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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명창 송만갑 첫 녹음 <농부가> 유성기음반(1907~1908년 무렵 녹음 쪽판)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1907~1908년 무렵 녹음, 1908년 경에 제작된 판소리 명창 송만갑의 첫 녹음 <농부가> 유성기음반이 발견되었다. 이는 한쪽 면에만 소리가 새겨져 있는 초창기 음반인 일명 '쪽판'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 녹음되고 미국 음반회사에서 제작되었으며 북 반주자는 미상(강경수일 가능성 있음), 총 수록시간은 3분 3초, 제작사와 음반번호는 'Victor Record 13536'이다.
미국 빅타음반회사에서 제작된 이 송만갑 <농부가> 유성기음반 레이블에 1895년 2월 19일부터 1908년 8월 11일까지의 음반 제조 관련 각종 특허번호가 기록되어 있는 점, 1910년 한일병합 이전의 국가명 '한국‘이라는 글자가 인쇄된 점, 양면판이 아닌 초기 쪽판으로 만들어진 점, ‘PRICE 60￠ - in U.S.A.’라고 표시되어 있는 점, 1915년 미국 빅타음반회사의 한국음악 양면판과 레이블 디자인·제품번호 체계가 다른 점 등으로 봐서 미국 빅타음반회사의 이 송만갑 <농부가> 쪽판은 1907~1908년 무렵 녹음, 1908년 경에 제작된 것이라 하겠다.
한국과 미국의 거리, 당시 교통 상황, 그리고 미국 음반회사가 그 무렵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음악을 유성기음반으로 제작한 점 등을 고려해 봤을 때 멀리 한국까지 와서 몇 사람의 한국음악만 녹음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가서 음반으로 제작하지 않고 경비 절감, 효율성 등의 차원에서 인근 나라들에도 들려 녹음한 후 미국으로 갔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이 송만갑 <농부가>가 미국 빅타음반회사에서 1908년 경에 제작되었더라도 그 녹음 시기는 1907~1908년 무렵일 것이라고 판단된다. 즉, 미국 빅타음반회사는 1907년 한국음악 음반을 녹음한 미국 콜럼비아음반회사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한국음악 음반 녹음을 했다고 생각된다.
미국 빅타음반회사의 이 <농부가> 쪽판 레이블에 판소리 명창 송만갑을 '창부'(唱夫)라고 표현한 부분이 주목되는데 당시는 음반, 신문 등에 판소리 명창을 창부라 칭한 기록들이 많다.
이 음반은 국악음반박물관에 의해 처음 발굴되었고 지금까지 단 1장 발견되어 현재 국악음반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는 1908년 무렵 제작된 판소리 명창 송만갑의 유성기음반으로는 유일하게 발견된 음반이다. 이 유성기음반 사진을 여기 국악음반박물관 홈페이지(http://hearkorea.com) 명인실에 공식적으로 최초 공개하는 것이다.(2010년 12월 1일)
판소리 귀명창이기도 했던 고종·순종은 일찍이 송만갑·이동백 같은 명창들의 유성기음반은 장차 조선의 국보가 될 것이고 이들의 판소리야말로 조선이 지닌 최고의 재산이며 자랑이라 하였다.
특히 1907~1908년 무렵 국창 송만갑 최초의 녹음인 이 <농부가> 유성기음반 쪽판 같은 경우가 바로 그러한 국보급 음반이라 생각된다.
한국음악 녹음 역사 초기에 해당되는 1896년~1900년대 후반에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 음악가들이 취입한 유성기음반 중에서 이 송만갑의 <농부가> 쪽판 음반이 가장 명반으로 평가된다.
1908년 무렵 제작된 이 송만갑 <농부가> 쪽판은 당대 음악 기량이 단연 뛰어났던 국창 송만갑의 첫 녹음이자 그의 장기였던 곡이고 이는 판소리 역사상 최초의 녹음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 유일하게 발견된 이 송만갑 <농부가> 쪽판의 상태 또한 파손된 부분 없이 새 음반이나 다름 없이 깨끗하다.
음악적 완성도, 당대 최고 음악가의 첫 녹음이자 장기로 했던 곡이라는 점, 판소리 장르의 최초 녹음, 초희귀성, 극히 양호한 음반 상태 등의 측면에서 이 송만갑 <농부가> 쪽판은 지금까지 나온 모든 국악 녹음집을 통틀어서 가장 기념비적인 음반이고 가히 국보라 할 만한 것이다.
송만갑은 말년에도 성량이 풍부하고 통성의 힘이 여타 명창에 비해 월등히 좋았다. 그런데 그의 가장 젊었을 때 녹음이라 할 수 있는 1908년 무렵에 제작된 이 <농부가> 유성기음반을 들어보면 통성이 더욱 엄청나게 강하게 나온다. 이 녹음 당시 송만갑(宋萬甲, 1865~1939) 명창의 나이 43~44세 정도였다.
송만갑은 1900년대 후반부터 1926년까지 20여년간 다음과 같이 <농부가>를 세 차례 녹음하였으며 1913년에 일축음반회사에서 녹음된 초판과 재판까지 포함하여 총 4종의 송만갑 <농부가> 유성기음반이 제작되었다.
*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유성기음반(SP) 관리번호 MISP-2245(1907~1908년 무렵 녹음 쪽판, 원문 기록 중 ‘唱夫宋萬’은 唱夫宋萬甲의 오류, 음반 뒷면에 ‘H’라는 양각 기록 있음)
Victor Record 13536 Korean Male Song With Drum 롱부가農夫歌 Nongpu-Ka
한국젼라도 韓國全羅道 챵부송만갑 唱夫宋萬 Recorded in Korea
VICTOR TALKING MACHINE CO. Camden,N.J.
*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유성기음반(SP) 관리번호 MISP-1009(1913년 녹음 초판)
NIPPONOPHONE 6132 農夫歌 宋萬甲
*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유성기음반(SP) 관리번호 MISP-1975(1913년 녹음 재판)
닛뽀노홍 K179A(6132) 농부가 宋萬甲
* 미발견 유성기음반(1926년 녹음)
졔비標朝鮮레코-드 B137-A 農夫歌(上) 宋萬甲 長鼓韓成俊
졔비標朝鮮레코-드 B137-B 農夫歌(下) 宋萬甲 長鼓韓成俊
이 <농부가>는 민요, 판소리 춘향가 대목, 창극으로도 널리 불리는 곡이다. 근대 5명창이 유성기음반에 남긴 민요는 <성주풀이>(김창환·김창룡), <농부가>(이동백·송만갑·김창환·김창룡·정정렬), <새타령>(이동백)이다. 이 중에서 <농부가>의 경우는 5명창이 모두 녹음을 남겼다. 이는 <농부가>가 당시 얼마나 인기가 있었고 중시 되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대명창들이 <농부가>를 그렇게 필수적으로 불렀고 인기가 많았던 것은 농자천하지대본을 중요시했던 한국 전통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할 것이다. 전국민 상당수가 농민이었던 농경사회에서 <농부가>는 애국가와 같은 존재였을 것이고 농부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흥을 돋구어 주는 <농부가>야말로 가장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많은 대중이 알고 즐겨 불렀던 그 곡을 목소리 좋은 명창이 기가 막히게 불렀을 때 대중은 열광했을 것이다.
5명창 중에서도 송만갑이 이 <농부가>를 가장 많이 음반에 취입하였다. 그리고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서울:조선일보사, 1940년, 186쪽) 등에 의하면 송만갑은 <농부가>가 특기였다 한다.
송만갑이 당시 애국가 같은 의미를 지닌 단가 <진국명산>과 더불어 이 <농부가>를 즐겨 부르고 대중의 환호를 받았던 점은 그가 어전광대인 동시에 민중의 명창이었음을 잘 말해 준다. 이처럼 왕부터 대중까지 만족시킬 수 있었던 그의 폭넓은 예술 역량은 그가 주장한 다음과 같은 소리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다.
“극창가(판소리 성악가)는 주단 포목상과 같아서 비단을 달라는 이에게는 비단을 주고 무명을 달라는 이에게는 무명을 주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이 가장 잘 알고 좋아했던 <농부가>를 가장 잘 부르고 가장 즐겨 불렀던 송만갑이야말로 왕과 더불어 대중 상당수를 감동시킨 당대 대한민국의 진정한 국민 가수였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면모에 관한 실증 자료가 바로 상기와 같은 <농부가> 유성기음반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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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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