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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제 명창 이동백의 수궁가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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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노재명 저서 『염계달 명창과 수궁가』(그래서음악, 2023) 249~256면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 이동백 명창 판소리 수궁가 중 <용왕 탄식>~<물고기들이 토끼를 구해 오겠다는 데> 음반(Victor 49029) 1928년 녹음: 국악음반박물관 hearkoreaTV
https://youtu.be/wj99yeu-BwU?si=XxpjltyZ14QtzTUy

중고제 명창 이동백의 수궁가 특징
해설 글·사설 채록/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중고제 명창 이동백(李東伯, 1866~1949)은 1928년에 다음과 같이 수궁가 중 <용왕 탄식>~<물고기들이 토끼를 구해 오겠다는 데> 음반(Victor 49029)을 녹음한 바 있다.

Victor 49029-A 玉兎傳 兎打令토기타령(上) 獨唱李東伯 長鼓池東根
Victor 49029-B 玉兎傳 兎打令토기타령(下) 獨唱李東伯 長鼓池東根
  (세마치) 운다. 울어! 용왕이 운다. 우연히 병이 들어 하릴없이 죽겠구나, “남의 나라엔 충신이 있어 할고사군(割股事君) 가재취(介子推)며 광초망신(狂楚亡身) 기신(紀信)이여 죽을 임군 살렸으나, 만어지중으 일충신이 없으니, 나를 구할 이가 없구나. 아이구 이를 어쩌리.”
  (엇모리) 청의도사가 내려온다. 청의도사가 내려온다. 갈건야복(葛巾野服)으로 백운학 빗겨 타고 청학복 떨쳐 입고 공중으로 내려온다.
  (아니리) 대왕의 진맥을, 병세를 진맥하겄다.
  (자진모리) 소량어, 제채인건, 내간반사, 공치, 정어, 간되미, 정언숭어, 승상대총, 골연해초, 신총, 상어, 신충, 육경, 가전, 철태, 신련, 후련, 춘방, 고동어맥이 다 죽 섰는데, “간맥(肝脈)이 경동하야 육보위 불안키난 곡중에 난 병이요, 사지 모려하고 두 눈이 어둡기난 음양으로 난병이요, 마음이 실프고 오장이 괴롭기난 심장으로 난 병이니 음양통합이 여섯가지 이시우, 가지, 승지, 증언, 잉어, 시강, 백배정언이라. 응어와 농어 황달을 청하야 약을 외우는겐데 정사주사, 인가보고, 대보탕, 영운진사, 팔게와, 여운게와, 신출옥게, 작어옹게, 적작약, 백작약, 적복영, 백복영, 생지황 독여, 태황방풍, 독여방풍, 적피, 진피, 귤피, 반화, 옹기, 백자호약, 당귀, 청궁, 나완, 목소, 설경, 생강, 감초, 지초, 가미육군자탕, 청서울육탕, 시오탕, 법국, 청국, 우로탕, 좌로탕, 가루탕, 기루탕, 천지탕, 감초탕, 욱어탕, 개좃탕, 우렁탕, 우렁퉁탕, 진보황금탕, 가지약 하시어되
  (아니리) 효험보지 못할게요. 증세산강이 천년초감불안이니, 염라대왕이 당삼촌이요 강임군이 친처남일지라도 신상이온들 누루황 새암천 돌아가시오리다,” 왕왈, “여가대시하니라 어찌 퇴끼가 약이 되나니까?”
  (자진모리) “대왕은 진이요 토끼난 묘라, 묘을손(卯乙損)은 음목(陰木)이요 간진수는 양퇴(陽土)라, 목극토하니 음양이 상극이요, 나간인지수 간사룡으로 진사오, 방수생목이라, 어찌 약이 아니되오리까?” 이렇듯 말을 하고 대왕이 희안하야 희색이 만안중이라, 이렇듯 헐 때,(Victor 49029-A 녹음 끝)
  (자진모리) 승상거복, 승지되미, 판서잉어, 주서오이, 정언잉어, 한림박대, 대소상도로목, 방첨사(蚌僉使)조개, 해운군광어, 유수방어, 손길사고래, 병사대구, 춘방수서, 어사숭어, 감사조기, 참봉앙어, 대장검치, 수문장꺽둑이, 부별낭청승대장대, 교리수찬낙지, 문어, 지평장령청어, 가오리키큰장영, 장료홍어, 금졸나졸, 좌우순령수, 골치, 해구, 모질애가오리, 월천군낙지, 별주부자래, 소래, 모래무지, 전어, 갱어, 절애, 군대, 준치, 문치, 달치, 칼치, 물메기, 고둘이, 키큰뱀장어, 좌수자가사리, 쇠대미길이, 망둥이, 송살이, 올챙이
  (아니리) 주욱 들어와 서난디, “경내 중으 세상에 나가 퇴끼를 잡어다 짐의 병세 구원할 이 있나뇨? 아!”
  (중중모리) 승상거북이 들어오며, 승상거북이 들어오며,
  (아니리) “신이 가오리다.”
  (창조 도섭) “거북 너난 하도낙서(河圖洛書)를 점점이 그려 조화가 무궁하고 지혜가 넓다 허되,
  (아니리) 패물등속이 되야서 인간에서 너를 잡어 패물들 장만하는 꼴 뵈기 싫어 보내지 못하겄다.” 이렇듯 하는디,
  (중중모리) 방첨사 조개가 들어온다. 방첨사 조개가 들어온다. 설설 기면서 들어온다.
  (아니리) “신이 가오리다.” “조개 너난,
  (빠른 중모리) 철갭이 꿋꿋하야 방신지도(防身之道)난 좋긴 허되 술조라는 새가 있어 너난 술조 물고 술조난 너를 물고 서로 놓치를 못할 때 소리치는 어옹이 좌수어인지공(坐收漁人之功) 물어.
  (아니리) 이런 말이 있으니 보내지 못하겄다.”
  (중중모리) 수문장 물메기 들어온다. 수문장 물메기 들어온다. 수염을 널늠널늠 이리저리 새위 쩍 생키며 가만히,
  (아니리) “신이 가오리다.” “메기 너난 장수구대허여 호풍신이 있으나 식량이 너른고로 요기감을 기냥 욕심을 낸단 말이야. 털낚시으 목을 꿰야 에, 인간에서 잡어다 이질, 복질, 배아리, 시시한 약품에 모도 쓰고 허는 그 쇠견 뵈기 싫어 보내지 못하겄다.”
  (중중모리) 해낭청 새우가 들어온다. 해낭청 새우가 들어온다. 껑청 뛰여 들어오며,
  (아니리) “신이 가오리다.” “새우 너난 용맹이 출중하야 뛰염질은 잘하나 두 눈이 돌출하야 단정한 기상이 대사 성공 못하겄으니 못보내겄다.” 이렇듯 하는디,
  (빠른 중모리) 한 곳을 바라보니, 한 곳을 바라보니 어떤 신하가 들어오난디 무슨 신하가 들어온다. 가만가만히 들어온다. 이때으 상소 가만가만히 들어온다.

  아니리를 하다가 어느 순간 장단이 붙고, 노래였는데 어느덧 스르르 장단이 풀려 아니리가 되고 자연미가 있다. 이런 점이 중고제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자진모리로 불리는 도사 진맥 대목에서 즉흥 붙임새로 보이는 “응어와 농어”의 우조 엄성이 멋지다. 자진모리 “대왕은 진이요 토끼난 묘라~” 대목에서는 장단에 얽매이지 않고 박을 다소 고무줄 늘렸다 줄였다 하듯이 하며 이야기 하듯이 부른다. 중중모리 덜렁제로 불리는 “방첨사 조개가 들어온다~” 대목에서 고제 향기를 진하게 풍긴다. 중중모리로 불리는 “승상거북이 들어오며~”, “수문장 물메기 들어온다~”, “해낭청 새우가 들어온다~”의 경우 들고 나가는 호령조 창법으로 불리며 일부 덜렁제와 비슷한데 기세등등한 중고제(혹은 호걸제) 수궁가의 진수를 보여준다. “거북 너난 하도낙서를~” 부분은 다른 바디와 달리 창조 도섭으로 하여 특별하다. 빠른 중모리 “철갭이 꿋꿋하야~”에서 땅을 진동시키는 통성 저음으로 단단한 철갑을 묘사하고 곧바로 묘기 부리듯 하늘을 찌르는 최상성으로 ‘꿋꿋’을 질러내 조개의 형상을 멋있게 그려냈다. 이 녹음의 마지막 부분인 자라가 용왕 앞에 나서는 장면의 경우 다른 바디들과 달리 빠른 중모리에 우조, 호기있는 통성으로 불린다.
  정의진이 정광수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수궁가 가운데 단중모리 “방첨사 조개가 어떠허뇨~” 하는 <조개 내력>을 유성준이 기가 막히게 잘했는데 이 소리를 정광수가 중고제라고 했다 한다.(2012년 10월 22일 정의진 증언) 정광수는 이동백에게 중고제 적벽가 등을 배운 바 있다.
  이동백의 상기 녹음 가운데 물고기들이 용궁 회의에 모여드는 자진모리 “승상거복, 승지되미~”는 동편제 명창 이선유의 창본, 박봉술·정광수의 동편제 녹음과 흡사하다. 이선유가 송우룡에게 수궁가를 배운 바 있고, 박봉술의 스승 송만갑과 정광수의 스승 유성준이 송우룡에게 수궁가를 사사했으므로 이선유, 박봉술, 정광수의 이 대목은 송우룡의 동편제로 한 것이라 판단된다. 그렇다면 중고제 명창 이동백은 동편제 수궁가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이동백이 이 수궁가 대목에서 ‘꺽둑이’라고 한 것은 경상북도 경주와 경상남도 진주에서 사용되던 꺽지의 방언인데, 이동백은 1902년 무렵 서울에서 데뷔하기 전에 10여년간 진주, 창원 등 주로 경상도 지역에서 많이 활약하고 명성을 얻었기에 그 영남 활동시 영남의 대세였던 동편제 판소리 계보 명창의 영향을 받아 그리 불렀던 것으로 볼 수 있다.(노재명, 『중고제 판소리 흔적을 찾아서』, 채륜, 2012, 349면)
  참고로 이동백이 어린 시절을 보낸 중고제 지역인 충청남도에서는 꺽지를 다음과 같은 사투리로 지칭하였다.(최기철, 『쉽게 찾는 내 고향 민물고기』, 현암사, 2001)

[충청남도에서 사용된 꺽지의 사투리 목록]
지역 / 꺽지의 방언
대전 / 꺽주기
청양 / 꺽장이, 꺽징어
연기 / 걱적이, 꺽지기
부여 / 꺽지
보령 / 긁쟁이, 꺽쟁이, 꺽정이, 꺽젱이, 꾸쟁이
당진 / 깍두기, 깍정이, 꺽정이, 쭉젱이
논산 / 꺽저구, 꺽적우
금산 / 꺽저기, 꺽저지, 꺽적어, 꺽적우, 꺽제기, 꺽주기, 꺽지, 꺽지기, 꺽직어, 꺾저기, 돌조구, 쩍저구
공주 / 꺽정어, 꺽지, 꺾징어

  이와 같은 정황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이동백이 영남에서 동편제 수궁가의 영향을 받았다면 그 동편제 소리는 송우룡제였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왜냐하면 이동백의 수궁가가 송우룡 제자들의 수궁가와 유사하고 진주 일대에서 송우룡제 수궁가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전통사회에서 판소리가 최후에 꽃피운 영남 지역이 고제 수궁가의 전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하겠다.
  유교 문화가 강한 영남에선 특히 동편제를 선호했는데, 소리의 첫 내두름을 강하게 발성하고 소리 매듭을 쇠망치로 세게 내리치듯 끊어 맺고 전반적으로 분명하고 센 발음으로 구사하는 동편제 창법이 경상도 억양과 닮아 친밀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영남에서 오랫동안 자리잡은 유교적인 가치관과 법도, 화통한 성품의 지역성도 꿋꿋하고 정대한 소리 이념, 호령조 통성이 주를 이루는 동편제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동편제가 지지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정노식 저서 『조선창극사』(조선일보사, 1940) 205면에는 이동백이 김정근에게 중고제를 배웠고 김세종에게는 동편제를 사사했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이동백을 비롯해서 동편제 명창 박기홍, 송만갑, 유성준, 이선유도 진주 등지에서 활동하였다. 이처럼 영남은 동편제 중심의 판소리 성지였다.(노재명, 「영남 판소리 명창들과 특징」, 2022년 11월 12일 구미시 새마을운동테마공원 글로벌다목적홀에서 열린 ‘명창 박록주 예술세계 조명 학술대회’(명창박록주기념사업회 주관) 발표 논문집 7~90면) 진주 등 영남에서 수궁가가 성행한 것은 나라에 충성하는 유교적 내용, 해산물을 선호하는 해당 지역에 맞는 바다 관련 내용의 영향 등으로 보인다.
  한편 이동백과 이선유가 김세종제 판소리를 배운 바 있으므로 상기 이동백의 수궁가 대목 일부는 김세종제일 가능성도 있다.
  상기 이동백의 수궁가 음반에서 고수는 지동근이 맡았는데 이동백의 자유분방한 소리를 마치 시나위로 어우러지듯,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장단을 맞췄다.

202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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