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는 노재명 저서 [배뱅이굿](경기 고양:아름출판사, 2002년) 10~13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배뱅이굿이란 무엇인가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배뱅이굿은 한국 전통음악의 서도소리 가운데 하나이다. 서도소리라 함은 황해도와 평안도 지방의 민요를 말한다. 인간문화재 김정연은 서도소리에 대해 이런 말을 남긴 바 있다.
“서도민요는 서도 산세를 방불시키듯 맹호출림격으로 씩씩한 사나이들의 기상을 느끼게 하는 음조로 되어 있는데 그것이 오늘날처럼 여리고 애조를 띠게 된 까닭은 아마 역사적 사실에 그 연원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김정연은 서도소리를 시창, 12좌창, 입창, 민요, 잡가, 염불, 송서, 민속놀이로 분류한 바 있으며 이 여덟 갈래 가운데 배뱅이굿은 평양 다리굿, 향두계놀이와 함께 민속놀이에 포함된다고 하였다.(유익서·김명곤 외 편저 [명인 명창] 서울:동아일보사, 1987년, 178~179쪽)
참고로 전국의 지명 가운데 배뱅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는 곳은 의외로 이북 지역이 아닌 전라도에서 단 한곳 발견되는데 전남 나주군 노안면 금안리 함정골 밑에 있는 골짜기 이름이 배뱅잇골이다.(한글학회 1998년 제작 ‘한국 땅이름 전자사전’ version 1.0)
판소리 인간문화재 김연수는 자신의 저서 [창본 춘향가](서울:국악예술학교 출판부, 1967년) 313쪽에 “굿터에서 行해지는 倡夫노리(장대장타령)나 동이기밀(배뱅이굿의 前身) 같은 巫劇도 一種의 판소리다”라고 하였다.
이와 관련해서 1980년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 제135호 정선아리랑 및 배뱅이굿](서울:문화재관리국) 18쪽에 국악학자 이보형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동이기밀의 巫劇의 내용이 전부 밝혀지지 못한 이상 동이기밀과 배뱅이굿과의 관계는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배뱅이굿을 처음 내었다는 金寬俊의 스승 許得善이 잘했다는 <기밀경>과 비슷한 것일 것이며 이것은 배뱅이굿과 별도로 金寬俊의 제자 金七星을 거쳐 金玉仙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金寬俊 또한 기밀경을 했을 것이니 기밀경이 배뱅이굿과 다른 것이지만 동이기밀이 배뱅이굿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도 참고해 볼 일이다.”
김연수가 언급한 바와 같이 배뱅이굿의 구성 양식은 경기 이남의 판소리와 유사하게 짜여져 있다. 판소리의 아니리와 같이 이야기를 말로 설명하는 것이 있고 서도 민요조의 창이 중간중간에 불린다.
옛부터 이북 지역에서도 남도의 판소리를 무척 즐겼다고 하는 것은 여러 문헌 기록과 원로 명창들의 증언으로 알 수 있다.(모흥갑 판소리 그림, 정노식 1940년 저서 [조선창극사], 박보아 박송희 증언 등)
이처럼 예로부터 이북에서 남도의 판소리를 애호하였으니 이와 유사한 형태의 서도 음악이 자연스레 발생한 것이고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배뱅이굿이라 할 것이다.
배뱅이굿에는 황해도 소리 외에도 경기, 강원, 함경도 민요 등이 중간중간에 일부 섞여 있으며 창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일정한 장단없이 말하듯 공수조로 부르는 부분이 많다.
배뱅이굿의 줄거리는 이렇다. 옛날 서울에 어떠한 양반 셋이 살았는데 슬하에 자식이 없었다. 지성으로 산천에 빌어서 각각 세월네, 네월네, 배뱅이를 낳았다. 이들이 자라서 세월네와 네월네는 시집 가서 잘 사는데 배뱅이는 우연 득병하여 그만 죽고 말았다. 배뱅이의 부모는 딸의 넋을 달래고 좋은 곳으로 가기를 염원하며 팔도 무당들을 불러 들여 굿을 벌인다. 그런데 평양의 한 재산가 아들이 건달로 떠돌다가 우연히 그 동네를 지나다가 주막집에서 배뱅이집 내력을 듣고 능청스럽게 박수 무당으로 행세하여 배뱅이 부모를 속이고 많은 재물을 얻어 간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
| 2006-07-11 |
|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