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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2007년 2월 4일 13:30~15:30 전남 순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2006 순천문화인물 국창 박봉술 현창사업 학술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집 [판소리의 계승발전과 국창 박봉술 재조명](전남:순천시/유네스코무형유산판소리진흥회, 2007년) 27~77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국창 박봉술의 일생과 순천 판소리 재조명<1>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 목 차 -
1.순천 판소리의 전통
2.국창 박봉술의 일생과 예술
3.박봉술 명창에 대한 국악인들의 증언
4.박봉술 명창의 순천 활동
5.박봉술 약력(고문헌 발굴 자료)
1.순천 판소리의 전통
전통사회에서는 평안남도 순천(順川)에서 최순경 같은 명창이 탄생하는 등 서도소리가 성행했고 전라남도 순천(順天)에선 오끗준(오끝준), 김질엽 같은 명창이 태어나는 등 판소리가 여타 어느 전라도 지역보다도 크게 꽃을 피웠다.
그래서 옛 문헌에도 그러한 면모가 기록되어 있고 여러 명창들이 전남 순천에서의 판소리에 대해 많은 증언을 하였다.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서울:조선일보사, 1940년) 123~128쪽에는 다음과 같은 전남 순천 명창 오끗준에 대한 기록이 있다.
“오끗준(吳끗준, 오끝준 - 동편)은 전라남도 순천 출생이다. 박만순의 문도로서 동파의 법제를 가지고 고종시대에 있어서 성창렬, 이창윤 등과 병시한 쟁쟁한 명창이었는데 춘향가에 특장하였다 한다.
그 소장으로 춘향가 중 옥중에서 봉사의 해몽 1절을 소개하면 여좌(如左)하다. ‘춘향이 몽룡에게 편지를 부치고 그날 종일 상사일념이 더욱 간절하여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녘에 야속한 잠이 들어 한 꿈을 얻으니 ...(중략)... 일이 점과 같을진댄 무슨 한이 있으랴마는 이런 년의 팔짜에 웬걸 점이 맞으리. 장탄수심으로 지낼 적에.’ 운운. 이동백 김창룡 담.”
정노식의 [조선창극사] 147쪽에는 순천 출신의 판소리 명창 김질엽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김질엽(金質燁 - 동편)은 거금(距今) 90년 전에 전라남도 순천군 쌍암면 사촌에서 출생한 인(人)이다. 김창환, 오끝준과 제배로서 남방 중진이었고 토별가로 일세를 울린 명창이다. 시기는 미상하나 고종 탄일에 한번 피택하여 올라와서 궁중 연석에서 출중하게 잘하여서 그 명성은 일층 더 세간에 선양되었다 한다.”
전통사회에서 명창 한 사람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대체로 유서깊은 성악 가문의 전통, 훌륭한 스승, 판소리에 대한 애착이 있는 귀명창들의 수많은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에 일찍이 오끗준(오끝준), 김질엽이라고 하는 명창이 탄생하기까지 그들이 태어난 순천에서는 그 이전부터 판소리에 대한 뿌리가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김질엽의 후배로 가야금병창 명인이자 명고수였던 오수관(吳壽寬, 1875∼?)이 전남 순천의 낙안(樂安) 출신이고 그의 사촌동생 오성삼(吳聖三) 또한 명고수이자 민속기악의 명인이었다.
또 일제 때 무수히 많은 가야금병창 유성기음반을 취입한 대가 오태석이 바로 오수관의 아들이고 전남 순천 태생의 판소리 명창 오기석은 오태석의 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오태석(吳太石, 1895∼1953)은 일설에 전라남도 보성 출신이라고도 하나 대체로 전남 순천 낙안면 동내리에서 태어났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오태석은 부친인 오수관에게 가야금을 배웠고 낙안에서 한동안 활동했던 동편제 명창 송만갑에게 판소리를 사사하였다.
일설에는 송만갑이 순천 낙안 태생이라고도 한다. 오태석은 일제 때 여러 사진과 무수히 많은 문헌기록, 녹음을 남겼고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오기석에 대해서는 일제 때 이영민이 촬영한 사진, 그리고 김연수 저서 [창본 춘향가](서울:국악예술학교 출판부, 1967년, 비매품) 332쪽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古今國樂名人錄
姓名:吳碁石, 年代:純宗, 本鄕:全南 順天, 師事:劉聖俊.”
이영민은 일제 때 목격한 오기석의 판소리를 일러 ‘한 곡조 고상한 양춘곡 빼어나게 부르는 곳에 푸른 산 우뚝우뚝 물은 넘실거리네’라고 평한 글을 오기석 옆에 족자로 걸어 사진 촬영을 하여 남긴 바 있다. 어쩌면 명창 오끗준이 같은 순천 출신인 이 오씨 가문의 조상일지 모른다.
판소리 인간문화재 박초월(본명:박삼순, 1916~1983)은 전남 순천의 승주에서 태어나 김정문, 송만갑, 박중근, 박동실, 오수암 등에게 판소리를 배웠다.(노재명, ‘작고명인집-박초월 수궁가’ 음반, 한국방송공사 KBS 기획 제작, 신나라레코드 제조 발매 NSC-020~021, 2CD, 1999년, 해설서)
판소리 인간문화재 한승호 명창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바 있는데 일제 때 순천 지역의 판소리 후원 귀명창들에 대해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순천 ‘성군수’(성정수)가 300원을 주고 이선유에게 편지를 보내주어 한승호가 소리를 배우러 갔으나 이선유의 나이가 너무 많아서 배우지를 못했다 한다. 당시 성군수가 이선유한테 꼭 배우라고 한승호에게 적극 권했다 한다.”(1993.9.29 한승호 증언)
다음은 판소리 인간문화재 정광수(1909년 출생)의 증언으로서 일제 때 순천 지역에서 유성준, 김연수, 정광수 같은 명창들이 활동한 상황이 일부 묘사되어 있는데 당시 순천군수가 판소리 애호가이자 후원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정광수)는 22세 때 김봉학 명창의 문하에서 나와 목포권번에서 약 2년 동안 소리 선생을 했다. 목포권번은 본래 목포여기조합이었다.
나는 목포권번에서 막 나왔을 때 당시 장흥 유지였던 김명식 참사가 장흥군 부동면 보림사 위에 삼성암을 지었는데 내게 방 하나를 내주어 그 곳에서 2년 동안 독공을 했다. 독공 후에는 순천권번에서 약 2년 동안 소리 선생을 했다. 그 때 유성준 선생님이 순천군수 관사에 머물고 있었는데 김연수(金演洙)씨가 소리를 배우면서 장단이 틀리다고 따지자 유성준 선생님이 화가 나서 그 곳을 떠났고 그래서 나는 그 분께 배울 기회를 놓쳐 버렸다.”(1995.9.14 정광수 증언)
김연수가 순천에 있던 동편제 명창 유성준을 찾아가 배운 것은 수궁가였고 1935년이었다.(노재명, “김연수 약력” '판소리 명창 김연수 춘향가, 고수:이정업' 음반, 지구레코드 JCDS-0454, 1CD, 1966년 녹음, 1994년 제작, 해설서)
김연수가 그의 저서 [창본 춘향가]에서 오기석의 스승이 유성준이라고 한 바와 같이 어쩌면 김연수가 순천에서 유성준에게 수궁가를 배운 1935년 당시 유성준이 순천에 머물러 있을 때 오기석도 유성준에게 판소리를 배웠을 가능성이 있다.
상기 정광수의 증언에도 나타나 있듯이 전남 순천은 예부터 판소리가 성행했고 판소리에 대한 강력한 후원자들이 많았던 바 타지역 명창들이 이 곳에 와서 공연하고 소리 사범으로 많이 활동하였다.
박복남(1927년 출생)은 16세 때 부친 박춘봉과 명창 송만갑의 권유로 약 6개월 동안 순천에서 이동백한테 단가, 심청가 후반부를 사사했다 한다.(2003.3.28 박복남 증언)
판소리 명창 장녹운(본명:장옥순, 1930년 출생)은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9세까지 남원에 살았고 9세부터 12세까지 서울에서 살았으며 12세부터 15세까지 전남 순천에서 살았고 15세부터 17세까지 광주에서 살았고 17세에서 21세까지 다시 순천에 살았으며 21세 이후에는 전북 전주에서 살았다.
장녹운은 9세 때 서울에서 조상선에게 <진국명산> 등 단가를 잠깐 배웠고 12세 때에는 전남 순천에서 오바둑에게 단가 몇 대목을 배우고 나서 1년간 춘향가, 심청가 등 판소리를 배웠다 한다. 15세 이후에는 광주에서 2년간 박동실에게 단가와 심청가, 흥보가 도막소리를 배웠으며 17세 때에는 순천에서 박봉술에게 흥보가 초입에서부터 첫박 타는 대목까지 배웠고 가끔 남원에 가서 강도근에게 흥보가를 배웠다 한다.(이보형 조사·집필, [판소리 流派] 서울: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1992, 131~132쪽)
김정애(1942년 출생) 명창은 19세 때 전남 순천에서 김창옥에게 3년간 춘향가 중 <사랑가>, <이별가>, <옥중가>, 심청가 중 <곽씨부인 유언>, <집이라고 들어오니>, <밥 빌러 가는 데>, <선인 따라>, 흥보가 중 <박타령>, <가난타령> 등을 배웠다 한다. 김창옥은 전남 거문도 사람으로 당시 49세였고 스승은 누구인지 모른다고 한다.(이보형 조사·집필, [판소리 流派] 178쪽)
판소리 명창 박미숙(1948년 출생)은 1979년 나이 31세 때부터 1987년까지 경상남도 마산에서 선동옥에게 판소리를 배웠고 1987년에는 선동옥이 전남 순천국악원으로 갔기 때문에 학습을 중단하였다. 박미숙이 신동옥에게 배운 것은 춘향가 중 <광한루 대목>, <이별가>, <박석티>~<옥중상봉>, 흥보가 중 <저 아전>~<제비노정기>, 심청가 중 <집이라고 들어오니>, <망사대를 찾아서> 등이다.
선동옥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순천에 살다가 경남 사천에서 살기도 했고 박봉술의 제자이며 수궁가를 잘했다.(이보형 조사·집필, [판소리 流派] 194쪽)
동편제 거장 장판개의 아들 장영찬 명창의 부인 성희경은 장영찬의 모친이 전남 순천 태생이라고 다음과 같이 증언한 바 있는데 전통사회에서는 대체로 국악인 집안끼리 혼사가 많이 이루어진 바 판소리 대가 장판개의 부인이 태어난 순천 가문 역시 뼈대있는 국악 명가일 가능성이 있다.
“장영찬 명창은 13세부터 판소리를 공부하였다. 그 부친 되는 장판개 명창이 일찍 작고하여 부친에게는 판소리를 배우지 못했다 한다. 장영찬 명창의 어머니 김옥란(1884∼1955)씨는 순천 출신이다.”(1996.10.24 성희경 증언)
전통춤 명인 한진옥(1911년 출생)은 17세부터 남원권번에서 춤을 배웠는데 그의 스승은 옥과 출신 이장선과 순천 태생인 이창조이다. 한진옥은 이창조에게서는 줄타기하면서 추는 줄승무와 개성 기생 황진이가 만덕을 유혹하던 황진무라는 승무의 한 유형을 배웠다 한다.(‘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비디오테입 해설서, 국립문화재연구소 제작 발행, 1998년, 행정간행물 등록번호:28800-86822-57-9804, 1VHS, 기획:박상국, 조사·정리·해설서 집필:이병옥 외, 48쪽)
전통사회에서는 민속 가무악을 같은 신분 집단에서 행한 바 이창조도 전남 순천 지역의 유서깊은 국악 가문 출신일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능주 씻김굿 조도화(본명:조동운, 1913년 출생) 명인의 증언으로서 일제시대 전남 순천의 기생조합에 대해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당시에는 이같은 권번에서 판소리 전승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조도화는 처음엔 집안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무업을 거부하고 신식학교 공부에 몰두했으며 그리하여 중학 공부까지 마치고 은행원이 되었다. 순천의 호남은행이 첫 부임지였고 당시 그의 나이 18세였다. 거기서 1년쯤 근무하다가 광양의 광산금광의 서기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가 순천기생조합 권번의 서기로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그리하여 그는 그렇게 꺼렸던 화류계와 숙명처럼 인연을 맺게 된다. 당시 기생조합의 선생으로 있던 집안 어른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한다.
한량치고 소리 한대목과 고장북(소리북) 장단 못치는 이가 없던 시절인데다 권번에서 일하다보니, 그리고 재주와 흥을 타고난 터이니 조도화 또한 북채를 자연스레 잡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결국 그는 조상들의 업을 대물림하게 된다. 조도화는 순천권번에서 활동하다가 얼마 후 나와 독자적인 공연 단체를 꾸며 국내뿐 아니라 만주, 일본 등 인근 국가를 다니며 순회 공연 활동을 하였다 한다.”(1998.3.14 조도화 증언)
판소리, 고법을 학습한 바 있는 국악인 김용준(1929년 출생)의 말에 따르면 전북에는 박창얼, 송영주와 같은 고수가 있었다 한다. 박창얼은 한량으로 거문고도 타고 북도 쳤는데 전주, 순천, 대구 등지에서 살았다 한다. 송영주는 박창얼에게 배웠으나 박창얼보다 낫게 쳤다 한다.(이보형 조사·집필, [판소리 流派] 94~96쪽)
그리고 1인 창극(唱劇)으로 유명한 공옥진은 전남 순천에서 판소리 명창 공대일의 차녀로 태어나 우리국악단 등 여러 국악 단체 생활을 하며 국악을 익혔다.
판소리 명창 강현복(1942년 출생)은 어려서 가난하여 가설극장 단체에 소속되어 다녔는데 그때 신유선(순천 사람)에게 2년간 <육자배기>, <흥타령> 등의 민요를 배웠다고 한다.(2006.4.4 강현복 증언)
다음은 판소리 인간문화재 성우향(1933년 출생)의 증언으로서 전남 순천 태생의 염씨 판소리 가문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나 성우향은) 1950년 무렵에 전남 화순 읍내에서 가까운 물통굴(벼락바위)마을 염금달 선생님 댁에서 한달 가량 판소리 심청가 중 <황성 올라가는 데>를 배웠다. 염금달(男) 선생님의 고향은 전남 순천인 것으로 기억되며 그분의 소리 스승은 들은 바가 없고 한승호씨 또래 정도되는 분이다.
나중에 내가 정응민 선생님 문하에 들어가서 이 염금달 선생님의 <황성 올라가는 데>를 불렀더니 좋다고 그대로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이렇다시 길을 가다 주막에 들어서 잠을 잘제∼’ 하는 이 소리를 정응민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심청가 바디에 삽입시켜 부르게 되었다.
염금달 선생님은 나에게 판소리를 배운 바 있는 염금향씨와 친척간이다. 그리고 염금향씨의 손녀 조정희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 조정희는 나에게 배우기 전에는 어려서 친할머니인 염금향씨에게 소리를 배웠다 한다.
염금향씨의 말에 의하면 옛날 대명창 염계달씨가 염금향씨의 큰할아버지뻘 된다고 한다. 염금향씨는 박춘성씨한테도 소리를 배웠는데 목구성이 좋고 소리를 옳게 잘한다.”(1998.7.17 성우향 증언)
염금향 명창도 박봉술, 박향산 등과 더불어서 전남 순천에서 판소리 후학 육성에 많이 힘썼다. 현재 서울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젊은 소리꾼 염경애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고모인 염금향에게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송화자는 1958년 전남 순천에서 박향산 명창의 딸로 태어나 박향산, 김죽파, 강문득, 최충웅, 윤미용, 이효분, 김해숙, 양연섭 등에게 가야금을 사사했다.
현재 전남 광주에서 판소리 활동을 하고 있는 주소연은 1968년 전남 순천시 중앙동에서 태어났다. 주소연의 언니 주소영은 남해성에게 판소리를 배웠는데 지금은 활동을 중단하고 가정 살림에 전념하고 있다. 주소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3년간 박향산에게 가야금병창 춘향가 중 <사랑가>, 민요 등을 익혔고 성금연류 가야금산조, 박봉술제 춘향가 중 <춘향이 옥에서 나와 어사와 상봉하는 데>와 흥보가 중 <저 아전> 대목 등을 사사했고 단가는 배우지 않았다고 한다.(2006.4.7 주소연 증언)
이밖에도 전남 순천 출신의 소리꾼으로 박영수(1970년 생), 김명숙(1977년 생), 남지연(1984년 생) 등이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전남 순천에서 예부터 판소리가 성행한 것은 뿌리깊은 민속 성악의 전통이 우선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남 순천시 승주읍 죽학리에 있는 선암사는 범패, 나비춤, 바라춤 등이 어우러지는 불교의식인 영산재가 행해지는 태고종의 본산으로서 도선국사의 범패경 등 많은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다.
박송암, 문구암 스님은 필자와의 대담시 범패가 판소리 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하였다. 실제 비교해 보아도 범패의 창법, 저음 단전 성음 등은 이동백, 김창룡의 중고제 판소리 유성기음반 녹음과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가왕 송흥록은 12세 때 백운산 월광선사에게, 이동백은 진주 리곡사 옥천암에서 옥천대사에게 염불 공부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동백, 송만갑, 정정렬과 같은 명창들은 만년까지 소리를 탐구하였고 지나가다 문득 굿판의 특이한 장단만 들려도, 소 울음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정도였다. 오래전부터 판소리 명창들이 득음을 위해 잡가, 굿노래, 정가 등 가림없이 섭렵해 가면서 깊은 역사와 차원 높은 창법을 지닌 불교 성악에도 자연히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여러 문헌 기록에 보이는 바와 같이 그 옛날 정춘풍, 김정근, 박기홍 같은 우리네 음률에 두루 달통한 명창들이 출현할 수 있었다 하겠다.
그런 면에서 염계달, 방만춘, 한송학, 송만갑, 유공렬, 정정렬을 비롯한 옛 명창들이 유독 절에서 다년간 독공을 많이 한 것 역시 판소리와 불교 성악과의 관련성에 있어 예사롭지 않은 점이라 하겠다.
범패가 중요하게 쓰이는 불교의식 영산재에 동원되는 절밖의 삼현육각 악사들 역시 판소리 명창들과 같은 광대 집단이라는 점, 박송암 스님이 필자와 대담시 영산재에 참여하는 민속악 집단을 광대패라 말한 점, 전통사회 절에 거사와 사당패가 머문 점도 주목된다.
정노식이 언급한 이날치의 <새타령> 일화가 익산 부근 심곡사에서 목격된 것이라든지 수많은 명창들이 늘 절과 가깝게 지낸 점, 절의 예술 문화가 판소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데는 그럴 만한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고 하겠다.(노재명 저서, 나라음악큰잔치 국악 도서 [명창의 증언과 자료를 통해본 판소리 참모습] 서울:나라음악큰잔치 추진위원회, 2006년, 44~45쪽)
따라서 한국 성악의 온갖 정수가 녹아있는 범패가 강했던 선암사가 자리한 순천에서 예부터 판소리가 뛰어났던 것 역시 범패를 비롯한 뿌리깊은 민속 성악의 전통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고(故) 김순태, 그리고 그 부인 박경자에 의해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는 순천 삼설양굿 등 무속음악 역시 이 지역 판소리, 민속악 인맥과 적지 않은 상관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그러한 순천 국악 성악의 우수성은 정가(正歌)도 예외는 아니어서 20세기 중~후반까지도 순천에서는 시조(時調) 대회와 강습이 어느 지역보다도 매우 활발했고 정가의 기량이 뛰어났다.(‘時調, 唱:松南 朴彰憲, 執鼓:李在浩, 大笒:趙昌勳, 歌詞校閱:河喜珠’ 음반, 오아시스레코오드社 제작, 全國時友團體總聯合會 發行 OL-1679, 1LP, 1975년 녹음 제작, 뒷표지 박창헌 약력 기록 등)
그리고 전남 순천에서 예부터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이 크게 성행한 것은 다른 지역보다도 특히 국악을 많이 사랑한 이 지역 유지 귀명창들의 관심과 노력이 컸기에 가능했다 할 수 있다.
판소리 인간문화재들의 증언에 의하면 일제 때 순천 성군수가 판소리 명창을 많이 후원하였다 한다. 그리고 순천의 부호였던 귀명창 김종익은 일제 때 조선성악연구회를 후원하여 판소리 후학 양성과 창극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순천 출신의 귀명창 이영민은 판소리 명창들을 후원하는 한편 1920년대부터 20여년 동안 당대 최고의 국악 명인명창들 사진과 소리평을 족자로 남겼다. 또 이영민은 한학과 서예에도 능했는데 <순천가> 등을 직접 짓기도 하여 박향산 명창이 <순천가> 가사에 곡을 얹어 부르기도 하였다.
순천 지역에서 이러한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에 대한 관심은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져 순천 팔마고수전국경연대회가 열리고 있고 2006년에는 순천을 빛낸 순천시 문화인물로 판소리 인간문화재 박봉술 명창이 선정되어 추모 행사가 열리기도 하였다.
또한 1970년대~1980년대 ‘뿌리깊은나무 판소리 감상회’를 시리즈로 마련하고 명창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한창기가 생전에 수집한 민속품들을 집대성하는 박물관이 순천에 건립되고 순천에서 맹활약한 박봉술 명창에 대한 추모, 성지 조성 사업이 순천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순천의 뿌리깊은 문화 역량을 잘 보여주고 있는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2.국창 박봉술의 일생과 예술
박봉술(朴奉述, 1922~1989)은 전남 구례군 용방면 중방리에서 부친 박만조와 모친 조임순 사이의 다섯아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박봉술의 부친 박만조는 한약방을 경영했으며 판소리를 무척 좋아했다 한다. 박봉술의 형제는 위로 박봉래, 박봉채, 박삼채(세채), 박봉이(상구) 같은 형들이 있었다.
큰형 박봉래(朴奉來, 1900~1933)는 송만갑의 수제자로서 슬하에 무남독녀 박향산(정례)을 두었다.
박봉채(朴奉彩)는 한약방을 경영했으며 명창으로 행세하지는 않았으나 소리속을 잘 알아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소리를 가르치기도 했다. 박봉채는 슬하에 딸 박춘홍(본명:박갑순, 박춘홍 다음에 쓴 예명:박향)과 아들 박준양(1943년 무렵 출생하여 현재 부산 거주)을 두었다.
박삼채는 훤칠한 키에 잘 생겼고 목이 좋아 소리를 잘했다 하며 환갑을 넘기지 못하고 작고했다 한다. 박삼채는 슬하에 자식이 없어서 박봉술의 세째아들 박점수를 양자로 데려다 키웠다 한다.
박봉이는 슬하에 2녀 박미홍(분임)과 박미순을 두었고 중년에 순천에서 소리 선생을 하다가 환갑을 넘기지 못하고 타계했다 한다.(1997.1.16 박춘홍 증언) 박봉술 가문에서 많은 사람들이 국악을 했으나 상당수가 단명하였다.
박봉술의 부친은 송만갑의 판소리를 광적으로 좋아하여 틈만 나면 송만갑에게 소리를 청해서 들었고 장남 박봉래를 송만갑 문하에 들여보내서 명창으로 길러냈다. 박봉술의 아버지와 박봉채, 박삼채, 박봉이 같은 형들은 소리를 정식으로 배운 바는 없으나 많이 들어서 송만갑제를 거의 외울 정도였다. 박봉술의 집안 사람들은 그렇게 좋아하는 송만갑제 판소리에 파묻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장판개, 김정문 같은 동편제 거장들과 어깨를 겨루던 집안의 자랑거리 박봉래가 요절하자 그 부친 박만조는 깊은 실의에 빠졌다. 그때 눈에 띈 것이 막내아들 박봉술이었고 그에게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당시 박봉술의 나이 열한살이었다.
그의 아버지 박만조는 그간 송만갑제를 수없이 들어서 그 소리제를 머리에 녹음해 놓은듯 훤히 알고 있었고 그 소리를 아들 박봉술에게 직접 가르쳐 주었다. 새벽이면 어린 박봉술의 입에 박하사탕을 물려주며 잠에서 깨워 소리를 가르쳤고 배위에 바윗돌을 굴려 뱃심을 길러주었다. 박봉술은 그렇게 아버지 밑에서 수년 동안 심청가를 제외한 판소리 네바탕을 배웠다.
1938년 박봉술의 나이 16세, 그는 서울로 가서 마침내 송만갑 문하에서 소리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당시 박봉술은 조선성악연구회에서 송만갑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소년명창으로 이름이 나기 시작하여 이곳저곳에 불려다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로부터 1년도 안돼 스승 송만갑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고 그 무렵 박봉술은 변성기인데다 목관리를 잘못하여 설상가상으로 목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그는 1939년 5월 서울 부민관에서 열린 ‘숨은 남녀명창의 등용문’이라는 ‘조선소리 경창대회’에 참가하였다. 결과는 낙선이었다.(1939.5.10~16 [조선일보])
그리하여 박봉술은 지리산에 가서 독공으로 목을 바로잡아 보려 했으나 무리한 연마로 오히려 성음이 더 상하여 목이 완전히 꺾이고 말았다. 그후 박봉술은 고향으로 돌아가 절망감에 빠져 지내다가 1년 뒤인 1940년에 임방울이 이끌던 단체에 들어가서 일본 순회 공연을 하였다.
1941년 박봉술의 나이 19세, 딸만 둘 둔 최동신(대금 명인)이 박봉술의 소리에 반하여 사위로 삼았다. 그리하여 박봉술은 두살 아래인 최업덕과 혼인하여 전남 고흥군 점암면 사정리에서 처가살이를 하게 된다.
그 이듬해인 1942년부터 수년간 박봉술은 둘째형 박봉채에게 소리를 배웠다. 이때 강도근도 함께 배웠다.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까지 박봉술은 창극 활동을 하기도 했고 여순반란사건과 6.25 전쟁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박봉술은 1960년대 초반에는 서울로 가서 김연수가 이끌던 창극단에서 수개월 동안 활동하기도 했다.
박봉술이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인데 그때부터 3년 가량 박록주의 집에 기거하면서 제자 양성에 주력했다. 그리고 때마침 1971년부터 해마다 ‘판소리 유파 발표회’가 열렸고 박봉술이 거기에 단골로 출연하면서 그의 뛰어난 옛 동편제 소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박봉술은 판소리 역사상 가장 희한한 명창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목이 꺾였는데도 소리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런 최악의 목을 가지고도 당대 최고의 판소리왕이 된 거의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박봉술은 비록 목이 꺾였지만 좋은 소리제와 탁월한 공력을 지녀 인간문화재시대 최고의 명창으로 꼽힌다. 그는 판소리 다섯바탕에 두루 능했지만 적벽가를 가장 즐겨 불렀고 또 가장 잘했다. 그리고 자진모리 대목을 특히 잘 불렀다. 다양한 붙임새를 쓰면서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여유있게 부르는 점에서 대가다운 면모를 느낄 수 있다.
그는 목이 꺾였기 때문에 고음이 약했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 주경야독하여 희성으로 상성을 가늘게 처리하는 법을 터득하였는데 온힘을 쏟은 희성은 멀리서도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위력이 있었다. 희성으로는 박봉술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 할 정도였고 박봉술이 마이크 없이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소리를 해도 끝에 앉아 있는 사람도 그의 희성이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엄청난 공력을 쌓았다 한다.(1997.1.16 박춘홍 증언)
그리고 박봉술은 힘겨운 듯하면서도 구성지게 고음을 처리하고 난 뒤에 땅이 꺼지듯 무게있게 내려놓는 저음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압권이다. 상성이 잘 올라가지 않아 답답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 소리에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어떤 이의 고음보다도 더 장중한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하성은 가히 망망대해라 할 만큼 그 무게와 넓이를 헤아리기 어렵고 매우 웅장한 느낌을 준다.
우렁찬 저음 통성으로 봐서 그가 목이 손상되지 않고 고음이 제대로 나오기만 했다면 고음 또한 굉장히 위력적이고 멋들어진 통성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목이 잘 안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소리를 장중하게 가지고 나가는 그의 수법을 보면 그의 소리 이념이 매우 기개 넘치고 기품과 법도가 있으며 상당히 호탕함이 느껴진다.
그의 소리는 한두번 들어선 깊은 맛을 알기 어렵고 그가 공력을 들인 시간 만큼이나 많이 들어보아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판소리는 직업이나 취미 정도가 아니라 생활 그 자체였다. 일찍부터 생활 속에서 판소리가 몸에 쩔었고 평생 득음을 향해 달렸기 때문에 그는 판소리의 깊고 진한 맛을 제대로 낼 수 있었다.
그는 목이 꺾여서 보통 소리꾼들이 쉽게 걸어갈 수 있는 평범한 소릿길도 그에게는 험난한 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꾀를 부려서 지름길로 가거나 편법을 쓰지 않고 거북이 걸음새를 가지고도 험한 천리길을 마다하지 않고 정석대로 소릿길을 차근차근 밟아간다.
한때 형 박봉래를 연상케 하는 탁월한 재능을 보이며 소년명창으로 이름을 떨치던 박봉술은 목이 꺾이면서 높히 치솟았던 꿈 만큼이나 깊은 절망감에 빠져들었고 그 고통을 잊기 위해 막걸리에 젖어 한때 ‘술이봉 걸리박’으로 지내기도 했다.
박봉술은 술에 취하면 조카딸 박춘홍에게 적벽가 가운데 오림 자룡 출현 뒤에 “바람은 우루루루” 하는 대목을 자주 불러보라고 했다 한다. 젊은 시절 산속에서 판소리와 대전을 벌이면서 소중한 목을 잃고 큰 좌절감을 맛본 박봉술은 자신의 처지를 적벽대전에서 백만대군을 잃은 조조의 초라한 신세나 다름없다고 여긴 것 같다. 적벽대전에서 패배한 조조가 자룡한테 쫓겨가면서 탄식하는 소리로서 비슷한 상황인 박봉술 자신의 서글픈 심정을 위안받고자 했던 것이다.
박봉술은 슬하에 5남 1녀를 두었다. 큰아들 박두지는 4세 때 죽었고 그 아래 딸 박춘경(순자, 1945년 고흥 출생, 박봉술한테만 판소리 사사, 순천 성장)은 목이 좋지는 않았어도 아버지 박봉술에게 배운 판소리 다섯바탕에 두루 능했는데 35세에 요절하였고 그 밑에 아들 박점수는 1948년에 태어났다.(1998.8.7 박춘홍 증언)
그 밑에 아들 박금철은 8세 때 죽었고 그 밑에 아들 박홍순은 아버지 박봉술에게 한때 판소리를 배운 바 있으나 밖으로 소리 활동은 하지 않았고 1996년에 심장마비로 작고했다. 막내아들 박영순(철웅)은 아버지 박봉술의 목을 쏙 빼닮았으며 아버지에게 판소리를 익혀 문화재관리국에 중요무형문화재 적벽가 전수조교로 등록되었으나 아깝게 요절하고 말았다. 이처럼 박봉술의 5남 1녀 대부분이 일찍 세상을 떠나거나 몸이 쇠약하여 박봉술의 소리를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봉술의 딸 박춘경은 다음과 같은 창극 음반에 참여한 바 있는데 그의 뛰어난 판소리 기량을 일부 가늠해 볼 수 있는 실증적인 자료들이다.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음반자료 관리번호 MI12LP-0637~0640
大沈淸傳 其一~五
唱:김소희·조상현·한농선·성창순·안향련·장영찬·성우향·조통달·조남희·남해성·박봉술·박춘경(박봉술의 딸)·신영희·김동애·박송희·박옥진·김경희
現代音盤株式會社 HSJ민15-1~5(5LP), 1970년대 초반 STEREO 녹음, 1979년 제작. 도창:장영찬·성우향. 기악반주자들 성명 미상. 앞표지에 조상현(심봉사)과 안향련(심청)의 사진 수록. 뒷표지에는 조상현의 음반 해설이 실려있음. 이 음반은 1979년 6월 1일과 1984년 7월 20일에 (주)현대음반에서 재편집하여 카세트테입(HSJ민15, 4MC)으로도 제작한 바 있음.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음반자료 관리번호 MI12LP-0631~0632
水宮歌 第一~二集(2枚1組)
토끼:이용배, 자라:강종철, 용왕:언히진(=은희진), 백이제상:김일구, 자라모:박춘경, 화공:박홍출, 도사:박봉술, 도창:박봉술, 해설:김진진, 각색:이용배, 연출:이용배, 음악:이생강.
新世界레코드社 S민-4028~4029(2LP), 1976년 STEREO 녹음, 1977년 11월 제작. 뒷표지에 사설 수록. 녹음기술 담당:이청. 이 음반은 1978년 6월 25일 新世界音響工業株式會社에서 카세트테입(SC-0101~0102, 2MC)으로도 발매된 바 있음.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음반자료 관리번호 MI12LP-0630
赤壁歌 第一~二集(2枚1組)
조조:이용배, 공명:강종철, 주유:언히진(=은희진), 조자룡:김일구, 관운장:박봉술, 장비:박홍출, 군사:박춘경, 각색:이용배, 연출:이용배, 해설:김진진, 도창:박봉술, 음악:박사님.
新世界레코드社 S민-4030~4031(2LP), 1976년 STEREO 녹음, 1977년 11월 제작. 뒷표지에 사설 수록. 녹음기술 담당:이청. 기악반주자들 성명 미상. 이 음반은 1978년 6월 25일 新世界레코드社에서 카트리지테입(ST-0092~0093)으로도 발매된 바 있음.
그리고 박봉술의 막내아들 박영순은 다음과 같은 창극 음반에 참여한 바 있는데 부친 박봉술을 빼닮은 박영순의 출중한 판소리 기예를 일부 접할 수 있는 실증적인 자료들이다.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음반자료 관리번호 MIVHS-0179
전통음악과 한국의 소리 판소리 5選(흥보전)
제작:한국방송공사(KBS) 영상사업단, 문화부 허가 년월일:1991.12.12, 판매가:20000원, 방송위원회 심의필, 테입 상품번호 없음(1VHS), 90분 수록, 1992년 제작.
[완판 창극 ‘흥보전’] 도창:오정숙, 놀보:박후성, 흥보:조통달, 흥보처:전정민, 놀보처:김경숙, 마당쇠:허희, 도승:강종철, 노인:윤석기, 사령:윤충일, 꾀수애비:이정일, 삼월이:강경아, 장군:최재현, 상주:박영순, 초란이:안숙선, 놀보 역군들:강형주·김규형·이경일·노진표·신찬우·전인삼·조영제·성순종, 흥보 자식들:박영순·왕기석·신찬우·남궁정애·김인숙·김차경·방수미, 각설이:윤충일·왕기석, 사당패:강정자·남궁정애·김인숙·박송희, 사물패:유지화·정영자·임춘홍·이용순, 상여꾼:최재현·박영순·신찬우·성순종·전인삼·조영제, 창 구성:박봉술, 반주:김동준·정승우·김청만, 대본:국극정립위원회, 연출:허규, 1980년대 초~중반 공연 실황.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음반자료 관리번호 MIVHS-0182
전통음악과 한국의 소리 판소리 5選(적벽가)
제작:한국방송공사(KBS) 영상사업단, 문화부 허가 년월일:1991.12.12, 판매가:20000원, 방송위원회 심의필, 테입 상품번호 없음(1VHS), 90분 수록, 1993년 제작.
[완판 창극 ‘적벽가’] 연창:박봉술, 도창:박동진, 조조:박후성, 관운장:강종철, 유현덕:윤석기, 장비:최재현, 공명:은희진, 조자룡:윤충일, 정욱:조통달, 주유:허희, 수졸:박영순, 장승(1):오정숙, 장승(2):박송희, 허무적·군사(1):왕기석, 전동다리·군사(2):김경숙, 구먹쇠·군사(3):안숙선, 골래종·군사(4):이정일, 군사(다):강현주, 군사들:유재순·소숙자·김학용, 사공(1):전정민, 사공(2):강민정, 서성:김병한, 주창:왕상희, 동자:남궁정애, 연출:허규, 사물(국립무용단):조형주·김동곤·정병열·최용준, 악사:김동준·정철수(=정화영)·김청만·김성운, 1980년대 초~중반 공연 실황.
박봉술은 자신의 아들과 딸 외에도 조카딸인 박춘홍과 박미홍, 그리고 정미옥, 안숙선, 이옥천, 정성숙, 김동준, 이성근, 송순섭, 조상현, 이용배, 선동옥, 선농월, 조중천(박봉술 적벽가 이수자/서울 교사), 김일구, 박홍출, 이규호를 비롯해서 국립창극단 단원들(1985년 무렵)에게 판소리를 가르쳤다.
박봉술은 모든 제자들에게 똑같이 가르치지 않고 사람에 따라 목구성을 봐서 각기 다르게 가르쳤다 한다. 이러한 지도 방식은 옛 명창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각 소리꾼의 개성을 살려주는 쪽으로 지도한 것이다. 그래서 같은 스승 밑에서 소리를 배웠어도 제각각 ‘나는 그렇게 안배웠다’, ‘우리 선생님은 그렇게 소리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고 저마다 소리를 다 다르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런 다양성이 바로 판소리의 우수성, 장점이고 재밌는 점이다.
박봉술의 수업 방식은 우선 1~2분 분량의 소리를 세번 가량 불러주며 연습하라고 한 뒤 밖으로 훌쩍 나간다고 한다. 그리고 그 근방을 맴돌면서 제자들이 연습하는 것을 듣다가 나중에 소리를 시켜보고 잘못을 지적해 주는 식으로 소리를 가르쳤다 한다. 그리고 소리를 할 때는 입모양 예쁘게 하는 데 신경쓰거나 우물우물하지 말고 입을 쫙쫙 벌려서 확실하게 발음하라고 강조했다 한다.
박봉술은 제자에 대한 칭찬이 많지 않았다 하는데 안숙선이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조카딸인 박춘홍에게 꼭 가보라 하며 자신이 가르친 여러 제자 중에서 돋보인다고 하면서 목구성이 정말 좋다고 칭찬했다 한다. 박춘홍은 작은아버지 박봉술을 오랫동안 모시면서 제자에 대해 그렇게 본심에서 우러나서 진하게 칭찬한 것은 그때 단 한번 들을 수 있었다 한다.
일평생 옛 동편제를 고수한 박봉술은 작고하기 3개월 전에 소리를 변질시키는 제자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한다. “강산도 10년이 가면 변하는 법인데 판소리 또한 그와 같아서 곧이곧대로 하는 것도 좋지만 전체 뿌리를 흔들어 바꾸지 않는다면 시대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바꿔 부를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1997.1.16 박춘홍 증언)
박봉술 주변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그는 매사에 청렴결백하게 행동하였고 동편제처럼 꿋꿋하고 남자다웠으며 고지식했고 인정많은 사람이었다 한다. 그는 판소리, 민요, 대중가요뿐 아니라 가야금, 거문고, 아쟁, 꽹과리, 설장고, 기타, 만돌린 등 악기에도 능했고 재담, 씨름 재능과 여러가지 손재주가 많았는데 글씨 또한 명필이었다 한다.(박춘홍, 박미홍 증언)
박봉술은 다음과 같은 음반에서 뛰어난 기량의 가야금 반주를 선보인 바 있다. 박봉술의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여주는 실증적인 자료들이다.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음반자료 관리번호 MI12LP-0817
육자배기 唱신영애·박향·박춘경
대금:김동진, 아쟁:서용석, 가야금:박봉술, 장고:정철호, 구상:이용배
유니버어살레코오드社 UL-7808(1LP), 1978년 STEREO 녹음, 1978년 11월 26일 제작. 박춘경은 이 음반 취입 직후 35세로 요절함. 이 음반은 이용배, 박봉술 주선으로 취입하게 된 것이라 한다.(1998.8.7 박춘홍 증언) 앞표지와 뒷표지 왼쪽부터 차례로 박향(=박봉술의 조카딸 박춘홍), 신영애(=신영희), 박춘경(박봉술 딸) 사진 수록. 박춘경은 이 가운데 목이 가장 안좋은 사람(고음 잘 안나오는 사람)이다. <자진육자배기> 뒤에 <삼산은 반락>, <개고리타령>, <진도아리랑>, <전라도 산타령>이 수록되어 있다. 총 37분 30초 가량 수록.
SIDE 1) 남도민요 육자배기(7803-1114)
SIDE 2) 남도민요 자진육자배기(7803-1115)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음반자료 관리번호 MI12LP-0818
흥타령·가야금산조
유니버어살레코오드社 UL-7810(1LP), 1978년 STEREO 녹음, 1978년 11월 26일 제작. 앞·뒷표지에 김옥자·유연희 가야금 연주 장면 사진 수록. 뒷표지에는 김옥자·유연희 가야금 연주 장면 사진과 가야금산조 해설, <흥타령> 사설 수록. 박송희의 증언에 의하면 앞표지 사진 왼쪽 사람이 김옥자인데 김옥자는 가야금 명인 유대봉의 부인이자 판소리 명창 유수정의 모친으로서 현재 국악 활동은 중단하고 은둔 중이라 한다.(2003.7.21 박송희 증언) 산조 장고 반주자:성명 미상, 흥타령 반주자(추정):김동진(대금), 서용석(아쟁), 박봉술(가야금) 외. 총 36분 가량 수록. 실제는 앞면에 가야금산조, 뒷면에 흥타령 수록. 박향은 박봉술의 조카딸 박춘홍이고 박춘경은 박봉술의 딸이다.
SIDE A) 흥타령(7810-7063) 창:이용배·정철호·신영희·박향·박춘경
SIDE B) 가야금산조(7810-7064) 김옥자·유연희(고 유대봉선생님 산조바닥)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음반자료 관리번호 MIMC-0496
신바람 육자백이 전집(창:박춘홍·이옥천·홍현숙, 가야금:박봉주, 대금:조병훈, 아쟁:김경환, 철현금:천대용, 장고:이용배)
대도레코드사 DC-345(1MC), 1983년 녹음, 1983년 12월 25일 제작. 앞표지 왼쪽부터 차례로 홍현숙·이옥천 사진 수록. 기획:이무성, 구성:이용배, 녹음기술 담당:김광부, 심의번호:7710-9546. 박춘홍의 증언에 의하면 여기에서 가야금 반주자는 명창 박봉술이라 한다.
앞면(29:00) 새타령-육자백이-자진육자백이-삼산 반락
뒷면(29:00) 개고리타령-흥타령-남원산성-진도아리랑-서울삼각산
박봉술은 가야금, 거문고로 산조도 연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박춘홍, 박미홍 증언)
박봉술은 1986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채 병석에 누워 지내다가 1989년 깊고도 깊은 높고도 높은 동편제를 가슴에 품은채 세상을 떠났다.
박봉술은 1960년대 초반에 자신의 첫 녹음집이자, 창극을 제외한 순수 판소리 독창으로는 광복 이후 남자 소리꾼 중에 최초로 음반을 냈다.
이 흥보가,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 음반(신세기레코드 10인치 4LP)이 취입된 것은 1961년 녹음이라는 설(박황 [판소리 소사])도 있으나 불분명하다.
박봉술은 일제 때 소년명창으로 잠시 서울에서 이름을 떨쳤지만 그로부터 20년이 넘은 1960년대 초반 이 음반 취입 당시 서울에서 그를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는 뛰어난 실력에 비해서 무척 뒤늦게 이름이 알려졌고 1973년에야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1960년대 초반 주로 시골에서 묻혀지내던 그가 서울에 오자마자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상황에서 남자명창으로는 광복 후 첫번째로 판소리 음반을 취입하게 된 것은 그의 숨은 실력이 누군가의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박봉술은 50대 이후부터 만년까지 적벽가 완창 녹음(문화재관리국과 KBS)과 수궁가, 흥보가 완창 녹음(한국브리태니커회사의 뿌리깊은나무 판소리 전집)을 비롯해서 ‘성웅 김대건은 살아있다’와 ‘사명대사’(유니버살레코드), ‘대적벽가’와 ‘대수궁가’(신세계레코드), ‘석가모니 일대기’(힛트레코드) 같은 창극 음반에 도창을 취입했고 비공개 릴테입 녹음(이보형 소장의 박봉술 춘향가 녹음 등)을 몇가지 남겼다.
1960년대 초반 박봉술의 첫 녹음을 들어보면 후기 녹음보다 힘이 있으며 굵은 통성이 박력있어 좋다. 그리고 단가 <편시춘>과 심청가 같은 희귀 녹음들이 들어있어 주목된다. 이 음반 녹음시 박봉술은 음주 상태였는데 도시에 때묻지 않은 순진한 면모를 볼 수 있고 고제 향기를 물씬 풍기고 있어 매력이 있다. 또한 전집물이 아니라 부담스럽지 않고 여러 눈대목들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이 녹음집의 장점이다.(노재명, “단가 판소리 창극 명반-박봉술 판소리 네 바탕” [판소리 음반 걸작선] 서울:삼호출판사, 1997년, 179~186쪽)
박봉술이 적벽가 보유자로 지정되자 적벽가 외에 다른 소리를 배우려 하는 이가 드물었다. 문화재관리국에서 모든 명창에게 일괄적으로 판소리 한 바탕씩을 문화재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인간문화재라고 다 같은 인간문화재가 아니다. 다섯 바탕에 두루 능한 명창이 있는가 하면 토막소리 몇 대목만 잘하는 명창이 있다. 그러므로 일괄적으로 한 바탕씩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다. 그래서 전승이 끊어진 소리제가 많다.
박록주의 심청가, 김여란의 심청가, 그리고 박봉술의 춘향가와 심청가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박봉술의 첫 녹음집 가운데 심청가 음반은 매우 소중하다 하겠다.
판소리 발생기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 오랫동안 주로 남자 명창들이 판소리 문화를 주도했다. 그리고 적벽가를 할 줄 알아야 왈 명창이라는 칭호를 받았다고 원로들은 말한다.
소리로 그려내는 전쟁 광경, 판소리 적벽가! 수천억원, 수만명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의 재미와 강렬함을 능가하는 명창의 소리와 발림, 고수의 북반주와 추임새, 그리고 귀명창들의 열기와 추임새가 뿜어내는 적벽가 공연 현장의 호소력은 판소리의 진수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남자 명창이 드물다. 전성기에 비해 판소리가 많이 쇠퇴하였다. 요즘은 남녀를 불문하고 적벽가를 부르는 명창을 구경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전승되는 적벽가 가운데 가장 중심에 우뚝 서있는 박봉술제 적벽가의 존재는 그야말로 황금 덩어리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박봉술제 적벽가의 계보는 송흥록→송광록→송우룡→송만갑→박봉술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기본 골격의 계보는 그렇지만 박봉술은 어려서 부친 박만조, 형 박봉래와 박봉채의 가르침과 영향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적벽가는 잔기교가 통하지 않는 소리이기 때문에 진중하면서도 담백한 고제 소리가 몸에 익어서 큰기둥만 세워 가지고 소리를 끌고 나갈 줄 아는 명창이라야 제대로 깊은 맛을 낼 수가 있다. 이런 점에서 고제 명창 박봉술 만큼 적벽가를 참으로 듣기 좋고 절로 추임새가 나오게 잘 부른 이를 지금은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
판소리에서 비상한 재주와 즉흥적인 멋이 철철 넘쳐나는 박봉술. 그런데 그는 비유를 하자면 외다리로 축구를 했다고 해야 할까, 손을 온전히 쓸 수 없어 발가락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해야 할까. 그런 시련이 박봉술을 개인적으로는 암울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만일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린 그런 기가 막힌 소리 공력을 맛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암튼 성악가로서는 불구의 목성음을 가지고 소리를 했다고 봐야 하는 박봉술은 초인적인 강력한 독공으로 소리를 단단하게 연마하였고 이런 연유로 해서 박봉술은 그야말로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매우 독특한 맛을 낸다.
박봉술이 송만갑의 동편제를 했다고 하지만 아주 이른 나이에 불행이 닥쳐 꺾인목이라는 불우한 여건을 각고의 노력 끝에 기적적으로 극복하며 자기 나름대로의 소리를 구축했다. 때문에 물론 학습 초기에 스승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있으나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공들여 눈물 흘려가며 홀로 터득한 박봉술제, 그건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거의 전부가 박봉술의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노재명, “송순섭 명창과 적벽가” [송순섭 명창 고희 기념 문집 - 운산 송순섭 평전] 전남 광주:사단법인 남도문화예술진흥회, 2005년, 353~359쪽)
그런 까닭에 그 소리는 사실 박봉술 자신이 아니면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아마 성악으로는 천하를 가장 크게 진동시킨 송만갑도 박봉술처럼 해보라면 할 수가 없을 것이요 일부러 목을 그렇게 부러뜨리고 나서 해보라고 해도 그 맛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직하고 고지식하다고 해야 할까, 박봉술은 꾀를 거의 부리지 않고 일관되게 큰길, 바른길, 기품있고 장중한 쪽으로 소리를 하려고 애쓰는 면모가 아주 역력하게 나타난다. 그런 그의 개성은 특히 적벽가에서 매우 좋은 쪽으로 작용하여 정신이 번쩍 날 만큼 진정 적벽가다운 꿋꿋하고 씩씩한 기상을 효과적으로 잘 드러낸다.(노재명, '판소리 적벽가 - 송순섭 박송희 창' 음반, KBS-FM/신나라뮤직 NSC-035, 1CD, 2001년 제작, 해설서)
박록주를 비롯한 여러 명창들의 증언과 박봉술, 송만갑, 정정렬 등의 춘향가 녹음을 비교해서 판단해 보면 박봉술의 춘향가는 그의 부친인 박만조, 친형 박봉래·박봉채, 스승 송만갑(박봉술 춘향가 전반부), 정정렬(박봉술 춘향가 후반부)의 소리제 등이 섞여있다고 생각된다.
박봉술은 그 중에서도 가족인 박만조, 박봉채의 춘향가 가르침과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보형의 증언에 따르면 박봉술의 춘향가 중 덜렁제 <‘궁’자 노래>를 들은 박록주가 예전에 유공렬이 그렇게 소리했다고 말했다 한다.
국악학자 이보형은 이 박봉술 명창의 춘향가 전바탕을 1971년 12월 2일 사재를 들여 녹음으로 남긴 바 있는데 명고수 김명환이 박봉술의 춘향가를 좋은 바디라고 극찬하며 이보형에게 소개하여 그리 기록된 것이라 한다.(이보형, “박봉술제 춘향가 음반에 대하여” '박봉술 춘향가 전집' 음반, 고수:김명환, 송순섭 자비 제작 TOPCD-096-1~4, 4CD 박스물, 녹음 제공:이보형, 1971년 녹음, 2005년 10월 제작, 해설서 8쪽) 그리고 김명환은 박봉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소리 허는 놈들이 옛날 선생님 어쩌고 저쩌고 허는디 송만갑 선생 얼굴 보도 못하고 소리 한번 들어보도 못하고 허는 소리요. 박봉술이는 그래도 송만갑, 이동백얼 보고 소리도 들어보았고 송만갑헌테 몇 번 배왔지요. 박봉술이가 목은 궂어도 제일 낫게 합니다, 제일 대가여. 제대로 배운 사람은 박봉술이여. 그것 땜에 상대허제.
긍께 박봉술이가 옛날 선생님헌테 배운 그 식으로 허면 소리 들을 줄 아는 지식인들은 대번에 벌컥 일어설 것이요. 박봉술 소리도 처음에 서울 와서 누가 알아주는 사람 없었는디 나허고 박녹주씨허고 ‘느그들 들어봐라’ 허고 자꾸 설득얼 시켰어요. 내 밑에서 명창이 몇이 났어. 흥보전, 수궁가, 적벽가 모도 박봉술이가 제일입니다. 레콧드 있으먼 가사 내용얼 읽으면서 소리가 어찌고 된가 들어보시오. 상현이는 수궁가, 적벽가는 봉술이헌테 배워야 허는디...”(김명환 구술, [내 북에 앵길 소리가 없어요] 서울:뿌리깊은나무, 1991년, 108쪽)
박록주 명창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박봉술은 1960년대를 전후로 한 시기에 판소리 다섯바탕을 다 잘할 줄 아는 거의 유일한 명창으로 인정받았다.
그 중에서도 춘향가는 판소리의 꽃으로 꼽히는 소리이고 박봉술 또한 중요한 판소리인 이 춘향가를 아주 공들여 익히고 수많은 시간 정성껏 독공 연마를 한 것으로 보인다.
송순섭의 말에 의하면 강창범의 조부가 보던 춘향가 필사 창본(장자백제 추정)의 사설이 박봉술 춘향가와 유사했다고 한다.(노재명, “명창 박봉술과 춘향가, 관련 증언자료” '박봉술 춘향가 전집' 음반 해설서 13쪽)
박봉술의 춘향가는 성음, 붙임새, 장단, 공력 등의 완성도 면에서 대단히 훌륭한 소리지만 오늘날 전승이 거의 끊어져 버렸다. 그가 1989년까지 생존해 있었는데도 그의 춘향가는 후학들에게 거의 전해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5년 음반화된 박봉술의 귀중한 춘향가 완창 녹음이 박봉술의 후학들에 의해 복원되고 널리 불려지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고 덧붙여 이 박봉술 춘향가 녹음에서 북반주를 맡은 김명환 명고수의 고법도 소중한 연구거리이자 탄성이 절로 나오는 감상거리라 하겠다. 1989년 같은 시기에 타계한 박봉술 명창과 김명환 명고수의 기가 막힌 조화가 판소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판소리 유파 발표회나 완창 공연장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두 거장이 작고한 것이 엊그제 일 같은데 이제 이들의 이름도 전설처럼 회고되고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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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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