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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이생강 희망가' 음반 해설서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상기 '이생강 희망가' 음반: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음반자료.
삼성뮤직 SCO-171LSK, 1CD, 1998년 제작 발매, 총 62분 19초 수록.
대금/피리:이생강, 피아노/편곡:신관웅, 드럼:김희현, 베이스:장응규.
국악과 재즈·트로트의 첫 만남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본 음반에는 <목포의 눈물> 등 트로트 위주의 대중가요와 그밖에 한국 민요 <뱃노래>, 산조와 재즈 형식이 합해진 즉흥연주 <대자연>이란 곡이 들어있는데 모두 퓨전재즈로 편곡, 연주된다.
국악을 비롯한 세 음악장르의 만남, 이런 시도는 본 음반이 최초다. 그간 흘러간 가요를 양악기 트로트 반주에 맞춰 대금으로 연주한다든지, 국악이나 트로트를 재즈로 연주한 경우는 빈번했다. 그러나 이번 음반처럼 국악과 재즈·트로트가 한꺼번에 만나는 일은 전무했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1960년대 후반 이동기 악단이 한국 민요와 트로트를 재즈화한 것이나 이생강이 1970년대에 흘러간 대중가요를 양악기 트로트 반주에 맞춰 대금으로 연주한 것이나 1980년대 중반 박성연과 재즈 앳 더 야누스(Jazz At The Yanus)가 한국 민요를 재즈로 연주했던 단계에서 벗어나 이 음반에선 그 모두를 어우러서 색다른 세계를 추구했다는 점, 그리고 시도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작업들을 뛰어넘어 여러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본 작품집은 높이 평가된다 하겠다.
그 비결 중 하나로는 우선 신관웅의 뛰어난 편곡을 꼽을 수 있는데 국악, 재즈, 트로트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각각의 개성을 모두 살리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은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그리고 이생강과 슈퍼트리오(Super Trio) 개개인의 우수한 연주력 또한 이 작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있어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작용했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한국적인 재즈를 추구하고자 결성된 슈퍼트리오의 탄생 취지와 그같은 작업을 위해 그간 노력해온 이들의 국악에 대한 깊은 탐구와 이해도 큰 몫을 했다고 본다. 그리고 이생강 또한 두 말할 나위없이 이와 유사한 작업들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해온 결실이 바로 이 음반 곳곳에 녹아들었다 할 것이다.
실로 놀랍고도 빛나는 이 음악작업을 위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애쓴 이 거장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 작품집은 20세기 후반 한국 음악의 한 장을 새롭게 연 의미있는 기록물로서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라 확신하는 바이다.
이생강과 슈퍼트리오의 음악활동
글/노재명
[이생강]
이생강(李生剛)은 1937년 양력 3월 16일 일본 동경 아사쿠사에서 아버지 이수덕과 어머니 김위선 사이의 5남 3녀 중 셋째(차남)로 태어났다. 일본명은 ‘야마모토 세이코’였고 ‘이생강’이라는 한국명은 부친이 강직하게 살아가라며 지어준 이름이다.
그의 부친은 경상남도 울주군 웅촌면 대대리 출신으로 13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교포딸이었던 이생강 모친과 혼인하였다. 이생강의 말에 의하면 운전일을 했던 부친은 13세부터 취미삼아 피리 등 관악기를 자작으로 연주하였는데 그 기량이 매우 뛰어났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한다. 그의 부친 이전에는 집안에서 음악을 한 이가 전혀 없고 조부는 사헌부 감찰을 지냈다고 한다.
이생강의 형 이정화(李正華)는 어려서 부친으로부터 관악기 제조법을 배워 대금 등을 제작하였다. 동생 이성진(李成鎭)은 세살 때부터 꽹과리 등 타악기를 들은 풍월로 자작 연주하였고 나중에 진주농악의 황일백, 삼천포농악의 문백윤 등에게서 장고, 소고, 상모를 배웠다. 이성진은 리틀엔젤스 농악부에서 활동한 바 있으며 형 이생강의 대금산조 장고반주를 거의 도맡다시피 했는데 1995년에 그만 형보다 앞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생강은 일본 아사쿠사에서 살던 1942년, 다섯살 때 일본 학원에서 강의를 하던 옆집 어른이 사쿠하치 부는 것을 보고 배운 적이 있다. 그리고 어려서 부친에게 피리 연주법과 <능게>, <경상도 메나리> 같은 태평소 가락 등을 배웠다.
이생강이 본격적으로 음악을 배운 것은 1945년 부친과 함께 한국에 들어온 후였다. 처음 한국에 정착한 곳은 부산 보수동이었는데 당시 말이 서툴었던 그는 동네 아이들에게 따돌림받고 일본에서 왔다는 이유로 몰매맞기가 일쑤였으며 그뿐 아니라 집안사람 모두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다가 전국을 유랑하게 된다.
그러던 중 그의 나이 열살 때인 1947년 여름에 그는 전주 풍남동 전주역 앞에서 대금산조의 대명인 한주환을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이생강은 전주역 앞에 있던 제일여인숙에서 한주환한테 대금산조 가운데 자진모리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그 선생이 당시 대금산조의 첫 장단인 진양조부터 가르쳐 주지 않고 빠른 장단인 자진모리를 먼저 일러준 것은 특별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런 까닭은 어린 이생강이 느린 진양조 장단을 지루하게 생각할까봐 빠른 장단부터 가르쳐 준 것이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52년 이생강이 부산에 살고 있을 때 한주환은 몸소 그의 집을 방문하여 대금산조를 또 가르쳐 주었다.
1947년 한주환은 이생강에게 산조를 가르쳐 주면서 대금을 하나 만들어 주었는데 한범수가 1957년에 그 대금을 보고 손을 좀 봐야겠다고 하며 울퉁불퉁한 부분을 다듬어 주었다 한다. 이생강은 그 대금을 지금까지 스승 모시듯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며 중요한 공연과 음반 취입 때 사용하고 있다.
1947년 이생강은 부친을 따라 포항으로 갔다. 이 당시 포항에서 활동하던 별신굿의 명인 김석출이 그의 부친에게 태평소 가락을 배웠다 한다. 이 무렵 이생강은 여러 공연 행사에서 반주악사로 활동하였다.
한편 이생강은 1950년대에 방태진과 문일(통영 사람) 문하에서 태평소를 배웠고 오진석한테 피리산조와 남도대풍류를 사사했다. 그리고 1958～1962년에 이생강은 당시 수양아버지로 모셨던 지영희한테 경제 피리를 사사했다.
1950년대 이생강이 부산에서 살 때는 남해안 별신굿, 통영 오광대놀이, 삼천포농악, 진주농악과 같은 그 일대의 국악인들이 부산 서구 아미동에 있던 그의 집에 모여들어서 자주 교류하였다.
1954년 여름에는 한주환과 오진석이 제자인 이생강의 집에 찾아와 오랫동안 지내며 음악활동을 같이 했다. 그 후 부산에서 국악단체 생활을 할 때는 충무동 ‘남이네’ 여관에서 주로 묵었는데 당시 이생강과 함께 단체 활동을 한 국악인은 박동진, 정달영, 신평일, 조영숙 등이라 한다. 당시 부산에는 한갑득에게서 거문고산조를 배운 방금선이 경영하던 인쇄소와 요리집이 있었는데 서구 부민동 영남극장 앞에 있던 그 요리집에 한주환이 얼마간 악사로 있었다 한다. 이때도 이생강은 한주환에게 대금산조를 배웠다.
1958년 이생강은 부산 금정사에서 전설적인 단소 명인 전추산을 만났다. 당시 이생강은 그에게 단소산조를 배우고 싶었으나 가락을 잘 가르쳐 주지 않았다 한다.
이생강은 1955년 군에 입대했다가 개인 사정상 사회인으로 나왔다가 1962년에 다시 군대에 들어갔고 거기에서 이생강은 정재국을 만나 그한테 오진석류 피리산조를 가르쳐 주고 대신 그에게서는 정악피리를 배웠다.
한주환 외에 이생강의 대금산조에 영향을 준 이로는 여러 명인들이 있겠지만 우선 박종기와 한일섭을 들 수 있겠다.
한주환의 스승인 박종기의 연주는 이생강이 유성기음반을 통해서 그 가락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생강이 한일섭을 처음 대면한 것은 1958년 진주 개천예술제에서였다. 그후 서로간에 별로 만날 기회가 없다가 1967년에 파고다공원을 지나가다 우연히 만나 가까워졌고 많은 공연을 함께 하면서 음악교류를 가졌다. 한일섭은 거문고산조 인간문화재 한갑득, 판소리 인간문화재 한승호와 친사촌간이며 이생강의 스승 한주환은 한일섭의 아저씨뻘 되기 때문에 이들간에 상호 교류가 활발했다. 그리하여 한일섭은 한주환의 대금산조를 바탕으로 아쟁산조를 짰으며 한주환의 대금산조를 듣고 나름대로 보완 정리하여 이생강에게 구음으로 알려주었고 이생강은 그걸 연주로서 한일섭에게 들려주었다. 이렇게 한일섭은 이생강이 한주환에게서 배운 32분짜리 산조를 36분으로 재구성해 주었다. 이런 절차로 이생강의 대금산조는 더욱 성숙해질 수 있었다.
대금산조가 박종기로부터 한주환을 거쳐 이생강에게 이르기까지 수 십년 동안 전승되어 오면서 가락이 덧붙여져 오늘날에는 예전보다 상당히 길게 연주되고 있다. 박종기는 18분 정도의 대금산조를 연주하였고 그 제자 한주환은 약 32분, 또 한주환한테 배운 이생강은 현재 120여분의 산조를 연주하고 있다.
지금 전승되는 대금산조에는 이생강이 연주하는 박종기류 외에 강백천류와 한범수류가 있다. 이 가운데 한범수는 박종기-한주환의 대금산조 유성기음반을 들은 후 반음을 낮추고 연주속도를 느리게 하여 산조를 짰다. 지금 악보로 나와있는 한범수류 대금산조가 바로 그런 절차로 짜여진 것이다.
이생강은 1960년대 후반에 대도레코드사에서 첫 음반(STLM-6111, 12인치 1LP)을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380여장의 음반을 냈고 2천곡 이상을 작곡했다. 그리고 1996년 12월 10일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기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국악을 대중화시키려는 생각에서 트로트를 대금으로 연주하는 등 여러 시도와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사이비 국악인’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으나 그의 타고난 예술성과 독보적인 대금산조 연주는 일찍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인정받아 왔다. 하여간 그 자신은 과거에 낸 트로트 대금 연주 음반부터 현재 이 음반에 이르기까지 정통국악 이외에 신작국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데 대해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한다.
그는 현재 서울시 종로구 와룡동 전수소에서 대금산조를 가르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광훈(아들), 이병금(조카), 박환영(박종기의 증손자), 이용구, 김경애, 김종선, 김현재, 최명호, 전기도, 김방현, 전태준, 서병조, 김현임, 김형표, 이진원 등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이생강은 지금까지 대금산조, 단소산조를 음반으로 내놓은 바 있으며 이 외에도 앞으로 피리산조, 퉁소산조, 태평소산조, 남도 대풍류 음반 등을 선보일 예정이라 한다. 더불어 대금산조의 올바른 전승을 위하여 온힘을 쏟을 작정이라 한다.
[슈퍼트리오]
슈퍼트리오(Super Trio)는 한국 최고의 중견급 재즈연주가로 평가받고 있는 신관웅, 김희현, 장응규로 구성된 3인조 재즈밴드이다.
이들은 재즈팬들 뿐만아니라 국악애호가들도 요즘 KBS-1TV ‘국악 한마당’이나 국악과 양악의 크로스오버 공연장에서 자주 목격한 바 있는 낯익은 인물들일 것이다. 이같이 심상치 않은 이 그룹의 활동으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이 서로 교류한지는 20여년이 되었는데 지금으로부터 3년 전에 이 그룹명을 걸고 특별한 각오로 다시 새롭게 뭉친 것은 바로 한국적인 재즈를 추구하기 위해서이다.
본 음반에서 국악과 만나는 재즈를 이 그룹이 연주한 것 또한 바로 이러한 그간의 활동과 추구하는 바가 적절히 맞아떨어졌기에 이루어진 일이라 하겠다. 그럼 이 슈퍼트리오의 멤버들을 차례로 살펴보자.
본 음반에서 피아노와 편곡을 맡았고 이 그룹을 주도하고 있는 맏형 신관웅. 음악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어디선가 한번은 보았을 만한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다. 1946년 양력 7월 15일 충청남도 서천군 비인면 관리 95번지에서 태어났다. 이 곳은 전설적인 판소리 대명창 이동백의 고향과 인접한 동네이고 이 충청도 일대와 전북지역에서는 옛부터 김창룡, 심정순, 한성준, 방진관, 신쾌동, 신수덕 등 국악인들이 많이 배출되었고 록 음악가 신중현 집안 또한 이 일대 중 진천 땅이 본거지이다. 이같이 전통사회부터 풍부한 음악문화를 향유해온 이 일대에서 신관웅과 같은 음악가가 나온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 하겠다.
신관웅 또한 고향서 자랄 때 동네에서 무당굿, 풍물굿 등 전통음악을 어렵지 않게 접하고 성장하였다. 그리고 신관웅의 부친 신광식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는데 평소 작곡도 취미삼아 하고 피아노 연주를 상당히 즐겼다 하며 큰아버지는 바이올린 연주자였다 한다. 그래서 이런 환경에서 자란 신관웅은 무척 일찍부터 음악에 흥미를 갖게 됐고 5살 때 자연스레 피아노를 만지기 시작하여 중·고등학교 때까지 정통 클래식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이 공부에 매진하였다.
그러던 그가 재즈 연주 쪽으로 발을 들여 놓게 된 것은 처음엔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순전히 생계 때문이었다. 경영학을 전공하던 대학교 1,2학년 무렵 부친이 세상을 떠난 뒤 가세가 기울자 클래식이고 뭐고 일단 살고 보자는 마음에 아르바이트삼아 미8군을 찾아가 무대에 서기 위한 시험을 보고 입단하게 된다.
신관웅은 미8군에서 미국인들을 비롯해 엄토미, 이정식(요즘 이정식과 동명이인), 최상용, 이봉조, 길옥윤, 정근도, 이동기, 조상국, 홍덕표, 박선길, 송민영, 강대관, 최세진, 이기송과 같은 국내 초기 재즈 연주자들과 교류하면서 재즈에 맛을 들이게 된다. 이 당시 미8군은 국내에서 재즈를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모든 재즈 음악인들이 그 곳에 몰려있었고 재즈 음반도 여기가 아니면 좀처럼 구해 듣기가 어려웠다. 하여간 신관웅은 처음엔 원해서 재즈를 연주한 것은 아니었으나 돌이켜 보면 이때 재즈와 인연이 닿은 것이 자신에겐 축복이었다고 여긴다.
신관웅은 정근도 등에게 한때 재즈를 배우기도 하였으나 그는 대다수의 예전 재즈 연주가들이 그러했듯이 주로 미국 연주가들의 재즈 음반을 들으며 거의 독학으로 재즈를 터득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신관웅이 가장 영향을 받은 재즈 음악인을 꼽자면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 칙 코리아(Chick Corea), 빌 에반스(Bill Evans)를 들 수 있다.
신관웅은 1987년 첫 독집을 출반한 이래 지금까지 총 5장의 작품집과 기타 여러 세션, 작곡, 편곡 참여 음반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현재 대학 등의 음악교육기관에서 후학들에게 재즈 지도를 하고 있으며 현재 슈퍼트리오 외에도 ‘신관웅 재즈 빅밴드’를 이끌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빅밴드 연주는 현재 매주 일요일 대학로에 있는 재즈카페 ‘천년 동안도’에 가면 감상할 수 있다.
신관웅은 음반사의 기획 의도에 따라 본 음반에서 트로트를 국악이 가미된 재즈로 편곡했으나 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하며 다행히 이 녹음을 모두 마치고 모든 연주자들이 아주 만족했다고 이 음반 작업을 마친 소감을 술회한 바 있다.
본 음반에서 드럼 연주를 맡은 김희현, 올해 나이 45세. 다른 지역에 비해 국악이 근래까지 비교적 왕성하게 생존해 있는 땅 전라도 완도에서 태어났다. 여기서 유년기를 보낸 그에게 판소리, 민요, 풍물굿 등의 국악은 말 배우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레 몸에 젖어 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군복무 시절 육본 군악대에서 우연히 만난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와 이후 활발한 교류를 가지면서 그의 한국적 재즈 타악은 한층 더 터를 잡아나간다. 이런 일련의 경험과 노력들은 상당히 결실을 맺어 본 음반에 수록된 <대자연> 등의 곡에서 그의 독특한 드럼 연주가 빛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요즘 가장 관심있게 매진하고 있는 작업은 판소리를 재즈화하여 우리만의 독창적인 재즈 오페라를 들려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숙선, 장응규와 교류하면서 밤낮으로 연구에 여념이 없다.
본 음반에서 컨트라베이스를 맡은 장응규, 올해 42세. 그는 27세 때 록 그룹 ‘검은 장미’의 베이스주자로 음악활동을 시작한 이래 KBS팝오케스트라, 서울재즈쿼텟(SJQ) 등의 음악단체 생활을 하였다. 현재 신관웅, 김희현, 최세진, 이정식, 이영경 같은 재즈 음악인들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자기만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독특한 연주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생강 희망가' 음반 수록곡 해설
글/노재명
1.목포의 눈물
<목포의 눈물>은 1934년 문일석 작사, 손목인 작곡, 이난영의 노래로 유성기음반에 처음 발표되었다. 그 후 지금까지 수 십년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곡이다. 그 마르고 닳도록 들어온 이 트로트 노래를 퓨전재즈로, 더구나 양악기에 대금이 가미된 연주곡으로 들어본다는 것은 매우 이색적인 체험이라 하겠다. 전혀 안어울릴 것 같은 국악기와 양악기, 트로트와 재즈. 과연 어떨까 하고 들어보면 이렇게 곡이 바뀔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건반의 달인이자 작곡의 귀재인 신관웅의 뛰어난 편곡력이 유감없이 표출되어 있다.
피아노를 비롯한 양악기가 ‘딴-/따단/단딴’ 하는 재즈 멜로디로 시작을 연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노래 부분의 주선율은 본래 작곡된 바와 같이 트로트조로 대금이 이끌어가고 거기에 피아노와 드럼, 컨트라베이스가 장식을 해주는 형태로 녹음되었다. 1절과 2절 노래 부분 사이의 간주에서는 대금은 즉흥에 가까운 산조의 계면조 가락으로서 양악기들과 어우러진다.
2.동백아가씨
한산도가 작사하고 백영호가 작곡했다. 1965년 당시 대중가요 역사상 전무하다고 할 정도로 대힛트한 이래 월남전에서 수많은 우리 장병들을 울린 곡, 한때 왜색이라 하여 방송 금지된 바 있는 곡, 그러나 그런 법적 제약에도 아랑곳없이 금지기간에도 쉼없이 ‘백판’(복제음반)을 통해 수많은 대중들 곁에서 떠나지 않았던 곡, 바로 <동백아가씨>이다. 이미자의 노래가 들어있는 수 백장의 음반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그의 간판곡이다.
본 음반에서 신관웅은 이 곡을 또 어떻게 편곡하였는가. 노래 부분은 원래 작곡된 모습을 거의 그대로 살렸고 나머지 전주와 간주는 현대적인 퓨전재즈로 꾸몄다. 이 곡에서도 양악기가 시작을 열었는데 이 전주 부분은 피아노의 감미로운 선율이 주를 이룬다. 그 뒤를 이어 대금이 트로트조로 노래 부분을 연주하며 이끌어가고 1절과 2절 노래 부분 사이의 간주에서는 대금은 빠지고 양악기만으로 재즈가 연주된다. 여기도 전주에서와 마찬가지로 피아노가 주를 이루는데 앞서 1절 노래 부분에서 고조된 감정이 여기에 와서 피아노의 휘몰아치는 선율로서 더욱 강하게 표출된다.
3.대전블루스
최치수 작사, 김부해 작곡, 안정애의 노래로 발표되었던 <대전블루스>이다. 이 곡은 신관웅이 앞에 수록되어 있는 <목포의 눈물>, <동백아가씨>와 사뭇 다르게 편곡하였다.
양악기들이 재즈를 연주하며 문을 열고 나면 대금이 트로트조로 노래 부분을 연주하며 이끌어가고 간주에서도 대금이 주가 되어 주로 산조 가락들을 즉흥적으로 엇걸어서 연주한다. 여기에서는 산조 가락에 앞서 이생강의 즉흥 작곡인 것으로 보이는 선율이 잠깐 연주된다. 2절 노래 부분에서 어쩌다 한번씩 피아노를 두드리는 신관웅의 연주가 다소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음악을 재미나게 즐기는 그의 면모가 느껴져 듣기가 좋다. 여기까지는 앞서 들었던 두 곡과 구성 형식이 비슷한데 이 뒤부터는 다르다.
이 후반부에서는 마치 시나위 합주나 재즈 잼과 같은 형태로 상당히 길게 연주된다. 그래서 본 음반에 담겨있는 다른 가요곡들이 대체로 3～4분 정도 녹음된 데 비해 이 <대전블루스>는 여기 수록된 가요곡 중 가장 길게 취입되었다.(6분 50초) 노래 부분이 다 끝나고 연주되는 이 곡의 후반부는 대금과 드럼이 주를 이루는데 마치 장고 반주에 의한 산조의 자진모리 부분을 듣는 듯하다. 이 연주에서 이생강은 덜렁제와 같은 국악의 독특한 가락을 변주하면서 흡사 잉어걸이, 완자걸이와 같은 여러 다양한 붙임새를 즉흥적이고도 박진감있게 구사한다. 바로 이런 것이 예전에 이생강이 무수히 많이 취입한 트로트 대금 연주 음반들과 다른 점이다. 이 후반부는 이생강의 대금과 김희현의 드럼이 주를 이루며 연주되다가 마무리 부분에 이르러서는 장응규의 컨트라베이스, 신관웅의 피아노가 가세하여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며 끝을 여민다. 이 곡에서 이생강의 후반부 대금 연주는 산조에서 들을 수 있는 유사한 가락들이기도 하지만 양악기 반주에 따른 현대성이 가미되어 마치 영국의 퓨전·프로그레시브 그룹 ‘제스로 툴’(Jethro Tull)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ondon Symphony Orchestra)가 협연한 기악곡 <보우레>(Bourree) 녹음에 들어있는 이안 앤더슨(Ian Anderson)의 플룻 연주를 듣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4.돌아와요 부산항에
이 곡은 1975년 황선우 작사, 작곡, 조용필의 노래로 처음 발표되었다. 일제 때부터 수 십년간 이 땅의 음악문화를 주도해 온 트로트에 거세게 저항하며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가요계에 거대한 돌풍을 일으켰던 ‘신중현사단’이 가요정화운동과 대마초사건이라는 군사정부의 조직적이고도 집요한 탄압 정책으로 해체된 직후 그 빈 공간을 메운 주인공이 바로 조용필이었다. 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러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후 장기간 동안 또다시 트로트의 새바람을 일으켰다. 그를 대형가수로 떠오르게 한 곡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이 음반에서 또다른 맛으로 들어보게 됐다.
이를 편곡한 신관웅의 우수가 깔린 피아노 연주로 시작된다. 그 분위기를 이어 이생강이 대금으로 노래 부분을 본래 작곡된 트로트조 그대로 연주하며 음악을 이끌어간다. 대금은 트로트 선율이되 이를 뒷바침하는 양악기들은 시종 재즈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1절과 2절 노래 부분의 중간 간주는 대금과 양악기가 빠르게 연주되는데 이생강은 강원도-경상도 문화권의 음악어법인 메나리조로서 이 부분을 연주한다. 이생강은 일본에서 태어나 만 여덟살 때 아버지와 함께 한국에 들어와 처음 정착한 곳이 바로 부산이었다. 그런 만큼 그가 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대하는 마음 또한 각별할 것이고 그런 까닭에 이 곡에서는 특별히 부산의 음악정서에 맞게 그 지역의 음악어법과 연관이 있는 메나리조로서 간주 부분을 연주한 것으로 보인다.
5.타향살이
이 곡은 1935년에 김능인 작사, 손목인 작곡, 고복수 노래로 유성기음반에 처음 발표되었다. ‘타향살이=고복수’라 할 만큼 고복수가 사람들 마음 속에 각인시켜 놓은 이 곡에 대한 인상은 너무나 선명하고 확고하다. 이렇듯 많은 대중들에게 인식이 고정화돼 버린 이 곡의 정형을 깨고 전혀 다른 음악으로 만든다는 것은 그 만큼 어려운 일이라 하겠고 따라서 이를 편곡한 신관웅의 노고가 어떠했을까 생각해 보면 새로운 옷으로 바꿔 입혀 녹음한 이 연주를 대하는 마음이 한층 특별해진다.
여기에서는 처량한 신세 한탄조로만 음악이 흐르지 않고 슬픔이 최대한 절제된, 잔잔하고 차분한 쪽으로 곡 분위기가 전개된다. 이 녹음은 원곡보다 약간 느리게 편곡되었는데 다소 무겁고 어두운 드럼 연주와 피아노 선율로 시작된다. 이어 뒤따르는 대금이 노래 부분을 트로트조로 하되 본래 곡조와는 약간 다르게 연주하면서 음악을 이끈다. 간주에서는 대금은 주로 기존의 국악이 아닌 가락들을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거기에 피아노가 쌍을 이루어 함께 분위기를 주도한다.
6.뜨거운 안녕
이 연주는 본 음반에서 가장 짧게 녹음된 곡이다.(2분 34초) 1절과 2절 같은 멜로디를 되풀이하여 연주하지 않고 노래 부분을 단 한번 연주하는 것으로 편곡되었다. 그리고 원곡보다 약간 느리게 연주되며 대금과 피아노만으로 음악이 전개된다. 낙엽이 하나, 둘 떨어져 내리는 장면을 연상케 하는 서정적인 분위기로 되어 있는데 먼저 차분히 가라앉은 피아노 선율이 길을 열고 뒤를 이어 노래 부분은 피아노 반주에 따라 대금이 주도해 나간다. 맺음도 간결하고 전체적으로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꾸밈으로 처리되어 있다. 근래에 유행하는 재즈의 한 흐름인 아주 현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로서 요즘 극장식 재즈카페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잔잔하고 감미로운 분위기의 연주곡이다. 감정이 극히 절제된 피아노 연주와 이별의 슬픔이 극도로 표출된 대금 연주가 다소 상반되는 표현 방법을 서로 쓰면서도 잘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서 이생강의 대금은 마치 느린 진양조 장단에 구슬픈 계면조로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7.눈물젖은 두만강
이 곡은 1938년에 김용호 작사, 이시우 작곡, 김정구 노래로 유성기음반에 처음 발표되었다. <눈물젖은 두만강>에 들어있는 “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 떠나던 그 배”라는 노랫말처럼 식민지시대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양이 되어 강제로 끌려가 두만강 배에 실려 떠나갔고 이 땅에 반쪽으로 홀로 남은 이들의 슬픔과 그리움은 비단 몇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노래로서 설움을 달랬다. 그리고 남북 분단 후에는 고향을 두고 떠나온 실향민들의 망향가로도 이 곡은 큰 구실을 해왔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들에게 불려온 만큼 이생강 역시 1970년대에 양악기 트로트 반주에 맞춰 대금으로 여러 유명 가요곡들을 음반에 취입할 때 이 곡을 빼놓지 않고 연주하였다. 그렇기에 이생강은 옛부터 이 곡에 대해선 아주 익숙해 있고 본 음반에서도 어김없이 원숙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이 녹음에서도 편곡은 역시 신관웅이 하였다. 먼저 컨트라베이스가 기본 리듬형을 제시하고 피아노와 드럼이 뒤를 따라 전주를 장식한다. 노래 부분의 연주는 원래 지어진 곡조 거의 그대로 대금이 주도하여 나간다. 여기에서 이생강은 애초에 작곡된대로 연주하면서도 중간중간 음을 붙여 나가는 붙임새 기법은 재즈 반주에 맞춰 순간순간 판단에 따라 원곡과 가락 이음새를 다소 다르게 엮는 뛰어난 음악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간주에서는 대금은 빠지고 세 양악기가 퓨전재즈를 연주하는데 피아노 에드립이 주를 이룬다. 간주 후에는 2절 노래 부분이 앞의 1절 연주와 같은 형식으로 연결된다.
8.사랑
사랑이라는 곡명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느낌처럼 따뜻하고 감미로운 분위기로 편곡되었다. 이 곡에서도 대금은 노래 부분을 원곡에 가깝게 그대로 연주하는데 이 노래 선율이 간주를 사이에 두고 두번 되풀이 된다. 이 노래 부분의 반주와 그 전주, 간주, 마무리 연주 부분은 세 양악기가 퓨전재즈로 연주한다. 여기에선 피아노가 음악을 주도하며 거기에 드럼이 가세하여 박진감있는 엇가락으로 불타는 사랑의 감정을 문득문득 자극하고 있다. 여기에서 피아노는 사랑을 다소 격정적으로 표현하는 반면에 대금은 그 감정을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나타내고 있다. 이 연주에서 이런 암수의 대비가 돋보인다.
9.희망가
이 <희망가>는 일제시대 초기에 유입된 일본가요 번안곡이다. 3.1운동을 하며 일본에 거세게 저항하는가 하면 한편으론 일본에서 들어온 이 노래가 같은 시기에 크게 유행한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보면 당시 민중이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짐작이 간다. 그래서 제목은 희망을 품고 있는 노래같지만 실은 세상만사가 꿈 같다고 하는 가사처럼 무기력해진 당시 민중의 허무한 심사를 담고 있다. <희망가>의 이런 정서는 일제시대 이후에도 6.25전쟁 등의 격변기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시대상황과 맞아떨어져 지금까지 일본문화 개방논쟁과 상관없이 오랫동안 애청돼 왔다.
본 음반에 신관웅이 새로 편곡해 놓은 <희망가>는 먼저 드럼이 기본 리듬형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주가 꽤 길게 녹음되었는데 이 부분은 원래의 곡조와 그 변형 선율이 세 양악기에 의해 재즈로 연주되고 그 분위기를 이어 노래 부분에선 이생강이 피리로 원곡조 거의 그대로 연주를 하며 주도한다. 노래 선율은 1절과 2절 반복없이 단 한번 연주되고 그 부분이 끝나면 피리도 세 양악기와 함께 재즈풍으로 연주한다. 이생강은 국악, 트로트 외에도 재즈 명곡들을 오래전부터 공연이나 방송에서 자주 연주한 바 있기 때문에 이런 시도는 그에겐 전혀 생소한 바가 아니고 어색함없이 다른 연주자들과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
10.울릉도 트위스트
흥겨운 트위스트 리듬으로 되어 있는 유명한 <울릉도 트위스트>이다. 황우루가 작사 작곡하고 이씨스터즈를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불렀던 곡이다.
신관웅이 편곡한 본 음반에서는 세 양악기가 전주를 재즈로 연주하고 그 분위기를 이어 대금이 노래 부분을 원곡조와 거의 같게 연주한다. 1절과 2절 노래 부분 사이의 간주에서는 국악 가락이 약간 가미된 피리 즉흥연주와 세 양악기의 재즈가 어우러지는데 피아노, 대금, 컨트라베이스가 돌아가면서 한번씩 음악을 주도한다. 마치 느린 휘모리 정도의 속도와도 같이 빠른 이 음악에서 대금의 연주법이 놀랍다. 음이 촘촘하고 빠르게 연결되어 있는 노래 부분의 연주를 이생강처럼 통성으로서 음 하나하나를 어눌하지 않고 분명하게 모두 불어내면서 대금 연주를 이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는 산조와 같이 음악표현법이 풍부한 음악을 수 십년간 해온 그의 숙달된 경지에서 나오는 비법이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 이생강과 같은 관악기 명인은 다시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바로 이런 데서도 실감할 수 있다.
11.소양강처녀
반야월 작사, 이호 작곡, 김태희 노래로 세상에 첫선을 보인 그 유명한 <소양강처녀>이다. 이 역시 본 음반에서 신관웅이 편곡을 하였다.
여기 새로 편곡된 <소양강처녀> 녹음을 들어보면 우선 색다른 느낌이 든다. 그 비결은 우선 수제(手製)드럼의 마치 장고와도 같은 독특한 주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장고처럼 들리는 드럼 소리로 전주의 내두름이 시작되고 이에 따라 초반부부터 매우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 뒤 세 양악기가 함께 재즈를 연주하고 대금이 본래 곡조대로 노래 부분을 연주한다. 간주는 세 양악기가 퓨전재즈를 연주하는데 피아노가 그 흐름을 이끈다. 간주 후 노래 부분 선율이 한번 더 연주되고 나면 세 양악기의 재즈 반주에 맞춰 산조의 자진모리와도 같은 대금 가락들이 화려하게 연주되면서 서서히 녹음이 끝나게 된다. 여기에서 노래 부분의 대금 연주는 흡사 경기민요의 흥청거리는 피리 반주를 듣는 듯한 호감을 주는데 춤이 절로 나오게 할 만큼 저정거리는 이 연주에서 대금 기교의 극치를 보여준다. 소리를 가장 다양하고 효과적으로 낼 수 있는 으뜸 악기는 바로 사람의 목이다. 그 만큼 사람이 손으로 만든 여러 악기에 비해 사람이 타고난 성대는 어떤 악기보다 자유롭게 여러 소리를 구사할 수 있는데 이 녹음에서처럼 대금을 사람의 성대에 못지 않게 마치 신경이 연결된 자신의 신체 일부처럼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 할 것이다.
12.뱃노래
<뱃노래>는 지역마다 각기 다른 여러 소리들이 있는데 여기 들어있는 이 곡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으로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익히 들어서 아는 경기민요의 <뱃노래> 곡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일본에도 여기 들어있는 <뱃노래>와 마찬가지로 “에야노 야노야” 하는 후렴으로 부르는 매우 유사한 곡이 있다.
신관웅은 이 <뱃노래>를 본 음반에 퓨전재즈로 편곡해 놓았다. 총 녹음시간 9분 12초로 꽤 길게 녹음되었다. 피아노가 전주의 내두름을 열었는데 배를 타고 망망대해로 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선율로 연주된다. 피아노에 이어 드럼과 컨트라베이스가 함께 재즈로 전주를 마무리하고 나면 피리가 그 반주 분위기에 맞춰 노래 부분을 경쾌하게 이끌어간다. 이생강이 평소 숱하게 연주했던 곡인 만큼 무척 원숙한 면모를 보여준다. 간주 부분에 이르면 그간 피리를 연주하던 이생강이 대금으로 악기를 바꿔 연주하는데 세 양악기의 재즈 반주에 맞춰 <뱃노래>의 기본 가락을 변형하여 즉흥적으로 산조처럼 연주한다. 그리고 피아노가 그 뒤를 받아 잠시 주도하며 에드립을 하고 다시 대금이 이어서 <뱃노래>의 변형 선율을 즉흥 연주하고 그 후 마무리 부분은 드럼 주도의 화려한 타악이 연결되다가 끝맺음 된다.
13.대자연(JAM)
10분 17초에 이르는 대곡이다. 이 음악형태는 본래 특별한 곡명이 따로없는 대금, 피아노, 드럼, 컨트라베이스의 잼(JAM) 음악인데 대자연이라는 곡명은 녹음을 마친 후 여러 사람이 그 느낌을 정리하여 그렇게 특별히 이름을 붙여본 것이다. 그리고 그 곡명에 걸맞게 자연에서 현장채집된 벌레소리, 새소리 등을 이 연주 녹음에다 효과음으로서 첨가시켜 넣었다. 느린 중모리-빠른 중모리-느린 자진모리-빠른 자진모리 순으로 드럼이 장고처럼 반주를 해주고 거기에 맞춰 대금이 한주환류 산조 가락을 변형시켜 연주한다. 김희현이 드럼을 연주하면서 마치 산조에서 장고 반주를 하는 고수와 같이 ‘얼씨구’, ‘좋다’ 하고 추임새까지 넣어 더욱 산조의 맛을 냈다. 거기에다 피아노, 컨트라베이스가 중간중간 장식을 해준다. 일부 장단이 바뀔 때 대금과 드럼이 약간 호흡이 서로 어긋난 듯 보이는데 대가들답게 큰 실수없이 원박을 다시 맞춰 나가며 자연스럽게 연주를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장단을 이렇게 깊게 이해하고 실연주에서 이만큼 국악기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타악기 연주자는 많지 않다. 드러머 김희현이 그간 얼마나 국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 공부에 노력해 왔는지 짐작케 하는 녹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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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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