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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노재명 저서 『판소리 명창 성우향』(경기 고양:지구레코드, 1998)에 실려있는 글이다.
판소리 명창 성우향 증언<3>
증언/성우향
대담 정리/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김소희 선생님은 주로 정권진 선생님에게서 보성소리를 익혔다. 김소희 선생님의 심청가 중에는 <시비 따라 가는 데>가 보성소리이다.
정응민 선생님은 아들 정권진씨에게는 판소리를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정권진씨는 아버지가 제자들을 가르치는 곳에 몰래 찾아가서 귀동냥으로 소리를 독학하였다. 결국 정응민 선생님 작고 무렵에는 아들 정권진씨에게 판소리 하는 것을 허락하고 가르치셨다. 그후 정권진씨는 본격적으로 판소리에 뛰어들어 보성소리로서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기예능보유자가 되었다. 정권진씨는 1960년대 중반까지도 국악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경찰서에서 근무하였다. 그러다가 정권진씨는 1960년대 중반에 뒤늦게 서울로 가서 국악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정권진씨는 보성소리가 인기가 없던 1970년대에 생활 때문에 잠시 창극단에서 활동하기도 했고 김연수씨 문하생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정권진씨는 정응민 선생님 문하에서 직접 배울 기회가 드물었고 거의 간접적으로 배웠기 때문에, 정권진씨와 내가 하는 보성소리는 다소 차이가 있다. 정권진씨가 무형문화재(심청가)로 지정된 후 그분의 문하생으로 조상현씨와 성창순씨가 지정되었고 정권진씨 작고 후 문화재 등록 인정 순서에 따라 조상현씨와 성창순씨가 인간문화재가 되었다.
정응민 선생님의 수제자로는 박기채씨와 김준섭씨를 꼽을 수 있는데 두분 모두 중년에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박기채씨는 혼자서나 사람이 적을 때는 소리를 잘하는데 여럿이 모여 있으면 소리를 잘 못하는 결점이 있었다. 김준섭씨는 김춘실씨인가 김춘섭씨인가 하는 동생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김준섭씨의 처 박의숙씨 또한 대단한 명창이었다. 장영찬씨는 1년 정도 정응민 선생님한테 소리를 배웠는데 오랫동안 배운 선배 박기채씨와 김준섭씨에 견줄 만큼 소리를 잘했고 특히 <주막 밖을 나서더니>가 장기였다. 성창순씨가 바로 이 장영찬씨한테 소리를 배운 바 있다. 성창순씨는 장영찬씨의 부인 성희경씨와 이종 사촌간이다.
박춘성씨는 정응민 선생님의 첫 제자이다. 박춘성씨 다음으로 김연수씨, 박기채씨, 김준섭씨 등이 정응민 선생님 문하에 들어갔다. 박춘성씨는 중도에 소리를 놔서 말년에는 상성이 안나왔고 소리를 많이 잊어버렸다.
1963년 정응민 선생님은 녹음을 하기 위해 서울로 갔다. 박귀희 선생님이 경영한 운당여관 앞에 있던 문화여관에 머물면서 문화재관리국에 보존용 녹음을 남기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 못해 병원에 가셨다가 암 선고를 받고 녹음은 뒤로 미룬 채 급히 보성으로 돌아가셨다. 그 후 보름만에 정응민 선생님은 세상을 떠나셨다.
정응민 선생님 장례식 때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왔다. 그래서 장례식에 참석 못하는 사람이 많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도착해 있었다. 그때 장례식에 쓰인 쌀이 다섯 가마니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지 아마 짐작이 갈 것이다. 정응민 선생님께서 생전에 여러 사람들에게 후덕하게 대하고 판소리 만큼이나 처세 또한 올바로 하셨기 때문에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선생님의 인덕과 기품있는 면모를 장례식에서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정응민 선생님의 녹음은 15분 가량 릴테입에 남아있는 것이 전부인데 그 녹음은 정 선생님 댁을 자주 드나들던 김모씨(金某氏)가 해놓은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정응민 선생님의 손자인 회천, 회안, 회석 3형제가 국악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가운데 정회석은 현재 내게 보성소리를 배우고 있는데 앞으로 무척 기대되는 판소리 유망주이다.
한편 내가 근래에 발견한 판소리 명창 재목은 가야금산조 연주자로 활동하는 지성자씨(지영희 성금연 명인의 딸)다. 1995년 나는 남원 춘향제 명창대회에 심사위원으로 갔다가 그 대회에 출연한 지성자씨를 보았는데 정말 오랜만에 신선한 맛을 느꼈다. 그때 지성자씨가 가사를 약간 더듬어서 2위를 했지만 정말 남다른 재질을 지닌 사람이라고 느꼈다. 지성자씨는 최승희씨 문하에서 춘향가를 배우고 있는데 예전 김여란 선생님 성음을 선명하게 구사해냈다.
김여란 선생님은 시창의 여왕이었고 국악인 중에는 아마 가장 미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김여란 선생님은 남편 타계 후에 <흥타령>(허무한 세상)을 작곡하신 바 있는데 나는 1960년대에 그분에게 서울 상도동에서 그 <흥타령>과 판소리 춘향가 중 시창 <금준미주>를 배웠다.
정응민 선생님의 장기는 판소리 춘향가 중 <긴 사랑가>(만첩청산), <춘향방 그림가>, 심청가 중 <배는 고파>∼<중타령>, <심청이 비문 안고 우는 데>, 적벽가 중 <조자룡 활 쏘는 데>, 수궁가 중 <약성가>이다.
정응민 선생님께서 공연하시는 모습을 본 것은 내가 보성에 처음 도착했을 무렵인 1953년경이다. 당시 정 선생님은 50대였고 보성에서 <심봉사가 심청 비문 안고 우는 데>를 공연하시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다.
정응민 선생님은 12세부터 정재근 선생님 문하에서 판소리를 공부하셨다 한다. 그리고 정재근 선생님이 정응민 선생님을 김찬업 선생님 문하로 보내 공부하게 하였다 한다.
정응민 선생님은 큰아버지인 정재근 선생님 문하에서 박유전제 판소리 심청가, 적벽가, 수궁가 등을, 김찬업 선생님 문하에서 김세종제 춘향가 등을 사사했다 한다. 그리고 이동백 선생님과 송만갑 선생님한테도 가르침을 받았다 한다.
1955년 나는 전국명창대회에 참가하여 1위를 하였다. 1958년에는 임방울 창극단에 입단하여 활동했다. 그리고 같은 해인 1958년 나는 서울 박초월 선생님 문하에서 단가 <철인가>와 <강상풍월>, 판소리 흥보가와 수궁가 중 <토끼 배 가르는 데>, 남도민요 <육자배기>, <삼산은 반락>, <개고리타령>, <흥타령> 등을 배웠다. 1950년대 후반에는 제1회 박초월 문하생 발표회에 참가하여 공연을 했다.
1950∼60년대에는 청이 대체로 높았고 특히 박초월 선생님의 청이 높았다. 그때 소리하는 사람들은 굶주리던 시절인데도 지칠 줄 모르고 고음으로 질러댔다. 요즘보다 3도 정도는 청이 높았다. 요즘은 굶주리며 소리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예전 만큼 고음을 잘 질러내질 못한다. 공력 부족이다.
1959∼1960년 무렵 나는 진봉규씨와 혼인을 했고 킹스타레코드사에서 단가 <운담풍경>, <백발가>, <강상풍월>, <사절가>, 판소리 심청가 중 <중타령>, <방아타령>,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등을 음반에 취입하였다. 당시 나는 한농선씨와 남도민요 <육자배기>, <농부가>를 녹음했고 신유경씨하고는 단가 <만고강산>을 함께 음반에 취입하였다. 같은 시기에 나는 오아시스레코드에서 심청가 토막소리(뺑덕이편) 등을 취입하였다.
1960년 무렵 나는 신세기레코드사에서도 음반을 취입하였다. 그 회사에서는 박초월 선생님, 한농선씨, 박보아씨와 함께 <널뛰기>, <남원산성>, <휘여능청>, <진도아리랑>, <농부가>, <방아타령>, <달맞이>, <강강수월래>, <물레타령>, <육자배기>, <새타령>, <성주풀이>, <흥타령>, <개고리타령> 등 여러 민요를 녹음하였다. 당시 나는 박초월 선생님, 김소희 선생님, 한농선씨, 김경희씨, 김정희씨 등과 함께 ‘창극 춘향전’ 음반을 취입했고 1960년대 초반에는 박초월 선생님, 김소희 선생님, 한농선씨 등과 함께 ‘가극 성춘향’ 음반을 취입하였다.
1962년 나는 외아들 진성환을 낳았고 그 무렵 서울 박록주 선생님 문하에서 단가 <백발가>와 판소리 흥보가 중 초입부터 <제비 후리러 나가는 데>까지 배웠다. 정응민 선생님께서는 흥보가만은 재담소리라 하여 부르시거나 가르쳐 주시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흥보가의 대가였던 박록주 선생님 문하에 들어가서 흥보가를 사사한 것이다. 박록주 선생님 제자 가운데 한농선씨, 정성숙씨가 선생의 성음을 빼닮았다.
1960년대 중반 나는 대도레코드사에서도 음반을 취입하였다. 그 음반회사에서는 박초월 선생님, 한농선씨, 박봉선씨 등과 함께 창극 ‘춘향전’, ‘심청전’, ‘흥보전’ 음반을 취입하였다.
1960년대 중반에 대도레코드에서 나와 함께 창극 음반을 취입한 성우춘씨는 1927년 무렵에 출생한 명창으로서 성창순씨의 사촌이며 박초월 선생님의 제자이기도 하다. 성우춘씨는 목이 아주 좋고 소리를 잘했는데 1970년대 후반에 전주에서 가정사 일로 그만 자살하고 말았다. 김옥주씨는 1940년 무렵에 출생하였고 박초월 선생님 문하에서 판소리와 민요를 배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살고 있다.
국악인 가운데 박봉선씨는 1910년 무렵 출생, 1934년생 두 사람이 있다. 이 가운데 1934년생 박봉선씨가 나와 1960년대 중반에 대도레코드사에서 창극 음반을 취입한 사람이다. 1910년 무렵에 출생한 박봉선씨는 명창 박초선씨의 언니로서 박동실씨 문하에서 판소리를, 김종기씨한테 가야금을 배웠고 강남중씨와 살았다.
1960년대에는 창극뿐 아니라 판소리 녹음시에도 기악 반주를 입히는 것이 유행이었다. 판소리에 기악 반주를 넣으면 처음 들을 때는 신선하지만 자꾸 들을수록 질리고 소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악 반주가 판소리의 극적인 면을 살리는 데 방해가 된다.
1968년 나는 성음사에서 한농선씨, 성창순씨, 오정숙씨, 남해성씨 등과 함께 남도민요 <강강수월래>, <새타령>, <화초타령>, <둥개타령>, <진도아리랑>, <농부가>, <화초사거리>, <보렴>, <꽃타령>, <들국화>, <남포타령>, <통영 개타령>을 음반에 취입하였다.
1968년 무렵 나는 워커힐호텔 뒷편에 있는 영화사에서 백일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인 1968년에 문공부 추천으로 재일교포 위문 공연을 하였다.
1960년대 후반 나는 시대레코드사에서 음반을 취입하였다. 그 회사에서는 김소희 선생님, 김경희씨, 성창순씨, 박옥진씨 등과 함께 창극 ‘심청전’, ‘흥보전', ‘장화홍련전’, 남도민요 <강강수월래>, <성주풀이>, <방아타령>, <경복궁타령>, <진도아리랑>, <옹헤야>, <까투리타령>, <둥개타령>, <함양 양잠가>, <새타령>, <농부가>, <육자배기>, <쾌지나 칭칭 나네>를 음반에 취입했다.
김경희씨는 김소희 선생님의 배다른 여동생으로서 1920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났고 언니인 김소희 선생님한테 판소리를 배웠다.
1969년 나는 지구레코드(케네디레코드)에서 박록주, 김여란, 김연수, 박초월, 김소희, 박귀희 선생님 등과 함께 ‘단가집' 음반을 취입했는데 당시 내가 남긴 소리는 <진국명산>과 <강상풍월>이다.
1960년대∼1970년대 초반 나는 한농선씨, 김국향씨, 양옥진씨 등과 함께 남도민요 <육자배기> 등을 녹음한 바 있고 박봉선씨 등과 함께 남도민요 <널뛰기>, <달맞이>, <추천놀이>, <강강수월래>, <진도아리랑> 등을 녹음으로 남긴 바 있다.(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 릴테입)
내가 가장 신경써서 다듬은 소리는 춘향가와 심청가다. 이 두 바탕소리는 『성우향이 전하는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서울:희성출판사, 1987), 『성우향 창본 강산제 심청가』(서울:성우향 판소리 연구회, 1994)라는 창본으로 엮어서 발간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두 바탕을 가장 먼저 완창 발표했다.
물론 그 이전 1950∼1960년대에도 춘향가, 심청가를 부르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음반 취입, 공연, 방송시 토막소리만 했다. 그래서 나의 첫 완창 발표회는 1972년 심청가 공연인 셈인데 그 독창회는 ‘제1회 연구발표회 강산 박유전제 심청가'라는 이름으로 서울 중앙국립극장에서 열었다. 1972년에 심청가를 완창할 때는 공연 전날 부부간에 다툼이 있었고 연습을 무리하게 하여 목이 잘 터지지 않았다. 그 당시 북반주는 한일섭씨와 김득수씨가 맡았다.
같은 해인 1972년 나는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2회 판소리 유파 발표회’에 출연하여 심청가를 불렀고 문공부 추천으로 재일교포 위문 공연을 하였다.
1970년대 초반 나는 화양동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다가 실패하여 심한 경제고에 시달렸다. 화양동에서 삼양동으로 이사, 삼양동 안에서도 여러번 이사하는 등 전세 월세방을 전전하며 생활하였다.
1970년대 초반 나는 (주)현대음반에서 김소희 선생님, 조상현씨, 성창순씨, 김경희씨, 박옥진씨 등과 함께 창극 ‘심청전’, ‘흥보전’, ‘장화홍련전’ 음반을 취입하였다.
1973년에는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3회 판소리 유파 발표회’에 출연하여 춘향가와 심청가를 불렀다.<계속>
2000년5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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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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