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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기 사진: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관리번호 MIPHOTO-01421(필름 있음)
1994년 7월 13일 서울 국립극장 마당. 판소리 귀명창 김길희 모습. 촬영: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 1994.4.6.19:30~24:00,1994.4.22.18:30~24:00.서울시 종로구 와룡동 옥당국악실(이옥천 판소리 전수소)에서 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관장이 판소리 귀명창 김길희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2008.1.17 정리/국악음반박물관 인터넷 홈페이지 명인실에 발표)
판소리 귀명창 김길희 증언 내용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김길희는 현 생존시 90대의 연령인데 예전에 판소리 행사장과 국악인 전수소 등에서 간혹 만날 수가 있었고 당시 연락처나 연령 등을 극구 밝히지 않아 그의 인적 사항은 그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또한 사진을 같이 찍는 것도 극히 거부하여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거의 없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그의 사진은 국악음반박물관에 소장 되어 있는 2장이 그에 대한 사진 전부이다.(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관리번호 MIPHOTO-01420~01421)
필자는 이옥천 판소리 전수소에서의 만남을 끝으로 1990년대 후반 어느날부터 그를 목격할 수가 없었다. 김길희와 가까웠던 이옥천 역시 그 무렵부터 김길희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국악인들과 몇몇 애호가들 사이에 전설처럼 회고되는 진정한 판소리 귀명창이다. 노년에도 아이처럼 순수한 언행을 지녔으며 어린 시절에나 말년에나 상하 호형호제하고 지냈다.
국악 중에는 판소리, 창극, 민요, 산조를 특히 좋아하였고 서양 클래식, 영화, 그림 등 예술 전반을 두루 좋아하여 좋은 창극 공연, 재밌는 영화와 전시회가 있다며 종종 필자에게 전화를 하여 같이 가자고 한 바 있다. 그가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비닐 봉지에 무언가를 항상 들고 다녔다. 그리고 김길희의 작은아버지가 명창 이화중선의 열렬한 팬이자 후원자였다. 부유한 집안 살림 거의 전부를 국악 발전에 쏟아 부은 가문이다.
그러한 김길희는 정노식, 박록주와 절친했다 한다. 김길희의 증언에 따르면 정노식, 박헌봉은 기생, 광대와 심신이 일치되어 생활하면서 판소리를 연구한 학자라 한다. 정노식의 사위는 서울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불어를 잘했으며 프랑스 시 낭송을 잘했다 한다. 정노식은 김제 쪽이 고향이라 한다.
명창 박록주는 정직한 사람이었고 말년에 그 앞에서 김연수, 김득수 등 어떤 국악인도 말문을 못열었다 한다. 박록주는 민족주의 사상가인 애국자 남씨와 살았다고 한다. 박록주는 명창 신금홍을 별로 안좋아했다 한다. 박록주는 판소리 지도시 매우 섬세하여 제자가 조금이라도 틀리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가르쳤다 한다. 경상도 출신 명창 박록주의 판소리를 전라도 사람들은 모즈락스럽게 맺고 끊는 소리라 하여 ‘장작 패는 듯한 소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다. 김길희의 말에 의하면 국악 애호가 신은휴는 박록주에게 판소리 사설 뜻풀이를 해주곤 했다 한다. 신은휴의 아들은 판사였다 한다.
판소리 명창 이선유의 아들 이재호(대중가요 작곡가)는 진주고교 음악교사였고 명창 모추월이 이선유의 제자라 한다. 명창 강장원은 정광수와 고향이 같고 동갑이며 별명이 양반이라 한다. 강장원이 이동백의 불같은 성격을 참으며 소리를 배운 건 대단한 일이라고 김길희는 말한다. 정광수는 장택상 별장에서 이동백한테 적벽가 중 <삼고초려>를 배웠다 한다.
이동백은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는 완창을 종종 하였고 수궁가와 흥보가는 일부만 불렀으며 일제 때 함경도에 명창 이동백, 김창룡 팬이 많았다 한다. 김길희는 일제 말기에 징병을 거부하고 수배중 다옥동 태화관에서 이동백을 초청하여 판소리를 감상하였고 부민관에서 열린 이동백 은퇴 공연을 관람한 바 있다. 이동백은 자신의 스승 얘기는 안했다고 한다. 이동백의 여러 공연 때 김길희는 고수 지동근을 별로 보지 못했다 한다. 김길희의 소감에 따르면 고수 한성준, 정원섭은 국악과 관련된 사업 수완이 좋았다 한다. 일제 때는 가정집에서든, 일반 무대에서든, 음반 취입에서든 판소리 반주를 장고로 많이 했다고 한다.
판소리 명창 김채만은 전남 광주 태생으로 강진에서 작고했으며 명창 박동실은 김재선의 북반주를 좋아했고 아편을 했다 한다. 명창 임방울은 착하고 솔직하고 고지식하며 순진한 사람인데 성품이나 판소리의 느낌이 마치 소동파 시를 연상케 한다고 김길희는 말한다.
임소향은 정정렬의 제자로서 소고춤을 잘 추었고 창극 춘향전에서 춘향모 역을 잘했으며 대구 약전거리에 집이 있었다. 임소향은 목성음의 항이 크고 성음 속에 이면 표출이 들어있고 잔재주를 별로 부리지 않았다. 임소향은 발림이 멋있었고 흥이 넘쳐서 무대에서 뒤로 넘어진 적이 있다. 임소향은 조상선과 살았다 한다.
조상선은 정정렬의 제자로서 창극의 귀재였고 1945년 무렵에 프로레타리아 창극 ‘만리장성’(안영일 연출)의 소리를 짠 바 있다. 그리고 일제 말기에 신숙(춘향), 정남희(몽룡), 오태석(방자), 조상선(후배사령), 박옥진, 장영찬 등이 창극 ‘춘향전’(유기룡 사업부 창극단)을 공연한 바 있다고 한다. 조상선이 창극을 기가 막히게 잘했고 정남희, 오태석도 창극을 잘했다 한다. 명창 장판개, 김정문도 창극을 한 바 있다고 한다.
이화중선의 판소리에는 어정소리, 춤 가락, 잡가 등 당시 시대상이 골고루 담겨있다고 김길희는 말한다. 김길희는 예전에 김해 김록주의 적벽가 유성기음반을 본 적이 있다 한다. 그리고 한주환이 이은상과 김길희에게 대금 연주를 자주 들려준 바 있다 한다.
1975년 무렵에 서울 동숭동에서 서울대학교 주최로 명창 정권진의 춘향가 공연이 있었고 이때 고수는 김명환이었다. 한때 정권진 집에 김명환이 살았었다 한다. 강장원, 정권진은 젊어서 목이 손상되어 상성을 잘 지르지 못했다 한다. 고수 김명환은 판소리 발림을 잘했으며 이옥천에게 적벽가 중 <조자룡 활 쏘는 데> 발림을 직접 가르쳤다. 김명환 고법 발표회 때 이옥천이 적벽가를 20~30분 공연했다. 김길희의 말에 따르면 김명환은 어린 아이의 판소리를 반주해도 소홀히 반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여 반주했다 한다.
김명환이 “안향련보다 김소희가 소리를 못한다”고 얘기를 해서 김명환과 김소희의 사이가 안좋아졌고 그래서 김길희가 두 사람을 화해시켜 주었다 한다. 김소희는 송만갑, 정정렬한테는 조금 배웠고 박동실 제자라고 봐야 한다고 김길희는 말한다. 김소희는 박석기의 도움으로 박동실에게 판소리를 익힐 수 있었다 한다. 김길희의 증언에 따르면 박봉술은 김명환 북보다 김득수 북이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한다.
이옥천 소장 흑백사진 가운데 이옥천이 소리하고 김명환이 북반주를 하는 장면의 사진은 명고수 김명환의 멋들어진 북반주 자태가 웬만한 무용보다 아름다워서 김길희가 사진사를 돈들여 불러서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복사본 사진: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관리번호 MIPHOTO-01133~01134)
김길희는 명창 정광수, 김소희, 한애순, 강도근, 성우향이 제자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는 실황, 그리고 정권진, 박후성, 김동준의 춘향가, 박봉술의 남도민요를 일부 녹음으로 남긴 바 있는데 김길희가 1990년대 후반 자취를 감추면서 그 녹음테입도 행방을 알 길이 없게 되었다. 박봉술은 판소리뿐 아니라 남도민요도 잘했는데 특히 <육자배기>가 좋았다고 한다.
김길희의 의견에 따르면 이옥천은 정직하고 고지식하며 목이 좋고 박록주제 판소리를 하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김길희는 이옥천이 박록주, 박봉술 문하에서 13년간 소리를 배울 수 있도록 후원하였다. 박봉술은 박록주 앞에서 이옥천에게 판소리를 가르쳤으며 박봉술이 박록주 앞에서는 큰 소리를 못치고 박록주를 높여주었다 한다.
박봉술은 연령상 예전 큰 명창들에게 직접 소리를 많이 배우지 못하고 판소리의 거대한 기둥의 곁가지에서 판소리를 배운 것이라 한다. 박봉술은 부친 박만조와 숙부, 형들, 측근 한량들한테 소리를 배웠는데 박봉술이 태어나고 자란 전남 구례는 동네 전체가 송만갑제 판소리 천지였다 한다.
그래서 박봉술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송만갑제에 몸이 쩔어서 살았고 송만갑제 마을의 민중 가객이었다고 김길희는 표현한다. 김길희의 의견에 의하면 섬진강의 판소리 주류는 명창 김정문, 박봉래 등 송만갑제였다 한다. 덧붙여서 박봉술은 서민적인 판소리를 하였고 성품이 밝아서 여러 사람, 어떤 사람하고도 잘 어우러져 놀았고 송만갑제지만 자기 멋을 지녀 자신의 제로 소리를 했다고 김길희는 말한다.
김길희의 말에 따르면 박봉술과 정권진이 아들 박영순, 정회석을 서로 바꿔 가르쳐 보자는 얘기가 있었으나 반대가 있어 각자 아들을 가르쳤으며 박봉술이 정권진 앞에서 큰 소리 못쳤고 서로의 실력을 존중했다 한다. 덧붙여서 박봉술은 본래 멋을 타고 났으며 판소리에 한이 맺혀 있다고 말한다. 소리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데 목이 부러져 상성을 지르지 못한 박봉술 보고 김명환이 북채로 목을 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다. 오정숙이 박봉술에게 적벽가를 배웠다 한다.
박록주와 살았던 순천 갑부 김사천이 박봉술을 후원하였다 한다. 박록주, 김사천이 서광사에 갔다가 김사천이 빈대로 인해 병에 걸렸다고 한다. 김사천은 서울 병원에서 이질로 타계하였다 한다. 예전에 순천 뒷골목에 소리꾼이 많았고 순천 성군수 집에서 명창 유성준이 소리 선생으로 있으면서 많은 후학을 양성하였다 한다.
전국을 떠돌며 공연을 하다 보면 국악인들이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명창 김연수, 고수 김득수가 보디가드 구실을 했고 그래서 이들이 칼과 같은 무기를 소지하고 다녔는데 그러한 험한 도구를 김길희가 더 이상 휴대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받아서 없애 버렸다 한다.
판소리 명창 성우향의 어릴 적 이름은 성남희였으며 조상현은 골격이 좋다고 김길희는 말한다. 김길희는 안숙선이 약간 무당끼가 있고 그래서 매력이 있다고 한다. 판소리 연구가 정병욱 왈 “나도 소리와 북을 배워야 이론이 되겠다 싶어서 김여란에게 소리를 배웠다”고 한다. 옛 귀명창 한량들은 소리꾼이 소리를 잘할 수 있도록 무드를 잡을 줄 알았다 한다. 그리고 전라도 방언을 알아야 판소리가 더 잘 이해된다고 김길희는 말한다.
김길희는 수백년 동안 여러 대가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전승되어 온 판소리 음악을 창극 무대에 올리면서 소리 전체를 어느 한 사람이 작창했다고 기록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김길희의 의견에 따르면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사설 가운데 요즘처럼 ‘작은 이도령’이라고 하면 이면에 맞지 않고 소리가 구겨지는데 ‘작은 이도령’보다는 명창 송만갑, 이화중선, 박록주가 불렀던 것처럼 ‘애기’라고 하는 게 더 낫다고 한다.
판소리에는 시대상이 반영되어야 하고 그것은 명창이 포착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김길희는 말한다. 이것은 이면 표출과도 연결되는 문제라고 한다. 또한 김길희는 소리꾼이 발림을 위해 춤을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옛 판소리는 아니리가 드물었다고 김길희는 회고한다. 그리고 음악은 만가지 학문과 연관되어 있다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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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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