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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리스트 신중현 한국전통음악과 록의 접목, 그리고 전기기타산조 발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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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노재명 저서 [신중현과 아름다운 강산](서울:새길출판사, 1994년) 169~178, 182~184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상기 사진 설명: 노재명 저서 [신중현과 아름다운 강산](서울:새길출판사, 1994년).
기타리스트 신중현 한국전통음악과 록의 접목, 그리고 전기기타산조 발표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 한국전통음악과 록을 접목시키다
신중현의 작품에서는 한국적인 흥과 리듬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록 기타로 연주하지만 다른 나라의 록 기타 연주와는 다르게 한국적인 맛을 낸다. 즉, 이태리의 록을 들으면 칸초네(Canzone) 향기가 나고 프랑스의 록을 들으면 샹송(Chanson) 향기가 나는 것처럼, 신중현의 록에서는 판소리 향기가 난다. 이것이 신중현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신중현이 지금까지 발표한 300여곡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은 바로 한국적인 맛이 있다는 것이다. 신중현은 이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록이든, 재즈든, 랩이든 한국적인 맛이 있어야지, 외국 사람들이 하는 음악
그대로 모방하는 것은 결국 뿌리가 없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중음악
을 하는 사람들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듣는 음악을 하는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야지, 인기나 돈에 너무 치중하면 안된다.
돈을 벌려고, 인기를 끌려고 미국음악을 그대로 모방하여 우리의 대중을 미
국 문화권 안에 조여넣는 것은 그릇된 것이다. 그렇다고 양악을 무조건 배격하
고 우리의 전통음악만 좋다고 말할 수도 없는 시대다. 왜냐하면 이제 대중적으
로는 전통음악보다 양악이 더 인기있고 무시하지 못할 만큼의 영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외국음악이 이땅에 들어왔으니 그것을 우리 체질에 맞게 소화하는 것
이 필요하다. 지금 세계적으로도 각 나라마다 자신들의 민족적인 것을 살린 독
창적인 음악을 하고 이를 타국에 알리는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우리도
외국음악을 이땅에 심어나갈때 모방하기 보다는 외국 것과 무언가 다른 우리의
맛을 내야 할 것이다.”
최근에 한국전통음악과 양악을 접목시키는 노력이 활발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썰렁하다. 서로 다른 조건에서 생성된 음악문화를 접목시키기란 그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음악은 여러 문화 중에서도 한 나라, 한 지역, 한 마을의 문화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지방마다 사투리가 있듯 각 지역마다 독특하게 형성된 음악문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먹는 것, 입는 것, 풍습, 쓰는 말이 각기 다른 지역에서 나온 음악들이 하루 아침에 접목되기가 쉽지 않다. 판소리의 경우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지역마다 여러 소리제가 있어서 중고제, 서편제, 동편제를 놓고 명창들마다 제 각각 다른 소리 이념을 내세웠다. 그리고 여러 소리제를 접목시키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전통음악과 록을 접목시키고 그런 작품들을 대중적으로 성공시킨 신중현의 역량은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신중현은 1971년부터 본격적으로 전통음악과 록을 접목시켜 왔는데 <마부타령>(1971), <나도 몰래>(1972), <어디서 어디까지>(1972), <미인>(1974), <산아 강아>(1974), <할 말도 없지만>(1974), <그 누가 있었나봐>(1974), <너만 보면>(1980), <내>(1983)가 그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마부타령>은 이철향이 작사하고 신중현이 작곡했는데, 1971년에 신중현 자신이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까지 직접 녹음했다(유니버살레코드社 KLS-27 '71 폭송 힛트 모음 제1집, 1LP). <마부타령>은 한국전통음악 가운데 <각설이타령>으로 불리우는 <장타령>과 유사한 선율 진행을 보인다. <마부타령>은 TBC-TV 일일연속극 ‘마부’ 주제가로 작곡되었고 대중적인 인기가 높았다.
<나도 몰래>는 1972년에 신중현 전기기타 반주에 맞춰 김정미가 노래했다(유니버살레코오드社 KLS-76 김정미, 1LP). <나도 몰래>에서는 판소리에 쓰이는 ‘추천목’과 유사한 선율이 나타난다. ‘추천목’은 그네가 올라가고 내려오는 형상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경쾌하고 흥겨운 느낌을 주는데, 춘향가 중 <그른 내력>, 수궁가 중 <앞내 버들>과 같은 대목에서 쓰인다. 신중현은 <나도 몰래>에서 마치 그네가 왔다 갔다 하는 듯한 선율을 사용해서 두근거리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 다음은 <나도 몰래>의 가사다.
나도 몰래 뛰는 가슴이여
나도 몰래 붉어지는 내 얼굴
나도 몰래 약해지는 마음
나도 몰래 그를 살짝 보네
어쩌다가 나는 이럴까
언제부터 나는 이럴까
다른 사람은 이렇지 않나봐
나만 이렇게 태우고 있나봐
아무래도 이상하구려
- 신중현 작사, 작곡 <나도 몰래> -
사랑으로 인한 벅찬 기쁨을 경쾌한 추천목 형태의 선율로 잘 표현했다. “어쩌다가 나는 이럴까” 이하 후렴에서는 잔잔하게 몰고 가다가 끝부분은 목을 꺾어서 살짝 치켜 올리는데, 이것은 동편제 판소리에서 나타나는 음악특징이다. “이럴까”와 “않나봐”, “있나봐”에서의 꺾는목 또한 판소리 조다.
<어디서 어디까지>는 신중현이 1972년 후반에 제작된 김정미의 음반(유니버살레코드사 KLS-76, 1LP)에 발표했던 작품이다. 상대방이 사랑의 감정을 헤아려 주지 않음을 답답해 하는 노랫말로 되어 있다. 우울한 마음을 담은 노랫말과는 대조적으로 곡조는 밝고 경쾌하다. 이 곡 역시 한국적인 리듬과 선율로 작곡되었다.
어디서 어디까지 그 마음 모르겠네
어디서 어디까지 내 마음 모르겠네
어디서 어디까지 그 마음 모르겠네
어디서 어디까지 내 마음 모르겠네
애 타는 내 마음 그대는 모르네
애 타는 내 마음 그대는 모르네
둘이서 만나면 님만을 사랑하네
그대와 떨어지면 한없이 뛰는 가슴
애 타는 내 마음 그대는 모르네
애 타는 내 마음 그대는 모르네
지나다 그대와 말없이 지나쳤네
오늘은 왜 그런지 웃음이 떠나지 않네
어디서 어디까지 그 마음 모르겠네
어디서 어디까지 내 마음 모르겠네
어디서 어디까지 그 마음 모르겠네
어디서 어디까지 내 마음 모르겠네
어디서 어디까지 내 마음 모르겠네
애 타는 내 마음 그대는 모르네
애 타는 내 마음 그대는 모르네
어디서 어디까지 그 마음 모르겠네
어디서 어디까지 내 마음 모르겠네
어디서 어디까지 내 마음 모르겠네
어디서 어디까지 내 마음 모르겠네
1974년, 신중현은 중기 ‘엽전들’ 1집 음반(지구레코드공사 JLS-120891 신중현과 엽전들, 1LP)에 <미인>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발표 당시 한 잡지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릴 정도로 신중현이 ‘한국적인 록’이라며 자신있게 내보인 곡이다.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미인>의 작곡가 신중현씨. 그는 이곡을 ‘한국적인 하드 록’이라고 자찬하고 있는데 (이하 생략)”
『대중가요 제75집』(서울:세광음악출판사, 1975.3) 권두 사진집 중에서.
<미인>은 ‘삼천만의 주제가’라고 불리울 만큼 전통음악과 록을 접목시킨 신중현의 작품 가운데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곡이다. <미인>은 신중현 자신이 전기기타 연주는 물론 노래까지 했다. <미인> 가사 가운데 “모두 사랑하네. 나도 사랑하네”라는 부분에서 들려주는 꺾는 목은 판소리 조다. 그리고 <미인>에서 가야금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전기기타 반주는 전기기타의 연주법에 있어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할 수 있다. <미인> 역시 <장타령>과 유사한 선율 진행을 보인다.
<산아 강아>는 1974년에 신중현이 후기 ‘엽전들’ 음반(지구레코드공사 JLS-1201027 신중현과 엽전들, 1LP)에 발표했다. <산아 강아>는 중모리 장단으로 짜여있다. 중모리 장단은 판소리, 산조, 시나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장단이다.
신중현은 <산아 강아>를 거의 중중모리에 가깝게 빠른 중모리로 작곡했다. 역시 전기기타 반주는 가야금 효과를 내고 있으며 ‘엽전들’ 멤버 권용남의 드럼은 단조롭지만 북과 같은 효과를 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할 말도 없지만>은 신중현이 1974년 중기 엽전들 첫 음반에 발표했던 작품이다. 한국적인 록 음악은 한국인의 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한국인의 흥을 느낄 수 있는 리듬을 중심으로 해서 <할 말도 없지만>을 작곡했다.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연인의 사랑 이야기가 짧고 담백한 노랫말로 그려진다. 별로 멋 부리지 않으면서 노래하지만 충분한 감동을 준다. 전기기타 또한 요란한 치장을 하지 않은 채 덤덤하게 연주하여 내면의 감정이 손 끝에 묻어 나온다.
할 말도 없지만 보고 싶다네
만나 보면 언제나 말이 없다네
술 한 잔 마시고 생각해 보네
담배연기 뿜으며 생각해 보네
어차피 우리는 맺지 못할 사랑이기에
하고 싶은 그 말은 할 수 없는 그 말뿐이야.
<그 누가 있었나봐> 역시 신중현이 1974년에 중기 엽전들의 첫 음반에 발표했던 작품이다. 신중현은 이 작품을 무척 즐겨 불렀는데, 1974년에 두 번 녹음했고 1987년에 한 차례 녹음했다.
향기로운 입술, 호수 같은 눈동자라는 노랫말로 초두를 장식하며 사랑에 깊이 빠진 상황을 그려 내고 있다.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한국적인 리듬이다. 창법 또한 전통음악의 꺾는목을 써서 한국적인 맛을 낸다. 기타 연주가 마른잎 위에 물방울 굴러가듯 재기발랄하다.
향기로운 그대 입술에 듣고 싶은 사랑 이야기
호수 같은 그대 눈동자 나에게는 말이 없구나
누구를 사랑하고 있을까. 누구를 그리워하나
나만이 좋아하고 있는데 그 누가 있었나 봐
그를 보면 나는 좋아서 바보같이 웃고만 있네
생각하는 그대 눈동자 무엇인지 답답하구나
누구룰 사랑하고 있을까 누구를 그리워하나
나만이 좋아하고 있는데 그 누가 있었나 봐.
<너만 보면>은 신중현이 특별히 아끼는 곡이다. 한국적인 맛을 담으려고 무척 애쓴 곡이기 때문이다. 전통음악에서 볼 수 없는 낯선 리듬을 쓰고 있으나 한국적인 맛이 짙다. 정말 재주있는 작곡가임을 느끼게 해준다. 1980년, 초기 ‘뮤직 파워’ 1집 음반(지구레코드 JLS-1201562 신중현과 뮤직 파워, 1LP)에 신중현 자신이 전기기타 반주와 노래를 직접 녹음했는데, 가사에서 나타나는 달콤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에서는 역으로 절제하며 뻣뻣하게 기교없이 불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전기기타와 드럼 반주는 두근거리는 사랑의 마음을 흥겨운 리듬으로 표현했다.
<내>는 1983년에 신중현이 후기 ‘세 나그네’ 음반(서라벌레코오드사 SB-7786, 세 나그네, 1LP)에 발표했다. <내>에는 자진모리 장단이 사용되었다. 자진모리 역시 중모리와 함께 판소리, 산조, 시나위에서 쓰이는 장단이다.
<내>는 1982년 말~1983년 초, 겨울에 신중현이 초기 ‘세 나그네’와 함께 여행을 다닐 때 지은 곡이다. 경상도의 어떤 산에 갔다가 폭우로 물이 불어나 급히 흘러 내려가는 냇물을 보고 지은 것이라 한다. 황급히 내려가는 냇물을 빠른 장단인 자진모리로 잘 그려냈다. 신중현의 투박한 전기기타 반주는 마치 산조 연주를, 드럼 연주자 문영배(동포)는 심벌즈(Cymbals)를 강하게 부각시켜 마치 사물놀이 연주를 연상케 한다. 가사에서는 내(川)를 의인화 했는데, 가사는 다음과 같다.
냇물아 냇물아 어디로 가니
냇물아 냇물아 어디로 가니
냇물아 냇물아 어디로 가니 대답해 줄래
니가 좋아서 나는 왔는데
어디로 어디로 가나 가나 가나
물방울이 모여 모여 졸졸졸
골짜기를 따라서 내려가면
친구를 만나서 함께 가네
이것이 냇물, 흘러 흘러
물방울이 튀길 때면 무지개 피고
높히 떨어질 때면 흰빛 찬란해
용솟음 칠 때면 바위 깎이고
너의 소리 또한 웅장하구나
나는 좋아 나는 여기 높히 올라왔는데
너는 왜 내려가니 어디로 내려가니
어차피 흘러서 가야할 운명이라면
내 어찌 갈 곳을 물을 수 있을까
흘러라 흘러라 흘러라 흘러라 흘러라 흘러라
흘러라 흘러라 흘러라 흘러라 흘러라 흘러라
수만리 구비에 할 말도 많기에
수억년 내 소리 지금도 들리나
냇물아 냇물아 어디로 가니
냇물아 냇물아 어디로 가니
나는 좋아서 여기 왔는데
어허 냇물아 어디로 가니
- 신중현 작사, 작곡 <내> -
동방의 아름다움과 신중현의 맑은 마음이 잘 어우러져 있다. 불러도 대답없는 냇물을 향해 신중현은 말한다. “어허 냇물아 어디로 가니.”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향한 외침으로 들린다.
상기 작품 외에도 한국전통음악과 록을 접목시킨 작품 중에 걸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으로는 <하필이면 그 사람>(1971), <소문났네>(1971), <저 여인>(1974), <생각해>(1974), <어깨 나란히>(1974), <즐거워>(1983), <떠나는 사나이>(1983), <길>(1983), <큰 새>(1988)가 있다.
1982년 10월, 신중현은 대전 호텔 쇼무대에서 활동하면서 사진에 담긴 바와 같이 전기기타를 가야금과 같이 개조해서 가야금 연주와 같이 전기기타 연주법을 한국식으로 개발한 바 있다. 그룹 ‘딥 퍼플’(Deep Purple)과 ‘레인보우’(Rainbow)에서 기타리스트로 활약한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가 이미 오래 전에 이런 식으로 지판의 나무를 깎아서 개조한 바 있지만 리치는 실제 연주에서 큰 쓸모를 느끼지 못했다. 이렇게 개조한 전기기타는 지판이 없어서 음감을 잡기 힘들고 연주하기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었다 한다. 서양음악은 농현보다는 절대음을 내는 본래의 전기기타 외에 달리 전기기타가 필요없다. 그러나 한국전통음악에는 농현이라는 것이 있다. 농현은 손을 흔들어서 떠는 음을 내는 연주법으로서 기타 연주법으로 말하면 ‘벤딩’(Bending)이라고 할 수 있는데, 농현은 벤딩보다 훨씬 짙은 떨림음을 낸다. 이런 농현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개조된 전기기타가 제격이다. 그래서 이 개조한 전기기타는 한국적인 록을 추구했던 신중현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신중현은 상기 작품 외에도 <아름다운 강산> 등의 대표작들도 앞으로 전통음악을 좀더 많이 가미해서 발표할 것이라 한다.
● 전기기타산조를 선보일 예정
신중현은 앞으로 전기기타산조를 발표할 예정이라 한다. 1993년 1월부터 필자는 그와 만날 때마다 여러 종의 산조와 판소리 음반, 산조연구서 등을 건네주었고 그에게 전기기타산조를 짜보라고 권유하였다. 늘 겸손한 그는 자신의 실력으로 그 걸 해낼 수 있겠느냐고 하면서도 새로운 표적이 생겼다는 기쁨의 눈빛을 보였다.
1993년 1월 20일에 필자는 신중현에게 신쾌동 거문고산조, 서공철 가야금산조 녹음테입을 전달했고 1993년 3월 8일에는 지영희 해금산조, 한주환 대금산조, 강춘섭 풀피리산조, 전추산 단소산조, 박종선 아쟁산조 녹음테입을 전달했다. 그리고 산조 관계서적을 전해주었고 산조에 쓰이는 진양조, 중몰이, 중중몰이, 자진몰이, 휘몰이 장단을 북으로 설명해 주었다.
산조(散調)는 한국전통음악 가운데 기악 독주곡의 한 형태를 지칭한다. 산조는 타악기인 장고나 북의 장단에 맞추어 가야금, 거문고, 대금, 퉁소, 풀피리, 단소, 해금, 아쟁, 철현금, 피리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말하는데, 즉흥성이 매우 강하다.
산조의 구성은 가장 느린 장단인 진양에서 시작하여 점점 빠른 장단으로 변화를 주다가 아주 급히 몰아가는 장단인 자진몰이나 휘몰이에서 끝을 맺는다. 즉 고수(鼓手)가 <진양조-중몰이-중중몰이-자진몰이-휘몰이>로 장단을 점점 빠르게 반주하면 연주자는 각 장단에 맞추어 연주하게 되는 것이다.
산조라는 음악양식이 생겨난 것은 가야금으로 처음 산조를 연주했다는 김창조(金昌祖, 1865-1920) 시대부터다. 김창조가 활약하던 시대에 다른 이도 산조를 연주했거나 혹은 그 이전부터 산조와 비슷한 형태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자세한 것은 알 길이 없다.
김창조가 산조를 처음 연주한 것으로 본다면 산조는 약 100여년 전에 생겨난 것이다. 산조는 불과 백살 정도의 나이밖에 안됐지만 약 300년의 역사를 가진 판소리를 기악화한 형태인 만큼 산조의 음악 근본은 오래전부터 생성되어 발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야금이 산조로 연주되면서 그후 여러 악기들이 산조로 연주되었는데, 백락준(白樂俊, 1876-1930)의 거문고산조, 박종기(朴鍾基, 1879-1939)의 대금산조, 유동초(柳東初, 1881 또는 1888 - 1946 또는 1950)의 퉁소산조, 강춘섭(姜春燮, ? - ?)의 풀피리산조, 전추산(全秋山, 1876-1967)의 단소산조, 지영희(池瑛熙, 1909-1980)의 해금산조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양악기를 가지고 산조 연주를 했던 경우도 있는데, 가야금의 명인 한수동(1902-1929)이 1920년대에 바이올린산조를 연주했었다 하며 1980년대에는 김영철(? - 1988)이 어쿠스틱 기타를 가지고 산조 연주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어쿠스틱 기타를 개조하여 철현금산조를 개발하여 선보였다.
이제 1993년 들어서 신중현(申重鉉, 1938 - )이 전기기타산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신중현은 록 음악가이면서 한국전통음악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고 1970년부터 록 음악에 한국전통음악을 접목시켜 대중으로 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발표한 대표작으로 <마부타령>(1971), <나도 몰래>(1972), <미인>(1974), <산아 강아>(1974), <너만 보면>(1980), <내>(1983)를 꼽을 수 있다.
1993년 8월 8일, KBS홀에서 열린 ‘제31회 FM 국악무대’에서 김덕수의 장고 반주에 맞춰 김수철이 전기기타산조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때 발표된 것은 산조라기 보다는 사물놀이 장단에 의한 장고와 전기기타의 합주라 할 수 있었다. 사물놀이에서 쓰이는 장단이 주를 이루었고 김덕수 또한 산조 반주 보다는 사물놀이 연주로서 김수철의 전기기타와 합주했다. 그리고 김수철의 연주는 산조 가락보다는 록 선율이 많았다.
신중현은 한국전통음악의 정통성을 잃지 않으면서 현대 감각에 맞게 발표할 것이라 한다. 즉, 한국전통음악의 뿌리 위에 서양음악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놓겠다는 것이다.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전기기타로 산조를 꼭 연주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신중현이 선보이게 될 전기기타산조는 어떨지 기다려 본다.
신중현이 내놓을 전기기타산조에 전기기타 주법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과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민족음악의 좋은 표본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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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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