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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2002년 5월호 [월간 국악](서울:국악중심) {명인 명창 박물관(4)}에 실린 글의 초고이다.
돈돌날이 명창 김어금<1>
글,자료 제공/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남북 분단 이전만 하더라도 이북의 민요는 참으로 왕성하게 전승되었다. 허나 오늘날 이 지역 민요는 간신히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해야 할까. 그나마 현재 생존해 있는 몇몇 원로들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그 본맛이 급격하게 사라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북한은 이미 그 지역의 향토 민요를 많이 잃어버린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6.25 한국 전쟁 중에 남으로 피난 와서 현재 남한에 살고 있는 이북 출신 노인들이 이북 민요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들이 70대에서 90대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장수하고 있다는 사실은 꺼져 가는 이 지역의 전래 민요를 생각해 볼 때 참으로 다행스러우면서도 조마조마하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곳 강물을 먹고 자라야만 그 소리의 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북 출신의 원로들이 살아있을 때 어서 통일이 되어 이 지역 향토 민요가 과거처럼 건강하게 꽃피우길 기원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달 이 {명인 명창 박물관} 연재 지면에 이북 출신의 민요 인간문화재 김어금 명창을 소개해 본다. 아마도 국악을 오랫동안 접한 애호가나 학자, 국악인들에게 조차 생소한 분이 아닐까 싶다.
이 김어금 명창은 <돈돌날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함경도 민요 원형을 가장 잘 알고 제대로 할 줄 아는 분으로 꼽힌다. 김어금 명창은 1998년 5월 1일 이정숙, 이길순, 조하립, 동선본과 함께 함경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1호 <돈돌날이>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김어금 명창의 녹음이 정식 음반으로 제작된 것은 단 한차례. {임석재 채록 한국구연민요}라는 음반(서울음반 SRCD-1227∼1231, 5CD 박스물)의 다섯 번째 CD의 함경도편 세 번째 수록곡 <돈돌날이>(4분 53초)가 바로 김어금 명창의 녹음이다.
이는 스튜디오에서 좋은 음질로 녹음된 것이 아니고 1968년 6월 16일에 임석재 학자가 기록용 릴테입 기계로 녹음한 것으로서 1995년에 잡음을 줄여 컴팩트디스크로 제작했는데 이 김어금 명창의 이름이 김어분으로 음반에 잘못 적혀 나왔다. 아마도 임석재가 이름을 잘못 알아들은 것으로 보인다.
임석재가 김어분(여자) 옆에 적어 놓은 나이와 고향은 필자가 김어금을 직접 만나 조사한 내용과 동일하다. 김어금은 오래전 일이라 이 녹음을 한 기억이 나지 않지만 김어분이라는 사람은 금시초문이고 김어금 본인의 생각으로도 자신의 이름을 잘못 적은 것 같다고 하였다.(2002.5.2.15:10∼15:20.김어금 증언)
임석재는 1968년에 이 김어금, 고기섭(여자) 명창의 <돈돌날이>를 녹음하게 된 일화를 이 음반의 해설서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북청군 사람들은 일년에 한번씩 모여서 북청 사자놀음도 하고 또 동향인들이 모여 밀린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하면서 노는데 그때 녹음한 노랩니다.>>(임석재 채록 한국구연민요 음반 해설서 127쪽)
이 외에 김어금 명창이 상품용 음반에 민요를 정식으로 취입한 적은 없다. 1990년대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행한 민요 녹음 기록 작업 {한국민요대전} 음반 전집에도 이 김어금 명창의 흔적은 없다.
그리고 1995년 삼성뮤직에서 {돈돌날이}라는 음반(SCO-04CSS, 1CD)이 제작될 때도 이 김어금 명창은 빠졌다. 참고로 이 삼성뮤직에서 제작된 {돈돌날이} 음반을 보면 누가 노래한 것인지가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 음반은 이옥절, 유성순, 주금선, 조금녀, 이길순, 김정복의 노래와
여재성, 이정숙의 북 반주, 그리고 김덕례의 징, 동선본과 고장욱의 퉁소, 조하립의 연출, 조근늑의 실무 섭외로 취입되었다.(2002.5.2.15:40∼15:50.조근늑 증언)
1990년대 필자가 몇 차례 이 김어금 명창의 민요와 증언 내용을 기록용 비디오로 촬영 녹음한 적이 있다. 그리고 2001년 필자가 이분의 독집 음반 제작을 주선하기 위해 연락을 하였으나 그때가 한겨울이었는데 감기로 인해 몸이 일시적으로 쇠약해져 취입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2001.1.10.14:15∼14:20.김어금 증언) 그 다음해인 2002년 봄 필자는 모 방송국 국악 편성부에 이 김어금 명창이 보유한 함경도 민요를 녹음 기록하자고 제안하였다.(2002.5.2)
아직은 이 김어금 명창이 음반 취입이 가능하다. 현재 85세이고 누구보다도 함경도 토속민요를 잘하는 분이고 인간문화재가 된지 몇 년이 흘렀지만 독집 음반 한 장 내지 못하고 있다. 국악 음반 제작에 뜻을 둔 독지가 혹은 국악 관련 방송국 등 관계 기관의 관심과 투자가 절실하다.
김어금 명창의 학습 내력과 발자취, 여러 자료들을 여기 모아 보았는데 다음은 필자가 김어금 할머니한테 들은 이야기 일부분이다. 지면 관계상 그 귀중한 회고담을 여기 모두 적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가능한 만큼 기록으로 남기는 바이다.
김어금(본명)은 1918년 11월 26일(음력) 함경남도 북청군 신창면 토성리에서 아버지 김종순과 어머니 이춘방 사이의 2남 3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아버지 김종순은 김어금 12세 무렵에 67세로 작고하였고 어머니 이춘방은 김종순보다 2세 연하로서 김어금 1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났다 한다. 김어금의 부친 김종순은 춤 잘추고 민속 놀음을 좋아했다 한다.
김어금 위로는 차례로 큰언니 김임순, 오빠 김만수, 작은 언니 김기순이 있었고 아래로는 남동생 김익수가 있었는데 형제들 모두 춤과 노래를 잘했다 한다. 이 가운데 김어금만 남편과 함께 월남하고 다른 형제들은 모두 이북에 남았다 한다. 큰언니와 오빠는 지금 생존시 백살이 훨씬 넘었을 것이고 작은 언니 김기순은 김어금보다 세 살 정도 많다고 한다.
김어금 남편은 1970년대 후반에 세상을 떠났고 김어금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는데 모두 노래나 춤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어금의 고향 토성리에는 성이 있었고 성 둘레에 소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정월 대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이 성에 모여서 <돈돌날이>를 부르며 놀았다 한다. 김어금 어린 시절 토성리에는 500가구 정도가 있었고 아주 옛날에는 토성리에 관아가 있었다 한다. 토성리에서 300리 떨어진 산마을에 동씨의 집단 거주
지가 있었다 한다.(계속)
2002년5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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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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