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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노재명 저서 [배뱅이굿](경기 고양:아름출판사, 2002년) 26~33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 상기 사진 설명: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음반자료 관리번호 MICD-0216
콜럼비아 유성기 원반(12) 최순경 서도소리
명인기획/엘지미디어(LG소프트) LGM-AK012(1CD), 1940년 녹음, 1996년 제작. 총 18쪽짜리 해설서 내장.
녹음 고증·음반 기획·해설·사설 채록:노재명, 녹음 제공:NIPPON COLUMBIA CO., LTD. Pressed by Jigu Inc.
서도소리 명창 최순경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최순경은 1902년에 평남 순천에서 태어났고 1940년 무렵까지 활동한 흔적이 보이고 그 뒤로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자취를 남기지 않았다.
최순경의 서도소리 학습 내력은 ‘허덕선(허득선)→김관준→김종조, 최순경, 김칠성, 이인수, 곽풍, 양세진’으로 이어진 전승 계보에 속해 있다.
최순경은 서도소리의 중시조인 김관준의 아들 김종조와 함께 일제 때 인기 면에서나 기량 면에서 쌍벽을 이룬 대명창이다. 이은관의 증언에 의하면 일제 때 최순경의 인기는 김종조를 압도할 정도로 대단했다 한다.(1996.1.27.이은관 전수소에서 증언)
일제 때 신문을 보면 최순경에 관한 활동 기록이 몇가지 발견된다. 1933년 10월 25일자 『조선일보』를 보면 최순경이 1933년 10월 26일 경성방송국(JODK) 라디오에 출연하여 <전쟁가>와 <애원성>을 방송할 것이라는 예고 프로그램이 있다. 1934년 4월 18일자 『조선일보』를 보면 최순경이 김정문, 신금홍 등과 함께 시에론레코드에서 음반을 취입하기 위해 동경으로 출발했다는 기사가 있다.
1933년 11월 9일자 『조선일보』를 보면 다음과 같은 기사와 함께 최순경이 1933년 11월 9일 경성방송국(JODK) 라디오에 출연하여 배뱅이굿을 방송할 것이라는 예고 프로그램이 있다. 최순경의 사진도 다음 기사와 함께 신문에 실려있다.
“남도 창극조 춘향전과 심청전은 방방곡곡 어디서나 인수에 회자되어 있을 만큼 너무나 유명하다. 그러나 서도 창극조로 배뱅이굿이 있었다는 것은 서 조선지방 이외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이것은 일본의 나니와부시(浪化節)나 기타이후(義太夫)를 합쳐 놓은 것 같이 흥겹고 우습고 익살굳은 사설과 노래와 넌센스한 장면 등의 연쇄로 조선 사람의 유모어한 일면을 잘 나타낸 것이다. 그러므로 춘향전과 심청전의 비극적, 또는 애수미에 반하여 통쾌하고 명랑한 해학미의 컴비네이션이다.
이야기는 간단히 말하면 이러하다. 옛날에 평양 지방에 한 방탕한 사나이가 있었는데 처자 권속을 돌볼 줄 모르고 심지어 어느 지방의 원으로 갔다가 배격을 당할 만큼 경우가 곤란하게 되었다. 그는 사회적 지위를 잃었으나 처자에게로 달려갈 면목과 노자 조차 없었다. 그 때 마침 서울서 벼슬을 지내다가 향관(鄕關)으로 돌아와 은퇴 생활을 하고 있는 모(某)가 노년에 딸 셋(세월네, 네월네, 배뱅이라 이름하였다)을 보아 애지중지하다가 배뱅이는 혼례물까지 받아 놓고 그만 가엽게도 죽어버렸으므로 소위 기미리굿을 지내게 되었는데 전기(前記) 사나이는 무당을 사칭하고 임기웅변적 돈지로 일장의 넌센스한 굿을 해치웠다. 이러한 거짓 언행이 우연히 제대로 들어맞아서 그는 배뱅이 아버지로 부터 막대한 보수를 받아가지고 한때 돌보지 않았던 처자에게로 돌아가 안락한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평안도 지방에서는 이것은 미신타파의 의미로도 해석하여 배뱅이굿의 가치를 굳게 말한다. 더욱 이번에 상경한 배뱅이굿의 명수 최순경 씨가 방송케 된 것이다.”
이 신문 기사로 보아 최순경이 이북에서 활동하다가 서울로 와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1933년 무렵부터인 것으로 생각된다.
최순경의 제자로 알려진 이는 한 명도 밝혀진 바가 없다. 최순경의 사진은 유성기음반을 취입하고 찍은 기념 사진, 신문에 실린 사진 몇 장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유성기음반은 그의 인기 만큼이나 비교적 많이 남겼다.
일제 때 기생 문화가 크게 성행하면서 그 문화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 또한 크게 높아졌다. 그러한 현상은 일제 말기로 갈수록 현저하게 나타났고 기생 출신의 여류 명창들이 취입한 민요 음반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남자 명창들의 음반은 인기를 잃었다.
그래서 일제 말기에는 남자 명창들이 민요 음반을 취입한 예가 극히 드물다. 공연장이나 라디오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남자 명창 최순경은 일제 말기인 1940년,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당시 국내 최고의 음반 레이블인 콜럼비아에서 6장의 유성기음반을 취입했다. 이런 점은 당시 그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가 하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최순경은 당시 남자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여류 명창들에게 밀리지 않고 꾸준히 인기를 유지한 민요 명창이라 할 수 있겠다.
최순경은 1934년에 시에론레코드에서 <수심가>, <안택경> 등을, 1935년과 1940년대 초반에 오케이음반회사에서 배뱅이굿, <수심가>, <배따라기>, <축원경>, <사설 난봉가>(개타령), <병신 난봉가>, <화투풀이>, <성주풀이> 등을, 1940년에는 일본 콜럼비아음반회사에서 배뱅이굿, <배따라기>, <축원경>, <굼배타령>, <어랑타령>을 취입했다.
이 가운데 최순경이 여러번 녹음을 남긴 배뱅이굿, <수심가>, <배따라기>, <축원경>은 그가 장기로 내세운 곡들이라 하겠다.
최순경이 콜럼비아에서 녹음한 것은 40세 가까운 나이에 취입을 해서 그런지 다소 목성음이 쉰 듯하며 힘이 약간 떨어진 느낌이다. 콜럼비아에서 제작된 최순경의 유성기음반 중에는 장고 반주자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이 있는데 민칠성의 장고 반주인 것으로 보인다. 최순경은 1948년에 황해도 황주군 괴면포에서 아편으로 작고했다 한다.(김영택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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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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