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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노재명 저서 [판소리 명창 성우향](경기 고양:지구레코드, 성우향 흥보가 CD음반 부록 서적, 지구레코드 JCDS-0697~0698, 2CD 1책 박스물, 1998년 12월 제작) 74~109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 상기 사진: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성우향 소장 사진 복사본 제공). 20대 때 성우향 명창의 모습.
판소리 명창 성우향 적벽가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 정응민 문하 학습 당시 성우향의 적벽가 창본(1954년)
- <조조가 음식을 베풀어 군사들을 위로하는 데>(천여척)~<조자룡 활 쏘는 데> 사설과 그 해제
1953년 성우향이 정응민 문하에 판소리를 학습하러 들어가서 처음 익힌 것이 적벽가였다. 성우향은 정응민한테 적벽가 가운데 <조조가 음식을 베풀어 군사들을 위로하는 데>(천여척)~<조자룡 활 쏘는 데>를 배웠다 하며 이 중 <조자룡 활 쏘는 데>는 정응민의 장기였다 한다.
적벽가로 인간문화재가 된 명창은 모두 3명으로서 박봉술, 한승호, 박동진이 바로 그들이다. 이 가운데 오늘날 적벽가 하면 거의 모든 학도들이 박봉술제를 배우고 있다. 고제의 본모습를 가장 많이 지니고 있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밖에 정광수, 오정숙 등의 적벽가가 현재 살아있다.
예전에는 명창이라면 거의 필히 적벽가를 할 줄 알았고 그래서 매우 다양한 적벽가가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불과 손에 꼽을 정도의 일부 바디만 남게 되었다. 그런 데는 여러 이유가 있으나 무엇보다도 근대 국악사에서 없어져 가는 소리제에 더욱 타격을 입힌 것은 그릇된 문화재 제도였다.
박봉술의 판소리 가운데 적벽가가 문화재로 지정되자 그것 외에는 다른 소리를 배우려 하는 이가 드물었고 그 외의 소리제는 거의 대부분 전승이 끊어졌다. 문화재관리국에서 모든 명창에게 일괄적으로 판소리 한바탕씩을 문화재로 지정했기 때문인데 이런 관행은 지극히 잘못된 정책이다. 그래서 여러 바디에 능한 왈 명창들의 소리가 거의 대부분 각기 한바탕씩만 남게 됐고 뛰어난 소리제들이 무수히 소멸됐다. 김여란의 정정렬제 적벽가가 그런 탓에 없어졌고 현존 최고령 명창 정광수의 이동백/유성준제 적벽가도 앞으로 전승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그리고 강장원의 이동백제, 김애정의 송업봉제, 신옥주의 정정렬제 적벽가도 문화재 제도권의 사각지대에서 세인의 무관심 속에 사라지고 말았다.
현재 정응민제 보성소리 적벽가 또한 그런 연유로 전승이 매우 위태로운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정응민제 적벽가 전판을 지금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고 정응민의 아들 정권진이 남긴 적벽가가 현재 이 소리제의 유일한 완창 녹음이다.
성우향도 보성소리 적벽가를 일부 배우기는 했으나 이를 예전에 녹음으로 남긴 바가 별로 없고 지금은 온전하게 기억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다만 정응민 문하에서 이를 학습할 때 기록된 사설이 남아있을 뿐이다.
현재 남아있는 성우향의 정응민제 소리책은 춘향가, 심청가, 적벽가 일부 사설이 기록된 노트 총 3권이다. 이 자료는 현재 성우향이 모두 소장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사설 내용에 장단의 한배를 표시한 점이 찍혀있고 모든 사설이 일제시대 한글 고어로 적혀있다. B5종이 크기 정도의 학생용 노트를 줄 눈금이 세로로 놓이게끔 펼쳐서 맨우측에서 좌측으로, 위에서 아래로 기록해 나가는 방식으로 하여 쓰여졌다. 장단 표시 부분을 보면 ‘세마치’란 말 대신 ‘진양조’란 표현을 썼고 요즘처럼 ‘-모리’라 하지 않고 거의 모두 ‘-머리’라 했다. 이 소리책들에 기록된 장단명은 ‘진양조’, ‘중머리’, ‘단중머리’, ‘중중머리’, ‘자진 중중머리’, ‘자진머리’, ‘휘머리’, ‘언머리’, ‘엇중머리’이며 ‘아니리’는 ‘안열’, ‘안렬’, ‘안열리’, ‘안이리’라고 한 점이 눈에 띈다.
그 가운데 춘향가 소리책은 성우향의 증언에 의하면 성우향이 정응민 문하에서 판소리를 학습할 당시 위계향이 옆에 앉아 소리를 듣고 받아 적어 정리해준 것이라 한다.(1955년 무렵인 것으로 추정됨)
성우향이 정응민 문하에서 판소리를 배울 때 정응민 집 주변에 살던 판소리 애호가 위계향에게 노트를 사주어야 소리책을 써줬는데 당시는 그런 물자가 귀했고 성우향은 돈이 없어서 노트를 사지 못했다 한다. 그런데 위계향이 그런 성우향의 처지를 딱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한테 사설을 적어주고 남은 노트 여분을 뜯어서 소리책을 만들어 주었다 한다.
춘향가 소리책 앞표지에는 ‘成又香 춘향전’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천자뒤풀이>~<이도령이 춘향과 백년언약을 하는 데>(세월도 유수같다) 사설이 총 13쪽에 걸쳐 만년필로 기록되어 있다.
‘세 을미 졍월일 셩우향 녀사 증’(27쪽 맨끝에 기록)이라 쓰여진 심청가 소리책에는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데>~끝 사설이 총 27쪽에 걸쳐 만년필로 기록되어 있다. 성우향의 증언에 의하면 이 심청가 소리책 역시 성우향이 정응민 문하에서 판소리를 학습할 당시 위계향이 옆에 앉아 소리를 듣고 받아 적어 정리해 준 것이라 한다.(1955년) 이 소리책에는 위계향이 아닌 다른이들의 글씨로 적힌 심청가 사설 종이들이 끼워져 있다.(총 20쪽, <허허 저것이 금이냐> <그때의 심봉사는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때는 어느 땐고 오뉴월 삼복성염이라>~끝 사설 수록)
적벽가 소리책 앞표지에는 ‘젹벽가 甲午年 六月 一日’이라고 적혀있고 <조조가 음식을 베풀어 군사들을 위로하는 데>(천여척)~<조자룡 활 쏘는 데> 사설이 총 31쪽에 걸쳐 만년필로 기록되어 있다. 성우향의 증언에 의하면 이 적벽가 소리책 역시 성우향이 정응민 문하에서 판소리를 학습할 당시 위계향이 옆에 앉아 소리를 듣고 받아 적어 정리해준 것이라 한다.(1954년) 이 소리책 뒷표지에는 성우향의 글씨로 보이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천지가 울어 눈물이 바다가 되여도 삶에 허덕이다 쪽끼는 내일이라 잡지도 못할 꿈 안고 시간마다 흘너내리니 벅찬큰 꿈만 안고 도라가.”
이 중에서 특히 적벽가 소리책은 현재 전승이 불안전한 보성소리의 한 부분을 지탱해줄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성우향이 정응민 문하에서 학습할 당시에 기록된 이 적벽가 창본을 같은 보성소리 계열인 정권진의 적벽가 완창 음반(뿌리깊은나무 판소리 전집 中)과 비교해 보면 사설이 일부 다르다. 그리고 성우향의 증언에 의하면 자신이 정응민 문하에서 학습한 적벽가와 정권진의 녹음은 곡조나 성음 등이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며 <오백 군졸 영솔> 대목을 성우향은 자진 중중모리에 덜렁제로 배웠다고 한다.
또한 성우향의 적벽가 창본을 같은 보성소리 계열인 박춘성의 적벽가 중 <싸움타령>~<주유가 불로 공격하려 하나 바람이 없어 애를 태우는 데> 녹음(이보형 채록 판소리<1> 음반 中)과 비교해 보아도 차이점이 있는데 참고로 박춘성의 이 녹음 사설을 채록하면 다음과 같다.
(빠른 중모리) “습용간과 헌원씨, 여염제로 판천 싸움, 능작대무 치우작란 사로잡힌 탁록 싸움, 주나라 쇠한 천지 분분허다 춘추 싸움, 봉기지장 요란허다 팔년 풍진 초한 싸움, 위복 진황 늙은 후어 투식산동 육국 싸움, 태공 여후 잡히겄다 서북대풍 회수 싸움, 마상 천하 허였구나 한 유방의 지혜 싸움, 칠십여후 혼이 없다 항도령의 우벽 싸움, 동남풍 훨훨 불어 위태허다 적벽 싸움, 공성신퇴 가고지고.” “에, 아서라 싸움타령. 가삼 끔적 기맥힌다.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아니리) 또 한 군사 이 말 듣고 눈물, 콧물 흘리며 하염 울음을 우난디,
(세마치) “옳더니라. 너흰 아직 술잔이나 먹고 재담, 괴담, 취담, 장담, 실담, 허담허거니와 명일 대전 시설할 저 어느 승부 뉘 알소냐? 유능제강이요 악능제악이로다. 범가의 징험이요, 흥망성쇠 재덕이라. 승부간의 익사, 객사, 횡사, 겁사, 몰사, 멸사 헐 적 너희놈들 견디어 보아라.” 또 군사가 이 말을 듣고 떴다, 봐라, 저 가마귀. 월명심심야으 남천을 무릅쓰고 공중으 높이 떠 까옥 까옥 까르르르 까옥 울고 가니, 조조 듣고 물어 왈, “저 가마귀 연하명고?” 좌우 답왈 의심허되, “간월명이천효허여 남천으 떠 우나이다.”
(아니리) 조조 듣고 취흥이 도도허여 글 지어 읆었으되,
(창조 도섭) “월명성희 오작이 남비허고 요수삼잡의 무지가의다.
(아니리) 저 가마귀 우리 진중 바라보고 울고 가니 어떻다 이르리요?” 제장 중 유복이 여짜오되, “월명성희 오작이 남비허고 요수삼잡의 무지가의난 곡조는 임진시 불길지조라.” 유복 보고 조조 듣고 홰를 내어, 요설이라 집탈허고 취중으 살해허니 근들 아니 불쌍허냐.
(자진모리) 작일의 수군도독 모개, 우금, 연쇄 전선 하고 재촉할 제, 조조 누선으 높이 앉어 수륙 제장을 오색기로 분발할 제, 수진의 중협총 모개, 우금이요, 전협총 장합이며, 좌협총 문빙이요, 우협총 여통이며, 후협총 여건이요, 수진 전사파 서황이며, 좌사파 악진이요, 우사파 하후연이며, 후사파 이전이요, 수륙응접사 하후돈, 조홍이며, 호위사 허저, 장요라. 수진발방 왈, 관기정착, 이청금고, 목신정기, 가선여마, 견적쟁선, 동주공명소. 도적중앙 군기관초 고도기거아. 육진으 분부하되, “유유소설하며 가위소시하며 시여천여라. 가증여탈퇴며 적불급거이, 각대정제하야 불허참전 월후허라.” 각응성필에 전선 풍범으로 연선, 평지같이 왕래허니, 조조 장대 위에 높이 앉어 연습을 관망허고 심중으 대희하야, 방사원의 연화 계책 진중으 자랑허니, 정욱이 여짜오되, “만일 불로 치랴치면 어찌 피하리까?” 조조 하하 웃고, “화공은 바람을 빙자허니 동설 서북풍으 동남풍이 있을소냐? 내 진은 북진이요 적진은 남진이니, 만일 불로 칠 양이면 저의 진이 탈 것이니, 반다시 승첩할 묘법이라.” 수륙군 정돈하야 싸움을 재촉할 제, 이때의 오나라 주유는 진세를 살피더니 광풍이 홀기하야, 조채황기난 강중으 떨어지고, 오진 깃발은 주유 면상 치고 가니, 화공할 징조로다. 동남풍 없었으니, 욕파무계허여 한 소리 크게 허니, 토혈, 기색, 가련토다. 주유 도독 신병이 점점 짙어 서있지 못할지라. 공명이 자청하야 주유 도독 병을 볼 제, 좌우를 물리치고 양약을 먹일지라, 가만히 십륙자 글을 써 주유 주니 그 글에 허였으되, ‘욕파조공인데, 의용화공이니, 만사구비허되 지흠동남풍이라’ 허였거날, 주유 절절 탄식 왈, “바람은 천지지 조화오니 어찌 인력으로 허오리까?” 공명이 여짜오되, “모사난 재인이요 성사는 재천이라. 나 할 일만 다하오면 천의야 어찌 아오리까? 남병산 한번 올라 바람을 비오리다.”
성우향은 박춘성의 이 녹음을 듣고 나서도 자신이 정응민 문하에서 학습한 적벽가와 비교해 보면 사설, 곡조, 성음 등이 다소 차이가 있다고 했다.
앞으로 보성소리 적벽가의 원형을 되살리는 데 있어서 성우향의 창본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 뒷부분에 성우향이 소장하고 있는 정응민제 보성소리 적벽가 소리책을 전부 영인해 놓았다.
그리고 1977년 성우향이 제3회 전주대사습전국대회 판소리 대통령상 수상 기념으로 가진 ‘성우향 第四回 硏究發表會 판소리 5바탕 표목 발표회’ 실황 녹음은 아직 찾지 못했는데 이 녹음이 만일 어딘가에 남아있어 앞으로 공개된다면 거기에 들어있을 보성소리 적벽가 토막소리는 장차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그밖에 혹시 있을지 모를 박기채, 김준섭 등 정응민의 수제자들이 남긴 보성소리 적벽가 녹음이 있다면 이 또한 귀중한 자료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성우향은 없어져 가고 있는 보성소리 적벽가, 그리고 수궁가의 일부분이라도 자신이 배운 만큼은 되살려서 음반으로 남기고 공연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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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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