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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택 명인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며(병 문안 방문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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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명인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며(병 문안 방문 후기)
올해 82세인 김영택 명인은 현재 급성폐암말기 환자로 투병 중이다. 금년 초만 하더라도 한밤중에 산에 올라 함께 나선 사냥개 만큼이나 민첩하게 뛰어다니며 멧돼지도 거뜬이 잡아서 내려올 정도로 건강하였다. 유도로 수 십년간 몸을 관리해온 젊은 사위가 오히려 뒤쳐져 김영택 노인을 못쫓아가고 산을 이리저리 헤매다닐 정도였다.
'김영택의 국악세계'라는 그분 일생의 유일한 독집 음반이 나온 다음날인 2000년 6월 17일 그 음반 제작 관계자인 노재명, 이자균 민속음악학자 등이 함께 김영택 명인을 찾아갔다.
김영택 명인은 아들인 김갑천의 경기도 벽제 집에서 부인, 아들, 며느리의 간호 아래 병자리에 누워있었다. 불과 몇개월 전만해도 서슬이 시퍼랬던 눈빛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온몸이 앙상해져 있었으며 오로지 음료수와 아이스크림만 간신히 들 수 있는 처지였다.
김영택 명인이 약 1년 전에 취입한 음반이 비로소 나와 샘플 50장을 가져갔으나 들려드릴 오디오가 그곳에 마땅히 없어 노재명 등이 그 집을 잠시 나와 전자대리점에 가서 오디오를 하나 사가지고 다시 들어갔다.
김영택 명인은 깊은 감회에 젖어 오랫동안 그 음반을 들었다.(손 장단을 힘없이 맞춰 가며) 그리고 그 음반 취입한 날에 대한 여러가지 추억을 떠올렸고 이런 말을 하였다. "옛날에 황해도엔 삼현 육잽이가 워낙 많아서 어떤 때는 회갑집에서 삼현육각 네 패거리가 번갈아가며 연주를 한 적도 있었어. 다 지나간 얘기지."
현재 남한에 존재하는 이북 출신 삼현육각의 마지막 거장인 김영택 명인이 그렇게 병중에 누워서 한 그 말은 병 문안 갔던 모든 이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잠시 음반을 전하고 병 문안차 인사드리고 저녁 식사 전에 나오려 했으나 가족이 이미 상을 봐놓은 터라 어쩔 수 없이 그 극진한 대접을 받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김영택 명인의 아들, 딸과 사위의 참담한 심정을 들을 수 있었다.
김영택 명인이 병석에 누워 앞으로 그 부인의 생계가 막막하다 하였고 김 명인이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서 나라에서 나오는 생계 보조비만으로는 생활이 곤궁하여 고령의 나이에 틈틈히 사냥을 다녀 200-300만원씩 부수입을 벌어야만 했던 얘기, 그리고 김영택 명인 생전에나 인간문화재 생계 보조비가 나오고 그 후로는 가족들에게 전혀 지급되는 것이 없는 현 문화재보호법에 대한 울분을 거침없이 말하였다. 그 고령의 노인이 이 나라의 국보라고 인정해준 것이 고마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몸이 성하거나 아프거나 문화재로 지정된 은률탈춤의 공연 등 일이 있다 하면 만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섰는데 대우는 고작 그 정도니 너무나 서운하다고 하였다.
김영택 명인의 딸 김정은은 국립국악고-이화여대 국악과에서 피리를 전공하였는데 1987년 김영택 명인이 주택 관계로 사기를 당해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대학 1학년 1학기만 마치고 자퇴를 하고 그 국악 가업을 중단하였다 한다. 그날 김영택 명인을 병 문안 갔던 모든이들은 수 십대째 내려오는 유서깊은 이 집안의 그 멋진 삼현 가락이 오늘날 맥이 단절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김정은과 그 남편에게 다시 피리를 잡아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문밖을 나올 때까지 계속하였다.
며칠 후 또 찾아뵙겠다는 인사와 함께 김 명인의 마른 손을 잡았는데 그간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이를 꽉 물었다. 나도 눈물이 났다. 이 병 문안 방문 후기를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 그런 멋진 분이 늙고 아파야만 하는 인생사가 한스럽다.
다음주부터 김영택 명인은 또다시 일산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젊은 사람도 견디기 힘들다는 약물 치료를 받게 된다고 한다. 부디 사냥 때처럼 젊은 사람을 능가했던 강인함으로 그 치료 과정도 잘 이겨주셨으면 한다. 하루빨리 김영택 명인의 건강이 회복되어 다시한번 명사수의 솜씨로 사냥한 토끼요리를 함께 즐겁게 웃으며 맛보았으면 좋겠다. "또 궁금한 점 있으문 언제든지 오라우" 하면서 호탕하게 웃으시던 김영택 명인의 건강한 모습, 그때가 그립다.(2000.6.19.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 이 글이 본 홈페이지에 실린 후 8일만인 27일 오전 2시 50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에서 김영택 명인은 별세하였다. 이날 저녁 문상시 썰렁한 빈소를 보고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
2000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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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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