은 녹수라. 녹수청산 애굽은 장송 휘늘어진 양류송, 들락날락 오락가락 앙금주춤 섰는 모냥 아미산월 발륜퇸들 이어서 더할소냐. 아나 별주부야 니 가지고 나가거라.

20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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