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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산조와 병창 명인 심상건의 생애와 예술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MICD-0191~0192, MICD-0193~0194
콜럼비아 유성기 원반(5) 심상건 가야금산조와 병창
엘지미디어(LG소프트) LGM-AK005(2CD), Pressed by Jigu Inc, 디지털 매스터링:김도연, Artwork by Lee Joo Youp, 심의번호:9511-G352, 음반 기획·해설·사설 채록:노재명(해설서 41쪽 수록), 1995년 12월 20일 유성기원반(마스터 동판) 복각 제작. 녹음:1928·1930년, 녹음 제공:NIPPON COLUMBIA CO., LTD. 협조:심화영·이자균·이진원.
[CD 1] 가야금산조 1.다스름(3:03) 2.진양조(상)(3:20) 3.진양조(하)(3:26) 4.느린 중모리(상)(2:48) 5.느린 중모리(하)(2:55) 6.중중모리(2:55) 7.자진모리(2:56) 8.빠른 자진모리(2:41) 9.휘모리(도섭)(3:08) 10.당악(2:56)
가야금병창 11.단가 대장부한(몽유가)(5:56) 12.단가 백구타령(3:10)
[CD 2] 가야금병창 1.단가 청석령(3:00) 2.춘향가 중 긴사랑가(2:58) 3.춘향가 중 자진사랑가(3:11) 4.심청가 중 곽씨 부인 사별 후(적적한 빈 방안)(3:13) 5.심청가 중 심봉사 젖 빌러 다니는 데(3:15) 6.심청가 중 소상팔경(11:27) 7.수궁가 중 가자 어서 가(노화월)(3:04) 8.민요 새타령(3:01) 9.민요 골패타령(2:46) 10.민요 투전풀이(2:52)
* 음반 해설서 1~12쪽 기록 발췌: 심상건의 생애와 예술(글/노재명)
심상건(沈相健, 1894.2.27~1965)은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으며 본적은 충남 아산군 신창면 황산리이다.
심상건은 근대 한국음악사에서 길이 남을 만한 음악가들을 여럿 배출해낸 충청도 청송 심씨 가문의 한 사람이다. 심상건 일가는 음악이라는 연결 고리로 단단하게 얽혀 있으며 그 구성원은 실로 환상적인데 심상건의 아버지는 심창래, 작은아버지는 심정순, 사촌 남동생은 심재덕, 사촌 여동생은 심매향, 심화영이다. 다음은 심상건의 음악 활동에 대한 문헌 기록들이다. (중략)
심상건은 가야금을 자득했다는 설이 있고 부친인 심창래(沈昌來)에게 배웠다는 설이 있다. 그리고 심상건의 사촌 여동생 심화영의 증언에 의하면 심상건은 작은아버지인 심정순(沈正淳)에게 가야금, 판소리 등 국악을 배웠다 한다.
심상건의 녹음을 들어보면 스승 없이 어깨 넘어로 배운 기량이 아니라 오랜 시간 스승을 모시고 단단히 학습한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리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더라도 자득으로 그만한 경지에 오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심상건이 가야금을 자득했다는 말이 생긴 것은 그가 워낙 즉흥적인 연주에 능하고 산조 가락이 김창조 계열의 산조와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 아닌가 한다. 산조의 발생지가 김창조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 지역으로 학설이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라도 산조와 전혀 다른 심상건의 산조를 해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세인들이 심상건은 가야금을 자득했을 것이라고 추정한 것 같다.
심화영은 심상건의 아버지 심창래가 국악을 배운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했고 심상건이 아주 어릴 때 작고했다고 했기 때문에 심상건이 부친 심창래에게 가야금을 배웠다는 설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또한 심창래가 작고한 시기가 1900년 무렵이고(심화영 증언) 심상건이 7세(1901년) 무렵부터 국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므로(國樂藝術人名鑑編纂委員會, [國樂藝術人名鑑] 서울:國樂界社內, 1961, 178쪽) 심상건이 심창래에게 배웠다는 설은 더욱 믿기 어렵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필자는 심상건이 심정순에게 가야금과 판소리를 배웠다는 설이 가장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학계에는 김창조가 산조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으며 병창은 19세기 후반에 김창조의 산조 창안과 때를 같이 하여 김창조 계통에서 생겨났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한국음반사 초창기(기계식 녹음 시대:1907~1927)에 가야금산조와 병창을 취입한 명인은 박팔괘(1915년 가야금병창 녹음), 김해선(1925년 가야금산조·병창 녹음), 심정순(1911·1925년 가야금산조·병창 녹음), 심상건(1925~1930년대 중반 가야금산조·병창 녹음), 심매향(1925년 가야금병창 녹음)이다.
이 가운데 김해선은 황해도 출신으로 추정되고 박팔괘, 심정순, 심상건, 심매향은 충청도 출신이다. 박팔괘는 1915년에 녹음을 했고 심정순, 김해선, 심상건은 거의 같은 시기(1925년)에 최초로 가야금산조를 음반에 취입했다. 전라도 출신 국악인이 산조, 병창 음반을 취입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 후반 이후이다.
따라서 한국음반사 초창기에 가야금산조와 병창 녹음에 있어서 충청도 출신 명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고 하겠다. 그리고 김창조와 같은 세대인 박팔괘와 심정순이 최초로 산조와 병창 음반을 남겼다는 사실은 산조, 병창의 발생지가 김창조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라는 설에 의문을 갖게 한다. 박팔괘, 심정순, 김창조, 김해선이 산조와 병창을 하기 전에도 그와 같은 음악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박팔괘(충청도 출신, 서울 활동), 심정순(충청도 출신, 서울 활동), 김창조(전라도 출신), 김해선(황해도 출신?, 서울 활동)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이미 가야금산조와 병창이 전라도만이 아닌 서울, 충청도 등 전국적으로 유행하여 확산되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늘날 많은 유파의 가야금산조가 전승되는데 가야금산조를 처음 짰다는 김창조의 가락을 바탕으로 한 것이 가장 많고 그 외에도 심정순, 한숙구, 박한용 등의 산조가 전한다.
가야금산조는 유파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더 많은 공통점이 있다. 다양한 조가 있어 변화가 많고 선율 짜임이 다채롭고 치밀하다는 것이다. 다른 악기의 산조보다도 먼저 형성되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자진모리, 휘모리, 엇모리 등 장단이 다양하다.
심상건의 가야금산조는 일제 때 다른 여타 가야금산조보다 널리 알려졌는데 그가 다른 가야금산조 연주자들보다 몇 갑절 더 많은 가야금산조 음반을 낸 것만으로도 이를 알 수 있다.
가야금병창 명인들은 주로 가야금산조를 전공으로 하는 연주자가 많았다. 가야금산조의 명인이었던 심정순, 심상건, 정남희, 강태홍, 한성기, 성금연, 함동정월, 김죽파 등이 가야금병창 음반도 취입한 것을 보면 그와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가야금병창을 부전공이 아닌 전공으로 하여 일제 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오태석, 이소향과 같은 명인도 있었다.
가야금병창이란 한 사람이 가야금 반주를 하면서 단가나 판소리 대목들을 부르는 것을 말한다. 신쾌동과 같이 드물게 거문고병창을 하는 명인도 있었다. 대개는 가야금병창만 떼어서 공연하지 않고 가야금산조와 병창을 묶어서 공연하는 경우가 많고 산조 연주 후에 병창으로 뒤풀이를 한다.
가야금병창은 주로 석화제로 불리워진다. 이 석화제는 전라도 소리와는 다른 충청권의 소리에 근접한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 이유는 순조~철종 무렵의 충청권 명창인 김제철과 신만엽이 처음 사용한 소리제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석화제는 5음계로 되어 있어 화평한 느낌을 준다. 가야금병창은 본래의 판소리와 다르게 소리(창)와 가야금 선율이 어울려 화사한 느낌을 준다.
일축조선소리반(닙보노홍)에서 발매된 심정순의 가야금산조 음반과 김해선의 가야금산조 음반, 제비표조선레코드에서 발매된 심상건의 가야금산조 음반은 1925년, 거의 같은 시기에 취입되었는데 산조 녹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서 산조의 역사와 전라도 지역 외의 산조, 특히 충청도 산조를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가야금산조가 담긴 음반(SP, LP, CD, LD, VIDEO, CD-ROM)은 지금까지 120여장이 확인되었는데 그 가운데 유성기음반(SP)은 35장이다.
일제 때 가야금산조 음반을 남긴 이는 모두 11명이다. 심정순, 김해선, 심상건, 정남희, 강태홍, 한성기, 안기옥, 김종기, 함동정월, 김죽파, 김병호가 일제 때 가야금산조 유성기음반을 냈다.
유성기음반에 녹음된 가야금산조는 1992~1994년에 한국고음반연구회와 신나라레코드에 의해 상당수가 복원되었다. 아직 복원되지 않은 가야금산조 유성기음반도 마저 복원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일제 때 일축조선소리반(닙보노홍)에서 발매된 심정순의 가야금산조 음반, 제비표조선레코드와 다이헤이에서 발매된 심상건의 가야금산조 음반, 현재 콜럼비아 원반으로 남아있는 함동정월의 가야금산조 음반, 폴리도르에서 발매된 김죽파의 가야금산조 음반, 오케이에서 발매된 김병호의 가야금산조 음반, 시에론과 다이헤이에서 발매된 한성기의 가야금산조 음반, 광복 후 오아시스에서 발매된 성금연의 가야금산조 음반과 주계향의 가야금산조 음반을 복원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노재명, "가야금산조 음반에 대하여" [한국음반학] 서울:한국고음반연구회, 1994, 451~489쪽)
심상건은 1925년에 제비표조선레코드에서 처음 음반을 취입한 이래 1930년대 중반까지 상당히 많은 양의 음반을 취입했다. 그가 음반에 취입한 것은 가야금산조와 병창이 대부분이며 다른 명창의 녹음시 가야금으로 반주한 것과 기악 합주 녹음시 가야금 연주자로 참가한 것도 있다. 다음은 심상건이 취입한 유성기음반 가운데 지금까지 확인된 음반 총목록이다. (중략)
상기 음반 목록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지금까지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심상건은 1925년 제비표조선레코드에서 12장, 1928년 콜럼비아에서 4장, 1929년 11월 빅타에서 3장, 1930년 콜럼비아에서 9장, 1932년 이글레코드에서 2장, 1934년 시에론에서 1장, 1935년 11월 빅타에서 6장, 1936년 3월 빅타에서 5장, 1930년대 중반에 다이헤이 음반회사에서 1장의 유성기음반을 취입했다.
이글레코드(일츅죠션소리반의 전기녹음, 콜럼비아의 다른 상표, 적반)는 일축조선소리반이 콜럼비아 레이블로 바뀌는 과도기에 제작된 음반이다. 1928년부터 1930년대 초반까지 콜럼비아 음반회사에서는 ‘이글레코드’와 ‘콜럼비아’ 레이블을 함께 생산했다. 일축조선소리반은 콜럼비아로 회사 이름이 바뀐 후 콜럼비아 레이블에 낯설은 대중들에게 일축조선소리반의 음반이라는 것을 광고하면서 동시에 일축조선소리반의 전기녹음 음반(이글레코드)도 함께 제작하여 동일한 회사라는 것을 병행하여 광고한 것이다. 이글레코드로 발매된 음반은 나중에 콜럼비아 레이블로 대부분 재발매 되었다.
심상건의 유성기음반은 근래에 다음과 같이 다섯 차례 컴팩트디스크에 복각된 바 있다. (중략)
서울음반이 복각한 ‘가야금병창의 명인들’에 수록된 심상건의 녹음 중에 <대장부한>은 Victor 49054-A·B 短歌 丈夫恨(上·下)(Victor KJ-1301-A·B)이고 <청춘화류>는 Victor Junior KJ-1050-A 短歌 浿城歌이고 <소지노화·고고천변>은 Victor Junior KJ-1050-B 短歌 客來問我이고 <몽중가>는 Victor Junior KJ-1054-A·B 春香傳 黃陵廟 前篇(上·下) Victor Junior KJ-1057-A·B 春香傳 黃陵廟 後篇(上·下)이다.
한국고음반연구회가 기획한 ‘가얏고산조의 명인들(1)’에 담긴 심상건의 녹음 중에 다스름은 Regal C183-A이고 ‘언머리’라고 기록되어 있는 녹음은 실제 들어보면 자진모리로서 Taihei C8340-A이며 ‘중머리’라고 기록되어 있는 녹음은 빠른 중모리로서 Taihei C8340-B이다.
신나라레코드에서 심상건의 유성기음반을 복각한 ‘한국의 전설적인 가야금산조 명인들 2집’ 음반 가운데 1,2번 곡의 원반 번호와 곡명이 ‘1.진양(콜럼비아 40282-A) 2.사설(다스름)(콜럼비아 40282-B)’로 잘못 고증되었는데 사설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녹음은 다스름이 아니라 휘모리(도섭)이며 원반 번호와 곡명은 본래 다음과 같다.
Columbia 40280-A(20914) 伽倻琴獨奏 진양 沈相健
Columbia 40280-B(20915) 伽倻琴獨奏 사설 沈相健
그리고 신나라레코드의 ‘한국의 전설적인 가야금산조 명인들 2집’ 음반 가운데 5,6번 곡의 곡명 또한 ‘5.잔모리(콜럼비아 40049-A) 6.엇중모리(콜럼비아 40049-B)’로 잘못 고증되었는데 이것은 ‘5.중중모리(콜럼비아 40049-A) 6.자진모리(콜럼비아 40049-B)’로 고증되어야 한다.
심상건의 콜럼비아 녹음이 담겨있는 ‘한국의 전설적인 가야금병창 명인들(1)’과 ‘한국의 전설적인 가야금산조 명인들 2집’은 신나라레코드가 콜럼비아 음반회사에 보관되어 있는 심상건의 원반 녹음 일부를 불법으로 복사하여 제작한 것이다.
서울음반이 복각한 ‘빅터 유성기 원반 시리즈(13) 30년대 판소리 걸작집’에 수록된 심상건의 <기생점고>는 기악 반주에 의한 판소리 녹음으로서 Victor Junior KJ-1103-A·B 春香傳 妓生點考(上·下)이다.
지금까지 여러번 심상건의 유성기음반이 복각되기는 했지만 이렇게 두 장의 컴팩트디스크에 심상건의 녹음만 모아 복각한 것은 이번 엘지미디어의 ‘콜럼비아 유성기 원반(5) 심상건 가야금산조와 병창’(엘지미디어 LGM-AK005, 2CD)이 처음이다.
심상건은 일제 때 취입한 유성기음반 외에도 광복 후에 녹음한 여러 벌의 가야금산조 릴 테입이 남아있다. 광복 후에 녹음된 심상건의 연주 중에는 1959년에 공보실 방송관리국에서 녹음한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1959년에 공보실 방송관리국에서 국악 전 분야를 156개의 릴 테입에 녹음한 바 있는데 그때 심상건의 가야금산조와 병창이 25분 30초 가량 녹음되었다.(당시 릴 테입 관리번호:137) 이 릴 테입은 공보실 방송관리국에서 녹음한 일명 ‘국악 라이브러리’ 가운데 하나로서 1960년대에 공보부 방송문화연구실에서 보관했는데([韓國藝術志 卷一] 서울:예술원, 1966, 450쪽) 지금은 소장처가 불분명하다.
심상건은 일제 때 여섯 차례에 걸쳐서 일본 순회 공연을 했고 1948~1959년에 미국 순회 공연을 한 바 있다.(國樂藝術人名鑑編纂委員會, [國樂藝術人名鑑] 178쪽) 심상건은 광복 후에도 왕성한 음악 활동을 하여 1960년 국악진흥회의 국악 공로상과 1962년 정부의 문화훈장을 받는 등 눈부신 활약을 하다가 1965년에 작고하였다.
심상건에게 가야금산조와 병창을 배운 이는 매우 드문데 심화영의 증언에 의하면 심상건은 제자를 가르치는 성품이 아니었다 한다. 심재덕이 어깨 넘어로 심상건의 가야금산조와 병창을 익혔고 심화영이 심재덕으로부터 심상건의 가야금산조와 병창을 배웠다 한다. 심화영의 증언에 의하면 심상건의 셋째 딸 심태진이 심상건에게 가야금산조와 병창을 배운 바 있다 한다. 그리고 황병기가 심상건에게 가야금산조를 배운 바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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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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