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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이자균 님께서 국악기록보존연구소의 인터넷 홈페이지 '히어코리아닷컴'(사이버 국악음반박물관)의 원고 청탁을 받고 기고해 주신 것입니다. 이 원고는 2000.6.10 디스켓으로 받아 편집하였습니다. 귀한 옥고 주신 이자균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경기 무속음악 명인 지씨 마나님<2>
글/이자균(민속음악학자)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강신이 먼저 되어서 어느 시기에 세습적인 기예가 나왔겠지만 그 갈라진 시기는 분명치 않으며 또한 그런 기록이 문헌에 보이지도 않는다.
공수는 마을 굿이나 집 굿에서 할 적에 다르며 지방마다 또한 다르다. 경상남도 충무 등 남쪽 지방은 “공사가 내린다” 하면서 “승방”이 큰 소리로 꾸짖듯 하며 경북 지방은 “원산 말뚝이”라고 해서 통북어를 한 쾌 들고 춤을 추고 난 다음에 제관 집사한테 공수를 주는 것이지만 경기도의 세습무들은 공수를 “당공수”라고 해서 집 굿에서는 제석굿 끝에 “거리 노래”로 들어가기 전에 긴 사설을 읇조리듯 하는 게 다르며 마을 굿에서는 별상이나 군웅 굿 끝에 무녀가 징을 들고서 “천근풀이”라고 해서 “천근이요, 오늘 오신 군웅님네 굿 받어 오실 제 천근이요” 하면서 잡가 목구성도 아니요, 육자배기토리도 아닌 “흰목”을 써서 하는 게 서울이나 경기도 강신무들의 굿과 다른 점이다.
물론 집 굿에서도 이런 “천근풀이”가 있으며 이런 목구성은 지씨나 그의 시어머니가 새벽 서리 찬 밤에 기러기 날 듯 때로는 설디 서러운 한을 토해내며 기가 막히게 뽑아냈다고 한다.
굿판에서 흔히 하는 말로 “이 거리 저 거리 하여도 열두 거리 보다 마당 굿이 제일이더라”고 한다. 지씨가 뒷전에서 맹인타령이나 “제면거리”에서 떡타령 하면서 주워 섬기는 것 하며, 구경꾼들은 배꼽이 빠져 배꼽 찾으러 다니다가 서산에 해는 기울고, 여기서 굿을 한다길래 물어물어서 앞집에 쇠돌이와 뒷집에 흰둥이 골골마다 문전을 찾아다니고, 이렇게 죄다 굿 구경을 나와서 나도 한번 여기서 실컷 소리나 해보자며 ”엇부침“을 써서 타령을 하면 지폐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술 깨나 먹은 남정네들이 엿 목판에 엽전을 주루루룩 쏟아놓게 만들기도 하였다. 지씨가 불사거리에서 ”부정놀이“, ”올림채“, ”겹마치“, ”넘김채“, ”조임채“, ”덩덕궁이“ 장단에 장삼놀이를 하면 뿌렸다 모았다 던지는 춤사위는 가히 어느 누구도 넘보질 못하였다. 고양이가 쥐를 잡을 적에 사뿐사뿐 걷듯이 발디딤새가 좋았고 목구성 또한 찬물 날 듯이 어느 대목에서는 잘 벼린 칼처럼 애간장을 후벼 파기도 했으며 ”섭채“ 장단을 달아놓고서” 석이로구나, 굿이로구나, 아황님의 굿이로구나“ 하며 부르는 목구성은 잘 씻은 배추 줄거리 같이 깨끗도 했다. 그리고 가끔가다가 군웅굿을 할 적에 액을 물리치기 위해서 마지막에 화살을 쏘아 내버리는 의식이 있는데 제 멋에 취해서 활을 거꾸로 들고” 이놈의 화살이 왜 안나가나?“ 하며 죄 없는 화살만 탓한 적도 있는 재간꾼이기도 했다.(끝)
2000년6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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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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