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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 사진: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관리번호 MIPHOTO-00894(필름 있음)
1993.9.30.13:00~16:30.서울시 중구 남산동2가 41-1 안비취 명창 자택에서.
안비취 명창 인터뷰를 마치고 촬영한 기념 사진. 왼쪽부터 안비취 명창, 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관장.
* 1993.9.30.13:00~16:30.서울시 중구 남산동2가 41-1 안비취 명창 자택에서 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관장이 안비취 명창을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2008.1.19 정리/국악음반박물관 인터넷 홈페이지 명인실에 발표)
* 한국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안비취 명창: 1997년 1월 3일 별세.
경기민요 명창 안비취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안비취(安翡翠)의 본명은 안복식(安福植)이고 ‘비취’라는 이름은 중국의 새 이름인데 하규일이 예명으로 지어준 것이라 한다. 안비취는 1926년 서울 효자동에서 부친 안영수, 모친 밀양 박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안비취는 1943년에 10세 이상 차이가 나는 남자와 혼인하여 20세와 23세에 각각 딸 하나씩을 낳았고 안비취 나이 40세 때 남편이 작고하였다 한다.
안비취는 13세 때 하규일 국악 교습소에 들어가 국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규일한테 멘처음 익힌 것은 우조 가곡이었고 보통 졸업 때까지 2년 동안 가곡을 배우는 것이 정규 코스인데 안비취가 하규일 문하에 들어간지 1년만에 하규일이 작고하였다. 하규일은 체격이 외소했으나 위엄이 있었다 한다.
하규일 교습소는 무척 엄했고 일주일에 한번 조회를 했는데 조회 때 품행 단정 여부를 검사했다. 안비취가 하규일 교습소에 입학할 때는 수련생이 많았으나 졸업할 때는 불과 20~30명만 남았다. 하규일 교습소에는 경기 잡가, 서도소리, 서예, 거문고, 양금 등 여러 반이 있었다. 하규일 교습소에서 하규일은 여타 학교의 교감선생님과 같은 ‘학감’ 직책을 맡았으며 하규일은 그곳에서 정가와 춤을 가르쳤다.
안비취는 약 6개월 동안 하규일에게 발 놓는 기초부터 시작하여 포구락, 무고, 춘앵무 등의 무용을 사사했다. 안비취가 하규일한테 가곡을 배울 때 박영복이 곁에서 장고 반주를 해주었다 한다.
안비취는 하규일 교습소 학습과는 별개로 서울 왕십리에서 최정식에게 정가와 민요를 학습했다. 최정식은 굴비를 좋아했으며 술은 입에 안댔고 담배는 당시 최고급 담배 ‘해태’만 피웠고 6.25 한국전쟁 때 객사하였다. 최정식은 시조, 가사, 십이잡가, 여러 민요를 두루 잘했는데 특히 <금강산타령>, <장기타령>, <풍등가>를 잘 불렀다. <금강산타령>은 최정식이 작편곡하였고 안비취가 정득만한테 들은 바에 의하면 어느 시인이 그 <금강산타령>을 작사했다고 한다. 안비취가 최정식한테 소리를 배울 때 노트에 적어가며 익히니까 최정식이 크게 혼냈다 한다. 그리고 안비취가 하규일 교습소 모르게 최정식에게 소리를 공부하다가 하규일한테 들켜 볼기를 맞았다 한다. 이는 당시 교습소에서 가장 큰 벌이었다 한다.
해금 명인 지용구의 딸 지화자를 비롯해서 김일순, 임종님 등이 하규일 교습소의 안비취 동기생이다. 그리고 하규일 교습소의 상급생 민지호가 안비취보다 3세 연상이었고 서로 절친했는데 민지호가 미국으로 이민간 후 행방을 알 수가 없게 되었다 한다.
안비취는 한성준에게 승무를 배운 적이 있다. 한성준이 조선음악무용연구회를 하기 전에 하규일 교습소에서 시간 강사로 일했는데 강사로 초빙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비취가 그 강의실로 가서 승무를 익힌 것이라 한다. 지금의 태평무 인간문화재 강선영을 그곳에서 만났고 이후 안비취는 강선영과 공연 활동을 함께 하였다 한다. 한성준이 춤을 가르칠 때 자신이 직접 장고를 치면서 지도하기도 하고 여자가 옆에서 장고를 쳐주기도 했다 한다. 안비취는 18세 때 혼인을 했기 때문에 조선음악무용연구회에서 한성준한테 공부를 하지 못했다 한다.
하규일 교습소는 다옥동(지금의 서울 다동)에 있었고 하규일 교습소의 월사금은 5전인가, 50전인가 둘 중 하나였다 한다. 안비취는 하규일 타계 후에 이병성에게 2년간 가곡을 사사했다. 이병성은 상청이었고 미남이었다 한다.
안비취는 16세 때 매일신보 주최로 부민관에서 처음 공연을 하였는데 총 8명이 함께 팔검무를 추었다 한다. 이때 박춘재가 나와 공연하는 것을 안비취가 목격했다 한다. 안비취의 증언에 의하면 박춘재는 당시 인기가 대단했고 만담가 장소팔이 박춘재의 제자라 한다.
부민관에서는 평소 판소리는 별로 공연되지 않고 주로 경서도소리가 많이 공연되었다 한다. 일제 때 서울에서는 경기소리, 서도소리, 남도소리 순으로 인기가 있었다 한다. 당시 서울 공연장에서 송만갑보다 이동백이 판소리 공연을 많이 하였다 한다. 일제 때 동양극장 등 창극 무대 연출은 이석우, 최상덕 등이 담당하였다 한다. 동양극장에서도 경서도소리가 인기가 많았다 한다.
안비취는 17~18세 때 부민관과 서울 가설극장에서 판소리 명창 이동백과 공연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이동백은 당시 단가, 흥보가, 심청가를 불렀고 <새타령>은 하지 않았으며 고수는 김재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한다. 이동백은 농담을 잘했고 애를 예뻐해서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이자동’이라 불렀다 한다. 당시 이동백은 안비취의 어린 동료들과도 친숙하게 잘 지냈다 한다.(필자 주: 예전에 국악인들은 어린 꼬마 아이들을 은어로 '자동'이라 했는데 이는 '동자'라는 단어를 뒤집어서 비국악인이 못알아듣게 '자동'이라고 이른 것)
안비취는 젊어서 일본 공연을 많이 했다 한다. 어떤 국악 공연이든 대체로 승무를 가장 먼저 공연하고 보통 공연 시간은 2시간 가량이었다 한다. 안비취는 16세 때 처음으로 경성방송국의 오락편에 출연하여 방송을 한 바 있는데 당시 방송과장이 지금의 국악학자 이혜구였다 한다. 안비취가 경성방송국에 출연하여 방송할 때 가곡 명창 서산호주도 함께 출연하였는데 서산호주는 안비취보다 20세 가량 연상이라 한다.
예전에는 서울, 경기 지역에 젊은 귀명창들이 만들어 놓은 ‘깊은 사랑’이라고 하는 움집이 있었다. 이곳은 경서도소리 분야의 명창 가능성 여부를 시험하는 곳이자 한량들의 풍류방이기도 하였다. ‘깊은 사랑’은 청량리, 뚝섬, 서빙고, 이태원, 왕십리 등에 있었다. 안비취는 17세 정월 대보름에 스승인 최정식 명창을 따라 선배, 동료들과 함께 지금의 청량리 위생병원 근처 야산의 ‘깊은 사랑’으로 불려 갔다. 청량리 ‘깊은 사랑’ 구조는 땅을 파서 지하 공간에 방을 만들고 출입문을 설치하고 땅속 방에 병풍이 있고 근사하였다 한다.
‘깊은 사랑’에선 소리속을 아는 귀명창 청년들이 누가 더 소리를 잘하나 심사를 하는데 지하방이라 소리가 뻗어 나가질 않는다고 한다. ‘깊은 사랑’에서의 소리 감상 순서는 여창·남창 지름으로 시작하여 정가를 감상하고 담배 한 대, 그리고 십이잡가 듣고서 담배 한 대, 휘몰이잡가 듣고 담배 한 대, 끝으로 민요를 감상한 후 모두 마치면 새벽이 된다고 한다. 오후 5시 30분 무렵부터 시작하여 그 다음날 새벽 6시경까지 약 12시간 동안 이러한 ‘깊은 사랑’ 시험이 행해졌다 한다.
‘깊은 사랑’은 10평 정도 크기로서 한쪽 벽에 병풍을 치고 하급생은 병풍을 등진 상태에서 왼편에, 상급생은 병풍을 등지고 오른편에 있고 하급생과 상급생 사이 중앙에 소리사범이 위치하게 되고 그 공연자들 맞은편 벽쪽에 귀명창 20여명이 앉아서 소리를 감상하였다 한다.
안비취는 신불출 가극단에서 춤, 소리 활동을 하였고 머리가 비상하여 재담을 잘했다. 안비취는 명동 국립극장에서 신불출과 함께 공연한 것이 그와의 마지막 교류였다. 안비취는 신불출과 만담 ‘큰 코 다친다’를 한 적이 있고 지금의 배뱅이굿 인간문화재 이은관도 신불출 가극단에서 활동한 바 있다. 신불출과 이은관이 공연을 같이 많이 했다. 신불출은 혼자서도 만담을 잘했고 일제 때 창씨 개명한 이름이 ‘에헤라 놓아라’였으며 신불출은 월북을 하였다 한다.
대금 명인 김계선이 평소 재미있는 말을 많이 했다. 김계선의 정악대금은 다른 사람 것보다 길이가 길었다. 김계선은 대금 조율시 창자의 소리에 맞추었다 한다. 안비취의 말에 의하면 김계선은 뭐든지 두루 능통했고 대금 연주는 최고였으며 배뱅이굿도 잘했다고 한다. 안비취가 목격한 가야금 명인 중에는 성금연이 으뜸이라고 하며 성금연은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청을 잘 맞추었다 한다. 심상건은 가야금산조 공연시 다스름이 길었고 영국 갔다가 사온 비옷, 빨간 넥타이를 몇 해 동안 자랑한 바 있으며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한다.
안비취의 말에 따르면 일제 때 유성기음반을 남긴 김추월은 서도소리를 잘했고 1980년대까지 생존해 있었다 한다. 백운선은 예전 서도소리 명창과 1993년에 72세 된 경기민요 명창, 이렇게 두 백운선이 국악계에 있고 장월중선이라는 경기민요 명창, 그리고 장일타홍이라는 서도소리 명창이 소리를 잘했다 한다. 안비취는 장일타홍과 함께 좌창을 공연한 적이 있다 한다.
이진홍은 1993년 생존시 80세 넘는 연령이고 미인이었다 한다. 안비취 등의 경기민요 명창들이 이진홍의 회갑 잔치를 해주었다 한다. 이동안의 스승 김인호는 안비취가 보지 못했는데 춤을 잘 추긴 했지만 빛을 못본 사람이라 한다. 서도소리 명창 최순경은 소리를 잘했고 장고를 멋있게 잘 쳤다 한다. 최순경은 <놀량>, <사거리>, <경발림>, <초한가> 등을 주로 불렀고 안비취는 최순경을 가설극장에서 보았다 한다.
이영산홍은 안비취가 본 적이 없고 소리만 들은 적이 있는데 동명 명창이 2명 가량 된다고 한다. 박부용은 안비취가 간혹 보았는데 안비취보다 20세 정도 연상이고 경기민요와 신민요를 잘했다 한다. 박월정, 표연월, 조모란, 문명옥, 김란홍은 안비취가 잘 모른다고 한다.
신해중월은 대감놀이를 주로 하였다 한다. 최팔근은 일본 나니와부시(浪花節)를 흉내내서 공연하였다 한다. 박채선은 재주있는 사람으로서 병신춤, 경기민요를 잘했고 박천복과 함께 만담을 많이 공연했다 한다. 장옥화는 서도소리를 잘했는데 혼인 후 대전으로 가서 살다가 별세하였다 한다. 판소리 명창 오비취는 안비취가 이름이 같아서 기억하고 있는데 박정희 대통령 정권 시절에 보았으며 경상도 사람이라 한다.
김옥엽은 1970년대 후반에 작고하였고 장학선은 미아리에 살다가 1970년경에 타계하였으며 말년이 비참하여 자살설도 있고 자손이 없고 민요연구회 회원이 아니었다 한다. 일제 때 가야금병창 등의 유성기음반을 남긴 최소옥은 1993년 안비취와의 본 인터뷰 당시 90여세로 생존해 있다고 안비취가 증언하였다. 안비취가 장학선을 만났을 때 본 사람도 이름이 최소옥이었는데 장학선과 있던 최소옥은 서도소리 명창이며 안비취보다 5세 연상이라 한다.
일제 때 강원도 영월 장준영(장기영 사촌형) 부친 잔치가 있어서 안비취가 장안의 여러 명인 명창들과 함께 그곳으로 총출동하여 가설무대를 꾸며 놓고 여러날 공연을 했는데 이때 이동백, 정남희, 오태석, 박초월, 오양금 등이 창극 춘향전, 흥보전을 하고 이정업이 줄을 타고 김천흥이 춤을 추고 해금을 연주했고 강선영이 승무를, 안비취는 경기민요를 했다 한다. 당시 창극 공연에서 이동백은 도창, 정남희는 심봉사, 오태석은 방자, 박초월은 춘향모를 맡았다 한다. 오양금은 안비취와 거의 동갑이고 오태석이 박록주와 살 때 오태석이 양딸로 삼았는데 강원도 영월에서 창극 춘향전 공연시 귀신 역을 담당했고 이 공연 당시 그곳에서 머리를 얹었다 한다.
정남희, 오태석은 그 영월 공연차 왕래하는 기차 안에서 ‘사치기 사치기 사빠빠’ 하는 장난 등을 하며 국악인들을 우꼈고 오태석은 분장실에서 방구로 어린 소리꾼들을 우꼈다 한다. 당시 분장실은 가설무대 옆에 천으로 포장을 쳐서 간이로 만들었다고 한다.
안비취는 18세에 결혼한 후부터 국악 활동을 안하다가 6.25 한국전쟁 피난 후 다시 국악 활동을 시작하였다. 안비취는 34세 무렵에 임방울, 박귀희, 박옥진 등과 일본에 공연을 하러 갔는데 당시 창극 춘향전에서 임방울은 운봉 영장, 박귀희는 이도령, 박옥진은 춘향 역을 맡았고 안비취는 사또 생일잔치 대목에서 춤을 추었다 한다. 이때 임방울이 요강으로 춘향이 머리를 찧겠다고 하여 우꼈다고 한다.
안비취는 1959년에 한국민속예술단을 창단하였다. 서울 종로3가 피카디리극장 근처에 있던 민요연구회에는 이창배, 김옥심, 이은주, 묵계월, 안비취, 이소향 등 경서도 소리꾼 40~50명이 운집하였다 한다. 1962년 8월 14일 서울 시민회관에서 민요연구회 창단식을 가졌고 그후 안비취가 주선하여 민요연구회가 동경, 오사카, 나고야, 고베 등 일본 주요 지역을 순회 공연하였다. 이 일본 순회 공연시 전통춤 명인 김천흥도 참가하였고 이소향은 불참하였다 한다.
안비취의 표현에 의하면 이소향은 경기소리를 끝막음한 명창이라 한다.(가야금병창 명인 이소향과 동명이인) 이소향은 경기민요를 주로 하였고 장고를 잘 쳤으며 노년에 국악예술학교 강사로 있었다. 이소향은 묵계월과 형제처럼 친하게 지냈으며 특별한 제자는 없고 1980년대 후반에 작고하였다 한다.
이은주, 묵계월은 안비취보다 5세 연상으로서 1972년 10월에 경기민요 인간문화재가 되었고 안비취는 1975년에 경기민요 인간문화재로 인정받았다 한다. 안비취는 1972년 문공부장관상, 1985년 한국국악협회 국악 대상, 1992년 보관문화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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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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