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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인간문화재 박록주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MICD-0175~0177
김연수 도창 창극 춘향전
소리:김연수(도창)·박록주·김여란·박초월(월매)·김소희(월매)·장영찬(몽룡)·박봉선(춘향)·김경희(방자)·남해성(향단)·김득수(농부)·김동준(농부), 고수:한일섭·김득수.
지구레코드 JCDS-0575~0577(3CD 박스물/재판), 1997년 4월 제작. 녹음:1968년 서울 장충동 장충녹음실, 디지털 매스터링:김도연, 디자인:홍혜정. 총 56쪽짜리 해설서(글·사설 채록:노재명) 내장. 이 음반의 초판은 1968년 地球레코드公社에서 제작된 ‘唱劇 大春香傳(其一~五) 唱:金演洙·朴綠珠·朴貴姬·金如蘭·朴初月·金素姬 外 名唱’ 음반(LM-120235-1~5, 5LP)이다.
* 음반 해설서 8~10쪽 기록: 박록주(글/노재명)
춘미(春眉) 박록주(朴綠珠, 본명:박명이)는 1905년에 경북 선산에서 태어났다. 박록주는 1916년에 박기홍에게 단가 <대관강산>, 춘향가, 심청가 일부를 배웠고 1918년에 김창환, 김봉이에게 단가와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를, 강창호에게 심청가와 수궁가 일부를 배웠다.
그리고 박록주는 1919년에 김점룡, 임준옥, 조진영에게 남도민요 <육자백이>와 <화초사거리>를 배웠고 1922년에 송만갑에게 단가 <진국명산>과 춘향가 중 <사랑가>부터 <십장가>까지 배웠다. 1929년에는 김정문에게 흥보가 중 초입부터 <제비 후리러 나가는 데>까지 배웠으며, 1930년에 다시 김정문을 찾아가 심청가 전바탕을 배웠다. 그리고 박록주는 1930년대 중반에 조선성악연구회에서 송만갑에게 틈틈히 소리를 배웠고 정정렬에게 단가 <적벽부>, 춘향가, 숙영낭자전을 배웠으며 유성준에게 수궁가를 배웠다.
박록주는 193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조선성악연구회의 창극 춘향전 공연에서 주연을 맡는 등 수많은 공연 활동을 했고 음반 취입과 라디오 방송도 활발하게 했다. 박록주는 5명창이 타계한 후 여류 국창으로 군림하였고 남자 명창들이 거의 멸종해버린 인간문화재 시대에는 김여란과 함께 쇠퇴하는 소리판을 굳건히 지켜냈다.
박록주는 기계식 녹음의 유성기음반부터 스테레오 장시간음반에 이르기까지 약 50여년 동안 많은 녹음을 남겼다. 일제 때는 제비표조선레코드, 콜럼비아, 빅타, 폴리도르, 오케이, 시에론, 다이헤이 음반회사에서 많은 음반을 남겼고 광복 후 장시간음반(LP) 시대에는 지구레코드, 도미도레코드, 신세기레코드 등의 음반회사에서 여러 장의 음반을 남겼다.
박록주는 1927년에 제비표조선레코드에서 처음 녹음을 했는데 이 때 단가 <소상팔경>, <초한가> 등을 녹음했다. 그리고 콜럼비아에서 단가 <대관강산>, <만고강산>, <죽장망혜>, <진국명산>, <추월강산>, 춘향가 중 <춘향집 경치>, <사랑가>, <군로사령>, 심청가 중 <중타령>, <심청 하직>, <심봉사 자탄>, <범피중류>, 흥보가 중 <흥보 쫓겨나는 데> 등을 녹음했다. 빅타에서는 춘향전 전집 등의 녹음에 참여했고, 폴리도르에서는 단가 <초로인생>과 춘향가 중 <적성가> 등을 녹음했고, 오케이에서는 심청전 전집, 단가 <운담풍경>, 춘향가 중 <춘향집 경치>, 흥보가 중 <저 아전>, 남도민요 <농부가> 등을 녹음했다. 시에론에서는 심청가 중 <범피중류> 등을 녹음했고, 다이헤이에서는 단가 <대관강산>, <운담풍경> 등을 녹음했다.
일제 때 제작된 창극 전집물 중에 박록주가 참여한 빅타 음반회사의 춘향전 전집은 1950년대부터 1993년까지 여러번 복원되었다. 1937년 4월에 박록주가 정정렬, 이화중선, 임방울, 김소희와 함께 녹음한 빅타 음반회사의 춘향전 전집(19SP)은 1950년대에 미국의 UNASIA회사에서 유성기음반으로 복원했고 이와 비슷한 시기에 킹스타레코드사에서도 유성기음반으로 복원했다가 1960년대 말에는 킹스타레코드사에서 다시 장시간음반으로 복원하였다. 그리고 1970년에는 아세아레코드사에서 킹스타레코드사의 복원 음반을 재발매했고, 이와 비슷한 시기에 힛트레코드사에서는 아세아레코드의 재판을 가지고 재발매했고, 1990년에 신나라레코드에서는 새로 유성기음반에서 복원하여 제작했고, 1993년에는 서울음반이 일본 빅타 음반회사에서 인수한 동판을 가지고 복원하였다.
1966년에 지구레코드에서 박록주와 박초선이 함께 녹음한 남도민요 음반을 제작했고 1967년에 지구레코드에서 박록주의 흥보가 음반을 제작했다. 그리고 1968년에는 지구레코드에서 김연수, 박록주, 김여란, 박초월, 김소희, 장영찬 등이 녹음한 창극 춘향전 음반을 제작하였다. 또 1968년에 케네디레코드에서 제작한 단가집(지구레코드 재발매)에 박록주의 단가 <백발가>, <운담풍경> 녹음이 담겨있다.
1970년에 도미도레코드사에서는 박록주과 박초선이 함께 녹음한 숙영낭자전 음반을 제작했다. 이 음반에는 박록주의 단가 <백발가>와 박초선의 단가 <진국명산>도 들어있으며, 1970년대 중반 이후에 대한음반에서 재발매 하였다. 1973년에 신세기레코드회사에서 박록주의 단가 <백발가>, <홍문연가>, <추월강산>, <진국명산>, <편시춘>, <운담풍경>, <적벽부>를 담은 단가집을 제작했다.
박록주는 1973년에 문화재관리국에 문화재 보관용으로 단가, 춘향가, 흥보가, 숙영낭자전, 남도민요를 녹음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단가, 춘향가, 흥보가, 숙영낭자전은 1976년에 문화재보호협회에서 비매품 음반으로 제작하였고, 흥보가의 경우에는 1976년에 문화재관리국에서 전통음악 전집에 담아 제작하기도 했고, 1988년에 중앙일보사에서 국악의 향연 전집에 담아 제작한 바도 있어서 박록주의 녹음 가운데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신세기레코드에서는 문화재관리국에 보관되어 있는 박록주의 숙영낭자전 녹음을 가지고 음반으로 제작한 바 있다. 또 1989년에 아세아레코드에서는 남도민요를 제외한 춘향가, 흥보가, 숙영낭자전을 카세트테입으로 제작하였다.
이 밖에도 박록주는 1964년에 인간문화재로 인정받은 후 김연수, 김여란, 정광수, 박초월, 김소희와 함께 문화재관리국에 문화재 보존용으로 입체창 춘향전을 녹음한 바 있고, 1967년 무렵에 동아방송에 방송용으로 춘향가를 녹음했고, 1976년에 자신의 집에서 릴 테입 녹음기로 심청가를 녹음한 바 있다. 그리고 1994년에는 신나라레코드에서 판소리 여류 명창들(2)라는 음반에 박록주의 유성기음반을 복원하였다.
박록주의 장기는 단가 <백발가>, 박기홍제 춘향가 중 <옥중가>와 <몽중가>, 송만갑제 <자진사랑가>와 <이별가>, 김창환제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김정문제 흥보가 중 <박타령>과 <비단 나오는 데>, 남도민요 <화초사거리>와 <농부가>이다.
박록주는 여류명창이면서도 매우 남성적인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는 데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가 투박하고 꿋꿋한 소리제를 구사했던 것은 그가 남자 명창들에게 소리를 배웠던 데 가장 큰 이유가 있겠고, 또 그가 타고난 성음 자체가 강한 인상을 주며 그의 고난에 찬 인생살이가 그를 강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박록주의 제자인 이옥천은 박록주의 소리를 가리켜서 “통이 크고 박력이 있으며 부드럽기 보다는 꿋꿋하며 맺고 끊음이 무섭다”고 말했다.(1994.2.3. 옥당국악실에서 이옥천 증언)
박록주는 대체로 전바탕 공연보다는 토막소리 위주로 공연을 하였기 때문에 아니리는 극히 짧으며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멋이 있다. 판소리 명창들의 출신지가 대부분 전라도 지역이라서 전라도 방언으로 아니리를 구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선산에서 태어난 박록주는 경상도 방언으로 아니리를 구사하기 때문에 매우 특이하다. 남성을 능가할 정도의 통성을 위주로 해서 소리를 끌고 나가며 소리 맺음에 있어서 군더더기가 없고 분명하다. 성음은 엄성이 많이 쓰이고 정대하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서편제의 더늠을 부르더라도 동편제의 특성을 가미해서 소리가 매우 진중하다.
박록주의 소리는 마치 할머니가 손자에게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분위기가 나서 무척 정감이 간다. 별로 힘안들이고 쉽게 부르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엄청난 공력을 내보인다. 박록주는 발림이 요란하지 않았다. 발림보다는 성음, 장단, 선율에 변화를 주어 목소리만으로 각 대목의 상황을 적절히 묘사해 냈다.
박록주는 많은 제자를 길러냈으며 1970년대에 집에서 판소리보존연구회를 운영했다. 김소희, 한애순, 박귀희, 성우향, 조상현, 박초선, 성창순, 이옥천, 한농선, 박송희, 정성숙, 조순애, 정의진, 김명심, 남해성 등이 박록주에게 소리를 배웠다. 이 가운데 이옥천, 한농선이 박록주의 소리를 온전히 물려받았고 한농선과 박송희가 박록주제 흥보가 보유자 후보로 인정받았다.
박록주의 소리 중에서 흥보가는 가장 활발하게 전승되고 있으나 흥보가 외에 다른 소리는 잘 불리워지지 않고 있다. 박록주는 옛 명창들의 소리를 배우는데 어려움이 많았음을 여러차례 말한 바 있다. 옛 명창들은 소리를 가르쳐준다는 것이 한번 불러주고 훵하니 나가버리는 때도 있었고, 어떤 경우에는 스승이 잘 부르고 특기로 하는 대목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일부러 안가르쳐 주는 때도 있었다. 젊은 소리꾼들은 그런 스승을 ‘청기와 장사'라고 야유해서 불렀다. 그것은 청기와 굽는 법을 서로 숨겨 전하다가 대가 끊긴 것에 비유한 말이었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것은 배우는 박록주였으므로 스승을 졸졸 따라다니며 배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박록주는 그 때 받은 고통을 생각해서 자신의 제자들에게는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꼼꼼하게 가르쳐 주려고 노력했다 한다.
한량인 부친이 정해 놓은 소리꾼의 길, 수차례의 자살 기도, 월북을 강요당하는 위기, 복잡한 가정문제,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적 고통 등이 뒤엉킨 꼬집힌 삶 속에서 꿋꿋하게 소리를 지키며 살다간 명창 박록주는 1979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예술은 우리 곁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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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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