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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이자균 님께서 국악기록보존연구소의 인터넷 홈페이지 '히어코리아닷컴'(사이버 국악음반박물관)의 원고 청탁을 받고 기고해 주신 것입니다. 이 원고는 2000.6.10 디스켓으로 받아 편집하였습니다. 귀한 옥고 주신 이자균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황해도 무속음악 명인 방수덕
글/이자균(민속음악학자)
방수덕(方壽德, 1903-1970)은 황해도 해주군 해주읍 용당포 마을에서 태어났다.
대개가 그렇듯 방수덕의 집안에서도 친정어머니가 “성수 부리”가 있어서 하루는 집에 들른 지관이 “이 집에 가끔 무당이 날 조짐이 보인다”고 지나가는 말로 하여 그 때는 그냥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결국 신이 지펴서 내림굿을 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이의 집안도 “부리”가 있어서 내림굿을 하였는데 손씨라는 이한테 내림굿을 하였다.
고향에서도 굳세게 굿을 하게 되었지만 팔자가 어찌될려고 난리가 나자 권솔을 이끌고 인천 화평동에 터를 잡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 다시 부채 방울을 들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굿이 예전보다 성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한 달에 초 하루 보름만 빼놓고서는 죄다 일이 있어 옷을 갈아 입기가 버거울 정도로 무꾸리도 많고 여염집이나 대동 굿 할 것 없이 두루 사방 삼베 주머니에 올갱이 삐어져 나오듯 많았다 한다.
지금은 시속이 변하고 하도 세상이 수상하니까 올동말동 하지만 동백 기름 한번 바르고 집을 나서면 동정이 까맣게 될 어름이 되어서야 집으로 들어 올 정도였다 하니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겠다.
인천에 와서도 많은 제자도 냈고 본디 안태본인 해주에서도 내려준 이들을 인천에서 만난 예도 있지만 다른 것은 안가지고 왔어도 “화분”과 명두, 뚝대 만큼은 꼭 속살바지에다 챙겨 가져온 탓에, 인천에 와서도 몇몇 이녁이 생각을 할 적에는 눈썹 끝에도 안차지만 “팔자가 사나워서” 부채 방울 든 제자도 여럿 두었으며, 인천이라는 동리는 본시 바닷가 용왕님께 목을 맨 이들이 많아서 고향에는 생선 이름 보다는 뭍에서 나는 만물의 이름이 더 익숙한 곳이기는 하지만 가끔 연백, 옹진 등 해풍 바람을 쐬가며 목숨을 걸고서 굿을 하여본 터이라 인천의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음은 물론이다.
현존 방수덕의 제자 가운데 가장 활동을 하고 있는 김경화(이천년 현재 기준 73세, 별호:똥고개)나 신소저(79세), 최음전(84세, 상기대)의 말을 들어보자면 그 높은 청과 “엇부침새” “질름 소리”는 감히 그 어느 누구도 흉내조차 못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비단에 옥구슬 구르듯하였다 한다.
지금 서해안 배연신 굿 보유자 김금화도 한때 인천에서 활동을 하였다 한다.
특히나 이북 무녀들은 만수대탁굿을 무녀가 된 이래로 죽을 때까지 세 번 하기가 어렵다고들 항간에 곧잘 말들을 하는데 방수덕은 무려 이 어려운 대탁을 아홉 번을 하였다 하니 무엇이라고 말을 해야 할까?
당시에 상장고를 쳤던 육촌 올케인 최음전(84세, 서해안 배연신 굿 보유자, 상장고)에 따르면 장고를 치는 사람이 당시에는 매우 많아서 오뉴월 쉬파리 모여들 듯하였다고 하는데 장단이 삔다거나 하면 여지없이 구경꾼이나 재가집이나를 무론하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게 할 정도로 육두문자로 내뱉었다고 하며 성미 또한 칼칼하고 준치 가시 같이 쌀쌀했다고 한다.
톺아보는 눈이 있어서 재주가 있을 듯 싶으면 주저없이 가르쳐 주었고 뒷물이 또한 맑았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재주도 별반 없지만 가르쳐 주지도 않는 세상이 되어 콧방귀가 가끔 나오는 세상이 되었지만 좌우지간 치마만 둘렀지 웬만한 어줍잖은 사내들은 그 앞에서 입도 뻥긋 못했을 정도로 대가 셌다고 한다.
방수덕의 굿은 다른 황해도의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으나 몇 가지 점에서 다른 점이 있다.
진적맞이에서 작두를 탈 경우에는 신장대를 안 세우는 것이라든지 공주님 거리가 있는 거라든지 하는 경우이고 가망거리에서는 만수받이를 '노래를 띄운다'거나 하는 경우이다.
이는 배운 제자가 스승한테 그렇게 배울 수도 있고 '본'이 그렇게 전하져 내려와서 그리된 경우도 있다.
방수덕의 계보는 손씨--방수덕, 도라지 김씨(생몰 연대 미상/방수덕과 동문수학한 이)--최명순 (2000년 기준 80세/인천에 생존하며 무업은 중지함)--김경화(현 73세/서해안 배연신굿 전수조교)로 내려오는데 김경화는 최,방씨 두 사람한테 학습을 하였다.
방수덕의 친정 시누이인 송씨도 무업에 종사했으며 15년이 연상이며 해주에서 낳았고 말년에 연백에서 세상을 마감하였다.
또한 세 딸 가운데 큰 딸인 조모씨가 내림이 있어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방수덕은 그 아까운 재주를 더는 펼치지 못하고 해수병이 있어서 인천 화평동 자택에서 해볼 것 다 해본 그야말로 원없이 살다 갔지만 큰 딸이 어렸을 적에 내리려고 하는 낌새가 있어서 기왕지사 내릴려면 젊었을 적에 내려라 하는 말을 끝내 듣지 않고 만 것이 이녁의 손으로 거두지 못한 게 한이라면 한이라고나 할까. 아마도 저승에서도 새가 되어 훨훨 날아서 굽어 살필 것이다.
2000년6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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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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