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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명가 심상건의 아버지 심창래, 작은아버지 심정순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MICD-0191~0192, MICD-0193~0194
콜럼비아 유성기 원반(5) 심상건 가야금산조와 병창
엘지미디어(LG소프트) LGM-AK005(2CD), Pressed by Jigu Inc, 디지털 매스터링:김도연, Artwork by Lee Joo Youp, 심의번호:9511-G352, 음반 기획·해설·사설 채록:노재명(해설서 41쪽 수록), 1995년 12월 20일 유성기원반(마스터 동판) 복각 제작. 녹음:1928·1930년, 녹음 제공:NIPPON COLUMBIA CO., LTD. 협조:심화영·이자균·이진원.
* 음반 해설서 13~18쪽 기록 발췌: 심상건의 아버지 심창래, 작은아버지 심정순(글/노재명)
심상건의 아버지는 심창래, 첫째 작은아버지는 심정순, 둘째 작은아버지는 심모(沈某)씨이다. 심화영의 증언에 의하면 심창래는 국악인으로 행세하지 않았고 국악을 배운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심창래는 심화영이 태어나기 전에 일찍 작고했다 한다.(1900년 무렵) 그래서 심정순이 조카 심상건을 데려다 키우며 국악을 가르쳤다 한다. 심화영은 심정순의 동생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심정순의 동생은 농사를 지었다 한다.
심상건의 작은아버지 심정순(沈正淳, 1873~1940?)은 충남 서산군 서산읍 읍내리 학돌재에서 태어났다. 농사를 짓다가 우연한 기회에 25살부터 판소리를 배웠고 아울러 잡가, 재담, 가야금, 양금, 단소, 장고 등을 익혔다 한다.(1914.3.4.[매일신보])
심정순의 본명은 심춘희라 한다. 심정순은 50대 후반에 서울 숭인동에 살다가 중풍에 걸려 서산읍으로 이사하여 뒷절 근처에서 살다가 서산군 읍내리 옛 쇠전 앞 지금 읍내리 1구로 이사하여 살다가 1940년 무렵에 작고했다 한다. 심정순은 이동백, 김창룡, 한성준과 가까운 사이였다 한다. 심화영의 어머니 윤모(尹某)씨는 심정순보다 10세 연하인데(1883년 출생) 15세 때(1898년) 심정순과 혼인하여 심화영의 나이 20세 때(1933년) 작고했다 한다.(심화영 증언)
신소설 작가 이해조(李海朝, 1869~1927)가 명창 심정순, 박기홍의 판소리를 소설로 각색하여 [매일신보]에 연재한 바 있다. 이해조는 박기홍의 판소리를 각색하여 1912년 1월 1일부터 춘향가를 ‘옥중화’(獄中花)라는 제목으로 [매일신보]에 연재했다. 그리고 심정순의 판소리를 각색하여 같은 해 3월 17일부터 심청가를 ‘강상련’(江上蓮)으로, 같은 해 4월 27일부터 흥보가를 ‘연의 각’(燕의 脚)으로, 같은 해 6월 16일부터 수궁가를 ‘토의 간’(兎의 肝)이라는 제목으로 [매일신보]에 연재했다. 이해조는 [매일신보] 연재를 마친 후 다음 해인 1913년에 판소리를 각색하여 쓴 소설들을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다음은 1914년 3월 4일자 [매일신보]에 기록되어 있는 심정순의 약력이다.
“심졍슌(沈正淳): 여러광대즁에도 가장품행이 단졍하고 슌실하고 은공한사람은 아마도누구이던지 심졍슌의위인을 쳣재로 손꼽을지라. 고향은 츙쳥남도셔산(瑞山)이오. 현쥬난경셩교동사십통일호라. 시고을셔난 농업으로지내다가 우연한긔회로 이십오셰부터 단가와 률공부를 시작하야 지금은 죠션디경에셔 구배우심졍슌이라하면 대개알게되엿더라. 단가에난토끼타령, 춘향가와기타잡가요. 음곡에난 가야금, 양금, 단쇼, 쟝고등이니 집안에 드러가셔난 근검치산과자질교육에열심근면하고 밧그로나와셔난 광대의직업으로 여러사람의환영을사난것이 심졍슌의 특별한쟝기라하겟도다. 금년은사십이셰라. 이십년동안의쟝쟝한셰월을 방탕하기쉬운 구렁에셔 지리하게지내엿것만은 품행샹에대하야 한개도흠졀을잡을곳이업난것도 심졍슌의가샹한곳이라. 지금은 쟝안샤(長安社)연극쟝에셔 구연극을셜시하고 각항자미잇고흥취나난광대의소리로 광객의발을쉬이게하고 마음을유쾌케하야 단아한풍류즁에셔 셰월을보내난것이 또한심졍슌의일개취미라하겟도다.”
다음은 심정순의 음악 활동에 대한 문헌 기록들을 정리한 것이다. (중략)
1910년대 초반에 심정순은 광무대와 함께 전통 연희의 가장 대표적인 공연장이었던 장안사의 간판 스타였다. 심정순은 한국음반사 초기인 1911년에 일축조선소리반에서 음반을 취입한 명창이다.
심정순의 소리는 오늘날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와 비교하면 사설이나 창법이 판이하게 다르다. 전라도 명창들의 신제 소리가 나온 후 심정순을 비롯한 중고제 명창들의 소리가 차츰 도태되었다.(노재명, “김창룡과 중고제 판소리”[판소리 명창 김창룡과 그 손녀 김차돈] 음반 해설서, 엘지미디어 LGM-AK002, 1CD)
심정순은 김창룡의 판소리와 비슷하다. 심정순은 고운 목을 바탕으로 냉면 맛처럼 시원한 성음을 구사하여 마치 서도소리를 듣는 것 같다. 그래서 충청, 경기 지역뿐 아니라 이북 지역에서도 인기가 대단했다. 이 점은 음반을 남긴 중고제 명창들이 지닌 공통된 특징이다.
심정순은 판소리, 가야금산조와 병창, 장고 반주를 주로 녹음했는데 1911년에 일축조선소리반(NIPPONOPHONE)에서 유성기음반 19면, 1925년에 일축조선소리반(닙보노홍)에서 유성기음반 11장을 취입했다. 다음은 심정순의 음반 목록이다. (중략)
근래 명창들은 한 대목 안에서도 여러 잔기교를 부리는 데 비해 고제 명창들은 판소리 한 바탕을 염두에 두고 큰 기교를 위주로 소리를 전개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 고박한 심정순의 소리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겠다.
심정순은 서울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서인지 음반을 들어보면 충청도 사투리는 거의 쓰지 않는다. 사투리는 쓰지 않지만 충청도 출신인 만큼 충청도 억양으로 아니리를 한다. 그리고 심정순은 창법에 있어서 경기소리의 영향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충청도 출신인 만큼 지리적으로 전라도 명창들보다 경기 소리를 많이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충청도 출신의 중고제 명창 중에 김창룡, 이동백, 방진관, 그리고 서산 청송 심씨 일가인 심정순, 심상건, 심매향, 심재덕, 심화영이 녹음을 한 바 있다. 이 충청도 명창들의 소리는 공통적으로 충청도의 내포제 시조와 비슷한 면이 있다. 이 점이 충청도 중고제의 한 특징이 될 수 있겠다.
일제 때의 유성기음반을 들어보면 옛 소리는 지금보다 아니리가 짧고 장단이 대체로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유성기음반이 지닌 시간 제약 때문에 빠르게 불렀다고 볼 수도 있다. 심화영의 말에 따르면 “옛날에는 지금보다 소리를 빠르게 했다”고 한다. 즉, 유성기음반이 지닌 시간 제약 때문에 빨리 부른 것이 아니다. 중고제 명창 김창룡, 이동백, 심정순의 소리를 들어보면 장단을 달아놓고 창조 도섭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노래라기 보다 마치 글 빨리 읽기 대회라도 참가한 듯 급히 몰아간다. 오늘날 중고제 맛을 거의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는 심화영(심정순 딸)은 춘향가 초입을 아니리로 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짜고짜 휘모리 장단으로 급하게 내두른다. 옛 소리는 아니리보다 소리 위주로, 그리고 이야기를 빨리 전개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중고제의 특징 중에 하나라 하겠다.
음반에 남아있는 심상건의 작은아버지 심정순의 산조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심정순의 산조도 전라도 산조와 다르기 때문에 자득한 것이라 보아야 하는가? 심정순은 분명 자득이 아닌 체계적으로 음악을 학습한 명인이라고 생각된다. 음반에 담긴 심정순의 음악은 차원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의 많은 후손들 또한 음악을 가업으로 삼았는데 심정순 이전부터 가문에서 음악을 업으로 삼았던 것 같다.
심화영의 증언에 의하면 심정순은 슬하에 심재덕, 심재민(2남)과 심매향, 심화영(2녀)을 두었다 하며 심정순은 두 번 혼인하였는데 심재덕과 심재민, 심매향, 심화영은 배다른 형제라 한다. 심정순의 자손 가운데 국악 활동을 한 이는 심재덕, 심매향, 심화영이며 심상건과 심매향이 심정순의 가르침을 받았다 한다. 1993년 여름, 서산시에서 서산문화원 뜰에 심정순의 기념비를 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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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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