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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한국음악사학보 제48집](서울:사단법인 한국음악사학회, 2012년) 395~407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1962년 한국민요연구회 ‘민요 쇼의 향연’ 인쇄물 자료 해제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 이는 1962년에 정부 기관지인 서울신문사가 주최한 8.15 경축, 독자 위안 공연 ‘민요 쇼의 향연’이라는 행사 안내 인쇄물 자료이다. 본고 맨뒷쪽에 참고로 이 공연 안내 인쇄물 자료 전체를 영인하여 실었다.
◯ 이는 유성기음반(SP)과 장시간음반(LP)이 함께 음반시장에서 대등하게 유통되었던 1960년대 초반 당시 국악계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실증 자료이다. 1960년대 초반 당시 음반에 경서도 민요를 취입한 이은관·안비취·이소향·이은주·김옥심·이진홍·유선녀·노은화·장국심·지연화·강옥주·백운선·심명화·이정렬·이반도화·이벽파(이창배)·묵계월, 정가를 녹음한 김월하, 관악기 연주를 취입한 이충선·이병우 등이 이 ‘민요 쇼의 향연’ 행사에서 공연을 하였다.
◯ 광복 후 1960년대 초반까지 이렇게 대규모로 행해진 국악 공연은 극히 드물다. 당시 정부의 광복절 특별 행사에서 국악 공연 내용이 경서도소리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무형문화재로 경서도소리가 보호되기 이전, 대중음악이었던 건강한 상태의 경서도소리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기록물이다.
◯ 국악계는 예로부터 국악인들의 서열, 선후배 예우가 각별했다. 이 공연 인쇄물 자료에 실려있는 명창들 순서 배열은 기량, 지명도, 연령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겠다. 지금은 전설이 된 당대 고령의 경서도소리 명창이 이 공연에 대거 참여하였으며 인쇄물에 기록된 명단을 통해 당시 국악인들의 위계 질서, 인기도, 서열 등을 알 수가 있다.
◯ 이 행사에서 궁중무용과 정악의 명인 김천흥이 민속 음악인들과 어울려 민속 탈춤을 추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1960년대에 민속 탈춤 공연을 왕성하게 했던 김천흥 명인의 실증적인 활동 자료라 하겠다. 정악과 민속악이 극명하게 양분되어 서로 왕래가 드물고 사이가 좋지 못했던 20세기 중후반의 국악계 분위기에 비한다면 매우 혁신적이고 멋진 사건이라 할 만하다.
◯ 이 원본 자료에는 행사가 개최된 년도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 1962년에 열린 공연이라는 사실은 필자가 2012년 2월 24일 서울신문사 4층 마이크로필름 열람실을 방문하여 1961~1970년 8월의 『서울신문』을 육안으로 검색해서 정확한 해당 년도를 찾아 고증한 것이다.
◯ 이 ‘민요 쇼의 향연’ 행사는 1962년 8월 13~14일에 서울 시민회관에서 한국민요연구회 주관, 도일화학공업주식회사 후원, 주식회사 롯데 협찬으로 열렸다.
◯ 이 공연 안내 인쇄물은 최초 발견시 밀폐된 우편 봉투 속에 두 번 접혀 들어 있었으며 현재 보존 상태는 양호하다. 이는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행사 인쇄물 관리번호 MILIVEP-0173으로 보관되어 있다. 이 자료는 2007년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고서점에서 목격되었으나 판매 가격이 워낙 비싸서 5년간 구입하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2012년 2월 18일에 필자가 구입하여 국악음반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는 1962년 ‘민요 쇼의 향연’ 행사 안내 인쇄물로 지금까지 발견된 것으로는 유일본이다.
◯ 이러한 옛 공연 인쇄물이 희귀한 것은 종이가 얇고 거의 낱장으로 되어 있어서 쉽게 파손되거나 분실되는 경우가 많고 종이 재활용으로도 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반보다 더 귀하다. 이 공연 안내 인쇄물 자료는 이 학술지를 통해 학계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이 공연 동영상이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 이 공연 안내 인쇄물 자료의 크기는 가로 19cm, 세로 27cm이며 자료 면수는 표지 포함하여 총 4쪽으로 되어 있고 종이 재질은 갱지이다.
◯ 이 공연 인쇄물의 1쪽 기록: 8.15 慶祝, 讀者 慰安 ‘民謠 쇼’의 饗宴
日時 8月 13.14 兩日間, 場所 市民會舘
主催 서울신문社, 主管 韓國民謠硏究會, 後援 都一化學工業株式會社
◯ 이 공연 인쇄물의 2쪽 기록: 出演陣
1.民謠部: 李殷官 安翡翠 李少香 金月荷 李銀珠 金玉心 李眞紅 劉仙女 盧銀花 鄭奉仙 張菊心 池蓮花 尹一技紅 朱鶴仙 姜玉珠 白雲仙 沈明花 金仁順 金永順 崔明月 李貞烈 李半島花 黃芝蕙 李銀美 李碧波 鄭九岩 池花子 柳美榮 李孝信 崔敬姬
1.舞踊部: 金千興 金曉山 許又雪 金英子 朴雪子 許俊順 金奉仙 金花子 外 35名
1.器樂部: 李忠善 李炳祐 外 20名
(하단: 주식회사 롯데 껌 바브민트, 쿨민트 광고)
◯ 이 공연 인쇄물의 3쪽 기록: 公演 順序
作曲 李炳祐, 司會 朴天福 朴海一 李蓮紅
第1部
1.산타령 - 이진홍 외 전원
2.산염불 - 묵계월 유선녀 백운선 심명화 노은화
3.배따과기 - 이은관 외 전원
4.살풀이 - 김영자
5.관산융마 - 김월하
6.수심가 - 정영실 이옥화
7.어랑타령 궁초댕기 - 윤일지홍 장국심 정봉선 최명월 장국심 주학선
8.정선아리랑 - 안비취 김옥심 이은주 김인순
9.이별가 - 이은주
10.회심곡 - 심명화 강옥주 안비취
第2部
1.바라무 - K.B.S국악연구생
2.신민요 - 안비취 외 3명
3.양산도 - 이은주 외 5명
4.가야금 합주 - K.B.S국악연구생
5.탈춤 - 김천흥 김효산 외 10명
6.밀양아리랑 - 김옥심 외 7명
7.창부타령 - 묵계월 이소향 지연화
8.신민요 - 장국심 노은화 유선녀
9.경복궁타령 - 이소향 외 전원
◯ 이 공연 인쇄물의 4쪽 기록: 도일화학공업주식회사 ‘두루라’(DRULA) 화장품 전면 광고.
◯ 이 공연 인쇄물 자료의 2쪽 기록 가운데 ‘尹一技紅’은 윤일지홍(尹一枝紅)의 오자이다. 벽파 이창배의 이름이 이 공연 인쇄물 자료의 2쪽에 이벽파라고 되어 있어 주목된다. 이 공연 인쇄물 자료의 3쪽 기록 중에서 ‘배따과기’는 배따라기의 오자이다.
◯ 이 공연 안내 인쇄물에는 악사 이름이 대부분 생략되어 있는데 이름이 명시되어 있는 이충선, 이병우와 당시 함께 많이 활약했던 지영희(해금), 성금연(가야금), 김광식(대금) 등이 같이 공연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공연 당시 이충선은 피리, 이병우는 피리·단소·대금 등의 관악기를 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 1962년 8월 5일자 『서울신문』에 실린 이 공연 예고 기사에 의하면 신민요 5곡이 한양(韓洋) 합주로 공연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양(韓洋) 합주는 국악기와 양악기가 함께 합주하는 것을 의미하고 따라서 국악인과 더불어서 양악인도 이 ‘민요 쇼의 향연’ 공연에 참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국악의 한양(韓洋) 합주는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음반, 공연, 방송에서 유행했던 음악이다. 당시 남한의 국악 한양 합주가 오늘날 북한의 신국악이나 현재 남한에서 유행하는 퓨전국악보다 우수한 점이 있었다. 이러한 시도는 국악기 대가로서 양악기까지 섭렵한 당대 국악 명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하겠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피리·단소·대금·해금·태평소·가야금·소금·양금·생황·오보에·클라리넷·전통춤 명인 이병우(1908~1971년)였다.
◯ 1962년 8월 5일자 『서울신문』에 실린 이 ‘민요 쇼의 향연’ 행사 예고 기사에 의하면 경서도소리, 신민요, 가야금 합주, 무용과 더불어서 가야금병창, 만담, 농악도 공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가야금병창, 만담, 농악은 누가 공연하였는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당시 가야금병창은 박귀희가 공연했을 가능성이 있고 만담은 이 공연에서 사회를 맡은 박천복, 박해일이 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 농악은 당시 서울의 국악예술학교 농악 교사로 있으면서 이 ‘민요 쇼의 향연’ 행사의 출연자들과 함께 많이 공연한 전사섭, 전사종 일행이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
◯ 이 공연의 사회자가 전통 재담에 능한 박천복, 박해일 등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1960년대 당시에는 국악 행사 사회를 전통 재담에 능숙한 만담가가 맡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국악과 어울리는 전통적인 연희 방식의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 1958년부터 1962년까지 문헌, 국악인 증언 등에서 활동 기록이 확인되는 KBS국악연구생이 공연한 실증 자료로서 이 ‘민요 쇼의 향연’ 행사 안내 인쇄물은 귀중하다고 하겠다.
◯ 1955~1957년에 서울방송민요연구회가 있었고 한국민요연구회는 1962년에 조직된 단체와 1969년에 창단된 단체(회장:원충희)가 있는데 이 ‘민요 쇼의 향연’ 공연은 1962년 조직된 한국민요연구회가 주관한 행사이다. 1962년 창단된 한국민요연구회는 1967년 3월 15~16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제1회 민요예술제를 개최하기도 하였다.(1967년 3월 16일자 『동아일보』) 1969년 창단된 한국민요연구회는 1969년 3월 16~17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창립 공연을 열었다.(1969년 3월 13일자 『동아일보』, 1969년 3월 15일자 『경향신문』) 1970년에는 안비취가 한국민요연구회를 재창단하였으며 같은 해에 서도소리보존회가 조직되었고 한국민요연구회(회장:안비취)는 1979년에 운영이 중단되었다. 그러다가 차츰 잊혀진 한국민요연구회를 2006년에 안비취 제자들이 사단법인으로 재창단하여 현재 활동하고 있다.(이사장:김혜란)
◯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주식회사 롯데 껌 바브민트, 쿨민트가 1967년에 처음 출시된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 껌 광고가 실린 1962년 이 공연 인쇄물이 발견됨에 따라 그 껌에 대한 학설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공연 년도가 안적혀 있는 이 인쇄물의 년도를 고증하는 과정에서 그 껌 학설을 참고하여 이 공연을 주최한 서울신문사의 1967년도 『서울신문』을 찾다가 많이 헤맸다.
◯ 이 행사를 주최한 서울신문사는 1950년대 자유당 정권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다가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나자 시위대들이 사옥과 시설을 불태워 일시 정간되기도 했다. 1960년 6월 27일 서울신문사 제9대 사장 오종식이 재건에 주력했지만 재정난으로 1961년 5월 9일 휴간되었다가 5·16 군사정변 후 12월 22일에 다시 속간하였다. 박정희 정권의 지지로 『서울신문』은 정부기관지로 자리잡았다. 『서울신문』은 정부 행사 주최도 하였고 정권의 나팔수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1962년에 열린 이 ‘민요 쇼의 향연’ 공연은 바로 그러한 흐름 속에서 진행된 행사였다고 하겠다.
◯ 본 공연에 대해서 주최측인 서울신문사는 1962년 8월 『서울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를 실었다.
* 1962년 8월 5일자 『서울신문』 ‘民謠 쇼의 향연’ 레퍼토리도 多彩
名唱·名匠만 50名 - 本社 主催, 韓國민요연구회 주관 - 13·14兩日 市民會舘서
서울신문사 주최, 한국민요연구회 주관 ‘民謠 쇼의 향연’의 레퍼토리가 결정되었다.
오는 13·14日 이틀 동안(상오 10時, 하오 12時 30分, 3時) 市民會舘에서 베풀어지는 이 화려하고도 시원한 잔치에는 한국민요연구회의 베스트·멤버 50여명이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벌린다.
신민요 5曲을 펼치는 한양(韓洋) 합주를 비롯하여 가지가지로 엮어진 레퍼토리는 다음과 같다.
[第1部] 백두산타령, 승무, 산염불, 잦은염불, 몽금포타령, 한5백년, 장고무, 관산융마, 정선아리랑, 양산도, 태평가, 탈춤(別山台)
[第2部] 회심곡, 수심가. 이별가·뱃노래, 살풀이춤, 가야금병창, 서도창, 만담, 산타령, 한양합주, 농악
(봉산탈춤 흑백사진 수록, 사진 설명: 민요 쇼에서 공연될 봉산탈춤의 연습도 한창이다)
* 1962년 8월 12일자 『서울신문』 老炎과 싸우는 藝術集團 - 民謠硏究會
우리의 문화 유산을 다시 다듬고 이를 현대 감각 속에 되살리는 흐뭇한 잔치! ‘民謠 쇼의 饗宴’ 개막을 앞두고 50여명의 출연자들은 리허살에 더위를 잊고 있다.
全 12景으로 엮어진 ‘民謠 風俗圖’ 속에는 韓洋合奏를 비롯한 각가지 다채로운 레퍼토리가 담겨있다.
여기 무대에 펼쳐진 것은 <山타령>의 흥겨운 한 장면 名唱名匠이라 불리는 얼굴, 얼굴들이 너울너울 춤을 추는가 하면 합창이 울린다.
“청산의 노송은 너는 어이 누웠느냐 풍설을 못이겨서 누웠느냐” ··· 그 餘韻도 한결 흐뭇하다.
서울신문사 주최 한국민요연구회 주관으로 마련한 이 ‘民謠 쇼의 饗宴’은 13·14日 이틀 동안 (上午 10時 下午 12時30分 3時) 市民會舘에서 베풀어진다.
이 잔치에 출연하는 韓國民謠硏究會의 멤버 약 50여명 가운데는 李炳祐 金玉心 李銀珠 安翡翠 墨桂月 李少香 劉仙女 盧銀花 池蓮花 金仁順 金永順 鄭英順1) 李玉花 등 쟁쟁한 이름들이 끼어있다.
(‘민요 쇼의 향연’ 리허설 흑백사진 수록, 사진 설명: 노래·춤 리허살 한창. 名唱·名匠들 ‘民謠 쇼의 饗宴’ 앞두고)
‘民謠 쇼의 饗宴’ 繡 놓을 얼굴들 - 李炳祐 安翡翠 李銀珠 金玉心 李少香 墨桂月 (6명의 흑백 증명사진 수록)
* 1962년 8월 13일자 『서울신문』 노랫가락에 신바람
- 本社 主催 8.15 경축 民謠 쇼 첫날 - 市民會舘 메운 聽衆들 陶醉
본사가 주최하는 ‘8.15 경축 독자 위안 민요 쇼’의 향연이 13일 상오 10시부터 시내 세종로 시민회당에서 초만원을 이룬 가운데 베풀어졌다. 이날 일찍부터 모시 적삼을 다려 입은 부인네들은 파라솔을 받쳐 들고 장사진을 치며 <수심가>, <정선아리랑> 등 한가락이 끝날 때마다 박수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배조끼를 받쳐 입은 한 노인은 흥겨운 노랫가락에 몸을 저었고 한국민요연구회원들이 부르는 정서 깊은 <산타령>부터 시작된 이 위안회는 부챗살을 입에 물고 흰 수염을 비틀면서 늦더위를 잊었다.
그런데 동 위안회는 오늘 하오에 두차례(12·30분, 3시) 그리고 14일에도 상오 10시, 낮 12시·30분, 하오 3시 등 3차례에 걸쳐 베풀어진다.
(1962년 8월 13일 오전 10시 서울 시민회관에서 열린 ‘민요 쇼의 향연’ 공연 장면 흑백사진 수록, 사진 설명: 시민회관에서 열린 본사 주최 독자 위안 민요 쇼에서 흥겨운 <산타령>에 더위를 잊고 있는 시민들)
◯ 이 해제 글은 2012년 3월 1일 작성 완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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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정영실의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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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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