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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한국음반학 제8호](서울:한국고음반연구회, 1998년) 85~177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상기 사진:명창 이동백 은퇴 기념 단체 사진. 정중앙 흰한복 입은 노인이 이동백 옹.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본문의 국악기록보존연구소는 국악음반박물관의 전신.
판소리 名唱 李東伯 短歌 硏究<4>
글/盧載明(국악음반박물관장, 한국고음반연구회원)
안숙선은 강도근이 <백발가>를 누구한테 배웠는지 들은 바 없다 하며 안숙선은 이 단가를 10대 때 배운 것이고 근래에는 잘 부르지 않지만 그 사설이나 곡조는 대략 기억난다고 한다.(1998.8.7.안숙선 증언)
김수연(1948년 전북 군산 生)은 19세 때 2개월간 이리국악원에서 강도근한테 판소리 흥보가 중 <감계룡> 등을 배웠는데 이때 <백발가>(젊어 청춘)는 안배웠으며 강도근이 이 단가를 부르는 것은 본 거 같다고 한다.(1995.5.3/1998.8.29.김수연 증언)
이밖에 김수연의 판소리 학습내력 등 그에 관한 조사내용은 이미 정리하여 수차례 발표한 바 있기에,주1> 여기에서는 생략하고 김수연 관련 조사자료를 다음과 같이 목록으로 정리하여 상기 내용의 근거자료로 제시한다.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비디오테입(8mm VIDEO) 관리번호 MI8V-0008.주2>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디지털오디오테입(DAT) 관리번호 MIDAT-0045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현장취재 기록책자 관리번호 MINOTE-0001
명인명창 대담록(1) 김수연 증언(대담·촬영·녹음·기록:노재명)
1995.5.3.13:50~15:10.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소극장 건물
201호 소리연습실. 김수연 증언내용 수록.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카세트테입(MC) 관리번호 MIMC-0194
김수연에 대한 방송의 수신 녹음자료(방송 녹음:노재명)
<> 1997.1.12.00:00~01:00.KBS-1FM. 국악의 향연-김수연 특집 방송
김수연의 판소리와 증언 녹음 수록.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마이크로카세트테입(Micro Cassette Tape) 관리번호
MIMICRO-0022 김수연 증언(대담·녹음:노재명)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현장취재 기록책자 관리번호 MINOTE-0013
명인명창 대담록(13) 대담·기록:노재명
<> 1998.8.29.15:05~15:10.전화 통화 김수연 증언내용 수록.
오현숙(1966년 生) 1979년 무렵부터 수년간 남원에서 강도근한테 <백발가> 등의 단가와 판소리 다섯바탕을 두루 배웠다 한다. 오현숙은 강도근이 <백발가>를 누구한테 배웠는지 들은 바 없다 하며 오현숙은 이 단가를 10대 때 배운 것이고 근래에는 잘 부르지 않지만 그 사설이나 곡조는 거의 대부분 기억난다고 한다. 이 조사내용은 다음 자료에 기록 보존되어 있다.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디지털오디오테입(DAT) 관리번호 MIDAT-0296
성우향·오현숙 증언(대담·녹음:노재명)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현장취재 기록책자 관리번호 MINOTE-0010
명인명창 대담록(10) 대담·기록:노재명
<> 1997.12.29.17:00~18:30.서울시 관악구 신림5동 1429-1 성우향 판소리 전수소.
성우향·오현숙 증언, 성우향(소리·북) 판소리 수궁가 중 <토끼화상> 녹음 수록.
현재 성우향 판소리 전수소 총무로 있는 박노훈(1969년 충남 논산 生)은 1994~1996년에 강도근 문하에서 단가 <홍문연>, <사창화류>(엇중모리-단중모리), 판소리 적벽가 중 <동남풍 비는 데>~<활 쏘는 데>, 수궁가와 흥보가 전바탕을 배웠다. 이때 박노훈은 강도근이 <백발가>를 부르는 걸 본 적은 있으나 이 단가는 배우지 않았다 하며 강도근이 그 <백발가>를 누구한테 배웠는지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한다. 이 조사내용은 다음 자료에 기록 보존되어 있다.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현장취재 기록책자 관리번호 MINOTE-0010
명인명창 대담록(10) 박노훈 증언(대담·기록:노재명)
<> 1998.9.10.12:30~16:30.신중현 작곡실-우드 스탁에서 박노훈이 증언한 내용 수록.
이밖에 강도근의 제자 가운데 염금향, 윤충일, 홍성덕, 전인삼, 이난초, 김영애, 김명자 등은 필자가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그리고 김효순은 50대 초반에 서울에서 한농선과 함께 강도근에게 단가 <홍문연>과 판소리 흥보가를 배웠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1998.7.18.김효순 증언) 필자는 본 논문 앞쪽에 언급되어 있는 바와 같이 김효순과 한농선에게 각각 조상선제와 강장원제 <백발가>에 대해서만 질문을 했고 강도근 문하에 있을 때 김효순과 한농선이 이 강도근제 <백발가>를 배웠는지 여부는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이점 차후 조사하여 밝히도록 하겠다.
한편 강도근이 이 <백발가>를 부른 이상 그와 오랫동안 같이 학습한 박봉술 쪽도 혹시 이 <백발가>를 했었는지 알아봐야 할 일이다. 박봉술의 음악활동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내용을 정리하여 발표한 바 있기에 여기에선 생략한다.주3>
지금까지 발견된 박봉술의 녹음에는 “공도난이~”로 시작되는 <백발가>는 있으나 본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젊어 청춘~”으로 시작되는 <백발가>는 없다. 그리고 그한테 소리를 배운 박향산, 박춘경, 박춘홍, 정성숙, 김동준, 이성근, 이용배, 송순섭, 김일구, 조상현, 안숙선이 지금까지 낸 음반에도 <백발가>(젊어 청춘) 녹음은 없고 이밖에 박미홍, 정미옥, 이옥천, 박영순, 박홍순, 선동옥, 선농월, 조중천과 같은 박봉술의 제자들도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이 <백발가>(젊어 청춘)를 공연 때 부르거나 녹음한 일은 없다. 그래서 박봉술을 오랫동안 모시면서 그에게 판소리를 많이 배운 그의 조카딸이자 수양딸겸 제자인 박춘홍에게 이 <백발가>에 대해 물어보았다.
박춘홍(1936년 전남 구례 生)은 11세부터 수십년 동안 작은아버지 박봉술을 아버지처럼 모시면서 그에게 <적벽부>, <동해~>, <천생아재>, <어화 청춘>, <공도난이>(공도라니), <홍문연>, <편시춘>, <호남가>, <사창화류>, <죽장망혜>, <진국명산> 등 약 15곡의 단가와 판소리 다섯바탕, <육자배기> 등의 남도민요를 배웠다 한다.(1997.1.16.박춘홍 증언)
이런 학습내력을 지닌 박춘홍은 박봉술 문하에서 “젊어 청춘~”으로 시작되는 <백발가>는 배운 바 없으며 다른 데서도 그 단가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1998.7.19.박춘홍 증언) 상기 박춘홍의 증언내용과 그의 녹음자료는 다음과 같이 기록 보존되어 있다.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12인치 장시간음반(LP) 관리번호 MI12LP-0817
육자배기 唱신영애·박향·박춘경
대금:김동진 아쟁:서용석 가야금:박봉술 장고:정철호 구상:이용배
SIDE1 남도민요 육자배기 SIDE2 남도민요 자진 육자배기
유니버어살레코오드社 UL-7808(12인치 1LP) 1978년 제작.
박춘홍의 증언에 의하면 신영애는 신영희, 박향은 박춘홍이며 박춘경은 박봉술의
딸이라 한다.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12인치 장시간음반(LP) 관리번호 MI12LP-0818
흥타령·가야금산조
A 흥타령 창:이용배·정철호·신영희·박향·박춘경
B 가야금산조 김옥자·유연희(고 유대봉선생님 산조바닥)
유니버어살레코오드社 UL-7810(12인치 1LP) 1978년 제작.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카세트테입(MC) 관리번호 MIMC-0496
신바람 육자백이 전집(창:박춘홍·이옥천·홍현숙 가야금:박봉주 대금:조병훈
아쟁:김경환 철현금:천대용 장고:이용배)
앞면(29:00) 새타령-육자백이-자진 육자백이-삼산 반락
뒷면(29:00) 개고리타령-흥타령-남원산성-진도아리랑-서울삼각산
대도레코드사 DC-345(1MC) 1983년 제작.
박춘홍의 증언에 의하면 여기에서 가야금 반주자는 명창 박봉술이라 한다.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현장취재 기록책자 관리번호 MINOTE-0006
명인명창 대담록(6) 박춘홍 증언(대담·기록:노재명)
<> 1997.1.16.19:00~19:30.전화 통화 박춘홍 증언내용 수록.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비디오테입(6mm VIDEO) 관리번호
MI6V-0083, 0085~0087(4DVC) 박춘홍 증언·판소리(1)~(4) 대담·촬영:노재명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현장취재 기록책자 관리번호 MINOTE-0006
명인명창 대담록(6) 대담·기록:노재명
<> 1997.1.16.22:30~1.17.02:00.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박춘홍 자택.
박춘홍(소리·무반주) 판소리 적벽가 중 <바람은 우루루루루루루루>, 박춘홍 증언
내용 수록.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마이크로카세트테입(Micro Cassette Tape) 관리번호
MIMICRO-0014 박춘홍 증언(대담·녹음:노재명)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현장취재 기록책자 관리번호 MINOTE-0012
명인명창 대담록(12) 대담·기록:노재명
<> 1998.6.13.19:40~19:50.전화 통화 박춘홍 증언내용 수록.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마이크로카세트테입(Micro Cassette Tape) 관리번호
MIMICRO-0016~0017(2TAPE) 박춘홍 증언(1)~(2) 대담·녹음:노재명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현장취재 기록책자 관리번호 MINOTE-0012
명인명창 대담록(12) 대담·기록:노재명
<> 1998.7.19.11:30~11:40.전화 통화 박춘홍 증언내용 수록.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마이크로카세트테입(Micro Cassette Tape) 관리번호
MIMICRO-0019 박춘홍 증언(대담·녹음:노재명)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현장취재 기록책자 관리번호 MINOTE-0013
명인명창 대담록(13) 대담·기록:노재명
<> 1998.8.7.14:50~15:10.전화 통화 박춘홍 증언내용 수록.
이밖에 박봉술한테 배운 박향산, 이성근, 이용배, 송순섭, 김일구, 이옥천, 정성숙, 박미홍, 정미옥, 선동옥, 선농월, 조상현, 안숙선, 조중천과 같은 이들에게도 이 <백발가>(젊어 청춘)에 대해 더 조사해 봐야 알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박봉술 쪽은 이 단가에 대한 학습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5) 정광수 <인생춘몽>
본 논문 ‘이동백 <백발가> 2종(1925·1928년 녹음) 비교’ 편에 실려있는 바와 같이 이동백이 부른 <백발가>는 본래 ‘오륜가’라 했던 단가로서 김석구가 지은 사설에 이동백이 곡조를 붙인 것이라는 사실을 앞서 정광수의 증언 등에 의거하여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증언을 해준 정광수 역시 이동백의 <백발가>를 일부 수용한 신단가를 현재 부르고 있다.
정광수는 김석구가 지은 <백발가> 창본을 애지중지 보관하다가 6.25전쟁 때 분실하였다 한다. 정광수는 이동백 문하에 있을 때 이 <백발가>를 배우지는 않았으나 익히 들어 그 곡조를 잘 알고 있으며 그 곡이 너무 좋아서 근래에 기억을 더듬어 “젊어 청춘~” 하는 부분을 자신이 지은 <인생춘몽>이라는 단가에 삽입시켜 부르고 있다 한다.(1997.6.12.정광수 증언)
정광수가 부른 단가 <인생춘몽>은 지금까지 2종의 녹음·영상자료(1995년 녹음·1997년 비디오)가 확인되었다. 이 가운데 먼저 1995년에 녹음된 정광수의 <인생춘몽>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 1995년 자료는 정광수의 판소리 흥보가 공연 때 현장에서 녹음된 실황으로서 다음과 같이 기록 보존되어 있다.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디지털오디오테입(DAT) 관리번호
MIDAT-0076·0080(2DAT) 정광수의 단가와 판소리
<> 1995.12.13.19:00~21:30.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164-1 두레빌딩 지하
서울두레극장. 정광수(소리) 김성권(북) 단가 <인생춘몽>, 판소리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박타령> 공연 실황 녹음 수록(현장녹음:노재명)
이 1995년 녹음자료에 따르면 정광수는 공연 무대에서 <인생춘몽>을 부르기에 앞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내용을 보면 그가 이 단가를 지은 동기가 언급되어 있다.
“내가 지금 단가 한마디를 허는 것은 나도 칠십여년을 허고 보자니께 단가도 많이 들었습니다마는 인생춘몽한이라는 것을 내가 생각했습니다. 인생춘몽한이라. 그 글에도 안하요? 사람이라는 것은 일장춘몽이라고 안습니까? 이러는데는 내가 생각해 보니 엊그저께 나뭇잎들이 파란히 피어서 으 청풍이 불면 너울거리고 이러던 나무도 한 두달 지내무는 노래져 갖고 초우 때 광풍 낙엽 뚝 떨어지면 떼그르르르르르르 궁굴어 갖고 너울너울허문 시끄럽기만 허지 볼 맛이 없겄다. 이러고 또 인자 눈이 오고. 이렁게 여기에 대해서 일장춘몽이라는 것을 생각해서 에 그렇게. 이것은 이 고담이 아니고, 고담 중에서 이렇게 맨든 것이라나서 좀 말이 설 거, 설으실 것입니다마는 에 그대로 알으시고. 어 거 잠깐 그 잘 넘어가는 것이니께 단가는 먼저 하나, 하나 해야 되겠습니다.”
정광수는 이렇게 자상하게 설명한 후 단가 <인생춘몽>을 불렀는데 그 녹음의 사설을 채록하면 다음과 같다.(1995년 공연 실황 녹음) 중모리에 평조로 불린다.
(중모리) 젊어 청춘 좋은 그 때 엊그젠 줄 알았더니 오늘 보니 늙었구나. 검든 머리 희여지고 곱든 얼굴 추악허여 주름이 잽혀, 원수가 원수가 따로 없고 백발이 모두 다 원수로구나. 초로같은 허무한 우리 인생 덧없어라. 잠깐 쉬어가는 길에 꿈이여 슬프구나. 세월아 가지 마라. 또 세월아 가지를 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어진다. 천지는 만물지 역려가 되고 광음은 백대지 과객이라. 우리 인생 백년 생애 일장춘몽이라. 꽃동산 나비같이 화향춘광 탐화봉접 한때로구나. 백락천 시 한구절 되새겨 보는디 와우각상 무엇을 다투려는가. 석화광중 부쇠돌 치르르르르르 반짝나는 불빛 그 사이에 만고 영웅 호걸들 공자 왕손 부귀공명이 한단일몽이 덧없어라. 오랑의 유유왕산 승패역사 몇번이며 우리나라 임란시절에 많은 충절 그 가운데 월산이우 선생 사형제사 나라 위한 일편단충 몸을 아니 돌아보고 가을바람 쳐 돛대여 천진으로만 흘러간다. 어화 세상 여러분들, 어화 청춘 소년님네 부모님전 효도허고 우리 동방 예의 도덕 서로 같이 잘 받들어 하루의 윤일을 지키어서 천하 만방 빛내봅시다. 금수강산 우리나라 천천만만세를 태평으로 누르소서. 이리렁성 저리렁성 흐늘거리고 거드렁거리고 놀아.
다음은 정광수가 1997년에 남긴 <인생춘몽> 비디오자료이다.
◉ 국악기록보존연구소 노재명 국악 비디오테입(VHS) 관리번호 MIVHS-0057
1997.1.20.00:10~01:00.KBS-1TV.국악 한마당(진행:이금희)
방송 수신 녹화자료(방송 녹화:노재명)
<> 금주의 명인-정광수
정광수(소리) 김청만(북) 단가 <인생춘몽>, <백두산 송가>(이은상 작시/정광수
작곡) 방송 수록.
이 방송 영상자료(1997년)에 들어있는 정광수의 단가 <인생춘몽> 사설을 채록하면 다음과 같다. 느린 중모리에 평조로 불린다.
(느린 중모리) 초로같은 허무한 우리 인생이 덧없어라. 잠깐 쉬어가는 길에 꿈이여 슬프구나. 무정헌 세월아 가지를 마라. 아까운 청춘이 모두 다 늙어진다. 천지는 만물지 역려요 광음은 백대지 과객이라. 우리 인생 백년 생애 일장춘몽이라. 꽃동산 나비같이 화향춘광에 탐화봉접이 한때로다. 백락천 시 한구절 되새겨 볼 적에 와우각상 무엇을 다투려는가. 석화광중 부쇠돌 치르르르르르 반짝나는 불빛 그 사이에 만고 영웅 호걸 공자 왕손 부귀공명이라도 한단일몽이 덧없어라. 금수강산 우리나라 천천만만세를 태평으로 누리소서. 만만세지가 금탕이라 거드렁거리고 지내보자.
정광수가 지금까지 남긴 2종의 <인생춘몽> 자료 가운데 1995년 공연 실황녹음을 들어보면 상기 정광수의 말대로 내두름 부분을 이동백의 1928년 <백발가> 녹음의 초입부 “젊어 청춘”~“백발이 웬수로구나”와 거의 같은 사설과 곡조로 부르고 있다. 따라서 이 단가 <인생춘몽>에서 정광수가 작사, 작곡한 곳은 그 뒷쪽 “초로같은 허무한 우리 인생 덧없어라”~“이리렁성 저리렁성 흐늘거리고 거드렁거리고 놀아” 부분이라 하겠다.
상기에 제시된 정광수의 <인생춘몽> 2종 가운데 더 길게 녹음된 1995년 자료가 이 단가의 본래 모습이고 “젊어 청춘~” 하는 부분이 빠진 1997년 자료는 원곡의 일부를 생략하여 부른 변이 형태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정광수가 <인생춘몽>에 이동백제 <백발가>의 “젊어 청춘~” 하는 부분을 넣어 부른다고 증언하였기 때문이다.
정광수는 1997년 상기 방송 녹화시 <인생춘몽> 소리를 마치고 시청자에게 “시간의 관계상 앞에 한 소리 가사를 좀 에 생략허구 조그만치 했습니다”라고 설명하였다. 이런 정광수의 언급으로 보아도 정광수가 지금까지 남긴 <인생춘몽> 2종 가운데 1997년 방송자료(3분 10초)보다는 더 길게 녹음된 1995년 공연 실황자료(4분 35초)가 이 단가의 원형이라 하겠다.
1997년에 방송된 정광수의 <인생춘몽> 녹화자료에는 1995년에 정광수가 공연시 불렀던 앞부분 “젊어 청춘”~“백발이 모두 다 원수로구나”를 비롯해서 후반부 “오랑의 유유왕산”~“천하 만방 빛내봅시다” 사설이 생략되었다. 그리고 1997년 방송자료에서는 정광수가 “만만세지가 금탕이라 거드렁거리고 지내보자”로 마무리를 했으나 앞서 소개한 1995년 공연 실황녹음에서는 “이리렁성 저리렁성 흐늘거리고 거드렁거리고 놀아”로 <인생춘몽>의 끝을 여몄다.
정광수의 <인생춘몽> 자료 2종(1995·1997년)을 서로 비교해 보면 장단 속도나 일부 사설과 붙임새가 다르지만 곡조는 전체적으로 비슷하다. 본 논문 앞쪽 이동백의 <백발가> 2종 비교 편에서 볼 수 있었던 가사를 빼거나 덧붙이고 장단 속도를 다르게 하고 붙임새를 달리하는 등의 면모를 여기 정광수의 경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3.결론
본론에서 이동백의 단가에 대해 밝힌 내용들을 종합하여 중요 결론만 몇가지 내리고자 한다.
이동백이 생전에 부른 단가로 필자가 지금까지 확인한 것은 <천황지황가>, <죽장망혜>, <천리강산>, <백구타령>, <백발가>(2종)이었다. 이 가운데 <천황지황가>와 <백발가>(1)은 1925년에, <백발가>(2)와 <죽장망혜>는 1928년에, <천리강산>은 1935년에 이동백이 음반 취입을 했는데 그 중 <천황지황가>는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이동백이 남긴 최초의 단가 녹음인 것으로, <천리강산>은 이동백이 음반으론 마지막 남긴 단가인 것으로 고증되었다. 그리고 <백구타령>은 이동백이 1939년 은퇴 공연 때 불렀다는 옛 문헌 기록을 찾아 본론에 제시해 놓았다.
이런 자료를 토대로 하여 판소리 분야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단가를 통해 이동백 소리제의 기본 골격과 특징을 살펴본 결과 이동백이 단가 녹음을 남긴 1925년부터 1935년까지 10년간 그의 소리가 중고제에서 동편제 지향적으로 변모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간 전설처럼 입에 오르내렸던 이동백 소리의 즉흥성은 이 논문의 본론에 제시된 <죽장망혜>와 <천리강산>의 비교, 2종의 <백발가> 고찰을 통해 단편적이긴 하나 부를 때마다 다른 이동백의 즉흥적인 편곡과 작곡의 면모가 일부 규명되었다. 이동백이 남긴 2종의 동일곡 녹음을 분석한 결과 사설, 붙임새, 선율, 성음, 장단 속도가 상당 부분 달랐다.
이동백의 음반에 참가한 고수는 심정순, 지동근, 한성준, 이흥원과 같이 모두 중고제 음악문화권 지역의 국악인이라는 점, 그리고 이동백의 음반은 북이 아닌 장고로도 상당히 많이 녹음되었다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할 점이었다.
이동백의 <죽장망혜> 녹음에서는 이동백과 김창룡의 공통점을 일부 발견할 수 있었고 이동백은 이 단가를 정가풍 발성으로 부르는가 하면 한편으론 잠깐 덜렁제로 소리를 하는 호방함을 드러냈는데 요즘 단가에서는 보지 못했던 점이다.
강장원의 <초한가>, 적벽가, 수궁가와 같은 녹음에서는 그 스승인 이동백제의 특징이 상당히 나타나는 반면에, 특히 적벽가는 이동백제가 완연한 반면에 강장원의 <죽장망혜>의 경우에는 이동백이 남긴 <죽장망혜> 녹음과 비교해 보면 사설이 일부 다르고 곡조는 거의 대부분 달랐다.
이동백의 <천리강산>은 이보다 7년 앞서 녹음된 <죽장망혜>와 같은 사설이 많은데 곡조는 상당 부분이 달랐고 <천리강산>은 <죽장망혜>에 비해 고제에서 신제로 다소 변모된 양상을 보여주었다. 먼저 취입된 <죽장망혜>로부터 그 뒤에 녹음된 <천리강산>이 파생된 것으로 보이며 두 단가의 음악 차이는 7년이라는 두 녹음 사이의 간격 만큼 축적된 이동백의 편곡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동백의 <천리강산>에서 또 주목되는 것은 끝부분에 송흥록의 더늠으로 알려져 있는 단가 <천봉만학가> 사설이 이어지는 점이었다. 그리고 <천리강산>을 비롯해서 이동백이 자신의 일생에 있어 마지막으로 음반을 취입한 1935년에 남긴 소리들은 1900년대 후반~1929년 녹음(미국빅타·일축·일본빅타·일본콜럼비아)에 비해 기운이 많이 쇠약해진 면모가 역력히 나타났다.
박용구가 쓴 風流韓國名人列傳(1961)의 이동백 평전에 소개된 이동백의 <백구타령> 사설은 현행과 앞부분은 거의 동일하나 뒷부분은 많이 달랐다. 또한 이 문헌에 실린 이동백이 불렀다는 <백구타령> 사설을 심정순의 판소리 춘향가 중 <백구타령>, 심상건·심매향·심화영의 단가 <백구타령> 녹음과 비교해 보았는데 상당히 달랐다. 그리고 이동백이 불렀다는 상기 <백구타령>은 송만갑과 그 계열의 명창들이 남긴 판소리 춘향가 중 <백구타령> 녹음과 비교해 보아도 많이 달랐다. 그러나 심상건·심매향·심화영의 단가 <백구타령>과 송만갑의 판소리 춘향가 중 <백구타령>은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고 이동백, 심정순, 송만갑의 <백구타령>은 거의 대부분이 제각각 달랐다.
그리고 정광수와 한승호의 증언을 근거로 하여 이동백의 <백발가>는 본래 ‘오륜가’였고 일제 때 김석구가 지은 사설에 이동백이 곡을 붙인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 <백발가>를 작사한 김석구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는데 그는 한학자이자 판소리 이론가, 평론가, 작사가이며 소리꾼으로서 일제 때 왕성한 활동을 했다는 것, 그의 본적은 충청도이며 그의 판소리 스승은 이동백·정정렬이라는 점, 그리고 김석구가 <백발가> 외에도 <경기가>, <충청가>, <호남가>, <탐승가> 같은 단가와 <연꽃노래>, <스르렁둥둥>, <베틀가> 같은 신민요도 작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석구는 한학을 했고 5명창과 같은 대가들한테 판소리를 직접 배웠기 때문에 그가 작사한 단가들은 사설의 이면이 좋고 명창들이 소리하기에 적합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점 때문에 김석구가 작사한 단가는 여러 음반과 문헌 기록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일제 때 상당히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지식층이 단가와 판소리의 사설을 짓고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바로 이와 같은 김석구의 활동과 그 실증자료로서 실감할 수 있었다.
일제 때 신문 기록으로 보아 이동백은 김석구에게 창을 가르쳐 주고 김석구는 이동백에게 단가를 작사해 주는 일뿐 아니라 기존에 이동백이 부르던 판소리 사설도 교정해 주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추측이지만 이동백이 김석구로부터 재정적으로도 힘입은 바가 있는 것 같고 그런 까닭에 매우 이례적으로 비개비인 김석구에게 이동백이 소리도 가르쳐 주고 그 무명 소리꾼의 독창회에 찬조 출연까지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과 같이 김석구란 인물은 이동백 등 대명창들한테 직접 판소리를 배웠고 그에 따른 판소리에 대한 남다른 애정, 국악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쌓은 폭넓은 국악 인맥, 자신의 한학 지식 등이 어우러져 <백발가>와 같은 단가를 지어 이동백이란 명창을 통해 세상에 발표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동백 <백발가>의 일부 사설을 통해 무속적인 정서도 읽을 수 있었는데 이동백의 <백발가> 일부가 송명희(무가)의 동해안 오구굿 중 <조상굿>, 김상월(무가)의 진도 씻김굿 중 <초가망석>, 진도 씻김굿 명인 박병천의 구음 일부와 음악적 공통점은 없으나 사설이 거의 같았다. 이동백의 <백발가>(1925년 녹음) 가운데 특히 “하누님 전에 등장 가자”~“그 말 연유로 옥황상제님께 등장 가자” 하는 부분에서 무속적인 염원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동백의 <백발가>는 박록주가 말년에 즐겨 불러 널리 알려져 있는 단가 <백발가>나 <한로가>, 조앵무의 <백발가>, 박봉술의 <백발가>, 김일구의 <신백발가>와는 사설이나 곡조가 완전히 달랐다. 본래 일명 ‘오륜가’였다는 이동백의 <백발가>는 요즘 불리는 “어화 세상 사람들아 오륜가를 들어보소~”로 시작되는 단가 <오륜가>하고는 사설이나 곡조가 거의 모두 달랐다. 그리고 이동백의 <백발가>를 통해서 모음을 매우 다양하게 변화시켜 음악을 구사하는 점을 단편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동백의 <백발가> 2종의 붙임새를 고찰해본 결과 동일곡을 부를 때마다 달리하는 면을 볼 수 있었고 이동백의 붙임새 기법은 녹음을 남긴 5명창 가운데 김창룡과 가장 흡사했다.
이동백이 1925년과 1928년에 녹음한 2종의 <백발가>를 비교해 보면 “만권서책 무어가지고”~“그 말 연유로 옥황상제님께 등장 가자” 부분과 “세월아 거기 좀 있거라 팔도호걸들이 다 늙는구나” 부분의 곡조는 두 <백발가>가 서로 닮아있지만 다른 부분은 상당히 차이를 보였다. 이동백이 1925년에 취입한 <백발가>는 중고제 위주로 불리며 거기에 동편제가 약간 가미된 양상을 보이고 1928년에 녹음된 <백발가>는 중고제보다 동편제의 특징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동백이 남긴 <백발가>의 곡명은 본래 ‘오륜가’였다는 정광수의 증언, 그리고 이동백의 1928년 <백발가> 녹음이 1925년에 취입된 이동백의 <백발가>보다 신제 지향적이라는 점, 또한 첫번째 <백발가> 녹음이 ‘오륜가’라 할 만한 사설이 많이 들어있는 점으로 보아 이동백의 <백발가> 2종 가운데 첫번째 녹음된 <백발가>(어화 청춘)가 그 뒤에 취입된 것(젊어 청춘)보다 고형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동백의 <백발가> 2종 가운데 두번째 취입된 1928년 녹음은 앞서 1925년에 취입된 <백발가>(어화 청춘) 중에서 “젊어 청춘~” 부분부터 떼내어 내두름으로 시작해서 부른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 말해 이 2종의 <백발가> 녹음 역시 앞서 언급한 <죽장망혜>와 <천리강산>의 관계처럼 먼저 녹음된 <백발가>(어화 청춘)로부터 파생된 것이 바로 그 뒤에 취입된 <백발가>(젊어 청춘)라는 소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오륜가’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 단가가 시간이 흐르면서 ‘백발가-강산경가-강산경개가-세월가’와 같이 곡명과 사설, 곡조의 변화과정을 거치게 되고 나중엔 이 단가가 ‘오륜가’ 본연의 구실보다는 ‘백발가’, ‘세월가’와 같이 인생무상과 늙음을 한탄하는 쪽으로 기울게 된 데는 점차 나이가 들어 백발이 되어 가던 이 녹음을 한 이동백 자신의 심정이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현장조사를 통해 본 논문에 밝혀놓은 강장원, 조상선, 신치선, 강도근의 <백발가>, 정광수의 <인생춘몽>은 이동백의 1928년 <백발가> 녹음과 비교해본 결과 공히 “젊어 청춘~” 하는 앞부분은 사설이나 곡조가 많이 유사했다. 이같은 비교 분석과 원로 국악인들의 증언, 옛 문헌기록 등을 토대로 이 소리들의 연관성을 따져본 결과 일부 확신, 일부 추정으로 다음과 같은 소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그간 이동백의 <백발가>는 이동백과 그의 몇몇 제자들이 타계한 후 전승이 완전히 끊어진 것으로 알려져 왔었으나 다음과 같이 이 <백발가>의 전승계보가 일부 규명됨에 따라 이 소리가 완전히 단절되지는 않았고 일부분이지만 꾸준히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 이동백 <백발가> 전승계보 =
+-(직접학습)-> 강장원 ---------> 김여막:백발가
+-( 추 정 )-> 조상선:백발가
이동백 ---+-( 확 신 )-> 신치선 ---------> 신규종:백발가
+-( 추 정 )-> 조상선(추정) ----> 강도근 --------> 강순영:백발가
+-(간접학습)-> 정광수:인생춘몽
1930년대 중~후반 5명창 교육의 중심이었던 조선성악연구회를 주요 거점으로 해서 강장원, 조상선, 신치선, 정광수가 이동백한테 <백발가>를 직·간접적으로 학습하여 상기와 같은 전승계보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강장원·신치선의 <백발가>와 정광수의 <인생춘몽>은 현재 전승이 끊어질 조짐을 보이고 강도근의 <백발가>는 지금 비교적 여러 사람들이 알고는 있으나 활발히 불리고 있지 않아 이동백의 <백발가>에서 파생된 유사 단가들의 장래가 걱정스럽다.
이 논문은 필자가 지난 13년간 수집하고 현장조사한 이동백 관련 판소리 자료를 토대로 하여 1998년 10월 11~25일 사이에 작성했다. 1998년 10월 초까지 수개월간 한국고음반연구회의 1998년 한국음반전시회·학술대회와 ‘이보형 채록 판소리(1)’, ‘육자배기 걸작선’ 음반(SP복각) 준비로 차일피 미루다 보니 원고 마감을 얼마 안남기고 며칠 사이에 바삐 쓰게 됐고 여러 미흡한 점이 있을 줄로 안다. 이 점 눈에 띄는대로 염두에 두었다가 차후에 보완하도록 하겠다.(1998.10.25)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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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1: 노재명, ‘김연수 도창 창극 춘향전’ 음반 해설서(경기 고양:지구레코드 JCDS-0575~0577, 1997) 12~14쪽.
노재명, 판소리 음반 걸작선(서울:삼호출판사, 1997) 214~219쪽.
* 주 2: 노재명, “노재명 소장 국악영상자료 목록(1) 8mm VIDEO” 한국음반학 제7호(서울:한국고음반연구회, 1997) 423~424쪽.
* 주 3: 노재명, 판소리 음반 걸작선(서울:삼호출판사, 1997) 180~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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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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