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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2000년 여름 발매 예정인 '김영택의 국악세계' 음반(CKJCD-003, 1CD, 섭외·기획·해설 집필:노재명) 해설서에 실릴 원고이다.
김영택 명인의 생애와 예술<4>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김영택의 증언에 의하면 황해도 굿에 쓰이는 악기는 대체로 장고(특별히 제조된 것), 징, 제금이 주된 편성이고 피리, 대금, 해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황해도 굿은 무가가 별로 없고 만신이 주로 춤과 공수로서 진행해 나간다고 한다. 김영택은 이북에 있을 때 산이쪽 일에만 전념을 했기 때문에 일제 때 황해도에서 활동한 무당이 누구누구가 있었는지 분야가 달라서 잘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김영택은 일제 때 이동백, 김창룡과 같은 판소리 명창은 보지 못했다 한다. 이북에서는 대부분 남도소리에 흥미가 없어서 별로 알아주질 않았다 한다.
김영택이 일제 때 황해도에서 활동할 당시 삼현육각 악사들은 돈이 넉넉치 않아 특별한 의상을 차려입지 못했고 그냥 있는 옷 깨끗하게 입는 것이 전부였다 한다. 정통 황해도 은률 삼현육각은 피리 한쌍과 대금, 해금, 장고, 북 각각 1개씩으로 구성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쓰이는 장단으로는 긴영산, 중영산, 잔영산, 긴염불, 자진염불, 늦타령, 자진타령과 같은 것이 있다 한다. 이 삼현육각은 대가집 회갑연, 그리고 탈춤, 검무, 승무와 같은 춤의 반주음악 등으로 쓰였다 한다.
일제 때 황해도의 경우, 회갑연의 첫날에는 잔치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부터 길군악을 연주하면서 놀이패가 일을 맡긴 집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회갑집에 도착한 후 재인들은 우선 배불리 먹고 잠시 쉬었다가 회갑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악사들이 자세를 잡고 앉아서 귀빈, 가족, 마을주민들이 춤추고 흥내기 좋도록 긴염불로 시작하여 자진염불-늦타령-자진타령으로 이어지는 삼현육각을 날이 저물 때까지 연주한다고 한다.
회갑연 둘째날인 주인공의 생일 당일에는 분위기에 따라 네종류 가량의 장단 편성으로 삼현육각을 연주한다고 한다. 그 네종류는 긴영산-긴염불-자진염불, 긴영산-긴염불-자진염불-늦타령-자진타령, 긴영산-중영산-잔영산-긴염불-자진염불, 긴염불-자진염불-늦타령-자진타령이라 한다. 회갑을 맞은 주인공이 밥을 먹을 때, 잔을 받을 때, 절을 받을 때 등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각기 다른 장단 편성으로 연주를 하는 것이라 한다. 예를 들면 회갑의 주인공이 밥을 먹을 때는 식사 시간의 길이에 따라 앞서 언급한 네종류의 장단 편성 중 상황 판단을 하여 긴영산-긴염불-자진염불, 긴영산-중영산-잔영산-긴염불-자진염불 가운데 적절히 선택해서 즐거우면서도 차분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연주를 해준다고 한다. 이같은 삼현육각 연주는 점심 식사 때부터 오후 늦게까지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회갑을 맞은 주인공이 생일밥을 먹기 이전에 먼저 행하는 절차는 검무라 한다. 이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살풀이의 뜻으로 액을 물리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차원에서 치루는 것이라 한다. 이때 회갑연 주인공이 흥이 오르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장삼을 입고 고깔을 쓰고 삼현춤을 춘다고 한다.
김영택의 증언에 따르면 일제 때 황해도에서 누구나 보편적으로 쓰던 말 가운데 국악과 관련된 것은 다음과 같다 한다. 남자 무당은 화랭이, 여자 무당은 만신, 탈춤은 탈춤, 탈춤 추는 사람이 하는 말과 창은 불림, 창은 소리, 추임새는 추임, 풍물굿(농악)은 덜뇌리, 풍물패는 굿중패, 장고는 장고, 피리는 피리, 대금은 젓대, 해금은 행금, 삼현육각은 샘현, 연주자는 잽이, 쌍피리 연주자 중 기량이 더 뛰어난 이는 상잽이, 그 아래 수준의 피리 악사는 곁잽이, 작대기 놀음은 작대기재주, 땅에서 딩구는 놀음은 땅재주, 줄 위에서 재주부리는 것은 줄타기라 했다 한다.
땅재주, 작대기재주, 줄타기를 통틀어서 살판이라 했으며 이런 재주를 부리고 서도소리, 악기 연주, 탈춤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은 광대 또는 재인이라 했다 한다. 살판 재주꾼들과 재담을 하면서 장고를 반주하는 이나 서도창의 장고잽이는 고수라 했다 한다. 재인은 재주가 많은 사람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생성된 말이라 한다.
그리고 황해도의 장단 이름으로는 긴영산, 중영산, 잔영산, 긴염불(또는 긴도도리), 자진염불(또는 자진도도리), 늦타령(또는 봉완사), 자진타령(또는 허튼타령), 당악, 돔부리, 자진머리, 굿거리, 모여리, 패고장단 등이 있었다 한다.
작대기재주와 땅재주는 귀인 행차시 길군악 장단에 맞춰 반주를 하면 길옆 한편에서 구경거리로 하거나 따로 공연거리로도 했던 놀음이라 한다. 작대기재주꾼과 땅재주꾼 옆에서는 어릿광대가 손짓(맨손)과 몸짓으로 사람들을 웃겼다 한다.
작대기재주시 특별한 의상은 입지 않고 그냥 있는 옷 중에서 깨끗한 것을 차려입고 했다 한다. 이 재주는 땅바닥부터 턱 밑까지 올 만큼의 작대기 하나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 한다. 황해도 땅재주 기술로는 물레걸음, 거위걸음, 숭어밸뛰기 등이 있었다 한다. 땅재주를 공연으로 보여줄 때는 재주꾼이 고수와 재담을 나누고 귀인 행차시에는 말없이 재주만 부린다 한다.
줄타기에는 ‘따옥심’이라는 고난도 기술이 있는데 이는 오로지 김오돌과 김모씨 두사람만이 할 수 있었다 한다. 이밖에도 줄 위에서 물동이 이고 걷기, 병신 걸음걸이 모방 등의 줄타기 기술이 있었다 한다. 줄타기 광대는 재능에 따라서 중간중간에 즉흥적으로 다음엔 어떤 장단으로 간다고 ‘갈기고’나서 재주를 보였다 한다. 줄타기 반주는 자진타령(허튼타령)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
일제 때 이북에서는 해금을 주로 ‘행금’이라 했으며 간혹 ‘깡깽이’라고도 했으나 ‘깡깽이’는 김영택이 서울 와서 많이 들은 말이라 한다.
늦타령(봉완사)은 은률탈춤에서 영감이 연희무대에 등장하는 장면 등에서 쓰는 장단인데 김영택이 인간문화재가 된 후 은률탈춤 공연 모습을 살펴보다가 영감 등장 때 자진타령으로 잘못 반주하는 걸 목격하고 이를 올바르게 교정해 놓았다 한다. 늦타령의 경우에는 회갑연의 삼현육각 연주와 탈춤 반주가 서로 매듭부분이 약간 다르다고 한다. 봉완사는 시나위와 다른 음악이라 한다.
당악은 해주검무의 상당부분(춤꾼들이 칼을 들고 일어나서 춤추는 장면의 대부분)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단이라 한다. 해주검무에서 춤꾼들이 앉아서 칼을 잡기까지는 늦타령 반주로 하고 연풍대를 돌 때는 ‘덩-/덩기/덩-/딱궁’하는 타령 장단이 연주된다고 한다. 해주와 평양의 검무 반주를 서로 비교해 보면 장단은 거의 같지만 삼현육각 가락이 다르다고 한다.
패고장단은 자진타령과 거의 같은 것으로서 작대기재주, 줄타기, 땅재주에서 쓰이며 장고 구음으로는 ‘땅/-/닦/이, 땅/-/닦/이’라고 한다.
황해도 길군악은 귀인 행차시 연주하는 것으로서 돔부리(돌장단)로 시작하여 행진을 하고 목적지에 도달하면 자진모리(만장단)를 연주하고 나서 끝을 맺는다 한다. 길군악의 악기 편성은 태평소, 꽹과리, 징, 북, 장고라 하며 장단의 변화 및 시작과 끝맺음을 조절하는 일은 꽹과리 연주자가 담당한다고 한다. 만장단은 여러 서도소리에서도 쓰이는 것으로 장고 구음으로는 ‘덩-/기덩/드락/구-’ 또는 ‘덩-/더러/덩닥/구-’라 한다.
김영택의 말에 따르면 은률 삼현육각 연주에 주로 쓰는 피리청은 삼관청과 오관청이고 서도소리의 경우엔 부르는 사람에 따라서 각기 다른 청으로 맞춰 주는 것이라 한다. 김영택이 지닌 피리 연주기법은 목튀김, 졸름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목튀김은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 잘하는 이들의 연주를 많이 듣고, 또 멋과 재주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구사하게 되는 것인데 일제 때 황해도 산이들은 70∼80%가 이 기교를 부릴 줄 알았다 한다.[계속]
2000년5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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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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