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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0월 30일 성우향 명창을 만나러 약 한달만에 찾아갔다.
현재 성우향 명창은 담배, 술, 커피, 설탕 복용을 네달째 철저히 금하고 있다.
그 한가지도 끊기가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성 명창은 이 모든 것을 일시에 다 중단하였다.
그래서 성 명창은 요즘 곁에 늘 강냉이, 오징어 같은 군것질거리를 지니고 있다.
성우향 명창이 반갑게 필자를 맞이하며 말한 첫마디는 아직도 금연, 금주, 금커피, 금설탕이 이어지고 있다는 자랑이었다.
성 명창은 이와 같은 금욕 생활의 초기에 너무 괴롭고 외로워서 집에서 홀로 펑펑 울어도 보았다 한다. 그리고 성 명창은 이제 좋은 시절 다 갔다며 쓸쓸히 웃었다.
금년 6월 국악기록보존연구소의 [판소리 음반 사전] 출판 기념회 행사장에서 성 명창이 공연한 판소리 녹음을 음반으로 제작하기 위해 찾아간 필자에게 성우향 명창은 지금 술, 담배 끊었더니 예전의 좋은 목이 다시 되살아난다며 새로 취입하면 어떻겠냐고 폭발적인 의욕을 보였다. 이날 올해 68세인 그런 성우향 명창을 대하고 필자는 새삼 또 놀라고 말았다.
짧은 만남 후 필자는 성우향 명창의 판소리 전수소를 나와야 했다. 그때가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성우향 명창은 아침부터 여러 제자들에게 소리를 계속 가르치고도 그 늦은 밤시간에도 아직 가르칠 제자가 더 있다며 필자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하였다.
백발에도 그 지치지 않는 힘, 강한 의지, 그러면서도 현실에 미련없이 순응하는 순박한 성품, 이 모든 게 그저 존경스럽고 높은 산처럼 느껴졌다. 또한 그만큼 위대한 예술을 이룬 것이 우연이나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산수가 그제서야 더욱 이해가 되었다.
성우향 명창은 전수소를 뒤로 하고 총총히 나오는 필자의 손을 꼭 붙들고 <아름이 아빠도 계속 금연 중이지? 우리 같이 한번 끝까지 해보세> 하였다. 필자 역시 현재 금연 중인데 성 명창은 그런 필자와 동지감을 느꼈는지 마치 군대 동기 대하듯 하며 비장한 의지를 스스로 재확인하였다.
끝으로 이에 덧붙여서 몇년 전 성우향 명창이 60대 초반에 운전을 배우고 면허를 취득하고 당당히 대형 승용차를 운전하여 시내를 누비는 장면도 퍽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성 명창은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오르내리고 틈틈히 운동하는 데도 노력을 쏟고 있다. 판소리 대명창 성우향 할머니는 그렇게 살고 있다.
2000년 11월 3일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씀.
2000년11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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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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