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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2002년 4월호 [월간 국악](서울:국악중심) {명인 명창 박물관(3)}에 실린 글의 초고이다.
배뱅이굿 명창 이은관<1>
글,자료 제공/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배뱅이굿은 오늘날 인간문화재 이은관 명창의 전매 특허나 다름 없다고 할 정도로 전국민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그 학습 내력과 발자취, 여러 자료들을 여기 모아 보았는데 다음은 김계춘과 얽힌 이은관의 회고담이다.
(이은관이) 서울에 와서는 왕십리에 살던 이명길 명창에게 <노래가락>, <창부타령>, <청춘가>, <사발가>와 같은 경기민요를 배우고 마포에 사는 최경식 명창에게는 시조를 배워 소리의 기초를 모두 닦은 뒤 황해도 장연의 권번에서 소리 선생을 잠깐 했다.
그 뒤 서울에 와서 김봉업(金奉業)씨가 주관이 되어 꾸민 가설극장을 따라 이천에서 일주일쯤 공연도 했다. (그후 신불출 단체에 입단했는데) 그때의 출연자로는 박천복과 송홍란이 재담을 하고 이은관과 김계춘이 낮과 밤에 교대로 배뱅이굿을 하고 마지막에 신불출이 만담을 하였다.
김계춘은 그(이은관)보다 사년 선배되는 사람으로 그전에도 놀이판에서 한번 같이 놀아봤던 사람이었다. 같은 배뱅이굿이라 해도 계보가 조금 달라서 김계춘은 슬픈 내용이 많이 있었고 이은관은 웃기는 내용이 많이 있는 편이었다. 그때만 해도 김계춘이 먼저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에 이은관은 그를 따라잡기 위해서 비상 수단을 썼다.
한량 중에 친한 사람 하나 하고 짜서 그(이은관)가 소리할 때에 박수치고 발구르면서 잘한다고 소리지르도록 했더니 사람들이 멋모르고 따라서 잘한다고 소리치는 통에 김계춘은 점점 소리에 기가 죽어 목이 쉬고 이은관은 점점 신이 나서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두 사람의 솜씨가 뚜렷이 차이가 나게 되었다.
그 결과 다음 공연인 대구 공연 때에는 그(이은관) 혼자 뽑혀서 내려가게 되었다.(유익서.김명곤 외 편저 {명인 명창} 1987년, 186∼187쪽)
오늘날 배뱅이굿=이은관이라 할 만큼 이 소리는 이은관의 특기로 잘 알려져 있다. 일제 때만 해도 배뱅이굿이 크게 유행하여 많은 이들이 이 소리를 했다고 하는데 요즘 원로 중에서는 이은관 외에는 배뱅이굿을 즐겨 부르는 이가 거의 없다. 바로 이 위에 기록되어 있는 이은관의 회고담에 이은관이 선배 김계춘을 제치고 서서히 배뱅이굿 독주자로 급부상하는 그 시발점이 나타나 있다.
필자는 언젠가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1호 경기소리 휘몰이잡가 예능보유자 이성희 명창과 대담을 하다가 <<이은관은 웃기는 배뱅이굿이고 또 한사람 작고한 이는 울리는 배뱅이굿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이는 이성희가 스승 이창배한테 들은 말인데 울리는 배뱅이굿이었다는 그 작고한 이의 성명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다.(2001.8.26.14:50∼16:50.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입1리 국악음반박물관에서 이성희 증언)
그런데 이은관이 <<김계춘은 슬픈 내용이 많이 있었고 이은관은 웃기는 내용이 많이 있는 편이었다>>고 회고한 바가 있으니 이창배가 생전에 말한 그 울리는 배뱅이굿의 주인공은 바로 김계춘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김계춘은 이은관보다 네 살이 연상이었다고 하니 1913년생일 것이다. 이은관 역시 이와 거의 동일한 증언을 다음과 같이 한 바 있다.
김계춘 씨는 나(이은관)보다 몇 살 연상으로서 내가 누님이라고 불렀다. 김계춘 씨도 나와 마찬가지로 배뱅이굿이 특기였다. 나의 경우는 관중을 웃기는 해학적인 배뱅이굿이라면 김계춘 씨의 경우에는 나와 대조적으로 구슬프게 소리를 하여 관중을 울리는 배뱅이굿이었다.(1996.1.27.17:30∼20:00.서울시 종로구 장사동 130-1 삼성빌딩 4층 민속예술학원. 이은관 서도소리 전수소에서 증언)
김계춘이 정확히 어떤 배뱅이굿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계보가 달라 이은관과 김계춘의 배뱅이굿이 사뭇 달랐다고 하는 점으로 보아 김계춘은 이은관의 평안도제와 다른 황해도제 배뱅이굿을 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고 백신행과 이은관의 배뱅이굿을 비교 평가한 옛 신문 보도가 있었는데 <<공보부 주최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는 27일 제4일을 맞아 덕수궁 안이 인산인해를 이룬 가운데 경남, 평북 양도의 경연을 예정대로 끝마쳤다>>라는 신문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연대, 출처 미상)
국립국악원으로부터 입수한 이 신문 기사는 연대나 서지사항을 명확히 알 수 없으나 매년 발간되는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홍보 책자에 수록된 이 대회의 역대 수상자 명단에 백신행이 배뱅이굿으로서 1963년 서울에서 열린 제4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참가하여 공로상을 수상한 것으로 되어 있으니 백신행과 이은관의 배뱅이굿을 비교 평가한 이 신문 기사는 바로 1963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기록인 것으로 보인다.
이 신문 기사에 의하면 이 행사에서 평북 배뱅이굿을 백신행이 하였는데 <<노력한 흔적은 역력하나 왕년의 명인 이은관의 독보적인 명연에는 아직 미급타 하겠다.(장고:장학선)>>라고 평하였다.
앞서 이은관 회고담에서 그가 만담가 신불출이 이끌던 단체에 입단하여 배뱅이굿 공연 활동을 했다고 하였다. 그 당시 신문에도 그런 이은관의 활동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광복 직전인 1945년 7월 23일자 {매일신보} 광고에 의하면 신불출 일행의 공연시 이은관이 배뱅이굿을 했다 한다.
배뱅이굿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사이에 김관준이 처음 지어 불렀다. 박정홍, 이창배, 강용권에 의하면 김관준은 1850년경 평안남도 용강 출신으로 승려 집안에서 태어났고 용강군 해운면 신덕산의 보림사 주지로 있었으며 한문에 조예가 깊었고 배뱅이굿 외에도 전쟁가, 적벽가, 안중근의사가, 까투리타령 등 수많은 노래를 작사, 작곡하였다 한다.
김관준의 제자로는 아들 김종조를 비롯해서 최순경, 이인수, 김칠성, 김주호 등이 있고 김종조는 장수길(평안남도 용강 출신), 김용훈 같은 명창을 길러냈으며 최순경은 백신행과 김경복을, 이인수는 이은관을 제자로 배출하였다.(계속)
2002년4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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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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