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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편제 판소리, 정가, 거문고, 가야금, 피리, 대금, 해금 명인 박기홍(가신, 가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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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정노식, [조선창극사](서울:조선일보사, 1940년) 162~169쪽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의 한자는 한글로 변환하였습니다. 컴퓨터 입력/교정/편집:국악음반박물관(http://www.hearkorea.com)
* 상기 사진 자료: 박기홍제 단가 <대관강산>이 담겨있는 박록주 음반.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관리번호 MICD-0202~0203
콜럼비아 유성기 원반(8) 박록주 판소리(고수:한성준 외)
명인기획/엘지미디어(LG소프트) LGM-AK008(2CD), 녹음:1929·1931·1932년,
제작:1996년, 녹음 고증·음반 기획·해설·사설 채록:노재명, 총 44쪽짜리 해설서 내장.
[CD 1] <단가> 4.대관강산(3:15)
박기홍(朴基洪) - 동편
글/정노식(귀명창, [조선창극사] 저자)
박기홍은 전라도 인(人)이다. 이날치, 김창환과 이종간이다. 경상도 함양, 청송 등지에서 살았다. 초년에 박만순 수하에서 지침을 받다가 후에 정춘풍 문하에서 다년 전공하여 대가를 완성하였다.
그는 당당한 동파의 괴걸이라기보다 박만순, 정춘풍 거후 고종 시대로부터 근대에 이르러 유사 백년인 동파의 법통을 혼자 두 손바닥 우(위)에 받들어 들고 끝판을 막다 싶이(시피)한 종장이다.
송만갑, 전도성, 이동백, 유성준 등의 선배로서 그(其) 중 송(송만갑), 이(이동백)와는 종종 동석하여 소리를 하였다. 중년에 대구 모가에서 송, 이와 가치(같이) 소리를 하게 되었는데 박(박기홍) 선, 송(송만갑) 후로 순서를 정하였다. 송이 말하기를 “박의 뒤를 따라서 하면 좔축이 되어서 임의로 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청중이 칠령팔락하여서 소리할 흥미가 나지 아니함을 어찌하랴” 하므로 송 선, 박 후로 순서를 바꾸어서 송이 먼저 소리를 하는데 박은 옆에 앉아서 듣고 나서 송더러 “장타령이 아니면 염불이다. 명문 후예로 전래 법통을 붕괴한 패려자손”이라고 혹평하여 송은 “고법에 구니하는 것보다 시대에 순응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모피하였으나 국창으로 일세를 울리는 송으로도 오히려 박의 앞에서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한 것을 보면 씨(박기홍씨)의 포부와 기량의 여하는 듣지 아니하여도 가히 추측할 수 있다.
말이 잠간 빗나갔지만 송의 뒤를 따라 박이 출장하여 소리를 하는데 처음에는 담담히 아무 흥미가 없는 태도로 하여 소리가 싱거웁기 짝이 없다. 청중은 염증이 나서 하품과 조름(졸음)이 나올 지경이다. 그리하여 중판쯤 이르더니 소리는 점점 흥미있게 되어간다. 난데없는 딴청이 뛰어나오기 시작한다. 그 특색인 성조를 한 마디 뽑아 질러내니 완연히 벽공에서 떨어지듯 한다. 장내 공기는 변환하여 하품하고 졸든(졸던) 간관들은 귀를 번쩍 들고 지수는 소리 좌우에서 쏟아저(쏟아져) 나온다. 완급장단 억양반복을 법도에 맞도록 창거창래 할제 듣는 사람의 정신을 혼도한다. 그리 하다가 소리는 다시 점점 담박무미하게 된다. 이러한 제작으로 조종하면서 달야토록 계속하였다 한다.
박은 이러한 수법이다. 신기탁이비지인이오 농비신감비진미라. 지인지시상이오 진미지시담이라. 담담연 냉수적으로 탄탄연 대로적으로 하다가 어느 지경에 이르러서 그 어떤 특조를 발휘하는 식이다. 이것이 동파의 본령인 동시에 자가의 특징이다.
박은 소리 금을 하고 소리하는 사람이다. 환언하면 50원이면 50원 만치 100원이면 100원 만치밖에 아니한다는 말이다. 금의 다소를 계교하여서 기예의 정도를 고하하여 그 경중을 자유자재로 표현함이 역량과 포부의 호대함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냐.
박씨 창극조에만 탁발할 뿐 안니라(아니라) 문식이 우여하여 사율 일편을 능히 얼거서(얽어서) 당장 축돌님의 색책을 하고 시조, 가사, 현금, 가야금 내지 피리, 저, 해적 할 것 없이 무불정통으로 각각 일가를 완성하였고 현금, 가야금은 타인에게 많이 교수하였다 한다. 통틀어 말하자면 조선 음악에 있어서는 절륜한 천재와 위대한 포부를 갖었든(가졌던) 것이다.
조선 성악과 음률에 견식이 있는 사람으로 박과 종유한 이는 여출일구로 무불탄복이다. 후배 송만갑, 이동백, 김창룡은 “가신이니 일언반사도 평을 가할 수 없다” 하고 10여 년 상종 하든(하던) 현석년은 가선으로 평한다.
그 생애가 담박하고 지신이 근신온화하였다. 주는 편기하되 색에는 가장 담박하여 일생을 통하여 노류장화를 일차도 절취한 일이 없었다고 지구들은 그 미덕을 찬칭한다. 병세한 대구 명기 앵무가 연정을 누소하였으되 종시 거절하여서 앵무는 그 반감으로 도처에 악평중상하므로 당시 사계에 있어서 일종 소화제가 되었든 것이다.
춘향가, 적벽가에 특장하고 적벽가 중 삼고초려, 장판교대전, 화용도 장면에 이르러서는 신출귀몰한 기예를 발휘하였다 한다.(이동백, 김창룡 담) 그 더늠으로 적벽가 중 조조 군사 사향가 1편을 좌게(左揭)하노라.
“이때에 월명성희하고 오작남비라. 한풍은 소슬하고 강성은 오열한데 사장에 앉은 군사 주육을 포식미만하나 왕왕히 수심겨워 각심소원으로 사향곡 슬피 울 제 부모 그려 우는 놈, 동생 그려 우는 놈, 자식 그려 우는 놈, 안해(아내) 그려 우는 놈, 이야기로 우는 놈, 투전하다 다투는 놈, 잠에 지저 총 끝으로 대고 섰고 어떠한 군사는 벙치 버서(벗어) 둘러메고 사향곡 슬피 울 제 ‘어화 저 오작아 네 어디로 향하느냐. 칠월 칠석 머렀으니(멀었으니) 은하수 깊은 물에 우문성 가련하고 강남의 기러기 짝을 잃고 우는 소래 계명산 추야월에 사향함과 같다마는 고향 소식 네 알소냐. 고당상 학발양친 이별한 지 멧(몇) 해런고. 부혜여 생아시고 모혜여 육아시니 욕보지덕인댄 호천망극이로구나. 우리 부모 처자 천리전장에다 나를 보내고 오날이나 소식 올가(올까) 래일(내일)이나 기별 올가(올까). 일락서산 황혼될 제 의문망이 멧(몇) 번이며 바람 불고 비 죽죽 올 제 의려망이 멧(몇) 번이런가. 조총 환도 둘러메고 육전수전 섹여(섞여) 할 제 생사가 조석이라. 만일 객사하거드면 골포사장 드러나서 오작의 밥이 된들 뉘라서 휘여 날여(날려) 주리. 애고 애고’ 설리우니 한 군사 한숨 쉬고 눈물지며 하는 말이 ‘너도 설다(섧다) 하려니와 네 내 서름(설움)을 드러바라(들어봐라). 팔십 당년 우리 부모 노병이 공극하와 주소시탕 골몰터니 병란이라 웨난(외는) 소래 정신 없이 일어나서 나의 사정 박절하여 군복 입고 창 잡으며 부모전에 하직하니 우리 부모 나를 잡으시고 울며불며 하신 말씀 <나의 별이 깊고 깊어 조석난보 어려운데 천리 전장 네 나가면 뉘라 다시 구호하리> 통곡으로 이별한 지 지금이 몃(몇) 해런고. 무서산지퇴일하고 망태행지고운이라. 몽중에나 도라가서(돌아가서) 병든 부모 다시 보면 여한이 없으련만 수심이 첩첩하여 잠 못 일우니(이루니) 잠을 일워야(이뤄야) 꿈을 꾸지야 야속함도 야속하다. 사친사가 이 사정을 눌다려 원정할고 애고애고 설운지고’ 또 한 군사 이르는 말이 ‘너는 부모를 생각하니 정의도 올커니와(옳거니와) 효행지심 기특하다. 내 서름(설움)도 들어보소. 나는 남의 오대 독자로 열일곱에 장가들어 근 오십이 되도록 슬하에 일점 혈육이 없서고나(없었구나). 부부 매일 한탄터니 자식을 빌려 할 제 온갖 공을 다 드려(들여) 각산대찰 영신당과 고묘총사 성황당이며 석불 미륵보살전에 노구 마지(맞이) 집짓기며 창호시주 인등시주 시왕불공 칠성불공 가사시주 나한불공 천룡 마지(맞이) 산제하니 심든 남기 꺽거지며(꺾어지며) 공든 탑이 묺어지랴(무너지랴). 없다 우리집 마누라가 그날부터 태기가 있었구나. 십삭태후 배설할 제 석부정부좌하고 할부정불식하고 이불청음성하고 목불시사색하여 십삭만에 생남하니 얼굴은 관옥이오 풍채는 두목지라. 열손에 떠받드러(떠받들어) 금옥같이 사랑한 정 삼칠일이 다 지나고 오륙삭이 넘어가니 터덕터덕 노는 양 빵긋빵긋 웃는 양 엄마 압바(아빠) 도리도리 웃고 품에 앵길 적에 감을 사서 빨리우며 주야 사랑 지극터니 뜻밖에 이 난리를 당하였구나. 사당문 여러(열어) 놓고 통곡재배 하직하고 천리전장 나왔으니 일불일 전쟁불식 어느 날에 돌아가서 그리든 나의 아들 무릎 우에(위에) 앉쳐(앉혀) 놓고 사랑으로 얼너볼고(얼러볼꼬). 애고애고 내 일이야.’ 또 한 군사 하는 말이 ‘네 서름(설움) 가소롭다. 자식을 그려 우니 후사를 생각하는 말이로다마는 네 내 서름(설움)을 드러보라(들어보라). 전에도 없고 후에도 없고 만고역대에도 없는 서름(설움)이로다. 삼십 후 장가를 가니 그날 밤이 첫날밤이라. 동방화촉 깊은 밤에 두리(둘이) 안고 마조(마주) 누워 신정이 미흡할 제 원근촌 닭이 울 제 병란이라 웨는(외는) 소래 깜작(깜짝) 놀나(놀라) 일어나니 정신이 앗득한(아득한) 중 융의전복을 떨처(떨쳐) 입고 천리천장 나올 적에 그새에 정이 드러(들어) 낙루송별하는구나. 나의 사랑 울지 말고 잘 있거라. 나삼옥수 드러내여 울며 잡는 소매 박부득기 떨떠리니 갱파나삼 하는 말이 인제 가면 언제 올가(올까) 날이나 일너(일러) 주오. 천리전장 가는 낭군 어느 날에 다시 볼가(볼까). 통곡으로 이별한 지 이제가 멧(몇) 해런고. 옥창 아래 앵도꽃은 멧(몇) 번이나 피였으며 섬 밑에 찬 매화는 눌다러 무러나(물어나) 볼가(볼까). 동산의 높은 독은 망부석이 되어 있고 남산의 두견조는 불여귀라 슬피 운다. 장안일편 밝은 달은 요의성 수심이요 관산만리 찬바람은 낙매곡이 설어워라(서러워라). 운무에 싸인 달은 상심색을 띠여 있고 원포의 여을(여울) 소리 단장성 화답한다. 지내간 밤 꿈을 꾸니 그리든 우리 님이 나를 보려고 왔든구나. 반갑고 기뿐(기쁜) 마음 창검으로 벼개 하고 장막으로 니불(이불) 하여 만단정회 한참할 제 무상한 나팔 소리 깜작(깜짝) 놀나(놀라) 일어나니 님은 간 곳 없고 옆에 서는(섰는) 장막대만 와질끈 안고 누었으니(누웠으니) 허망키도 허망하다. 이처럼 허망한 세상이 또 있는가. 솟아나는 간장 눈물 바다가 되리로다. 애고애고 설은지고(설운지고).’ 이리 한참할 제 한 군사 내다르며(내달으며) 이놈 저놈 다 듯거라(듣거라). 우리 숭상은 대군을 거느리고 천리전쟁에 와 천하대사를 바라는데 너히(너의) 놈은 어찌 우름(울음)을 우난다. 우름을랑(울음일랑) 긋치고서(그치고서) 나의 싸홈(싸움)타령이나 드러보라(들어보라). ‘헌원씨 시용간과 염제로 판처 싸홈(싸움) 능작대무 조우장사 사로잡든 싸홈(싸움) 주나라 쇠한 천지 분분하다 춘추 싸홈(싸움) 육국 싸홈(싸움) 봉기지장 요란할 제 초한풍진 8년 싸홈(싸움) 태공여후 잡히것다 서북대풍 회수 싸홈(싸움) 70여 전에 공이 없다 초패왕의 욱격 싸홈(싸움) 마상의 천하 얻은 한태조의 지혜 싸홈(싸움) 통일천하 언제 하리 위한오(魏漢吳) 삼국 싸홈(싸움) 동남풍이 솰솰 불면 위터롭다(위태롭다) 적벽 싸홈(싸움) 싸홈(싸움) 다시 말고 공성신퇴 하고지고.’ 또 한 군사 하는 말이 ‘에 아서라. 싸홈(싸움)타령 다시 말고 척진만수무과주로다. 함포고복 먹었으니 없든 심정난다. 우리 승상은 죽고 살고 고향에나 가서 길기든(즐기던) 우멍거지 조개국이나 실것(실컷) 먹고.’ 한 군사 내다르며(내달으며) ‘여바라(여봐라) 이놈 못 쓰겠다. 우리 몸이 군사되어 갈충보국이 떳떳한데 아녀자만 생각하고 음탕한 말만 하니 진중에 부당하다’ 하고 등 미러(밀어) 쫓아내니 저놈 나가며 하는 말이 ‘이 근래에 진남진녀 덧부치기(덧붙이기) 아들놈덜 많이 보겠군.’ 또 한 군사 한숨 쉬고 눈물지며 슬푼(슬픈) 형상으로 슬피 앉어 하는 말이 ‘너히(너희)들이 아즉은(아직은) 술잔 먹고 재담, 교담, 장담, 패담 한다마는 명일 대전시에 견대여들(견디어들) 보아라. 승부를 뉘 알소냐. 유능제강하고 약능제강은 병가의 증험이오 승패흥망은 재덕이오 부재험이니 성군덕장의 하올배라. 승부간에 횡사 급사 오사 즉사 분사 할 제 뉘 능히 사라나리(살아나리). 애고애고 설운지고.’ 또 한 군사 나서드니 ‘여봐라. 위병군졸들아 부모 처자 이별하고 천리천장 나온 몸이 사정은 일반이라. 대장부 세상에 나서 위국갈충 하올진대 요하 삼척 드는 칼로 한 장의 머리 덩그렇게 버혀(베어) 들고 회군 취타 승전고에 고향에 돌아가서 그리든 부모 처자 애정하든 내 권솔 반갑게 맛나(만나) 질길(즐길) 적에 그 아니 상쾌하리. 너히(너희) 놈이 좀놈일다.’ 한찬 이리 분주할 제." 운운. 송만갑, 전도성, 이동백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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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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