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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경기 판소리' 음반 해설서(경기도국악당 교욱부연구부/티앤씨매니저먼트 TNC-250309, 1CD, 2004년 11월 원고 집필, 2005년 1월 제작 발매)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경기도 중고제 판소리의 특징<1>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1.판소리 기원과 경기 판소리의 관계
판소리 하면 전라도 사투리의 아니리에 쉰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이라고 대개 여기곤 한다. 더 나아가 거친 욕설과 음란한 재담도 섞여 있어야 판소리답다고 느끼곤 한다.
허나 일제시대만 하더라도 서울 경기권 말에 가까운 아니리와 결코 쉰 목소리가 아닌 맑고 고운 발성의 판소리가 큰 축을 이루었고 그러한 면모는 유성기음반에 많이 기록되어 있다.
녹음이 남아있는 명창 가운데 송만갑은 경기 음악어법을 적극적으로 구사하여 판소리를 짰고 이동백, 송만갑과 같은 어전광대들은 서울 경기 지역의 말이라 할 수 있는 아니리로 판소리를 진행한 흔적이 유성기음반에 들어있다.
과거 명창들은 판소리의 큰 수요 시장인 서울 경기권의 취향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전광대들이 왕 앞에서 소리를 하면서 왕의 주된 생활권인 서울 경기 말로 아니리를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았으리라.
이는 전통사회 판소리의 큰 고객이었던 서울 경기권의 대다수 고관대작들을 상대로 해서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또 그러한 큰 손, 큰 귀명창 집단인 고위층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소리에 욕설이나 지나친 음란성을 가미한다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할 일이었을 것이고 실제로 유성기음반에서 그런 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같이 오늘날 고정관념으로 여기고 있는 판소리의 몇가지 핵심 사항은 과거 전혀 다른 모습이었고 판소리가 전라도 명창과 그 지역 사람들이 주로 향유한 전유물이 아닌, 전국적으로 성행한 예술 장르이고 지역별로 매우 다양한 소리들이 존재했고 수요층 또한 지역별로 각양각색이었다.
심지어 판소리를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는 이북 지역에서 조차 실은 옛 명창들의 인기가 대단하였다.
근래 고정 관념 가운데 하나가 서도소리와 같이 청아한 소리를 즐기는 이북 사람들이 판소리를 안좋아 하는 이유가 쉰소리가 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중고제 판소리 명창 김창룡 같은 사람은 서도 지역에서 인기가 대단했다는 국악인들의 증언이 많다.
이는 쉰소리 발성이 아닌 냉면 맛처럼 시원하고 우렁차게 소리를 했던 김창룡만 혼자만의 개인기에 의해 가능했을까?
김창룡보다 앞서 그의 대선배 모흥갑은 평양에서 판소리를 한 기록들이 있고 송흥록은 만년에 당시 오지였던 함경도까지 가서 활동하였고 북청에서 홀연히 영영 사라져 버렸다.
박송희의 증언에 의하면 판소리는 전라도에서 배워서 경상도에서 풀어 먹고 함경도에 가서 인정받아야 된다는 옛 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말을 입증하듯 근래까지 함경도 태생의 귀명창들이 더러 있었다.
신재효가 판소리 다섯바탕과 더불어 함께 사설을 정리한 변강쇠타령은 가왕 송흥록의 장기이기도 했고 그 만큼 초기 판소리 중에서는 중요한 소리였으나 일찍이 판소리계에서 전승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북 서도소리에 일부 그 자취가 남아 여러 잡가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재담소리 형태로 장고 반주에 맞춰 근래까지 김영택 명인 등에 의해 마치 판소리처럼 연희되었다. 이 또한 예사로운 현상이 아니라 보여진다.
그러고 보면 황해도 해주 출신의 이흥원이 판소리 고수가 되어 일제시대 여러 경기 충청권 명창들과 교류하고 음반 취입 등의 활동을 한 것도 주목된다. 더 거슬러 올라가 초창기 판소리 명창 방만춘이 황해도 봉산의 절에서 4년간 공부하고 그후 봉산 음률가로 시문에 소양이 있는 이와 같이 적벽가와 심청가를 고전에서 윤색, 개작하였다는 정노식의 기록은 이북 지역이 결코 판소리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깊은 관계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서울, 경기, 충청권의 초기 중고제 판소리는 특히 서도 지역과 지리적으로나 여러 일화, 교류 관계로 보아 밀접한 영향 관계가 있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어디 이뿐인가? 송광록은 수많은 명승지, 독공하기에 적합한 근거리 지역 모두 마다하고 교통 면에서 거리상, 비용상 멀고 낯설고 가기 어려웠던 함경도 이상의 오지 제주도로 5년간 공부를 하러 갔다.(매일신보 김창룡 증언, 조선창극사) 그것은 단지 독공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급 귀명창일 수 있는 일부 지식층의 유배지였던 제주도에서 송광록이 소리 공부를 했다는 점, 그가 제주도에서 5년간의 생활을 마치고 목포로 돌아오는 길에 심청가 중 <범피중류>를 작곡했다 하는데 그 가사에 한문이 많다는 점, 5년 동안 제주도에 체류하며 송광록이 소리 공부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어떤 후원자의 존재 가능성,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례 두가지를 감안한다면 송광록은 유배되어 제주도로 가게 된 어떤 부호 지식인, 평소 교류가 있던 상류층 후원자(귀명창)를 따라간 것이 아닌가 싶다.
[사례 1] 조선시대 학자 무정(茂亭) 정만조(鄭萬朝, 1858~1936)가 궁내부 참의관을 지내다 1896년 무고를 받고 진도군 의신면 접도(接島) 원다골 남망산하(南望山下)에 12년 동안 유배되어 있을 때 진도에 국악인들이 찾아가 위로 공연을 했는데 이때 박덕인(박종기 부친)이 특히 창, 대금, 시조, 무용 등을 잘했다고 극찬한 기록이 전해진다.(『무정전고』)
[사례 2] 어느 정도 기량을 연마(硏磨)시켜서 큰 뜻을 품고 제주도로 공연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제주도로 공연을 떠나게 된 목적은 당시 제주도에 유배(流配)되어 계시는 박영효(朴泳孝·1861~1939) 궁내부대신(宮內部大臣)께서 1907년 대신 암살 음모사건으로 유배되었을 때 그 어른을 위로하기 위하였읍니다. 한참사께서 단원들을 인솔하고 가서 농악과 민요와 창극 등을 공연하여 위로해 드렸으니 고도(孤島)에 외롭고 적적하게 지내던 박영효 대신께는 더할 수 없는 위안이 되었던 것입니다.
진도 협율단이 위로공연을 하고 돌아온 후 한참사 어른과 박영효 대신간에 자주 서신이 왕래하여 친분이 두터웁던차 박영효 대신이 유배된지 1년만에 귀양이 풀려 나오게 된다는 연락을 받고 한참사 어른께서는 단원들과 같이 소달구지에 말을 싣고 가 벽파진 부두에서 기다리다 박영효 대신을 뵙고 귀양길에 식솔들과 드신 쌀을 배에 실어 주셨읍니다. 조정에 돌아가서 진도 한참사의 고마움에 답례(答禮)하는 뜻으로 목포선대(木浦船垈) 목포시 온금동쪽 반절을 하사(下賜)받도록 해주셨다고 합니다.”(허옥인 편저, 『진도 속요와 보존』 전남 진도:진도민요보존회, 1986년, 15~16쪽)
송흥록이 당대 지식층 유배지 함경도로 가서 말년을 보내다 생을 마감한 것 역시 앞서 밝힌 그의 아우 송광록이 유배지였던 제주도로 5년간 가서 생활한 것과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제주도, 함경도와 같은 유배지가 한때 떠돌이 광대패에게는 외롭게 지내고 있던 문신(文臣)들을 상대로 한 황금시장이었을지 모른다. 만일 그러했다면 송흥록, 송광록과 같은 광대들에게 유배지의 문신들은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판소리에 심어주고 사설을 가다듬어 주었을 게다.
송흥록, 송광록 시대나 그후 일제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명창들은 거의 대부분 지배계층의 비호와 재력에 의존해 살아갔다. 특히 어전소리를 추구했던 큰 광대들의 경우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 사례는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송흥록, 박유전 등 여러 명창들이 그러했다. 박유전이 대원군의 총애를 입어 무과 벼슬을 받은 후 민비의 난으로 대원군이 중국으로 망명하자 전남 나주로 피신을 하였고 대원군이 다시 득세하자 박유전 역시 또다시 한양으로 복귀하였다. 대원군이 세상을 떠난 후 박유전은 슬픔에 잠겨 전라도 어느 마을에서 한겨울에 굶어 죽었다 한다.
이 경우처럼 송흥록, 송광록 형제는 평소 자신들을 진정으로 알아준 귀명창 고위관리 유배자를 따라 제주도, 함경도 마다 않고 오지라도 선뜻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발견된 문헌에 나타나는 초창기 명창들의 약력을 살펴보면 출신지가 경기, 충청, 전라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러한 현상은 일제 때까지도 그 흐름이 지속되었음을 여러 국악인들의 증언과 문헌 기록, 유성기음반, 방송 흔적으로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판소리의 다양하고 생생한 모습을 음반에 주도적으로 남긴 이가 바로 한성준, 이기세이고 이들의 주선 노력이 아니었다면 일제시대 이미 유행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던 김창룡, 방진관, 백점봉과 같은 충청, 경기도 판소리는 흔적이 별로 안남았을 것이다.
판소리는 전라도 사람이 해야 제격이고 그 지역 사람이 가장 많이 즐기고 거기 사투리가 섞여야 제 맛이 나고 삭힌 홍어처럼 쉰 목소리가 나야 판소리 같고 그곳이 판소리의 본고장이라는 관념은 판소리가 급격히 쇠퇴의 길을 걸은 일제시대 말기 이후부터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래전에 경기, 충청 지역에서 성행한 고형의 호걸제, 중고제가 일제 말기 차츰 사라지고 그 무렵 판소리계는 전라도 출신 명창들이 대다수였고 꺼져 가던 중고제의 마지막 거장 김창룡, 방진관, 백점봉과 같은 충청, 경기 명창들의 소리는 이미 전라도 젊은 소리꾼들에게 괴상하고 낯선 소리, 따분하고 고루한 소리로 여겨지기도 했다.
판소리 발생론 가운데 필자는 판소리의 유래를 화랑으로부터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한 정노식의 언급에 타당성이 많다고 본다.
신라시대 화랑의 가무악 전통이 무당 집단으로 이어졌고 그 결실이 무속 집안 출신 광대들의 판소리라는 정노식의 글(1940년 『조선창극사』), 그리고 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보완하여 이보형이 1970년대부터 『월간 뿌리깊은나무』 기고, “창우집단의 광대소리 연구” 논문(1990년) 등의 글을 통해 주장한 의견에 공감되는 점이 많다.
판소리가 호남 무속음악 어법에 뿌리를 두고 탄생했다는 여타 논문들도 있으나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보여진다.
호남 무속음악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는 진도 지역의 판소리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진도에 판소리가 전래된 년대(年代) 지금부터 약 70년전(1918년) 이후에 부분적으로 전래되었다고 합니다.
진도 판소리 계보: 노랑쇠(남사당 출신)→이덕순(의신면 청용리)→김복순(의신면 옥대리)·허진(의신면 정지리)
진도 판소리 북이 쓰여지기 시작한 것은 60년전 이후(1925년 후)로서 판소리가 진도에 전수되면서 부터라 하겠읍니다.”(허옥인 편저, 『진도 속요와 보존』 전남 진도:진도민요보존회, 1986년, 420·422·444·445·453쪽)
지금의 판소리만 기록이 남아있다면 판소리가 전라도 굿음악과 관련이 많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예전엔 훨씬 다양한 모습의 판소리가 존재했었고 일제 때 녹음된 경기, 충청도 판소리에는 무악과 관련 없는 소리들이 많고 정가라 해도 무방한 곡조들이 매우 많다. 그러니 근래 전라도 무속 가문 출신 명창들의 어정(무속)제 판소리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소리가 전라도 무악에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빈약한 추리라 판단된다.
송만갑과 그의 제자 중에서 ‘여자 송만갑’이라 할 만한 김록주(김해), 장판개와 그에게 소리를 배운 ‘여자 장판개’ 배설향과 같은 이들의 녹음을 예로 들면 무속 성악과는 완연히 다른 동편제 판소리 장르 나름의 성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배설향은 남도민요를 불러도 장판개제 판소리 성음으로 녹음을 남겼다. 또 이동백, 김창룡, 정응민과 같은 대가들의 소리도 어정제와 거리가 아주 멀다.
일제 때는 어정제 판소리가 근래처럼 많지가 않았고 그것이 주류를 이루지는 못했다. 김명환은 “송만갑이 늙어서 못씨게 된께 정정렬이가 느닷없이 어정제로 헝께 모다 좋다고 그랬었지”라고 한 바 있다.(김명환 구술, 『내 북에 앵길 소리가 없어요』 서울:뿌리깊은나무, 1991년, 81쪽)
김명환의 말대로 어정제는 일제 때까지만 해도 그야말로 느닷없는 소리였고 보편적으로 하는 주류의 소리는 아니었다. 어정제는 대명창들은 금기시하여 입에 잘 담지 않았던 것이고 정통 판소리에서는 가장 하급으로 쳤다.
김명환은 무속인과 판소리인 사이의 혈연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판소리의 본질을 어정소리(무가), 육자배기 소리와는 분명히 다르다고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다.(김명환 구술, 『내 북에 앵길 소리가 없어요』 47,54쪽)
“판소리 작곡한 사람은 따로 있어요. 무가에다 부쳐 씰 것이요?”(47쪽) “정정렬씨 소리도 소리 바닥은 아니제. 창극 쪽으로는 일인자지. 어정이 육자라구 그려. 정응민 선생도 정정렬이 소리럴 높이 평가한 것이 아니여. 성음이 육자배기 노랑목 성음과 판소리 성음과는 다릉께.”(54쪽)
이보형은 “창우집단의 광대소리 연구” 등의 논문, 필자와의 대화시 무속 가문 출신의 광대들이 판소리를 했다고 해서 무속음악 어법으로 한 것이 아니며 무속 집안 출신자 가운데 굿을 했던 무당과 광대소리를 담당한 이가 각기 따로 공존했다는 학설을 펼친 바 있다.
그래서 이보형은 판소리 광대가 혈연 면에서 육자배기토리권 무속인과 관계가 있지만 맡은 구실과 소리를 구사하는 어법이 무당과 구별된다 하여 그들을 가리켜 창우 집단이라 이름 붙였고 이들이 행한 고사소리, 줄소리, 선증애소리와 같은 광대소리들이 판소리 발생 기원과 관련이 깊다 하였다.
이는 판소리에 대해 탁월한 의견을 보인 정노식도 잡아내지 못한 점으로서 이미 30여년 전부터 이를 감지하고 정노식의 주장을 한층 보완하여 학설을 내놓은 이보형의 식견이 놀랍다.
참고로 이보형이 칭한 ‘창우’라는 말은 1910년 무렵 미국 빅타 쪽판 유성기음반에 경기 잡가를 녹음한 벽도와 채옥이 ‘창부’라는 명칭으로 음반 표면에 명시되어 있는 것, 1909년 10월 6일자 『황성신문』의 ‘창부 김창룡’이라는 기록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판소리의 기원은 일단 이보형의 논문에 공감하여 육자배기토리 무악권인 경기도 남부, 충청도 서부, 전라도 전역, 경상도 서남부의 창우 집단에서 비롯되었다면 고문헌에 기록된 초기 명창들의 출신지가 경기, 충청, 전라도에서 고르게 나타나는 현상이 납득이 간다.
순조 때부터 고종 때까지 염계달, 모흥갑, 이석순, 한송학, 김충현과 같은 경기도 출신 명창들이 활동 기록을 남겼고 경기도는 충청도와 더불어 고형의 판소리에 해당되는 중고제 전승 지역이었다.
오늘날 불리고 있는 판소리에 일부 흔적이 남아있는 염계달제와 모흥갑제는 여타 지역 명창들의 더늠과는 사뭇 다른 나름의 경기도 음악 어법의 독특한 향기를 물씬 풍기며 고제 특징이 강하게 나타난다.
여러 고음반과 고문헌 기록의 정황으로 보아 경기, 충청도 중고제 유성기음반이 현재 접할 수 있는 소리 가운데 가장 고제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경기, 충청도의 중고제 다음에 유행한 것이 전라도의 동편제와 서편제이고 판소리 유행의 막바지인 구한말~일제시대엔 육자배기토리권의 끝자락인 경상도 지역에서 판소리(특히 동편제)가 성행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판소리 초기에는 새로운 문화의 각축장이자 자본이 많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 경기도에서 발생하여 충청도를 거쳐 전라도에서 꽃을 피우고 풍류가 강했던 진주를 중심으로 경상도에까지 전파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흐름에서 특히 중고제 명가문인 충청도의 김성옥 일가와 전라도의 송흥록 집안 사이에 혼사가 이루어지면서 유전적으로 성악에 매우 출중한 두 핏줄의 만남에 의해 판소리가 일대 혁명을 이루며 큰 성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정노식의 기록에 따르면 김성옥의 가문에서 판소리가 거의 다 되다시피 하였다고 하며 송흥록이 매부 김성옥을 자주 찾아갔다 하고 김성옥은 이전에 없던 진양조를 만들어 송흥록을 놀라게 하였고 송흥록, 송광록 형제 모두 김성옥이 탄생시킨 진양조 등의 영향을 받았고 김성옥의 고수였던 송광록은 더더욱 김성옥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충청도 중고제 이후 그 발전 흐름이 전라도 송흥록, 송광록 가문의 동편제 생성과 번창으로 이어진 것이라 하겠다. 이밖에도 충청도 소리가 전라도로 전파된 사례는 많다.
충청도와 더불어 같은 중고제 전승 지역이었으면서도 경기도가 충청도보다 일찍 나름의 판소리가 사라졌는데 경기도는 신문물의 유입과 유행에 민감한 서울의 인접 지역이기 때문에 일찍 성행했다가 중고제라는 고형의 모습을 지닌 이 지역 판소리가 가장 먼저 도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경기, 충청도에서 성행하였다는 호걸제는 더욱더 고제였기에 중고제보다도 앞서 소멸하였다고 판단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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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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