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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노재명 저서 [명창의 증언과 자료를 통해본 판소리 참모습](서울:나라음악큰잔치 추진위원회, 2006년) 316~319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 상기 사진 설명: 판소리 명창의 발자취를 찾아서(운봉편) 행사 장면.
송순섭 명창의 판소리 공연 모습. 2006년 10월 28일 전북 운봉 송흥록 생가 모정에서 열린 판소리 공연 장면.
본 행사 총괄진행 연출, 상기 사진 촬영:국악음반박물관 노재명.
엄연한 하나의 음악 구실을 하는 관중의 추임새, 그 다양한 기능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한국의 음악 가운데 민속성악 판소리, 그리고 민속기악 산조 독주, 시나위 합주, 무속음악 등에는 ‘추임새’라고 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판소리에서 소리꾼이 노래를 할 때, 그리고 산조나 시나위 연주시 고수와 청중이 내지르는 ‘얼씨구’, ‘얼쑤’, ‘좋다’ 등의 감탄사를 바로 추임새라 한다.
이 추임새는 소리판에 윤기와 흥을 주거나 소리의 강약을 부각 또는 보완하거나 공백이 있을 때 그 틈을 멋있게 채워줄 수 있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으이’ 같은 외마디 추임새 하나로 장단의 박 구실을 해줄 수도 있고 판소리의 이야기 전개 상황에 따라 어떤 추임새는 각 내용에 걸맞는 배역의 짧은 대답이나 대사 역할로 자연스럽게 스며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이같이 판소리, 산조, 시나위 등 한국 민속음악에서 관중의 감동 표현 방법은 서양 음악의 경우와 완연하게 다르다.
서양음악에서는 대체로 공연 시작과 끝에 미리 누가 말 안하더라도 굳게 맹세하고 약속한 듯 동시에 손뼉을 치는 박수가 거의 유일하게 관중이 자신의 감동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조금 더 음악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면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치는 것, 음악에 따라서는 괴성과 휘파람 소리를 내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판소리에서는 관중이 감동의 표현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딱히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며 표현 방식도 단순하지 않고 퍽 다양하다.
판소리에서는 추임새로서 감동받은 즉시 그때그때 자신의 솟구치는 감동의 마음을 전할 수 있고 추임새 또한 ‘얼씨구’, ‘얼쑤’, ‘좋다’, ‘좋지’, ‘으이’, ‘아문’, ‘그렇지’, ‘잘한다’ 등 아주 다양하게 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매우 즉흥성이 강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관중의 즉흥적인 추임새에 의해 판소리 명창들은 더욱 힘을 얻고 추임새가 별반 시원찮으면 잘 못하다가도 오기가 발동, 분발하여 제 실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신이 나고 흥이 나면 명창들은 자신도 놀랄 정도의 초능력이 발휘된다고 할까, 자신도 상상 못했던 기가 막힌 소리를 즉흥적으로 쏟아내기도 한다.
관중과 고수(鼓手)의 추임새가 단지 소리판의 소음이나 감탄사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 추임새도 당당히 명창의 소리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하나의 음악이 되고 판소리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요소이다.
그러므로 이 추임새를 적절하게 하는 관중도 명창이나 고수 만큼 소리판에서는 중요한 음악가인 셈이고 그래서 관중 가운데 소리를 제대로 들을 줄 알고 멋있는 추임새로서 소리를 잘 살려주는 이들을 가리켜 옛부터 ‘귀명창’이라 하였다.
그러하기 때문에 명창 만큼 귀명창도 수련이 필요하다. 소리의 맥을 짚을 줄 알아야 하고 좋은 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를 잘 가려 적재적소에 추임새를 해야 한다. 추임새가 음악 흐름에 해를 끼치면 안되고 판소리에 꼭 필요한 존재로서의 추임새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타국의 민속음악 가운데 한국의 추임새와 유사한 것이 더러 있고 20세기 후반 현대에 들어서 서구의 대중음악 등에 추임새 같은 소리가 연주 중에 가미된 사례가 몇가지 있다.
이탈리아의 록 그룹 ‘오잔나’(Osanna)의 이라는 곡을 들어보면 ‘으이’ 등의 사람 목소리가 몇차례 들어있고 영국 그룹 ‘제스로 털’(Jethro Tull)의 에는 ‘으음’ 하는 목소리가 추임새처럼 곳곳에 나온다.
그리고 알 디메올라(Al DiMeola), 존 맥로린(John McLaughlin), 파코 데 루치아(Paco DeLucia) 이렇게 세 사람이 기타를 연주한 공연 실황에서는 음악에 도취된 몇몇 관중이 자연스레 내는 ‘으아’ 등의 추임새가 뿜어져 나오기도 했다.
또한 요즘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의 대중음악 그룹 ‘동방신기’ 공연장에서도 노래 중간중간에 팬들의 열광적이고도 음악 흐름에 적절한 각종 단어 등 추임새 같은 소리들이 울려 퍼지곤 한다.
이같이 국내외 현대음악에는 추임새가 생겨나고 있는 느낌이고 반면에 고유의 훌륭한 추임새 문화가 있었음에도 오늘날에는 판소리, 산조 등 한국 민속음악 공연장을 가보면 추임새가 점차 위축되고 사라지는 분위기이다.
이는 예전 같이 귀명창이 많지 않은 점, 소리꾼의 노래를 스피커로 크게 울리게 만들어서 관중이 추임새 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는 현대식 극장의 맹점 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판소리 명고수 중에서는 김세준, 김재선, 김명환 같은 옛 고수들의 추임새가 기품이 있고 멋있었다.
그 앞세대인 한성준, 이흥원, 정원섭, 장판개 등 예전 고수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고수들의 추임새는 요란하거나 많이 하지 않았고 무척 점잖고 핵심 부분에서만 간혹 추임새를 하였으며 고수보다는 관중이 추임새를 많이 하였다.
그리고 원로 명창들의 증언, 옛 공연 실황 등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전통사회에서 청중 역시 판소리에 방해가 될 정도로 아주 심하게 추임새를 많이 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 판소리 공연장을 가보면 추임새는 거의 나오지 않고 공연 중간중간에 박수소리가 쏟아져서 명창의 소리가 박수에 파묻혀 들리지 않고 소리의 맥이 끊기는 상황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1950년대 당시 전국민의 영웅이었던 임방울 명창의 각종 판소리 공연 실황 녹음을 들어보면 소리 중인 공연 중간은 물론이고 공연 시작과 끝 부분에도 박수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1960년대까지도 판소리 공연장 분위기는 이러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 들어 판소리 완창 시리즈 공연이 특집으로 많이 무대에 올려지면서 판소리 공연 앞뒤에 박수소리가 등장한 흔적이 당시 녹음들에 남아있다.
그리고 1980년대 들어 귀명창들이 많이 세상을 떠나면서 관중의 추임새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1980년대 후반부터 판소리 완창시 소리 공연 중간에 청중의 박수소리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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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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