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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권오성ㆍ노재명 등 공저 『봉장취 연구와 복원 재현 연주회』 서적(서울:동북아음악연구소, 2009년 11월 발행) 31~33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 상기 사진 설명: 판소리 명창 김초향.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관리번호 MIPHOTO-05770.
판소리 명창 김초향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김초향(金楚香, 1900~1980년 무렵)과 김소향(金小香) 자매에 관한 활동 기록은 많지 않다.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서울:조선일보사, 1940년)에 의하면 “김초향은 지금(1940년)부터 40년 전(1900년)에 대구에서 태어났다. 모친을 일찌기 여의고 가족을 돌보기 위해 14세 때 서울로 올라갔고 김창환, 송만갑, 정정렬의 문하에서 판소리를 배웠다. 김해 김록주와 어깨를 겨루며 활동한 명창”이었다고 한다.
김초향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록은 설호정의 “감은 눈가로 번지는 눈물(김초향)” 『뿌리깊은나무 1977년 3월호』이다. 그런데 1977년 설호정이 김초향과 대담하고 나서 정리해 놓은 기록은 『조선창극사』의 글과 약간 차이가 있는데 설호정은 김초향의 고향과 서울로 올라간 사정을 다르게 적고 있다.
설호정의 조사에 따르면 “김초향은 대구에서 이십리 가량 들어간 성내라는 데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 형편은 무척 어려웠기 때문에 김초향은 10세도 채 안돼서부터 여러가지 힘겨운 집안 살림을 도와야 했다. 그의 나이 14세 되던 해 봄, 그는 고달픈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서울로 도망을 쳤다”고 한다.
정노식과 설호정의 두 글을 종합하면 서울로 상경한 이후 김초향의 행적은 다음과 같다.
김초향은 서울의 이곳 저곳을 배회하다가 단성사 건너편에 있던 장안사 사장을 만나게 되었다. 장안사 사장은 슬하에 아이가 없어 양녀를 구하던 중이었고 김초향은 고아라고 속여 그 집안 양녀로 들어갔다.
양녀가 된지 한 달만에 김초향은 양아버지의 권유로 장안사에서 공연하던 대명창 김창환, 정정렬, 송만갑에게 판소리를 배우게 되었다. 김초향은 한달 스무날만에 판소리 다섯바탕 가운데 중요한 대목을 몇 군데 배울 수 있었고 곧 무대에 섰다. 십오원의 월급을 받고 무대에 서게 되자 그는 양아버지의 집에서 나와 방을 얻어 자립했다. 그의 월급은 얼마 안가 육십원으로 올랐다.
15세 되던 해 봄, 그의 친아버지가 식구를 모두 데리고 김초향의 거처로 찾아와 그후 그는 온식구를 먹여 살려야 했다. 김초향은 16세 되던 해에 대구권번에 들어갔고 나주 갑부 임병원이 그에게 머리를 얹어주었다. 김초향은 임씨와 반년 동안 살고 헤어졌다.
임씨와 헤어진 후 만난 사람은 경상도 양산 사람으로 갑부집 아들 엄주원이었는데 엄씨는 그와 정식으로 혼인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김초향의 아버지는 딸이 총각에게 정식으로 혼인하기 보다는 부자의 첩이되는 편이 돈을 더 많이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 엄씨는 김초향을 데려가는 조건으로 그의 부친에게 이천원을 내놓았으나 김초향의 부친은 오천원을 내놓으라고 했던 것이다. 김초향은 부친의 비정함에 속이 상해 중국으로 달아났다. 그 후 1년만인 19세 되던 해 3월에 돌아와보니 엄씨는 병사하고 말았고 같은 해 10월에는 부친과 모친이 모두 타계하였다. 그때부터 김초향은 형제들의 생계를 완전히 떠맡아야 했고 괴로움을 잊기 위해 아편을 맞기 시작했다 한다.
그는 20세 되던 해에 서울로 가서 대정권번에 들어갔다. 대정권번에 들어가고 나서 맨처음 불려간 곳이 고종의 둘째아들 의친왕 이강공의 성북동 별장이었다.
의친왕의 성북동 별장에는 늘 박영효가 와 있었고 김초향은 그 별장에 1년 동안이나 드나들면서 여러 대신들과 가깝게 지냈다. 김초향은 의친왕을 따라 광릉사 숲에 사냥도 갔었고 성북동 별장에서 늦어지면 자고 오기도 했다. 김초향은 성북동 별장에 다닌 덕택에 빨리 유명해질 수 있었다. 김초향은 김성수·김연수 형제, 송진우, 조봉암, 송병준, 장택상, 조병욱, 예종식, 김병로, 이광수, 염상섭 등의 여러 저명인사와도 친분이 두터웠다. 이들 가운데 호남재벌의 상징적 인물인 김성수의 동생 김연수, 국무총리를 지낸 바 있는 장택상, 조봉암과는 특별히 가까웠다 한다.
20세 때 김초향은 대구에서 쌀가게를 경영하던 갑부 한우동과 잠깐 사귀었다가 연애에 실패한 후 아편을 끊기 위해 금강산 유점사로 갔다. 김초향의 나이 30세 때 11세 연상인 김동강을 조선관의 놀음자리에서 만나 그후 여생을 함께 보냈다. 31세 때 김초향은 익선동에 있던 자신의 집 한채를 조선성악연구회의 사무실로 내놓았다. 조선성악연구회를 조직해 놓고 그는 남편과 함께 대전으로 이사하여 여생을 보냈다.
이보형의 증언에 의하면 김초향이 하루는 꿈을 꿨는데 머리를 곡갱이로 찧는 모습과 함께 살려달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고 남쪽에서 부처를 찾아 거기에 절을 지으라고 했다 한다. 그 후 김초향이 대전에 갔다가 도로 공사 현장에서 우연히 부처 모양의 돌을 깨는 장면을 목격하게 됐고 꿈에서 들은대로 거기에 천복사라는 절을 짓고 그 돌을 모셨다 한다. 그리고 김초향은 말년에 남편, 조카딸(김소향의 딸)과 함께 살았다 한다. 김소향은 언니 김초향보다 앞서 일찍 세상을 떠났다 한다.(1996.5.28. 이보형 증언 / 노재명, 『국악 명반의 이해와 감상1 판소리 음반 걸작선』 서울:삼호출판사, 1997년)
김초향의 동생 김소향에 대한 약력은 1931년 3월 29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명창 김소향 양의 결심”이라는 기록이 지금까지 확인된 유일한 것인데 그 일부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노래의 명창 여러분이 힘을 합하여 조선음률협회를 창립하고 이때 제2회 공연까지 하게 된 바, 이제 또한 우리의 노래를 위하여 몸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악단에 진출한 여성이 있으니 그는 여기 소개하는 김소향 양입니다. 그는 이옥화, 김남수, 이소향, 신화중선 등 여러 명창들과 어깨를 겨루는 명창인 김초향 양의 아우로써 대구 출생이니……결심한 바가 있어 명창 정정렬씨를 선생으로 모시고 절에 들어가 노래를 공부하였습니다. 원래 노래에 남만 못지 않은 재화를 가지고 일반의 환영을 받든 그가 입산하여 명창의 가르침 아래 피나는 공부를 오래 쌓은…….”
김초향, 김소향 자매는 일제 때 콜럼비아, 빅타 등 여러 음반회사에서 수많은 음반을 냈으며 공연, 라디오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했으나 광복 후에는 소리를 등지고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 자매의 녹음은 유성기 시대에 녹음된 것뿐이며 이들 자매의 소리를 물려받은 이도 없다. 김초향은 만년에 은둔생활을 했지만 몇몇 사람들에 의해 그의 생사여부가 확인됐다. 그러나 김소향은 광복 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노재명, “김초향·김소향에 대하여” ‘빅타 유성기원반 시리즈7 자매 명창-이화중선·이중선/김초향·김소향’ 음반 해설서, 서울음반 SXCR-092, 1LP, 음반 기획·해설·사설채록:노재명, 1929·1931·1936년 녹음, 1993년 유성기원반 복각 제작)
김초향은 1980년 무렵까지 생존해 있었던 대명창이지만 인간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했다. 양자로 들인 아들이 서울에서 이름있는 은행가로 출세하고 그 아들 밑에서 난 손자가 장가를 들어 증손을 보았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그들의 명예에 흠을 내서야 되겠느냐는 이유로 김초향은 은둔생활을 택했다.
김초향은 자신을 취재한 설호정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함으로써 소리를 등지고 은둔생활을 하면서 판소리에 대한 욕구를 억누른 흔적을 남겼다. “영감하고 살믄서도 소리는 못잊겠데. 아침에 일어나서 육자배기라도 한마디 하모 마 눈물이 안나나. 내 목은 육십이 넘어서도 안가고 젊은 년 소리가 났니라. 영감은 계집이 아침부터 방정떤다고 야단이더만. 인자 다 죽은 몸이야. 목도 가고.”
김초향이 대구쪽 출신이라는 점, 적벽가 등에서 보여주는 면모로 봤을 때 그는 동편제 거장 박기홍한테도 배웠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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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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