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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노재명 저서 [배뱅이굿](경기 고양:아름출판사, 2002년) 168~171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상기 사진 설명: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사진자료. 배뱅이굿 인간문화재 이은관 명창의 1970년대 모습.
배뱅이굿의 현실과 미래 전망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중요무형문화재라는 제도 덕에 소멸될 위기에 처했던 국악 종목들이 많이 보존되었으나 제도라는 것이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제도 탓에 법적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없어져 버린 국악도 상당히 많다.
이를테면 김여란의 경우 춘향가 종목만 중요무형문화재로 인정받아 그의 심청가, 적벽가와 같은 나머지 판소리는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져 결국 전승이 끊어져 버렸다. 그 소리들 역시 춘향가에 못지 않게 소중한 것이었는데 말이다. 적벽가 인간문화재 박봉술의 심청가 등도 같은 이유에서 전승이 끊어졌다. 이렇게 하여 사라진 소리가 굉장히 많다.
배뱅이굿의 경우 이은관만을 인간문화재로 지정하여 그외 다른 유파의 배뱅이굿은 거의 모두 전승이 끊어졌다. 물론 이와 같은 사실은 이은관의 출중한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러한 현상은 결코 좋지 않다고 생각된다.
현재 이현채, 김경배, 박준영, 최창남, 김완수, 이만석, 박정욱 등이 배뱅이굿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앞으로 어느 누가 전국민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배뱅이굿의 대명사 이은관의 그 높은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까?
언젠가 이은관 명창이 출연하기로 한 서울의 석촌호수 야외 국악 공연 행사에 이은관이 사정이 있어 나오지 못하고 그 제자가 대신 무대에 올라 배뱅이굿을 공연한 바 있다. 그때 이은관을 떠올리며 그 배뱅이굿 공연을 구경하던 관객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무자비하고 잔인할 정도였다.
그 젊은 소리꾼은 관중의 분위기 때문에 더욱 기가 죽어서 점차 더 소리를 형편없이 하기에 이르렀다. 이은관과 그 제자의 배뱅이굿 수준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까 그랬다. 그렇게 된 데는 아마도 애초에 이은관이 나오기로 했다가 그의 젊은 제자가 대신 나왔기 때문에 더욱 대비가 되어 그리된 것이리라 생각된다.
결국 관객들은 그 이은관의 제자가 배뱅이굿을 그만 부르고 어서 무대를 내려가게끔 분위기를 유도했고 그 젊은 소리꾼은 엉거주춤 소리를 마친 후 몸둘 바를 몰라 했고 관중들에게 사죄하였다. 그때 무척 짧은 공연이었지만 땀으로 범벅이 된 그 젊은 소리꾼의 얼굴은 홍조를 띄었고 거의 사색이 되어 버렸다.
80세를 훨씬 넘긴 이은관의 배뱅이굿을 지금도 자주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우리에게 축복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배뱅이굿은 이은관이 아니면 안된다고 하는 뿌리깊은 믿음, 그 높은 장벽을 어느 누구도 능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현실은 이은관 이후 배뱅이굿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고 그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 왔음을 의미한다.
과거 크게 각광받던 배뱅이굿이 오늘날 지나치게 획일화되고 위축되어 가는 상황인데 앞으로 옛 명창들이 남긴 배뱅이굿 음반자료를 응용한, 21세기에 맞는 배뱅이굿의 탄생을 기원한다.
그리고 1978년 6월 10∼12일 오후 3시에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행해진 김정연, 김수영, 오복녀 일행의 ‘색다른 분위기의 또다른 창극 형태 배뱅이굿’ 공연과 1981년 9월 26일 오후 4시에 강원도 춘천시립문화관에서 열린 허규 연출의 ‘배뱅이전’ 공연 같은 새로운, 다양한 시도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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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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