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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학술 발표회 책자 [근현대 전통예인 심정순가의 공연예술사적 업적 재조명](심정순탄생140주년기념회 주최, 2013년 9월 6일 10:30~16:30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강당 개최) 81~160쪽에 실린 논문의 초고입니다.
심상건의 가야금산조와 병창 음반 연구<2>
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심상건은 고제 소리를 음반에 남긴 심정순, 김창룡, 김해선, 심매향, 방진관, 이선유, 백점봉과 비슷한 창법을 구사한다. 심상건의 가야금병창 <청석령> 유성기음반을 들어보면 그러한 인상을 강하게 준다.
과거 유성기음반에 담긴 중고제 판소리 녹음을 들어보면 쉰 목소리보다 청아하게 고운 발성을 하는 명창들이 대부분이다. 심정순의 소리는 오늘날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와 비교하면 사설이나 창법이 판이하게 다르다. 심정순은 요즘 판소리처럼 쉰 목소리로 발성하지 않고 고운 목을 바탕하며 김창룡의 판소리와 비슷하다. 심상건, 심매향, 심화영 또한 그러하다.
심정순의 음반은 대부분 음질이 좋지 않아서 해독이 어려운 부분이 많고 특히 빠른 장단에서 사설을 촘촘하고 고속으로 몰아가는 점이 심정순의 특징이자 해독이 가장 어려운 소리이다. 이처럼 글 빨리 읽기 대회라도 참가한 듯 급히 몰아가는 것이 심정순 소리와 중고제의 특색 중 하나인데 이는 일반인들이 모방하기 힘든 경지에서 감탄과 추임새를 이끌어냈던 옛 소리 광대들의 주된 묘기 가운데 하나라고 하겠다.
심정순의 소리는 전반적으로 요즘 판소리보다 속도가 빠르다. 일제 때 유성기음반을 들어보면 옛 소리는 지금보다 아니리가 짧고 장단이 대체로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유성기음반이 지닌 시간 제약 때문에 빠르게 불렀다고 볼 수도 있다. 심화영의 말에 따르면 “옛날에는 지금보다 소리를 빠르게 했다”고 한다. 즉, 유성기음반이 지닌 시간 제약 때문에 빨리 부른 것이 아니다.
중고제 명창 심정순, 김창룡, 이동백 녹음 중에 장단을 달아놓고 창조 도섭으로 부르는 사례들, 그리고 심화영이 춘향가 초입을 아니리로 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짜고짜 휘모리 장단으로 급하게 내두르는 점 등은 옛 중고제 소리가 매우 속도감과 박진감이 있고 거뜬거뜬하게 진행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다시 말해 옛 소리는 아니리보다 소리 위주로, 그리고 이야기를 빨리 전개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중고제의 특징 중에 하나라 하겠다. 심상건 가야금병창 또한 현행 병창에 비해서 속도가 빠른 편이다.
심정순, 심상건은 서울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서인지 음반을 들어보면 충청도 사투리는 거의 쓰지 않는다. 그리고 심정순은 창법에 있어서 경기소리의 영향도 많이 받은 것으로 생각되며 충청도 내포제 시조창과 유사한 점이 있는데 내포제 시조창이 성행했던 충청남도 서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자연스레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심상건은 가야금병창 춘향가 중 <사랑가>를 두 번 음반에 취입한 바 있다.(1925년 졔비標朝鮮레코-드 B133-B, 1930년 Columbia 40262-A·B) 이 가운데 Columbia 40262-A에는 <긴사랑가>가 담겨있다. <긴사랑가>는 “사랑 사랑~”으로 시작되는 신제와 “만첩청산~”으로 시작되는 고제(송광록제)가 있는데 심상건이 취입한 <긴사랑가>는 신제 사랑가이다. 이 <긴사랑가>는 ‘긴~’이라는 말 그대로 길고 여유있게 불리는데 진양조에 우조로 불린다. 심상건이 음반에 취입한 <긴사랑가>는 다른 이들이 부르는 것과 사설이 많이 다르다.
Columbia 40262-B에는 심상건의 가야금병창 춘향가 중 <자진사랑가>가 들어있다. 이 대목 또한 다른 이들이 부르는 것과 사설이 일부 다르다. 빠른 중중모리로 불리는 먹거리타령 앞에 특이하게 느린 중중모리 방아타령을 넣어 불렀다. “사랑 사랑~”으로 시작되는 빠른 중중모리 먹거리타령은 고수관의 더늠이다. 심상건의 <사랑가>는 고제 향기를 풍기며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 과정이 매우 박진감있게 전개된다.
심상건이 1930년에 일본 콜럼비아음반회사에서 녹음한 가야금병창 심청가 중 <곽씨부인 사별 후>(적적한 빈 방안, Columbia 40126-A)는 심봉사가 곽씨부인 죽은 후 적적한 빈 방안에서 부인을 그리워하는 사설로 되어 있다. 곽씨 부인 죽은 후 심봉사의 사정을 구수한 아니리로 설명하고 나서 진양조에 계면조로 심봉사의 가련한 신세를 그려낸다.
심상건이 1930년에 일본 콜럼비아음반회사에서 녹음한 가야금병창 심청가 중 <심봉사 젖 빌러 다니는 데>(Columbia 40126-B)는 심봉사가 어미 잃은 심청을 품에 안고 젖 빌러 다니는 사설로 되어 있다. 힘 없이 동네를 돌며 젖을 구걸하는 심봉사의 신세를 중모리에 계면조로 그려내고 나서 이곳 저곳을 분주하게 다니며 젖을 구걸하는 심봉사의 거동을 중중모리로 그려냈다.
심상건이 1930년에 일본 콜럼비아음반회사에서 가야금병창으로 남긴 심청가 중 <소상팔경>(범피중류)은 무려 유성기음반 네 면에 걸쳐서 길게 녹음되었다.(Columbia 40124-A·B, 40125-A·B) 유성기음반으로서는 매우 드문 경우다. 이 <소상팔경>은 예부터 심상건의 대표작으로 유명했기에 이렇게 특별히 제작을 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 대목은 심상건의 특기로서 진중한 소릿길이 좋고 창을 다채롭게 포장하는 가야금 반주는 접하기 어려운 명연이다. 심청이를 무심코 삼켜 버릴 바다를 심상건이 진양조에 우조로 장엄하게 그려냈다. 중고제 특징을 보인다.
심상건은 가야금병창 수궁가 중 <가자 어서 가>(노화월)를 세 차례 음반에 취입한 바 있다.(1929년 Victor 49088-A, 1930년 Columbia 40152-A, 1934년 Chieron 213-A) 심상건이 중중모리, 석화제에 가야금병창으로 녹음하였는데 “가자 어서 가~”로 시작되기 때문에 <가자 어서 가>라 이르기도 하고 <노화월>이라고도 하는데 백경순의 더늠으로 알려져 있다.
송흥록의 더늠 <천봉만학가>, 수궁가의 <고고천변>, 신만엽의 더늠 <백로횡강>, 백경순의 더늠 <가자 어서 가>, 박춘경이 지은 경기 잡가 <유산가>, 단가 <객래문아>는 사설이 비슷하다. 송흥록의 <천봉만학가>가 가장 먼저 생겨나고 나머지 소리들은 <천봉만학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이보형의 추측에 의하면 <천봉만학가>가 <고고천변>과 <백로횡강>에 덧붙여져 불리다가 <고고천변>이 유행하면서 <천봉만학가>는 도태되고 <백로횡강>은 <가자 어서 가>에 정리되었고 후대에 <가자 어서 가> 첫머리에 진양조 더늠이 생겨난 것이라 한다.
근래 판소리에서는 <토끼 수궁에서 나오는 데>가 진양조-중중모리로 불리며 심상건의 <가자 어서 가>와 같이 가야금병창으로는 첫머리에 진양조 더늠을 첨가하지 않고 시종 중중모리로 부른다.
심상건이 1930년에 일본 콜럼비아음반회사에서 가야금병창으로 녹음한 남도민요 <새타령>은 심상건이 상성은 다소 부족하지만 힘이 있고 서슬이 있는 성음을 바탕으로 가야금의 담담한 선율에 얹어 부른다.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있다. “새가 날아든다”로 시작되는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새타령>이다. 중중모리, 육자배기토리로 불리며 전국적으로 널리 유행했던 민요이다. 새에 얽힌 고사를 나열하면서 새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민요로서 쑥국새, 꾀꼬리, 두견이 등 다양한 새소리를 가야금과 목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압권이다. 일제 때 이 유성기음반은 비교적 많이 팔렸다.
심정순, 심상건, 심매향, 심재덕, 심화영, 심태진, 이애리 일가는 가야금병창 녹음, 방송, 공연 활동을 많이 한 점이 두드러지며 이들의 가야금병창은 서로 닮아있고 요즘 병창과는 많이 다르다.
다른 명창들이 판소리를 할 때 심정순이 취입한 장단 반주 또한 요즘 판소리 고법과 사뭇 다르다. 그리고 심정순이 판소리, 가야금을 할 때 고수를 맡은 박춘재, 한성준의 장단 반주도 요즘과 다르다. 20세기 전반기에는 판소리 음반 취입시 북보다 장고 반주를 많이 했다는 점도 주목되는데 무거운 소리북 이동의 어려움, 음량 문제 등 어떤 이유 때문이었는지 알고 싶다.
옛 경기, 충청권 명인명창인 심정순, 박춘재, 한성준, 지동근, 이흥원, 박상근, 백점봉 등이 남긴 고형의 판소리 장단 반주 녹음은 경기, 충청도에서 성행한 중고제 판소리 고법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라 판단된다. 심상건 가야금산조와 병창 녹음시 장단을 맡은 한성준, 이흥원 등이 구사하는 경기 충청권의 산조와 병창 반주법도 귀중한 연구 대상이다.
심상건의 사촌 여동생 심화영은 만년에 승무, 판소리, 가야금병창, 민요 등을 제자들에게 전수하는 데 힘쓰다가 2009년 11월 17일 노환으로 97세를 일기로 별세하였다.
심화영(1913~2009년)은 남편 송운석과의 사이에서 3남 2녀를 두었는데 차례로 아들 송영우, 딸 송경자, 아들 송영신, 아들 송영구, 딸 송경옥을 두었다.
이 가운데 심화영의 막내딸 송경옥의 장녀 이애리가 외조모 심화영 명인의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맥을 이어 전수조교로 활약하고 있다. 이애리와 이은우(심화영 제자)가 심화영한테 다년간 판소리, 가야금병창을 배운 바 있다.
그리고 심화영 아들 송영신은 드럼, 송영구는 기타 연주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심화영 손자 송상호 역시 노래에 재능이 있어서 대중음악 노래 활동을 한 바 있다. 집안의 음악성을 그대로 타고난 이들이 가문의 국악을 더욱 전승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수 년간의 수소문 끝에 심상건의 딸 심태진이 미국 플로리다에 92세로 거주하고 있음이 최근 확인되었다. 이 심태진 명인의 심상건류 가야금산조 공연, 음반 취입, 전승이 조속히 추진되길 바란다. 그리고 대중가수로 활동하는 심수봉에 의해 이 심씨 가문의 대표적인 국악 <새타령> 등이 현대적으로 재창조되는 작업들도 이루어지길 기원해 본다.
3. 심상건 주요 사진자료
심상건 사진자료(1)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관리번호 MIPHOTO-00278(1995년 11월 심화영→이자균→국악음반박물관 복사본 제공)
심정순의 조카, 가야금 명인 심상건의 40대 모습.
심상건은 즉흥 연주의 대가였다. 심상건은 늘 새로운 가야금 가락을 연주했기 때문에 본인이 연주한 것도 시간이 흐르면 잊어 버렸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그 가락 좋구나 누구한테 배운 건가?”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겁니다.”(심상건 명인과 제자의 대화)
심상건 사진자료(2)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관리번호 MIPHOTO-03882(1995년 5월 19일 심화영→국악음반박물관 복사본 제공)
1934년 시에론레코드 음반 취입 당시 가야금 명인 심상건 모습.
심상건 사진자료(3)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관리번호 MIPHOTO-00287
1936년 일본 빅타음반회사 음반 취입 당시 가야금산조와 병창의 명인 심상건 모습.
1936년 발행된 빅타음반회사의 광고 책자인 [빅타-레코-드 六月 新譜](發行所:京城府長谷川町一一二 日本빅타-蓄音器株式會社 京城營業所, 昭和十一年 五月 十五日 發行)에 실린 사진.
심상건 사진자료(4)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관리번호 MIPHOTO-01264
아래 왼쪽부터 차례로 중고제 명창 김창룡, 동편제 명창 송만갑, 서편제 명창 김창환.
위 왼쪽부터 판소리 명창 박록주, 가야금 명인 심상건, 판소리 명고수 한성준 모습.
1926년 11월 10일자 [조선일보]
심상건 사진자료(5)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관리번호 MIPHOTO-00280(1995년 11월 심화영→이자균→국악음반박물관 복사본 제공)
국악 명인 심정순 회갑 잔치 모습(1933년).
가운데 갓 쓴 이가 심정순, 맨 뒷줄 가운데에 안경 쓴 이는 가야금산조 명인 심상건, 맨 오른쪽에 서있는 여자는 심정순의 딸 심화영(전통춤 명인), 심화영 옆에 서있는 남자는 심정순의 아들 심재덕(판소리·가야금 등의 명인), 심재덕 왼편에 서있는 여자는 심재덕의 부인 임모씨(林某氏), 맨 왼쪽에 서있는 남자는 심정순의 아들 심재민.
심상건 사진자료(6)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관리번호 MIPHOTO-03879(1995년 5월 19일 심화영→국악음반박물관 복사본 제공)
가야금 명인 심상건 모습.
1911년에 판소리 역사상 두 번째로 녹음을 남긴 명창 심정순, 그의 조카인 가야금 명인 심상건 등, 그리고 현재의 인기 가수 심수봉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1세기 이상 한국인의 심금을 울린 음악 명가문이다.
국악부터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맞게 새로운 음악을 도전적으로 만들고 변화시킨 천부적인 음악가들의 집안이다.
심상건 사진자료(7)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1961년 심상건 명인 가야금산조 연주 장면.
심상건 사진자료(8)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한국연예대감](서울:성영문화사, 1962년) 281쪽에 실린 심상건 모습.
심상건은 1889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13세부터 가야금을 시작하였고 가야금산조·정악·병창, 거문고·아쟁·양금·해금 등의 활동을 하였다.
심상건은 악기 연주법은 대부분 자득했다고 하는데 작은아버지 심정순한테 음악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보여지고 심정순의 외가 방씨 국악인들의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심상건 사진자료(9)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1962년 4월 2일자 [동아일보] “名唱名人(3) 가야금 沈相健 - 渡美公演에서도 好評, 獨創的인 散調 奏法” 기사에 실린 심상건 명인 모습.
사진에서도 느껴지는 바와 같이 심상건 명인은 무대에서나 일상 생활에서 늘 우스운 재담과 익살로 웃음꽃을 피우게 하였다.
심상건 사진자료(10)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예용해 저 [인간문화재](서울:어문각, 1963년) 25쪽에 실린 심상건 명인 모습.
심상건 뒤로 자택 방안에 본인이 연주하던 가야금과 거문고가 나란히 걸려있다.
상기 사진 속 심상건 앞에 릴테입 기계가 보이는데 심상건은 1940년대 후반 미국 순회 공연시 하와이 교포로부터 선물받은 릴테입 기계로 틈틈이 본인의 음악 등을 녹음하였다.
심상건 사진자료(11)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관리번호 MIPHOTO-00281(1995년 11월 심화영→이자균→국악음반박물관 복사본 제공)
심상건의 셋째딸 심태진(왼쪽)과 1999년 12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은 심화영.
심태진(1919년 무렵 출생)은 심상건의 후손 중에 유일하게 국악을 했는데 심태진을 비롯해서 심상건의 후손은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심상건 사진자료(12)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1926년 11월 10일 조선축음기상회(제비표조선레코드, 일동) 주최로 조선극장에서 심상건이 송만갑, 김창환, 강소춘, 김해 김록주, 박록주 등과 함께 공연할 것이라는 예고 보도 기사.
1926년 11월 9일자 [조선일보] “명창은 늙는다” 신문기사.
심상건 사진자료(13)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1930년 11월 19일자 [매일신보] 보도 신문기사.
1930년 11월 19～20일에 조선극장에서 조선음률협회의 첫 공연이 개최되는데 이 공연에서 심상건이 단가 <노화월>, <장부한>, 춘향가 중 <사랑가>, 심청가 중 <소상팔경>을 부를 예정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심상건 사진자료(14)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유성기음반(SP) 관리번호 MISP-1997
1926년에 녹음된 심상건 명인의 가야금산조 자진모리 유성기음반(졔비標朝鮮레코-드 B79). 장고:한성준.
심상건은 가야금산조를 탈 때마다 고조를 다르게 하기로 유명한데 제비표레코드(일동레코드)에서 취입한 것은 어찌나 잘 되었던지 시골에서 제비표레코드로 심상건 가야금산조를 듣고 감탄, 심상건을 만나러 한 노인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그러다 심상건이 직접 타는 것을 듣게 되었는데 그때의 연주는 어찌나 잘못 되었던지 그 노인이 듣다가 그만 가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렇게 즉흥성이 강한 음악이 충청도 중고제 판소리, 산조의 특징이다.
심상건 사진자료(15)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1925년 제비표조선레코드에서 심상건(가야금)이 박월정(소리), 한성준(장고)과 함께 취입한 시조 <평>, <사설>, 단가 <대장부한>, 춘향가 중 <몽중가>, 남도 잡가 <새타령>, <육자배기>, 심상건이 가야금병창으로 취입한 단가와 춘향가, 가야금산조 <진양조> 음반이 발매됨을 알리는 신문 광고(1926년 2월 6일자 [매일신보]).
심상건 사진자료(16)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일본 콜럼비아의 전신인 일축조선소리반의 전기 녹음 음반인 ‘이글레코드’의 1932년 광고(1932년 10월 24·27일자 [매일신보]).
이글레코드는 콜럼비아 레이블과 함께 생산되었다. 이 신문 광고에 심상건의 가야금병창 춘향가 중 <몽중가> 음반이 발매됨을 알리고 있다.
심상건 사진자료(17)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유성기음반(SP) 관리번호 MISP-0863
1930년에 녹음된 심상건 명인의 가야금산조 다스름 유성기음반(Columbia 40241-A).
심상건 명인의 가야금산조 다스름이 워낙 명연으로 유명하고 좋아하는 애호가들이 많아서 유성기음반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렇게 상품으로 취입되기까지 했다.
심상건 사진자료(18)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일본 콜럼비아음반회사의 1931년 광고(1931년 12월 17·25일자 [매일신보]).
이 신문 광고에 심상건의 가야금산조 진양조, 휘모리(도섭) 음반이 발매됨을 알리고 있다.
심상건 사진자료(19)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유성기음반(SP) 관리번호 MISP-0113
심상건 가야금병창 단가 <장부한> 유성기음반(Victor 49054).
심상건이 특기로 했던 가야금병창 곡이자 심상건 일가친척이 장기로 했던 음악이며 충청도 가야금병창, 중고제 판소리의 특징이 들어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심상건 사진자료(20)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유성기음반(SP) 관리번호 MISP-1829
심상건(가야금) 정해시(퉁소) 김덕준(해금) 한성준(장고) 1935년 녹음 <봉장취>(봉황곡) 유성기음반(Victor Junior KJ-1043-A)
지금은 전승이 끊어진 귀중한 <봉장취> 음악이 담겨있다.
심상건 사진자료(21)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심상건이 1935년에 일본 빅타음반회사에서 취입한 단가 <패성가>, <객래문아> 음반이 발매됨을 알리는 신문 광고(1936년 3월 27일자 [동아일보]).
심상건 사진자료(22)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유성기음반(SP) 관리번호 MISP-1167
1937년에 녹음된 심상건 가야금병창 단가 <성지강산>, 춘향가 중 <춘하추동> 유성기음반(Taihei C8294).
심상건 사진자료(23)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1933년 10월 2일 경성방송국(JODK) 라디오에서 심상건(가야금) 심명주(고수) 가야금산조 <중머리>와 <잔머리>, 가야금병창 단가 <장부한>, 심청가 중 <소상팔경>이 방송된다는 프로그램 예고 내용(1933년 10월 2일자 [매일신보]).
해당 방송 곡목은 모두 심상건 명인이 장기로 했던 곡들이다.
이 방송에서 고수를 맡은 심명주(沈明珠)에 대해서 지금까지 거의 조사된 바가 없는데 심명주에 관한 흔적은 심상건 라디오 방송시 5번 고수로 참여한 기록만 확인되며 이 국악인 또한 심상건 일가친척일 가능성이 있다.
심상건 사진자료(24)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1948년 심상건 일행의 미국 순회 공연 보도 기사.
1948년 4월 28일자 [국민보 제3001호] 4면.
오른쪽부터 차례로 조택원(장고), 임경희(가야금), 심태진(심상건 딸/가야금), 심상건(거문고:추정), 김옥진(아쟁:추정), 김선영(양금) 모습.
이 사진에서 각각의 국악인들이 연주하고 있는 담당 악기가 이채롭다.
심상건 사진자료(25)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1949년 3월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 극장 공연 장면. 왼쪽부터 차례로 조택원(춤), 심상건(아쟁), 심태진(심상건 딸/가야금), 김옥진(양금) 공연 모습.
이는 1973년 11월 13일자 [경향신문] 4면 “내가 겪은 20세기(62) 조택원씨” 신문기사에 실린 사진과 글이다.
2013년 8월 12일 심상건 제자인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와 국악학자 권오성은 노재명에게 심상건이 아쟁을 연주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한 바 있는데 이 사진을 통해서 노재명에 의해 심상건이 아쟁도 연주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심상건의 아쟁 연주는 자득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당시 심상건과 교류가 있었던 아쟁 명인 박성옥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1947년 10월 11일자 [경향신문] 기사에 의하면 박성옥도 심상건, 조택원과 함께 미국 공연을 가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박성옥도 미국에 계획대로 같이 공연을 갔는지는 현지 기록이 아직 발견된 것이 없다. 상기 사진 속의 아쟁이 본래 심상건 것인지, 아니면 박성옥이 미국 공연을 함께 가려다 못가고 아쟁만 준 것인지, 혹은 미국 공연을 같이 갔다가 먼저 귀국하면서 아쟁은 남겨두고 온 것인지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1949년 상기 공연시 장고는 담당하는 연주자가 없이 공석으로 되어 있는데 당시 조택원이나 심상건이 다른 역할을 하다가 중간중간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
심상건 사진자료(26)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1948년 미국 순회 공연 중인 심상건, 심태진, 김옥진이 새로 녹음한 유성기음반이 4~5종 나왔다는 광고. 1948년 10월 27일·11월 3일·11월 10일·11월 17일·11월 24일·12월 1일·12월 8일·12월 15일·12월 22일/1949년 1월 12일자 [국민보]
1948년 미국 순회 공연 중인 심상건, 심태진 부녀 일행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헐리우드에 있는 컨티넨탈레코딩회사에서 단가, 민요 등의 유성기음반을 새로 취입했다는 1948년 11월 3일자 [국민보 제3028호] 3면 보도 기사와 같은 내용의 음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심상건과 심태진 부녀의 가야금산조와 병창, 거문고·아쟁 연주, 김옥진의 판소리와 민요, 양금 연주 등이 취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이 신문 광고가 발견되어 심상건, 심태진, 김옥진 일행이 미국 순회 공연 중 음반을 새로 녹음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여기 논문을 통해서 학계에 처음 밝히게 되었는데 1948년 당시 취입된 심상건, 심태진, 김옥진 일행의 음반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심상건 사진자료(27)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1948년 미국 순회 공연 중인 심상건, 심태진 부녀 일행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헐리우드에 있는 컨티넨탈레코딩회사에서 단가, 민요 등의 유성기음반을 새로 취입했다는 보도 기사. 1948년 11월 3일자 [국민보 제3028호] 3면.
이번에 이 신문 광고가 발견되어 심상건, 심태진 부녀 일행이 미국 순회 공연 중 현지 컨티넨탈음반회사에서 음반을 새로 녹음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여기 논문을 통해서 학계에 처음 밝히게 되었는데 1948년 당시 취입된 심상건, 심태진의 이 음반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상기 신문 기사에 의하면 이 유성기음반들은 당시 소량 제작되었다고 한다.
심상건 사진자료(28)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1955년 12월 9일 서울방송국(KA) 라디오에 심상건 가야금산조(장고:심재덕)가 방송된다는 프로그램 예고 내용(1955년 12월 9일자 [동아일보]).
심재덕은 심상건의 사촌 남동생이고 가야금 연주자였는데 이 방송에서는 장고 반주를 담당하였다. 심재덕의 딸이 바로 유명한 대중가요 국민가수 심수봉이다.
심상건 사진자료(29)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1958년 3월 12일자 [경향신문]에 보도된 1958년 3월 30일 오후 6시 국악학회 KBS홀 정례발표회 심상건 가야금 독주회(장고:김윤덕) 공연 신문기사.
가야금산조 명인 심상건은 산조는 곧 철학이라고 하였다.
심상건 사진자료(30)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1964년 6월 3일 서울 시민회관 ‘제3회 명창명인대회’ 보도 기사(1964년 6월 1일자 [동아일보]).
이 공연에서 심상건 명인이 가야금산조를 연주한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팔순을 넘은 명인 심상건 옹’이라는 기록은 오류이고 당시 심상건은 76세였다고 하겠다.
이 공연을 거의 끝으로 심상건 명인은 1965년 타계하였다. 일설에는 심상건 명인이 미국에서 별세하였다고도 하나 이는 오류이고 한국 서울 무교동 자택에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러한 주옥 같은 공연이 아쉽게도 녹음, 동영상 기록이 제대로 안되고 오늘날까지 잘 전해지지 못해서 대단히 안타깝다.
심상건 사진자료(31)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컴팩트디스크(CD) 관리번호 MICD-0191~0192
‘콜럼비아 유성기 원반(5) 심상건 가야금산조와 병창' CD음반(노재명 고증·기획·집필, 엘지미디어/LG소프트 LGM-AK005, 2CD, 1928·1930년 녹음, 1995년 제작)
충청남도 서산 심정순·심상건·심매향·심재덕·심화영·심태진·심수봉 국악 명가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 기록이 1995년 이 음반 해설서(글:노재명)에서 최초로 이루어졌다.
이 가문의 사진자료 또한 이 복각 음반 해설서를 통해서 처음으로 노재명에 의해 광범위하게 수집 조사되어 공개되었고 이 사진자료들이 이후 이 가문과 관련된 여러 학술대회, 공연 행사에 두루 활용되었다.
심상건 사진자료(32)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컴팩트디스크(CD) 관리번호 MICD-4265
서산 국악 명가문 - 심정순·심상건·심매향·심화영 전통음악 모음집 CD음반.
지구레코드 JCDS-0802(1CD), 2007년 12월 1일 제작. 녹음:1911~1930년 유성기음반 녹음·2001년 심화영 녹음. 선곡·유성기음반 음원 제공·고증·음반 해설:노재명.
디지털 마스터링:박승현, 디자인:서병곤, 후원:문화관광부(국악 명가 국고보조금 지원). 서산 국악 명가문 청송 심씨 명인들에 대한 노재명 글, 노재명 제공 청송 심씨 국악 명인들 흑백사진 등이 실려있는 총 12쪽짜리 해설서 내장.
4. 심상건 관련 국악인 증언 모음
(1) 가야금 명인 심상건 증언
가야금은 순전이 우리 조선 음악의 하나이다, 여긔에서 퉁겨저 우러나오는 소리야말로 조선의 고전(古典)미가 잇고, 예로부터 오래오래 내려오는 조선 음악의 독특한 맛이 나는 것이다.
조선 음악의 자랑도 이 가야금이 잇슴이요, 조선 음악의 남달은 점도 이 가야금이 잇슴일가 한다.
자고로 내려오는 동안, 한다하는 풍류객들이며 일세에 이름 날이든 고관대작들도 모도다, 명창이 울니는 가야금의 신비로운 음율에 발 마춰 춤도 추고, 곡조 마춰 노래도 부르며 즐기든 이들이 하두만 헛다.
내가 가야금의 줄을 잡은 지도 퍽으나 오래 전 일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가야금에서 우러나오는, 말할 수 업는 그 매력적이며 신비로운 음향, 비단결가치 부드럽고도, 구슬가치 구으는 음률에는 넉을 일코, 우드머니 듯고는, 어린 가슴을 쥐여 뜻고 하기를 그 멧번이엿다.
이러케 가야금 소리에 온 정신을 일코 애착심과 호긔심을 가지고, 나도 한번 남보다 훌융한 가야금 가수가 되여 일세에 이름 날니는 훌융한 사람이 되여 보려니 하는 마음에 불타고 잇섯든 것이다.
그런데 마츰, 나의 아비님이, 나에게 가야금 배우기를 권하엿스니, 20전후의 어린 마음에도 여간 깃분 것이 안이엿다.
이러틋이 내가 이 가야금에 애착심과 호긔심을 가지고 잇는 데다 부모 역시 배우기를 찬성하니 내가 오늘날까지 이 길로 거러나온 것도 우연한 일은 안일 것이다.
이제 가야금을 손에 쥔지 35년이 넘엇스니, 내가 이 가야금에다, 전 생명과 온 정신을 기우렷든 것도 확실한 사실일가 하노라!
그 동안 세상은 변천과 파란이 심하여, 내가 가야금의 줄을 잡고 잇는 동안, 한 때는 조선악으로서의 훌융한 지위에도 노여잇섯든 일이 잇스며 사회에서도 고상하고 점잔은 대우를 바더왓섯건만, 세태가 밧귀우고 세상의 모든 사조와 인심이 뒤집히우게 되니 이 가야금도 오늘날에 와서는 겨우 과거 유물로서 일루의 명맥을 보존하는 형편에 노여잇게 되엿다.
이 어찌 뜻잇는 이들의 한가지로 유감되게 생각하지 안흐며 또한 서러워하지 안흐리요.
요사히에 와서 멧멧분이 이에 유의하여 고전적 조선 음악의 재발굴과 재음미를 목표로 이 「가야금과 산조」에 깁흔 연구를 쌋코저, 여긔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잇슴은 실로 고마웁고, 반가운 현상이라 하지 안흘 수 업다.
조선의 고전악긔는 어느 것이나 다-그러하지마는 이 가야금도 역시 오늘날의 양약긔와 가튼 일정한, 가격(價格)이 업다.
이 얼마나 고상한 악긔일 것인야! 여기에는 가격을 부칠야고도 하지 안코, 또한 부칠 수도 업는 노릇이다. 거기에서는 다만 한 업는 가치가 잇슬 것이고 무한한 가치를 반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근자에 와서 세속이 달너지매, 헐 수 할 수 업시 이에 가격을 부처 매매는 하지마는, 이는 그리 조흔 일이라고는 할 수 업다.
그래도 조흔 것이면 100원 이상이고 좀 낫분 것이래야 4, 5십원 가량이니 그 재료부터가, 우리 조선 - 동양 사람들이 한가지로 고상한 나무로 처오는 오동(梧桐)나무로 「대」를 만들고 배(梨)나무로 「안족」을 만들고 명주실로 길게 끈을 만들어 잡아 맨 것이니, 보기만 하여도, 조선미가 떠도는 고상한 악기라 할 것이다.
가야금이라고 하면 으레히 산조(散調)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니, 가야금과 「산조」는 서로 떠날내야 떠날 수 업는 관게를 가지고 잇다.
가야금의 근본도 이 「산조」에 잇고 가야금이 조선 고악으로의 특색과 생명도 이 「산조」에 잇다 할 것이다.
이만치 가야금에 잇서서 유명하고도 필요한 산조란 어떤 것인가.
이 산조는 멀니 「신라」나 「백제」때부터 조선 사람이 가지고 내려오는 노래 곡조로서, 이것이 오늘날에 와서는 순전한 조선 음악의 으뜸이 될 것이다.
이 산조 가운데는, 슬픈 곡조로 울여나오는 매듸도 잇고, 또 쾌활하게 울여나오는 매듸도 잇지마는, 대체로 세 가지로 난우고 잇다.
맨 처음에 기-ㄹ게, 느리게 뽑는 매듸를, 「진양」이라고 하며, 그 다음, 족금 느리게 뽑는 매듸를 「중모리」라고 하며 셋재번 아주 쩔게 들니는 마듸에 가서, 이를 「자진모리」 또는 「잔모리」라고 부른다.
「진양」, 「중모리」 「잔모리」, 이 세 가지로 나노우게 된 것은 음율의 고하 장단에 의하야 갈너 노흔 것뿐이고 지금 현대 음악이나, 양악에서와 가치 일정한 무슨 「가사」갓흔 것이 잇는 것이 안이기 때문에 이 「산조」에다는 무슨 노래 곡조를 마춰서 노래 부른다든가, 「병창」으로 합창으로 한다든가 하면 이 「산조」의 신비로운 맛이라든가, 고상한 매력적 힘을 차저볼 수가 업게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병창」이라는 것이 잇는데 이 「병창」에는 「장부한」이나 「노화월」이나, 「명긔명창」이나, 「소상팔경」갓흔 것을 맛춰서 부르는 것이지만, 그 박게도 「츈향가」나, 「심청가」갓흔 것도 거기에 마춰서 부를 수 잇는 것이다.
음악이란 다-그러하지 마는, 더욱이 이 조선 고악 중에서도 가야금은 천재가 안이고는, 참말로 잘 할 수는 업슬 줄로 안다.
내가 이 가야금에 손을 대인지가 30년 넘는 오늘에도 아즉도 내 자신이 생각하여도 아무런 자신이라고는 못 가젓슴을 보아도, 이 가야금이 일견 배우기는 쉬은 듯 하면서도 실은 그 진경(眞境)까지 가기에는 얼마나 어려운 음악인 줄을 알 것이다.
그것은, 이 음악이 일정한 가사나 곡보를 가지고 잇는 것이 안이고, 다만 그 허는 사람의 자긔 독특한 진경을 자긔의 천재와 긔술로 개척하여 가는 음악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 가야금으로 늙어가며, 이것으로 일생을 가치하고 잇지마는 아직도 내 마음에 부족하고 미흡한 데가 만타.
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 가야금을 벗하여 끝을 막는 날에도 나는 참말로 이 가야금의 진경을 차즐넌지 의문이다.
내가 오늘날까지 무릇 30여년 동안을 이 가야금과 동무하여, 밤과 낮을 가리지 안코, 열중하여 내려오는 동안, 나는 「산조」의 「중모리」를 띄울 때가 그 중의 나의 심금을 울닐 때라고 할 것이다. 또한 그 매듸, 그 구절에 가서는 그중 자신을 가지고, 나의 심령은 심미경(眞味境)에서 그냥 넉을 일코 손가락이 제절로 뛰노는 것이다.
이 때의 나의 가슴은 무한히 뛰놀며, 「무아몽중」의 글자 그대로의 심경으로 드러가고 마는 것이다.
그 다음 「병창」으로서는 내 일즉부터 즐겨이 띄우는 <장부한>일 것이다.
「...옥난간에 놉히 올나 인호상이 자작후에 한단침 도두베고 장주호접 잠이 드니 꿈이 또한 생시가치 우수를 놉히 드러 소상반죽 둘너집고 반야청산 드러가니, 산용수세도 조커니와, 초목무성 아름답다 칭칭암절벽 상에 락화로 자리삼고 고금 영응문장열사...」하는 군데에 가서는 내가 오늘날까지 내려오는 동안, 멧 천번 멧 만번을 다시 띄우고 또 다시 띄운들 더욱 그 맛과 그 가경이 나의 마음에 새로운 맛을 도두게 한다.
세태가 변하고 세상 인심이 변하기 전에는 이에 뜻을 두고 관심하는 이들이 만터니만, 이제 오늘에 와서는 너무도, 쓸쓸함을 늣끼게 한다.」
5, 6년 전에는 李完用씨 갓흔 이며, 崔麟씨 갓흔 이들이 가야금을 벗하야 閑日月을 보내드니, 오늘에 와서는 그이들의 소식 조차 잠잠하다.
자고로 「藝人淸貧」이 잇서 그러함인지는 몰나도 내 가야금과 일생을 가치하여 내려오는 동안 실로 그날그날의 생활이 요사히에 와서는 더욱 절박하게 되엿다.
내 만약 빈약하고 천대밧는 이 땅에 태여나지 안헛드래도 내 더욱 「진경」에로 닥거 나가겟거늘, 밤이나 낮이나, 가야금 줄을 잡고 음침한 5척 단간 속에 안즈면, 불우한 이 땅의 「탄금인」됨을 서러할 뿐이다.(沈相健 글, “彈琴名人藝談 - 伽倻琴줄 골너 三十年間” [1935년 11월호 삼천리 제7권 제10호] 서울:삼천리사, 205~208쪽)11>
(2) 가무악 명인 심화영 증언
심화영(沈嬅英)의 증언에 의하면 가야금산조 거장 심상건은 심화영의 사촌 오빠이고 심화영의 조부 심팔록은 피리, 퉁소 명인이었다 한다.
심팔록은 심화영이 태어나기 전에 작고했는데 심화영의 오빠들한테 그 이름을 들었고 심팔록이 피리 명인이었다는 것은 심화영이 모친한테서 들을 수 있었다.
심상건은 가야금산조와 병창, 판소리, 민요에 두루 능했고 가야금병창 가운데 단가 <대장부한>이 장기였다.
심상건은 한성준(韓成俊)의 후손과 혼인하였고 슬하에 1남 7녀를 두었는데 일제 때 딸 둘은 요절하고 막내는 아들 심충구라 한다. 심상건의 자손 중에는 셋째 딸 심태진이 유일하게 국악을 했는데 가야금산조와 병창, 판소리, 승무를 잘했다. 심태진은 1919년 무렵에 태어났고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다.
심상건의 남동생 심후건(농사일)은 한성준의 딸과 혼인하였고 6.25 때 작고하였다. 심화영 또한 한성준 아들과의 혼사 제안이 들어온 적이 있으나 심화영이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는 신분의 사람과 혼인하기 싫어서 거부하였다.
심상건의 작은아버지 심정순(沈正淳)의 본명은 심춘희이다. 심정순은 지금 살아있으면 100세가 훨씬 넘는다. 심정순은 판소리, 재담, 가야금 풍류와 산조, 병창, 민요, 양금, 단소에 두루 능했다. 심정순은 충남 서산군 서산읍 읍내리 학돌재에서 태어났다.
심정순은 50대 후반에 서울 숭인동에서 살다가 중풍에 걸려 서산읍으로 이사하여 뒷절 근처에서 살다가 서산군 읍내리 옛쇠전 앞 지금 읍내리 1구로 이사하여 살다가 작고했다. 심정순은 심화영이 27,28세 무렵(1940년 무렵)에 작고했다.
심정순은 형 심창래와 동생이 하나 있었다. 심정순의 형 심창래는 심상건의 아버지인데 국악인으로 행세하지 않았다. 심화영의 증언에 의하면 심창래는 국악을 배운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심창래는 심화영이 태어나기 전에 일찍 작고했다.(1900년 무렵) 그래서 심정순이 조카 심상건을 데려다 키우며 국악을 가르쳤다 한다. 심화영은 심정순의 동생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하는데 심정순의 동생은 농사를 지었다 한다.
심화영의 증언에 의하면 충남 서산군 태안에 이고창이라는 벼슬한 갑부가 있었는데 풍류를 좋아해서 이고창의 집에 국악인이 많이 드나들었다 한다.
당시 명창 심정순의 집안은 서산에서 식당을 했는데 여러 명인 명창들이 이고창의 집으로 가다가 그 근방에 있는 심정순의 집에 자주 들렀다. 심정순은 이동백, 김창룡, 한성준과 가까운 사이였다.
심정순, 이동백, 김창룡, 한성준 같은 옛 명인들은 충청도 국악인들끼리 통하는 은어를 사용했으나 심화영은 그런 말을 잘 모른다고 한다.
심화영의 어머니 윤모씨(尹某氏)는 심정순보다 10세 연하(1883년 출생)인데 15세 때(1898년) 심정순과 혼인하여 심화영의 나이 20세 때(1933년) 작고했다. 심정순은 슬하에 심재덕, 심재민(2남)과 심매향, 심화영(2녀)을 두었다. 심정순은 두 번 혼인하였는데 심재덕과 심재민, 심매향, 심화영은 배다른 형제라 한다.
심재덕(沈載德)은 가야금 풍류와 산조, 병창, 판소리, 해금, 거문고, 단소에 두루 능했다. 심재덕은 처음에는 국악을 하지 않았고 중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국악을 배웠다. 심재덕은 심상건의 가야금 산조와 병창을 어깨 넘어로 배웠다. 심재덕은 이화여대 강사와 대한국악원 이사로 있었고 1960년대 후반에 작고했다.
심재덕은 자신이 불렀던 판소리 사설을 필기하여 정리한 바 있는데 심재덕 작고 후 후손들이 그 창본을 분실했다. 심재덕은 슬하에 1남 3녀를 두었는데 아들 심현구는 일제 때 행방불명 되었고 심재덕의 막내 딸은 대중가수 심수봉이다.
심재덕의 동생 심재민(沈載珉)은 심재덕(1899년 출생)보다 2세 연하(1901년 출생)이고 농사를 지었다. 심재민의 아들 심상구는 현재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심매향은 심재덕보다 8세 연하(1907년 출생)이고 심매향은 심화영(1913년 출생)보다 6세 연상이다. 심매향은 가야금 산조와 병창, 판소리, 잡가, 무용에 두루 능했다. 심매향은 아버지 심정순에게 국악을 배웠다. 심매향(沈梅香)의 본명은 심혜영(沈惠英)이다. 심매향은 심화영의 나이 14세(1927년) 무렵에 배탈이 나서 작고하였다. 심매향의 자손은 없다.
심화영은 1913년 음력 8월 4일에 서울 파고다공원 뒷동네(종로구 익선동)에서 태어났고 4세 때 온양으로 이사하여 온양신창학교를 다녔고 3학년 때 서울 종로구 관철동으로 이사하여 이화학당을 다니다가 1년 후에 충남 서산군 서산읍 읍내리 1구로 이사하여 살았다. 심화영의 본적은 충남 서산이다.
심화영은 소학교를 졸업하던 13세 때부터 틈틈히 오빠 심재덕에게 판소리를 배웠다. 심화영이 심재덕에게 배운 것은 단가 <백구타령>, <어화청춘>, 춘향가와 심청가 바탕소리, 흥보가 중 <저 아전>이다. 심화영은 18세 때 온양 신창에서 지용구에게 양금을 배웠다.
심화영은 20세 무렵에 강경에서 젊은 소리 선생에게 판소리를 배웠고 충청도 출신의 김모(金某) 할아버지에게 서산에서 일주일 동안 시조를 배웠다. 그리고 심화영은 방모씨(方某氏)에게 심청가를 배웠고 충청도 사람 방영래에게 무용을 배웠다. 심화영이 20세 무렵에 방영래는 50대 중반이었다.
심화영은 젊었을 때 심재덕의 소개로 이북 청진에서 권번 소리 선생을 했다. 심화영이 청진에서 권번 소리 선생을 할 때 방영래, 심재덕도 함께 권번의 선생으로 있었다. 심화영은 20대 때 여러 지방에서 생활하다가 32세(1945년)에 서산으로 가서 여생을 보냈다.
심화영은 1946년에 송운석(농악)과 혼인하여 식당을 경영한 바 있고 심화영의 남편은 1982년에 작고했다. 심화영은 노년에 서산 시내 놀이터에 있는 노인정 ‘양유정’에서 국악을 가르쳤다. 심화영은 슬하에 3남 2녀를 두었다.
심화영이 노년에 부를 수 있는 소리는 단가 <백구타령>, <어화청춘>, <만고강산>, 판소리 춘향가 중 <초입>(절대가인), <방자 나귀 안장 짓는 데>(간략), <적성가>, <금출지 내력>, <그른 내력>, <천자뒤풀이>(자시에 생천>, <긴 사랑가>(만첩청산), <자진 사랑가>, <‘정’자 노래>, <이별가>(왼갖 생각), <춘향모 탄식>, <허허 이게 웬말이냐>, <오리정 이별>, <쑥대머리>, <어사 출도>, <과부 등장 나가는 데>, <이화춘풍>, 심청가 중 <범피중류>, 흥보가 중 <저 아전>, 남도민요 <보렴>, <육자배기>, 구음, 시조 몇 수였다.
심화영이 배운 춘향가에는 <춘향집 경치>와 <‘궁’자 노래>가 없고 춘향과 이도령이 춘향모의 허락을 받고 사귀는 사설로 배웠다.
심화영의 말에 따르면 구음은 배워서 하는 게 아니라 하며 본인은 <육자배기>의 경우 특별한 스승의 지도 없이 강경의 어느 소리 교습소에서 어느 남자 사범이 가르치는 걸 곁에서 듣고 그땐 정신이 좋으니까 곧바로 자기 것으로 만들었고 또 이화중선의 공연과 음반을 접하고 금새 따라 부를 수 있었고 그리하여 그 소리를 터득하였다.
심화영은 1999년 12월 충청남도 지정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았다. 심화영은 노년에 승무를 배우러 오는 이들이 많아 분주하게 후진 양성에 힘썼다.(1995년 5월 15일, 1995년 5월 19일, 1998년 7월 8일, 1998년 7월 16일, 1998년 10월 2일, 2005년 3월 24일 충청남도 서산 심화영 자택에서 심화영 명인이 노재명에게 증언한 내용 / [‘심상건 가야금산조와 병창’ 음반 해설서] 노재명 기획·집필, 서울:엘지미디어·LG소프트 제작, LGM-AK005, 2CD, 1928·1930년 녹음, 1995년 제작, 노재명 글 “심상건 일가에 대한 심화영의 증언” 24~25쪽 / 문화관광부 선정 2004년 8월의 문화인물 김창조의 달 기념 특별 기획 전시회 도록 책자 [악기로 노래하는 삶의 이야기] 서울:국립국악원, 2004년 8월 3일 발행, 비매품, 88~92쪽 노재명 글 “산조·산조인 심화영 편”)
(3) 심화영·이보형 대담
이보형: 그러고요, 이, 심정순 이 어른은 형제간이 몇, 몇이
심화영: 삼형제에요. 우리 아버지가 가운데에요.
이보형: 예, 그러고 심, 심, 그니까 심상건씨 아버지 되시는 이 양반도 가야금 했어요?
심화영: 그 양반은 안했어요. 아들이 했지.
이보형: 가야금 안했단 말이죠? 그러면 이 심상건씨 아버지는, 아버지 되시는 그 심창래 이 어른은 무슨 학습이 하나도 없어요?
심화영: 없어요.
이보형: 소리도 안하시고?
심화영: 안하시고 안방 샌님이셨죠 그냥.
이보형: 예, 그러면 이 심상건씨는 가야금을 누구한테 전해 배웠나요?
심화영: 그러니깨 자기 자작으로 했지요. 자작으로 해 가지구.
이보형: 병창은 그럼 심정순 어른한테 배웠겠군요?
심화영: 아니쥬, 그렇죠. 인제 대개 쪼끔 들었을 테지유. 많이, 많이 아버지(심정순) 저기가 있쥬.
이보형: 심상건씨는 병창은 심정순 어른한테 배웠다고 그래요?
심화영: 병창은 배지는 않구 자기가 인제 자작으루.
이보형: 자득했어요?
심화영: 자득을 허지유. 자득해 가지구 그 냥반 산조는 오늘 허문은 내일이문 또 틀리구 딴 곡이 나와유.12>
이보형: 예.
심화영: 자유자재유 아주.
이보형: 그 심상건은 그, 산조를 자득했단 말이죠?
심화영: 네.
이보형: 예, 선생이 없어요?
심화영: 예, 그 양반은 배운 선생이 없시유. 그냥 삼십년을 했응깨 기냥.
이보형: 예, 그러문 심정순 이 어른은 인제 소리하고 병창을 하셨는데 그 심정순 어른은 아드님을 몇이나 두셨나요?
심화영: 그러니깨 형제요. 형제, 딸 형제 뒀다가 우리 언니는 도로 죽었죠.
이보형: 그러면 제일 우에가 누구에요? 그 따님이었나요, 아드님이었나요?
심화영: 아들 재덕씨.
이보형: 예.
심화영: 그 양반도 국악의 가야금산조 다 했지유.
이보형: 예, (심재덕씨가) 중학교 나오고 그, 그러문 이 심재덕 이 어른은 그 심정순 그 어른한테 저, 가야금 같은 거 배웠나요?
심화영: 배운 게 아니구 그 양반두 들어 가지구. 그러구 인제 그 심상건씨는 잘 가르쳐 주지를 않아유. 조끔은
이보형: 예, 그러면.
심화영: 듣구서 감으루 그저 자가 취미 있으니깨.
이보형: 심, 심재덕씨, 으, 심재덕씨두 가야금 하셨잖아요?
심화영: 가야금산조두 잘하구
이보형: 근데 누구, 그냥 자득을 했어요? 누구한테, 누구한테 배웠어요?
심화영: 아유 배우진 않구 자득했어요. 그 양반두 듣구 형님한테 듣구서 산조두 듣구서 그냥 해서 잘했지요.
이보형: 그러문 저기 저, 심상건, 사촌 형님한테 듣고
심화영: 그렇지요. 근디 승질이 쪼끔 좀 우리허군 달라 가지구 가르쳐 줄 저기가 없시유, 제자가.
이보형: 저, 심, 심상건씨가요?
심화영: 예, 제자가 없시유. 그래 그 뭐여 그 전에는 왜 저기 저, 테레비가 아니구
이보형: 예, 유성기요?
심화영: 방송국에, 방송국에 가 가지구서는 장구도 고수로 가구 저, 오빠(심재덕), 오빠는. 사춘 오빠(심상건)는 가야금 허구 있는데 거기서 아마 뭘 했든 모양이여.13> 다시는 나 가야금 아주 우리 형님 죽을 때까정은 안는다구 했슈 오빠가.
이보형: 예, 하하하. 그런데 그, 심, 심상건씨두 제가, 저, 60년대 초에 그 명동에 있는 극장, 거기서 허는 거 봤어요. 그 때 신쾌동씨는 젊었을 때고 심상건씨 아주 극노인이고
심화영: 흐하하하하하.
이보형: 박록주씨랑 모두 공연 하는 걸 뵜는데
심화영: 지금 그(심상건) 딸이 미국 있다가 올해, 올핸가 올 봄엔가 언제 왔다 갔어요. 개두 잘허지.
이보형: 그럼 누구 제로 해요?
심화영: 오, 오빠(심상건)헌테 배웠으니깨 아부지(심상건). 아마 이 88올림픽에 한번 온다고 했는데 지금두 여전히 가야금 타죠.
이보형: 가야금 잘해요?
심화영: 예.
이보형: 그러문
심화영: 참하쥬 개두.
이보형: 그, 이, 심상건씨 따님이라면 누구에요?
심화영: 태진이, 심태진이.
이보형: 근데 이, 심상건씨는 아드님은 없었어요?
심화영: 아들이요? 아들 하나 있어요. 다 미국 그 식구들 다 가구 없어요, 지금 여기.
이보형: 그러문 아들 하나 하고 그럼 딸이.
심화영: 딸이 지금 오형제에유.
이보형: 아이고, 제일 우에가 아들 보셨.
심화영: 태산이죠, 딸이쥬. 나하구 두 살 아래유.
이보형: 태산이구요. 예. 그러구요 태산이고
심화영: 고 밑이가 태경이구.
이보형: 태겸이요?
심화영: 태경.
이보형: 태경이고 그럼
심화영: 고 밑이가 태진이구.
이보형: 태진이고요.
심화영: 고 다음이 태분이지 아마.
이보형: 예.
심화영: 태분.
이보형: 태분이고요.
심화영: 태, 태분.
이보형: 예.
심화영: 그 다음에 태 뭐였더라.
이보형: 막내가요?
심화영: 예.
이보형: 으, 아들은 몇 째, 어디에.
심화영: 아들이, 딸 낳구서 아들 낳는지 그렇게 됐을껴 아마.
이보형: 근데 그, 아들은 이름이 뭐에요?
심화영: 현구.
이보형: 현주요?
심화영: 현구유.
이보형: 현구. 아들은 하나뿐이단 말이죠?
심화영: 하나지유.
이보형: 그러면은 이 따님 중에서 국악 하신 분은 어느 분이었어요?
심화영: 태진이.
이보형: 태진이.
심화영: 셋째 딸인 거 같에요.
이보형: 예, 그 가야금 했어요?
심화영: 가야금, 가야금. 다 해요.
이보형: 가야금 하고 또 소리도 하고요?
심화영: 소리도 하고
이보형: 예.
심화영: 춤도 추고
이보형: 춤 추고
심화영: <승무> 배웠으니깨.
이보형: <승무>는 한성준 선생한테 배웠나요, 딴 분한테 배웠나요?
심화영: 한성준씨한테도 했나? 그건 잘 모르겄어유 잘. 나하구 같이 안했.
이보형: 그러면 여기 저, 이, 태산 그 어른은 학습을 안하시고?
심화영: 안하지요. 그 냄편네가 또 선생이지.
이보형: 누군데요?
심화영: 물르겄어유.
이보형: 예, 국악인, 국악 선생이
심화영: 국악, 국악 선생이 아니구유.
이보형: 예, 그럼 그러문 첫째 따님두 학습 안하셨구 태경씨두?
심화영: 둘째두 몰르구유.
이보형: 안했구요. 그럼 셋째 딸만 이제 소리 하구.
심화영: 예.
이보형: 넷째 태분씨도 안했어요?
심화영: 안했시유.
이보형: 막내두 안하구요?
심화영: 예, 막내두 안하구.
이보형: 아드, 아드님은?
심화영: 아드님두 소리 못히요.
이보형: 아드님두 안하셨구. 아, 그러구요 그러면 이 분들은 전부 아들이랑 다 미국 갔어요?
심화영: 다, 다 갔어요.
이보형: 막내까지요?
심화영: 예.
이보형: 심재덕씨는 아드님 계세요?
심화영: 예, 6.25 때 죽었시유.
이보형: 그럼 그 뒤 후손에서 누가 학습하는 사람은 없구요?
심화영: 예, 없어유. 딸덜은 있어두 전부 여기는 반대루 나갔어유. 흐하하하하.
이보형: 네, 그럼 사촌 오빠라고 하면 여기 저, 심상건씨를 데려다 길렀어요?
심화영: 그르니깨 아버지두 돌어가시구 어무니두 그르니깨 결국은 어무니가 많이 돌봤지유.
이보형: 심상건씨를요?
심화영: 예. 그르니까 장가 갈 때두 참 불쌍하게 가구 그렇게 자기 자수성가한 거죠.
이보형: 예, 그러면 사실은 그 심상건씨는 그러면 그, 아버님(심화영 부친 심정순)이 돌봐 주신 거나 마찮가지네요.
심화영: 맞쥬, 맞지유.
이보형: 그러다가 이제 가야금 자득해 가지구 서울로 와서 활동한 거군요.
심화영: 그렇쥬. 그래 가지구 온양서 살았시유.
이보형: 그런데 그, 그런데 그, 저, 심상건씨 이력서허고 심재덕씨 이력서를 봤드니 모두 다 저, 아산으로 돼 있드라구요.
심화영: 아산이유. 원래가 아산.
이보형: 그러면 왜 아산? 아산.
심화영: 거기서 띠질 않구서 거기다 그냥 놔뒀지유.
이보형: 근데 왜 아산으루 이사 갔지요?
심화영: 온양서 인저 서울서 해 가지구 온양으루 가서 살았지유, 서울서.
이보형: 서울에 있다가 온양으로 가서 살았어요?
심화영: 여기서 인저 낳아서 다 커 가지군 다 각자루 나섰시유. 서울서 있다가 인저 거기루 이사 왔지유.
이보형: 왜 아산으로 갔었는지 모르겠어요.
심화영: 몰르겄시유. 뺑뺑이 돌았던 거.
이보형: 아산으로 본적이 돼 있드라구요. 나중에 그 심재덕씨나 심상건씨는 모두 서울서 돌아가셨는데
심화영: 예.
이보형: 본적은 아산으로 돼 있드라구요.14>
심화영: 왜 본적이 돼 있는지, 민적에는 살아있는 걸루 돼 있데유. 다 서울서 있을 때 했는디 어트케 돼서 그렇게 됐는지 몰라유. 아주 복잡해유, 우리 집이.(대담 시기:1988년 7월, 대담 장소:충청남도 서산 심화영 자택, 참석:심화영·이보형·김춘식·심화영 가족, 채록·정리·주석:노재명 / 노재명 편저 [중고제 판소리 흔적을 찾아서] 서적, 서울:도서출판 채륜, 2012년, 140~161쪽)
(4) 국악학자 이혜구 증언
나는 어떤 음악을 할지 위태스런 선생의 마음을 즐겁게 하여 될수록 좋은 음악을 얻어내기로 정하고 가야금을 배우기 전에 우선 술상을 내 서재에 들여와 선생의 얼굴이 불그레해지고 그의 입이 싱그레 웃음을 지을 때까지 참을성있게 기다려야 했다. 이제는 되었다고 판단을 하면 곧 그에게 먼저 몇 곡을 타게 하고 들은 것 중에 내가 좋아하는 대목을 가르쳐 달라고 어리둥절해 하는 선생을 졸랐다. 그렇게 장시간 걸려 배운 음악의 분량은 하루에 겨우 한 장단에 불과하였다. 선생이 간 뒤에 나는 배운 散調 토막을 5線譜에 적어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느 날 무슨 얘기 끝에 나는 一字無識의 그 선생에게 가야금의 어디가 좋아서 그렇게 40 평생 散調로 사느냐고 물어보았다. 의외의 물음에 그 선생은 얼른 대답을 못하였다. 大學을 졸업한 音樂人도 음악의 어디가 좋으냐는 물음에 즉시 대답하기 어려울텐데 普通學校도 다니지 못한 그에게 그런 어려운 답을 요구한 것을 주인은 미안하게 생각하였다.
눈을 감고 생각하던 그는 눈을 뜨면서 천천히 “죄고 푸는 그 맛이 좋죠”라고 대답하였다. 나는 그 죄고 푼다는 것이 실제 음악에 있어서 어떤 것이냐고 거듭 물었다. 그 선생은 口音으로 ‘따아징 따징따징’(즉 音이 4度 위로 올라가는 것을 漸急으로 반복하는 것)을 부르면서 그것이 죄는 예이고 ‘징지징 당둥당’(즉 5度 위에서 音이 툭툭 떨어지면서 漸弱으로 세력이 약해지는 것)이 푸는 예라고 가르쳐 주었다. 學校도 다니지 못한 韓國人의 입에서 나온 바로 그 ‘죄고 푼다’는 말이 저 외국의 학자가 새로 제창한 自律的 音樂 美學에서 말하는 ‘緊張과 弛緩’과 그 뜻에서 완전 일치한다.
나는 西洋學者가 쓴 自律的 音樂 美學이란 대목을 읽고 나서 沈相健씨의 그 ‘죄고 푼다’는 말이 문득 생각났을 때 音樂에 대한 그 두 설명 방법이 일치한데 놀랐다. 그 한국인은 一字無識이지만 수 십년의 音樂 체험으로 음악이 몸에 배었고 西洋의 音樂美學者는 많은 理論을 섭렵하고 그것을 비판한 그런 과정에서 차이는 있지만 그 결론에 있어서는 근본적으로 상통하는 점이 있는 것에 놀라고 겉으로는 어리석하게 보이는 沈相健씨의 達眼을 새삼스럽게 높이 평가하였다. 大學에서 배운 어떤 公式을 실례에 비추어 검토해 보지도 않고 그 公式으로 억지로 현실을 설명하려 들다가 자기가 못하면 그가 배운 公式이 옳고 설명 못한 사실이 틀린다고 우겨대는 그런 경망스런 人士보다는 비록 국민학교도 다니지 못하였지만 수 십년의 체험으로 터득한 지식으로 사물을 설명하는 그런 건실한 사람에게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것이었다.(1974년 4월 29일자 [경향신문] “노교수와 캠퍼스와 학생(173) 이혜구 글, 가야금 명인 심상건씨”)
(5) 국악학자 이보형 증언
심상건은 가야금산조를 탈 때마다 고조를 다르게 하기로 유명한데 일동레코드에서 취입한 것은 어찌나 잘 되었던지 시골에서 제비표레코드로 심상건 가야금산조를 듣고 감탄, 심상건을 만나러 한 노인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그러다 심상건이 직접 타는 것을 듣게 되었는데 그 때의 연주는 어찌나 잘못 되었던지 그 노인이 듣다가 그만 가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이보형, “우리나라 고음반 약사-흩어진 소리, 날아간 소리” [음악동아 1987년 6월호] 서울:동아일보사, 279쪽)15>
(6) 가야금 명인 김죽파 증언
문재숙: 할머니 모시고 서울서 두 분이서만 사시면서 그 때 예기 권번에. 그 때 권번 이름이.
김죽파: 조선권번.
문재숙: 조선권번에 적 두시고.
김죽파: 그날 저녁부텀 놀음댕기게 해. 명부를 넘기거든. 예기 권번에 입단이 되면은 각 요정에 명부를 돌려, 새로 온 기생이라 해 가주구. 그랬더니 그날 저녁에 인력거가 와서 가서 댕기기 시작헌 게 늘 댕겼지. 한달, 요정에 댕긴 시간으루 따져서 한달을 통계로 해가지고 시간 많은 사람을 1,2,3,4,5등까지 해서 상, 상금. 상금이 아니라 뭐 패물을 상을 줬어요 1등, 2등, 3등, 5등까지. 2등 헐 때도 있고, 어떤 때는 3등 헐 때도 있고, 1등 헌 때도 있고 그래. 시간으로 따져서 재미있게 살았지, 그 때.
문재숙: 그 때가 선생님 아주 날리셨을 때구나.
김죽파: 그럼 날릴 때지. 그래 가주구 스물 한 살엔가 스물 땐가 내가 취입을 허고 그 취입한 게 산조, 병창, 민요 헌 게 그때 헌 거야.
문재숙: 네, 그 때 산조 테이프가 없는 게 참 섭섭해요.
김죽파: 있었는데 없어져 부렸지.
문재숙: 선생님. 그 <토끼화상>이니 뭐 그런 것들은.
김죽파: <명기 명창>도 내가 했거든.16>
문재숙: 그 때 <명기 명창>은 저 분한테 배웠다 그러셨잖아요.
김죽파: 심상건씨!
문재숙: 심상건씨는 언제 배우셨어요?
김죽파: 서울 올라와서 바루.
문재숙: 예기 권번에 다니면서 그 때 심상건씨한테.
김죽파: 낮이믄 심상건씨가 와서 가르쳐 주고 가고.(1987년 7월 11일 김죽파 증언 녹음 카세트테입 B면 / 문재숙 엮음 [영산회상] 서울:민속원, 2001년, 204~205쪽 부록-김죽파와의 대담에 실린 것)
(7) 경기민요 명창 안비취 증언
심상건은 가야금산조 공연시 다스름이 길었고 영국 갔다가 사온 비옷, 빨간 넥타이를 몇 해 동안 자랑한 바 있으며 재미있는 사람이었다.(1993년 9월 30일 13:00~16:30 서울시 중구 남산동2가 41-1 안비취 명창 자택에서 안비취 명창이 노재명에게 증언한 내용)
(8) 전통춤 명인 강선영 증언
판소리 명고수, 춤·피리·줄타기·땅재주 명인 한성준 학원의 사범으로는 한성준(춤과 장단), 박종기(대금), 김덕진(해금), 심상건·박상근(가야금), 오태석(가야금병창) 등이 있었다.
심재덕이 강선영에게 전화를 하여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실로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심재덕은 강경수 등 강선영의 국악 선조에 대해 이제 세상에 밝히자고 말했다. 강선영은 그 점에 대해 별로 중요성을 못느끼고 아는 것도 별로 없고 해서 그냥 지나쳤다. 그로부터 강선영은 3년 뒤 본인도 자신의 집안 내력에 대해 궁금해지고 심재덕이 무언가 아나 보다 해서 다시 심재덕을 만나야겠다 마음 먹고 전화를 했는데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심재덕은 심상건의 사촌 동생으로 평양권번에서 가야금을 가르치다 한성준을 찾아와 3년간 장단을 배웠다. 강선영은 어려서 심재덕을 ‘아저씨 아저씨’ 하며 잘 따랐다. 심재덕은 강선영이 13세 때 30여세였고 가야금을 잘했다.(2003년 3월 17일 16:00~18:00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리시온빌딩 707호 태평무 사무실에서 강선영 명인이 노재명에게 증언한 내용 / 노재명, “판소리 명고수 강경수의 손녀 강선영 증언 내용” [명창의 증언과 자료를 통해본 판소리 참모습] 서울:나라음악큰잔치 추진위원회, 2006년, 182~190쪽)
(9) 판소리 명창 박동진 증언
박동진은 같은 충청도 출신인 가야금 명인 심상건과 가까웠다 한다.(1995년 5월 17일 15:00∼15:30, 1999년 8월 19일 16:50∼18:10 충청남도 공주시 무릉동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에서 박동진 명창이 노재명에게 증언한 내용 / [월간 국악 2002년 1월호] 서울:국악중심, 노재명 글 “명인 명창 박물관1 판소리 명창 박동진 편”)
(10) 판소리 명창 조순애 증언
조순애는 동일창극단 등 단체 생활에 여념이 없던 6.25 전쟁 발발 무렵 서울 조계사(또는 대각사:불분명함)에서 열린 5명창 추모 합동제사에 참가한 바 있다. 이 제사에서는 스님들이 염불 천도를 해주었으며 추모 공연은 없었고 제사 후 참석자들 전원 식사를 함께 하고 헤어졌다 한다.
이때 강장원, 고일연, 김계룡(?, 단체 사무일 담당), 김광식, 김세준(?), 김유난(?, 국악 애호가), 김윤덕, 김재선, 박귀희, 박도화, 박록주, 박석기, 박헌봉, 백점봉, 백모씨(만담가), 성금연, 성순종, 신숙, 심상건(?), 오태석, 이동안, 이정업, 임유앵 임춘앵 자매, 임종선, 정남희, 정득만, 조봉란, 조상선, 조소옥, 지영희, 5명창의 부인들과 친척 자손 등이 참석했으며 송만갑의 아들 송기덕과 송영덕, 송만갑의 조카 송억봉(송업봉?)은 당시 오지 않았다 한다.(1995.5.21.15:00∼15:20, 1998.7.7.14:30∼18:00, 1998.7.21.21:40∼21:55, 1998.7.22.14:00∼21:00, 1998.8.19.14:00∼18:30, 1998.8.27.13:45∼15:00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4동 조순애 자택 등에서 조순애 명창이 노재명에게 증언한 내용 / [‘조순애의 국악세계’ 음반 해설서] CKJCD-002, 1CD, 1999년 3월 지구레코드 제조. 녹음:1998년 7월 22일 지구스튜디오 A녹음실, 노재명 글 “조순애 명인의 생애와 예술” 8쪽)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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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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