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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정노식, [조선창극사](서울:조선일보사, 1940년) 224~229쪽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의 한자는 한글로 변환하였습니다. 컴퓨터 입력/교정/편집:국악음반박물관(http://www.hearkorea.com)
상기 사진 자료:정노식 저서 [조선창극사] 영인본 표지.
김봉문(金奉文) - 동편
글/정노식(귀명창, [조선창극사] 저자)
김봉문은 충청도 서산군 출생이다. 박기홍 제자로서 순종 이후로 최근까지 성명이 쟁쟁하다가 54세를 일기로 하고 10년 전에 고향에서 병사하였다 한다.
사(師) 박기홍의 창법을 많이 계승한 만큼 동파의 면목이 약여하였거니와 흥보가에 장하였다 한다. 그 특장으로 흥보가 중 박물가 1절을 소개하면 여좌(如左)하다.
“박 한 통을 또 따다 놓고 켠다. '어여루 톱질이야. 슬근슬근 톱질이야. 당기어 주소.' 밀거니 다리거니 쓰삭 쿡칵 툭 타노니 박 속으로 왼갖 세간이 다 나온다.
자개함농 반다지며 용장 봉장 귀두주 쇄금들미 삼층장 게자다리 옷거리(옷걸이)며 쌍룡 그린 비접고비 용두머리 장목비 놋촉대 백통유기 샛별 같은 요강 타구 그득히 버려(벌여) 놓고 우단이불 대단요며 원앙금침 잣벼개를 반다지에 쌓하(쌓아) 놓고 사랑치레 더욱 좋다.
용목쾌상 벼루집 화류문갑 각게수리 용연벼루 거북연적 대모책상 호박필통 황홀하게 버려(벌여) 놓고 서책을 쌓았으되 천자, 유합, 동몽선습, 사략, 통감, 논어, 맹자, 시전, 서전, 대학, 중용 길길이 쌓아 놓고 그 곁에 순대모안경 화류체경 진묵 당묵 순황모 무심필을 산호필통에 꽂아 놓고 각색 지물이 또 나온다.
락곡지 별백지 도침지 간지 주지 피딱지 갓모 유삼 유지 식지 다 나오며 또 필육이 나온다. 길주 명천 가는 베, 회령 종성 고흔(고운) 베, 당포, 춘포, 육진포, 발이포, 사승포, 중산포 가는 무명, 강진 해남 극세목 고양 꽃밭을 이생원의 맏딸아기 보름만에 맞혀(맞춰) 내던 세목 관디차로 봉해 있고 의성목, 안성목, 만경목, 송도 야달이 목이며 가는 모시, 굵은 모시, 임천한산 극세저, 각색 비단 또 나온다.
일광단, 월광단, 서왕모 요지연에 진상하던 반도문이 황홀하고 백설이 만공산한데 절개 있는 송조단, 등태산 소천하하던 공부자의 대단이오, 양진이 합전하니 뇌고함성의 영초단, 시여추기 쟁고하니 장부절개 송금단, 가는 님 손 더벅 잡고 가지 말게 도리불수, 인의예지 효제충신 우리 인생의 모본단, 남당초당 깊은 곳에 잠재하던 와룡단이 구역꾸역 나오고 쓰기 좋은 양태문 매매흥성 수갑사 인정있는 은조자요, 부귀다남 복수단 삼순구식 궁초로다. 뚜두럭꾸벅 말굽장단, 서부렁섭적 새발문 뭉게뭉게 운문단, 만경창해 조개단, 해주자주 몽고삼승 접영 관사 길상사 생수 삼팔 왜사 갑징 생초 등물이 더럭더럭 나올 적에 흥보 안해(아내) 좋아라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하는 말이, '붉은단 퍼런단아 퍽도 많이 나온다. 우리 한푸리(한풀이)로 비단으로 옷 한번 하여 입어 봅시다.'
'그리 하세. 그런데 무엇으로 할고.' '나는 송화색 비단으로 할라능만.' 하고 흥보 안해(아내)가 옷을 차리는데 똑 이렇게 차리던 것이었다. 송화색 대단저고리 치마 바지 속것 고쟁이 버선까지 송화색 대단으로 하여 놓으니 참 가관이다.
'내가 어떻게 뵈오.' '위에서 아래까지 노란 것이 꼭 꾀꼬리로세.' '나는 무엇으로 하여 입을고. 흑공단으로 하여 볼가.' 흑공단 망건 당줄 관사 저고리 바지 두루막이 버선까지 흑공단으로 새가맣게 차려 놓으니 역시 가관이것다.
'여보 마누라 나는 무엇같이 뵈이는가.' '똑 가마구 같오.' 흥보 웃으며 '또 한 통을 타봅세.' 먹줄 쳐서 톱을 거러(걸어) 놓고, '어이여라 톱질이야. 수인씨는 불을 내어 교인화식 하여 있고 복희씨는 그물 맺아 교인전어 하여 있고 황제씨는 백초를 맛보아서 약을 내고 잠총은 누에치기 시작하여 만인간 잎이었고(입히었고) 의적은 술을 내고 여왜씨는 생황 내고 채륜은 조희(종이) 내고 몽염이는 붓 만들고 그나마 천종만물이 유지자의 창조함이니 우리는 박 타는 재주를 창조하여 봅세. 슬근슬근 당기어라.'
슬근슬근 쓰삭 툭 타놓으니 순금궤 하나에 금거북 자물쇠로 채였으되 '흥보 개탁하라' 하였거늘 흥보 은근히 좋아라 하여 꿇어앉어 열고 보니 황금 백금 오금 십상천은이며 밀화 호박 산호 금패 진주 주사 사향 용뇌 수은이 가득찼거늘 쏟아 놓면 여전히 가뜩가뜩 차고 쏫고(쏟고) 나서 도로 열고 보면 도로 글로 하나 가뜩하니 흥보 내외가 좋아라고 이렇게 쏟고 보니 어언간에 큰 장자가 되었고나.
흥보 너무 좋아라고 그 마누라더러 하는 말이, '이렇게 많은 재물을 집이 협착하여 어따가 두면 좋을가. 우리 저 박 한 통 마저 타고 집이나 지어 보세.'
한 통 남은 것을 마저 따다 놓고 흥을 내여 켜것다. '여봅소 마누라 정신차리고 힘써 다려(당겨) 주소. 슬근슬근 톱질이야. 우리 일을 생각하니 엊그제가 꿈이로다. 님없이 고생타가 일조에 부가옹이 되었으니 어찌 아니가 질길소냐(즐길소냐). 슬근슬근 톱질이야. 당기어 주소. 톱질이야.'
슬근슬근 쓱싹 쿡 칵 툭 타놓으니 박 속에서 일등 목수들과 각색 곡식이 나올 적에 목수들은 위선 명당을 가려 터를 닦고 집을 짓는데 안방 대청 행랑 고깐(곳간) 선차춘여(선차추녀) 말굽도리 내외분합 물림퇴와 살미살창 가로다지 입 '구'짜로 지어 놓고 앞뒤 동산에 기화이초를 난만히 심어 있고 양지에 방아 걸고 음지에 우물 파고 문전에 버들 심고 울 밖에 원두 놓고 안밖(안팎) 고왕에 곡식이 쌓였으니 동편고에는 정조가 만 석이오. 서편고에는 백미가 5천 석. 전후고왕에는 두태잡곡이 각 5천 석이오. 참깨 들깨가 3천 석이오. 또 딴 노적한 것이 십여 더미요 돈이 십만구천 냥이오. 일용전 몇 천 냥은 침방 속에 들어 있고 온갖 비단과 은금보패는 다시 고에 쌓고 말리 같은 사내종 열쇠 같은 게집종(계집종) 앵무 같은 아이종 나며 들며 사환하고 우걱부리 잣박부리 우걱지걱 시려(실어) 들여 앞뒤 뜰에 노적하고 담불담불 쌓아 놓니 흥보 안해(아내) 좋아라고 춤을 추고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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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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