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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한국음반학 제6호](서울:한국고음반연구회, 1996년) 409~547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명창 박록주 녹음 등 국악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 있기에 여기 올려봅니다.
상기 유성기음반:김영환 등 녹음,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김영환의 영화설명·넌센스·극 유성기음반 대본(콜럼비아 음반)<4>
글,사설 채록/盧載明(국악음반박물관장, 한국고음반연구회원)
31) 넌센스 연애자전(戀愛字典)(창작자 미상)
원반: Columbia 40409-A
넌센스 戀愛字典(一) 金永煥 金仙草
Columbia 40409-B
넌센스 戀愛字典(二) 金永煥 金仙草
녹음: 1931년
남자: 김영환
여자: 김선초
[김영환]
(남자) “엊저녁을 굶었소? 왜 이렇게 풀기가 없소?”
[김선초]
(여자) “밥보담도 더 좋은 것 때문이라우.”
[김영환]
(남자) “노름하셨구려?”
[김선초]
(여자) “노름이 밥보다도 더 좋아요?”
[김영환]
(남자) “흠, 노름에 미쳐보우. 밥맛이 있나.”
[김선초]
(여자) “알고 보면 사랑 때문이라우.”
[김영환]
(남자) “왜 부엌 때문은 아니구 사랑 때문이야?”
[김선초]
(여자) “연애에 골통을 맞었지요.”
[김영환]
(남자) “치사스럽군.”
[김선초]
(여자) “아이 고만 죽었으면 좋겠어.”
[김영환]
(남자) “어, 남자에게 줄 고생 주머니는 뉘게다 맽기구 죽어?”
[김선초]
(여자) “어떻게 해야 되는지 연애술을 좀 가르쳐 주세요. 우락부락한 사나이는 어떻게 녹여야 해요?”
[김영환]
(남자) “덮어놓고 여자쪽에서 먼저 손목을 턱 잡고는, 남녀를 가릴 것 있어요? 우리 선술집에 들어가 한 잔씩 합시다. 자, 이쯤 되면 녹지 않겠소 그래?”
[김선초]
(여자) “여자쪽에서 먼저 그러는 법이 어디 있어요?”
[김영환]
(남자) “법에 없는 걸 하면 그게 술법이거든.”
[김선초]
(여자) “은행 사무원은요?”
[김영환]
(남자) “날마다 저금을 하러 가되 돈이 없으면 전당에라도 잡혀가지고 가서 얼굴을 익힌 다음에 뚜쟁이를 시켜 집으로 꾀어다가 은행탕을 한 그릇만 사다 멕여요.”
[김선초]
(여자) “은행탕은 왜요?”
[김영환]
(남자) “은행에 계시는 훌륭하신 당신이 보고 싶을 때마다 저는 언제든지 은행탕을 주문해다 먹으면 속이 좀 후련하겠지요 하고는 그저 몸을 비비 꼬아버리시구려.”
[김선초]
(여자) “하하하하하하. 관청에 당기는 남자는요?”
[김영환]
(남자) “쳐다 보거든 살짝 웃어요.”
[김선초]
(여자) “웃기만 하면 될까요?”
[김영환]
(남자) “아무렴 그러면 대체 그 남자가 왼통 피부병이나 오른 것처럼 그저 전신이 근질근질근질해서 못견딜 것 아니요? 그러거든 쫓아나가 전화를 걸고는 아무 데로 좀 와주세요.”
[김선초]
(여자) “하하하하하. 계집애같이 생기는 남자는요?”
[김영환]
(남자) “만날 적마다 눈물을 쪽쪽 흘리되 눈물이 없는 때에는 침칠을 해도 좋구. 이것 보세요, 저 달은 왜 저렇게 서산으로 기울어져야만 합니까?”
[김선초]
(여자) “하하하하하하. 개고기는요?”
[김영환]
(남자) “그놈은 괴팍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놈이니까 그저 전신에 피멍이 들도록 베고 꼬집고 물고 뜯고 차고 밟고 요 깍쟁아! 나는 네가 너무 좋아 죽겠다. 고만 우리 둘이 장사라도 했버리자 하고는 만일 듣지 않거든 그저 홍두깨로다 골통을 후려갈겨요.”
[김선초]
(여자) “하하하하하하. 재산가의 아들에게는요?”
[김영환]
(남자) “편지 속에 머리를 잘라 넣되 대리 꼭지를 대신 써두 좋구 혈서로 편지를 쓰되 손꾸락을 정말 베이면 아프고 피가 날테니까 헝겊으로 슬쩍 동이기만 하고는 도수장에 보내여 선지피를 구해다가 젓가락 끝으로 묻혀서 써보내시우.”
[김선초]
(여자) “신문기자는요?”
[김영환]
(남자) “쥐 잡는 약을 먹어보우. 선참으로 신문에 미인 자살 미수라. 그러고는 신문기자가 방문하는대로 마음에 드는 일을 골라잡은 뒤에 얘기 댓구를 해주되 오늘 한도막, 내일 한도막, 모레 한도막. 으히?”
[김선초]
(여자) “연극배우는요?”
[김영환]
(남자) “여배우 지원서를 제출하되 만일 퇴자를 당하거든 황가길을 내보내구 그래도 퇴자를 당하거든 선생님이 저를 싫다면 저는 객석에서 야지를 할 테에요. 그래도 무감해 하면 저는 한강으로 나갈 테에요. 그래도 안되거던 육혈포를 둘러대고는 야잇 손들어라 꽝.”
[김선초]
(여자) “그러면, 그러면 죽지 않아요?”
[김영환]
(남자) “그럼 안되는 것은 죽여버려야지 속만 태울 테요?”
[김선초]
(여자) “영화 해설자는요?”
[김영환]
(남자) “비맞은 암탉처럼 눈을 스르르르 떠주고는 손목을 탁 쥐되 만일 뿌리치거든 서부극의 카우보이들이 쓰는 올개미 하나를 주문해다가 냅따 옭아가지구는 너하구 나하구 같이 죽자.”
[김선초]
(여자) “하하하하하하. 그렇게 하면 꼭 될까요?”
[김영환]
(남자) “어데까지든지 엉터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음 아 다소 미안하지 아닐지 못한 일이나 그러나 아 요컨대 하나님 할아버지시여.”
[김선초]
(여자) “하나님 할아버지는 또 뭐에요?”
[김영환]
(남자) “아, 우리 아버지께서 하나님 아버지라니까 촌수를 대봐요 하나님 할아버지가 아닌가.”(유성기음반 앞면(Columbia 40409-A) 녹음 끝)
[김선초]
(여자) “당신은 왜 이렇게 풀기가 없습니까?”
[김영환]
(남자) “당신은 사랑 때문이지만 나는 오랑 때문에 그렇답니다.”
[김선초]
(여자) “사랑이면 사랑이지 오랑이 무엇이에요?”
[김영환]
(남자) “첫사랑에 골통을 맞은 데다가 또한번 연애에 실패를 당하고 보니 사랑에 일랑을 가하니 답이 오랑 아니요 그래?”
[김선초]
(여자) “하하하하. 그러면 당신도 역시 나와 같구려. 그토록 연애술을 잘 알면서 실패를 당하셨어요?”
[김영환]
(남자) “무당이 제 굿하고 의사가 제 병 고치는 거 보았소?”
[김선초]
(여자) “그도 그래요.”
[김영환]
(남자) “자, 이를테면 품앗이로 이번에는 당신이 좀 가라쳐 주구려.”
[김선초]
(여자) “그렇게 허세요.”
[김영환]
(남자) “선참으로 색주가를 홀리려면?”
[김선초]
(여자) “어째 처음부텀 지저분허구려.”
[김영환]
(남자) “아 괜찮소이다.”
[김선초]
(여자) “색주가들을 홀리려면 자꾸 술 먹으러 가야지요.”
[김영환]
(남자) “에이 여보 그건 누가 모르겠소?”
[김선초]
(여자) “더러는 자꾸 멕이구려.”
[김영환]
(남자) “돈이 없어두?”
[김선초]
(여자) “도둑질이라도 해야지요. 그러고는 아하 참으로 자네는 이런 데 있기가 아까운 여자일세.”
[김영환]
(남자) “왜 누가 잡아먹는댔나. 호박같이 뚱뚱한 여자는 어떻게 하나요?”
[김선초]
(여자) “연애 편지를 쓸때 나는 자살을 도모코저 합니다. 만일에 당신이 뚱뚱보라고 배척하는 놈이 있다면은 나는 당신을 위해서 그 놈을 죽이고 기뻐하고 자살하겠습니다.”
[김영환]
(남자) “하하. 고거 좋다. 아 그러면은 은근자는?”
[김선초]
(여자) “땅문서가 없거던 가서 땅문서라도 만들어가지고 시뻘건 도장을 꾹꾹 찍고 가짜 소절수나 가지구서 얼러대 봐요.”
[김영환]
(남자) “아니 여보 이건 사람을 잡으려고 드는구려. 문서 위조범으로 주릿대는 누구더러 안으라는 말이요?”
[김선초]
(여자) “아 문서는 당신 손에 쥐고만 있는데 뭐이 겁나요? 글쎄.”
[김영환]
(남자) “하하. 그럴듯해. 그러면 기생은 어떻게 하나요?”
[김선초]
(여자) “기생 집 문전에다 거적을 펴고 들어엎드려요.”
[김영환]
(남자) “왜 부모 초상을 만났습디까? 거적을 펴고 들어엎드리게. 에이 여보!”
[김선초]
(여자) “허, 그러니까 지성이면 감천이지요?”
[김영환]
(남자) “옳아. 그러면 카페의 웨이트레스는?”
[김선초]
(여자) “카페에 갈 적마다 식칼을 목에 대고 앉아요.”
[김영환]
(남자) “아 목을 따 죽으란 말이요, 그래?”
[김선초]
(여자) “그렇지요.”
[김영환]
(남자) “그렇지요라니?”
[김선초]
(여자) “당신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면은 나는 이 칼로 죽을 터이니 처분하옵소서.”
[김영환]
(남자) “히히, 거 참 좋다. 그럼 과부는 또 어떻게 하나요?”
[김선초]
(여자) “과부집 숫캐려니, 자주 드나들고 명절날 남편의 산소에 갈 때에도 강아지처럼 따라가서 무덤을 주, 주먹으로 쳐가며 더 섧게 울어주어야 해요.”
[김영환]
(남자) “왜 우리 할아버지의 산소인가? 내가 울게.”
[김선초]
(여자) “허, 건달로 울기만 하면 거기에 동정이 생기지요.”
[김영환]
(남자) “그러면 건달 울음에 개평 울음이외다 그려. 자, 그러면 여배우는 또 어떻게 하나요?”
[김선초]
(여자) “만나기만 하거던 그의 앞에서 그저 개소리나 무엇이나 나오는대로 지껄여가며 연극 흉내를 내여.”
[김영환]
(남자) “에이 여보! 침 맞을 놈이라 그러게?”
[김선초]
(여자) “그래야 장기를 보이는 일변으로 그를 은근히 댕길 수가 있단 말이지요.”
[김영환]
(남자) “하하 날라리 호도. 아 그러면 백화점의 여점원은요?”
[김선초]
(여자) “편지를 하되 아무 데로 오시요. 만일에 오지 않으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라.”
[김영환]
(남자) “여보 이건 왜 이러시우? 그러다가 콩밥은 누구더러 퇴를 내란 말이요? 에이 여보 사람 잡을 친구로군.”
[김선초]
(여자) “그 여자가 오기만 하면 되는데 뭘 그래요.”
[김영환]
(남자) “그럴까? 자 그러면, 그러면.”
[김선초]
(여자) “그러면이라니요?”
[김영환]
(남자) “흐히. 이번 건 말하기가 좀 거북합니다.”
[김선초]
(여자) “거북할 것 없어요.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김영환]
(남자) “정말?”
[김선초]
(여자) “네에.”
[김영환]
(남자) “저어, 당신같은 여자는 어떻게? 흐히.”
[김선초]
(여자) “나? 증말이에요?”
[김영환]
(남자) “흐히.”
[김선초]
(여자) “아이 우스워 죽겠네.”
[김영환]
(남자) “살려주우.”
[김선초]
(여자) “아이구 이거 내가 당신 때문에 병이 들 지경이랍니다.”
[김영환]
(남자) “정말입니까? 아이구 좋아라. 나도 역시 당신 때문에 꼭 죽을 지경이랍니다.”
[김선초]
(여자) “아이구 그러면 됐구려. 인제 사랑해봅시다.
[김영환]
(남자) “흐히 그거 좋은 말이요. 그래 봅시다.”
[김선초]
(여자) “당신은 인제 내 거겠다요?”
[김영환]
(남자) “아무렴 여부가 있나.”
[김선초]
(여자) “그러니깐 내가 가르쳐준 연애술을 다른 데다가 사용했다가는 경치는 줄 알우?”
[김영환]
(남자) “예이, 이건 주거라. 줘.”
32) 넌센스 내외(內外) 싸움(창작자 미상)
원반: Columbia 40420-A(21687)
넌센스 內外싸홈(上)
金永煥 金仙草 文淑芳 金永成
Columbia 40420-B(21688)
넌센스 內外싸홈(下)
金永煥 金仙草 文淑芳 金永成
녹음: 1931년
남편: 김영환
남편(노래): 김영성
아내: 김선초
아내(노래 일부): 문숙방
노래 반주: 관현악
[문숙방] (아내, 노래)
“깊어가는 정 앞에 비는 오구여
님 그리든 탑골당 꺼져 가는데
길큰 아비 옥수수 하염없지만
흩어지는 이 한몸 기대림이여.”
[김영환]
(남편) “이건 뭐요? 이것도 노래라고 부르시요? 그것은 새 조선의 활발한 청년에겐 부당한 노래일 뿐아니라 건강에까지 해독을 끼치는 노래요.”
[김선초]
(아내) “무식한 양반은 할 수가 없구려. 그 노래가 어째서 건강에까지 해독이 된단 말이요?”
[김영환]
(남편) “자, 그런 철부지한 소리는 그만두고 이 남편의 예술을 신중히 앉아 경청을 하시라.
[김영성] (남편, 노래)
어데로 가려나 젊은 시절. 일러다오 그곳을.
섧고도 즐겁던 나의 한때 속절없이 가려하네.
에헤야 이몸도오오 아하아아아아아 너를 따라서
어데든지 가리로다.”
[김선초]
(아내) “어이그 틀렸어요. 그게 뭐요? 어서 쓰레받기 신세나 질 노래를 줏어다 부르는 것이지, 거기에 무슨 인터레스트를 줄만한 예술의 가치가 있단 말이요?”
[김영환]
(남편) “아하 이같이 무식한 아내와 같이 살다니 만사가 전혀 환멸의 비애일 뿐이여라.”
[김선초]
(아내) “하여간 엄청난 흉내는 내시지 마시고 이 아내의 고급적 예술을 존경하는 태도로서 감상을 하시어라.”
[김영환]
(남편) “뭐뭐뭐? 고급 예술? 그래 예술에도 고급 예술이 있고 저급 예술이 있나? 그럼 어떤 것이 고급 예술이요? 소방대 꼭대기가 고급 예술인가?”
[김선초]
(아내) “에이, 잡담은 절대 들은척 만척!
(노래) 봉선화 졌다고 우는 아가씨
바람분 탓이나 하련만
바람도 안불고 떨어진
사랑의 어린 꽃 누구를 탓할까.
억울한 이몸.”
[김영환]
(남편) “자, 그래도 여전히 곰팍스런 노래야. 그게 왈 소방대 꼭대기적 예술이요? 저급편에 돈주머니나 창겨내주는 것이지, 그래 개성을 표현한 한개의 예술품으로 인정할 만한 예술의 생명이 어디 있단 말이요?”
[김선초]
(아내) “하나님 맙소사. 이렇듯 무식한 저 예술가의 아내가 되어 일생을 값없이 마치게 되는 것이 생각할수록 한심한 일이야.”
[김영환]
(남편) “누가 할 말인데? 예술 예술 하면서 노래라고 부르는 것이 어디서 모두 경성부 위생계나 괴롭게 할만한 것들을 불러놓구 뭐란 말이야? 자, 다시 이 숭고한 남편의 예술적인 예술에 무릅을 꿇고 앉아 도취하라.(유성기음반 앞면(Columbia 40420-A) 녹음 끝)
[김영성] (남편, 노래)
빛 없이 헤맨들 차마 밟으리.
가랑잎은 녹음의 그늘이어늘
저문 하날 나그네 비웃지 마오.
옛날엔 그의 품에 잠들든 몸을.
[김영환]
(남편) 자, 위대한 이 예술에 그래도 종시 항복을 하지 않을까?”
[김선초]
(아내) “그까짓 예술은 모두모두 위생에 해독을 끼치는 데 지나지 못해요. 자, 두말 마시고 이 아내의 완전무결한 예술에 머리를 숙이고 공손히 앉아 들으세요.
(노래) 나는 나는 다 알아요 당신의 그 마음.
문화주택 피아노가 꿈틀거리고
반짝반짝 타이아가 당신을 낚어
외식하올 그날 오길 기다리지요.
(아내) 어때요? 재즈칼하고 만인의 구미에 꼭 들어가 맞는 이 애닯은 일곡의 청아한 예술에, 그래도 종시 버릇없는 태도를 가지실 테에요?”
[김영환]
(남편) “한치도 못되는 자격에 열자나 되는 과장을 늘어놓는 격이야말로 세살 먹은 어린 아해가 갓을 쓴 격이로군.”
[김선초]
(아내) “종시 그렇게 남을 없이 여길 테란 말이요? 당신같은 사람에게 나같은 아내가 과만하다는 생각을 가지시고 다소간은 감사한 생각이라도 가지세요.”
[김영환]
(남편) “뭣이 어떻게 되였다? 인생이 가엾어서 노름꾼의 딸이나마 내가 아내를 삼아주었으니 되려 감사한 줄이나 알지 않고 무엇이 어쩌구 어쨌다?”
[김선초]
(아내) “무엇이 어째요? 그래 당신의 본색은 무엇이에요? 한량마냥 판으로 돌아다니다가 협잡을 해가지고 돈푼이나 생긴 것으로 미천을 삼아 고물상쯤 내여 돈냥이나 잡아보니까 세상에는 당신뿐인 듯 싶죠? 당신이 무슨 예술가에요 예술가가?”
[김영환]
(남편) “옳지, 한술 더 뜨는 격이외다 그려. 그러면 또 당신의 본색은 뭐란 말이요? 그래 본시 노름꾼의 딸자식으로 내외주점에 팔리어 가서, 가만있자 이것 누가 듣지나 않나, 그래 이를테면 술상머리에 앉아 값싼 웃음을 팔든 것을 내가 구해가지고 와서 공부를 시켜주었던 덕으로 오늘날 되지 못한 유행가 뿌스럭지나마 부르게 된 줄은 모르고, 그래 개구리가 올챙이 적 일을 잊은 격이지 무엇이 어째고 어쨌다?”
[김선초] (아내, 노래)
“두 양주의 싸움은 칼로 물 베기
여보서요 내 남편 마음 푸서요.
부부는 일심인데 왜 그리서요.
인제부터 정다히 지냅시다요.”
[김영환]
(남편) “그렇지 여기에 안녹을 수 있소. 여보 부인 용서하시우.”
[김선초]
(아내) “네? 인제 마음 푸셨어요? 아이 좋아라.”
[김영환]
(남편) “어 마누라 고만 둡시다. 어 고만 둬.”
[김선초]
(아내) “으으응.”
[김영환]
(남편) “오 마누라 마누라! 어 내 잘못했소. 응?”
[김선초]
(아내) “뭘, 날더러 저 노름꾼의 딸이라 그랬지?”
[김영환]
(남편) “아 잘못했소. 잘못했소.”
[김선초]
(아내) “으으응.”
33) 넌센스 백이격기·구리격기·뱅이격기(창작자 미상)
원반: Columbia 40427-A
넌센스 백이격기(上)
金永煥 金仙草
Columbia 40427-B
넌센스 백이격기(下)
金永煥 金仙草
녹음: 1931년
남자: 김영환
여자: 김선초
[김선초]
(여자) “심심한데 백이격기나 한번 할까요?”
[김영환]
(남자) “백이격기?”
[김선초]
(여자) “그렇습니다.”
[김영환]
(남자) “백이격기라니 거 어느 나라 말이요?”
[김선초]
(여자) “조선말이지 어느 나라 말이에요?”
[김영환]
(남자) “조선말?”
[김선초]
(여자) “그러문요.”
[김영환]
(남자) “언제부터 생겨난 말이요?”
[김선초]
(여자) “그전부터.”
[김영환]
(남자) “그전부터 있었던 말이면 으째 내가 몰랐어?”
[김선초]
(여자) “그건 당신이 모자라 그렇지요?”
[김영환]
(남자) “모자라다니 그거 당신의 위조가 아니요?”
[김선초]
(여자) “위조라면 대순가요?”
[김영환]
(남자) “위조라면 큰일나지.”
[김선초]
(여자) “무슨 큰일이에요?”
[김영환]
(남자) “위조범은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거야.”
[김선초]
(여자) “말에두요?”
[김영환]
(남자) “아 물론이지. 지폐 위조, 금반지 위조, 옥비녀 위조. 이렇게 무서운 법률에 말 위조가 무사할까.”
[김선초]
(여자) “하하하하하하. 우스워 죽겠네. 자, 어쨌든 한번 해요.”
[김영환]
(남자) “어떻게 하잖말이요?”
[김선초]
(여자) “내가 하는대로 당신도 지지 말고 들어대란 말이에요.”
[김영환]
(남자) “아하, 이를테면 말씨름을 붙이자는 거외다 그려.”
[김선초]
(여자) “쉽게 말하자면 그렇죠.”
[김영환]
(남자) “그럼 어렵게 말하자면 어떻게 되구요?”
[김선초]
(여자) “역시 그렇죠. 한번 할까요?”
[김영환]
(남자) “아, 좋지 좋아. 그러면 집어다 던지시요.”
[김선초]
(여자) “서양 사람의 양토백이.”
[김영환]
(남자) “고대소설 반백이.”
[김선초]
(여자) “생선밴 알배기.”
[김영환]
(남자) “아, 영광굴비 알배기.”
[김선초]
(여자) “장독대의 옹배기.”
[김영환]
(남자) “설렁탕은 뚝배기.”
[김선초]
(여자) “소상반죽 점백이.”
[김영환]
(남자) “예이 어렵구나. 빗물 담은 자배기.”
[김선초]
(여자) “추풍머리 초백이.”
[김영환]
(남자) “치사스럽다 사주팔자 쪽백이.”
[김선초]
(여자) “모시치마 진솔배기.”
[김영환]
(남자) “양지머리 차돌백이.”
[김선초]
(여자) “먹자타령이로구나. 달수 못찬 어리배기.”
[김영환]
(남자) “수양산에 고사리 먹던 백이숙제.”
[김선초]
(여자) “그건 틀렸어요?”
[김영환]
(남자) “어째 틀려? 백이숙제 몰라, 백이숙제? 무식한 사람이로군 그래.”
[김선초]
(여자) “백이숙제가 뭐란 말이에요?”
[김영환]
(남자) “백이숙제를 몰라? 아 수양산에서 말이야.”
[김선초]
(여자) “옳지, 수양에서 그래서요?”
[김영환]
(남자) “수양산에서 말이야.”
[김선초]
(여자) “대관절 수양산이 어디 있는 산인가요?”
[김영환]
(남자) “일본이든가 미국이든가. 아아 아무튼지 수양산에서 말이야.”
[김선초]
(여자) “그래서요?”
[김영환]
(남자) “고사리 떡을 해먹다가 말이야.”
[김선초]
(여자) “고사리 떡두 있나요?”
[김영환]
(남자) “아 있구 말구. 고사리 과자도 있는데.”
[김선초]
(여자) “하하하하하. 그래요? 그래 고사리 떡을 먹다 어떻게 됐단 말이에요?”
[김영환]
(남자) “고사리 떡을 먹다가, 음 먹다가 아 가만있자 이거 어떻게 되었더라. 옳지, 고사리 떡을 해먹다가 떡에 체해서 죽었지.”
[김선초]
(여자) “하하하하하. 에이 여보 맨탕 엉터리뿐이로구려. 어쨌던지 백이숙제는 틀렸어요.”
[김영환]
(남자) “어째 틀려?”
[김선초]
(여자) “백이숙제라면 백이가 어디 끝으로 붙습니까? 백이를 끝으로 붙이도록 해야지요.”
[김영환]
(남자) “그럼 애초에 백이를 꼭 끝으로만 붙인다는 무슨 계약이 있었습디까?”
[김선초]
(여자) “계약은 없어도 그렇게 해야 돼요. 자 얼른 고초하세요.”
[김영환]
(남자) “그래 고초하지. 송편에 대추백이.”
[김선초]
(여자) “또 먹자타령이로구나. 땅딸보가 나백이.”
[김영환]
(남자) “샌님 발사이 티눈백이.”
[김선초]
(여자) “대모풍점 외점백이.”
[김영환]
(남자) “흰무리에 대추백이.”
[김선초]
(여자) “또 먹자타령이로구나.”
[김영환]
(남자) “그럼 이세 저세 먹세가 제일인데 웬시비란 말이요?”
[김선초]
(여자) “글쎄 누가 뭐랍니까? 앓는 반지 난배기.”
[김영환]
(남자) “아, 배추김치 소배기.”
[김선초]
(여자) “흐, 인적이네 문일백이.”
[김영환]
(남자) “여보게 주모! 두잔 술 겹쳐 따르게.”
[김선초]
(여자) “아이고 망칙해라. 내가 술장수란 말이요?”
[김영환]
(남자) “시비 마오. 곱빼기.”
[김선초]
(여자) “수중천자 이태백이.”
[김영환]
(남자) “유식하군 순임장지 금자백이.”
[김선초]
(여자) “자사신의 주인백이.”
[김영환]
(남자) “요지부동 붙백이.”
[김선초]
(여자) “화초밭에 고속백이.”
[김영환]
(남자) “저 건너 갈미.”
[김선초]
(여자) “아니, 여보 이거 무슨 소리요?”
[김영환]
(남자) “남도 잡가 육자배기.”
[김선초]
(여자) “사마중에 금니백이.”
[김영환]
(남자) “호박갈보 덧니백이.”
[김선초]
(여자) “젊은 녀석 덧배기.”
[김영환]
(남자) “태양냉면 맛뵈기.”
[김선초]
(여자) “이런 어디서 퍽도 줏어 먹었군. 옛기 검정숫캐 네눈배기.”
[김영환]
(남자) “뭣이 어째? 옛기 요 남편 없는 애배기, 꼽쓸머리 옹니배기, 애꾸눈이 은뽕배기 같으니라구”
[김선초]
(여자) “내가 어째 애배기, 옹니배기, 은뽕배기야?”
[김영환]
(남자) “그래 나는 어째 검정숫캐 네눈배기야? 내가 개야, 왜?”(유성기음반 앞면(Columbia 40427-A) 녹음 끝)
[김선초]
(여자) “이번엔 나하구 구리격기 한번 합시다.”
[김영환]
(남자) “구리격기?”
[김선초]
(여자) “그렇습니다.”
[김영환]
(남자) “그것도 조선말이요?”
[김선초]
(여자) “물론이지요.”
[김영환]
(남자) “에이 여보 거 암만해도 하쿠라의 말인가 보우. 예스 백이격기 구리격기 아 이거 보지 술술 잘 풀려나올 때는 이거 분명코 하쿠라의 말이요. 예스 하쿠라이 백이격기 구리격기.”
[김선초]
(여자) “하하하하하하. 아니, 여보 대강 해두시구려. 이건 혼자 듣긴 정말 아깝구랴. 자, 합니다.”
[김영환]
(남자) “예스 오라이 구리격기.”
[김선초]
(여자) “할 일 없이 빙빙 도는 야시장의 건성구리.”
[김영환]
(남자) “할 수 없다. 잔말 마라. 외상 못줄 마수구리.”
[김선초]
(여자) “속터진다. 저 망난이 어찌 할까 능구리.”
[김영환]
(남자) “삼시 세끼 쳐먹어도 때 모르는 멍텅구리.”
[김선초]
(여자) “말썽 많은 시집살이 내 동문가 물방구리.”
[김영환]
(남자) “여름 저녁 잠 못잘래 배라먹을 저 개구리.”
[김선초]
(여자) “내여 보고 도로 넣는 시집 올때 그 저구리.”
[김영환]
(남자) “할아버지 망녕들어 몹씨 치네 내 대구리.”
[김선초]
(여자) “붙들어도 떼치는 님 흡사이도 더 밉구리.”
[김영환]
(남자) “여기선 거 많을서라 길바닥에 말똥구리.”
[김선초]
(여자) “재수대통 언제일까 장님 불러 묻구리라.”
[김영환]
(남자) “공동변소 지저분해라 추야장천 수리구리.”
[김선초]
(여자) “비가 오실 적 여인과 자주 온듯 때때구리.”
[김영환]
(남자) “가다꾸리를 쓰어 사탕을 치고 갈쿠리같은 구리 숫가락을 들어대어 아구리에 들어부으면 맛이 좋지구리.”
[김선초]
(여자) “또 먹자타령이로구나. 이번 것은 틀렸으니 어서 고쳐야 해요.”
[김영환]
(남자) “상주 앞에 방귀끼니 코 막으며 어이 구리.”
[김선초]
(여자) “가만있어요. 내가 한마디 받으리다. 난봉님이 주신 반지 알고 보니 구리로세.”
[김영환]
(남자) “흠, 낯 깔아드는구나. 귀중 처녀 일과 삼아 손질하는 작마구리.”
[김선초]
(여자) “어사 돌아 지어들은 운봉 영장 그 옆구리.”
[김영환]
(남자) “춘향전이로구나. 사랑갈비 자시려오? 조심하오 내 얼굴이.”
[김선초]
(여자) “해변에 다 모인 어부들 그물 뜨는 저 실구리.”
[김영환]
(남자) “동지섣달 서남풍에 슬슬 끓는 약기구리.”
[김선초]
(여자) “유둘유둘 저 망할 것 때려잡을 저 너구리.”
[김영환]
(남자) “지긋지긋 기를 쓴다. 모여드는 악마구리.”
[김선초]
(여자) “비가 온다. 어서 덮자. 된장 담은 정구리.”
[김영환]
(남자) “젊은 색씨 탐만 내는 주책없는 박통대구리.”
[김선초]
(여자) “무슨 설움 그리, 그리 많아 슬피우나 청개구리.”
[김영환]
(남자) “과일 사서 담아둘까 조그마한 대소쿠리.”
[김선초]
(여자) “또 틀렸어요. 그건 쿠리지 어디 구립니까? 자, 이번에는 뱅이격깁니다.”
[김영환]
(남자) “예스 오라이 뱅이격기.”
[김선초]
(여자) “유월 연풍에 잔뱅이.”
[김영환]
(남자) “시원한 뱅이지.”
[김선초]
(여자) “아, 얼른 해요.”
[김영환]
(남자) “아 옳아 참, 난쟁이가 물었다 곰뱅이.”
[김선초]
(여자) “마른 궁둥이에 쫌뱅이.”
[김영환]
(남자) “주야장천에 게으름뱅이.”
[김선초]
(여자) “삼식 주식 주린뱅이.”
[김영환]
(남자) “아아 불쌍하군. 불쌍해.”
[김선초]
(여자) “아니, 이건 뭐요? 얼른 하지 않고?”
[김영환]
(남자) “옳아 참, 아참 저녁 딱정뱅이.”
[김선초]
(여자) “한푼 없는 건달뱅이.”
[김영환]
(남자) “우박 맞은 얽은뱅이.”
[김선초]
(여자) “사면팔방 돌림뱅이.”
[김영환]
(남자) “콩 심어라 절름뱅이.”
[김선초]
(여자) “백사천사 안달뱅이.”
[김영환]
(남자) “맞아 죽을 벼락뱅이.”
[김선초]
(여자) “방정맞은 주정뱅이.”
[김영환]
(남자) “설렁탕은 뚝배기.”
[김선초]
(여자) “그건 틀렸어요.”
[김영환]
(남자) “어째 틀려? 몰라 그렇지 설렁탕은 뚝배기에 담아 먹어야 좋다우.”
[김선초]
(여자) “뚝배기면 백이지 어디 뱅인가요?”
[김영환]
(남자) “아하 그럴까나. 못도 생긴 어린뱅이.”
[김선초]
(여자) “불쌍하다 가난뱅이.”
[김영환]
(남자) “눈물 나는군. 가엾어라 설움뱅이.”
[김선초]
(여자) “중국 배우 매란뱅이.”
[김영환]
(남자) “이야 요것 봐라. 반했구나 조랑뱅이.”
[김선초]
(여자) “내가 언제 반해요?”
[김영환]
(남자) “옳아 참 당신 이름이 조남방 씨지요?”
[김선초]
(여자) “말도 못할 깍정뱅이.”
[김영환]
(남자) “여보! 어째 내가 말도 못할 사람이요?”
[김선초]
(여자) “옳아 참 당신의 이름이 박정방씨지요?”
[김영환]
(남자) “거 말 조심하시우?”
[김선초]
(여자) “피차에 그렇소이다.”
[김영환]
(남자) “이수 세는 앉은뱅이.”
[김선초]
(여자) “부자집에 드난뱅이.”
[김영환]
(남자) “무, 무사분주 헐렁뱅이.”
[김선초]
(여자) “너무 높다운 지팽이.”
[김영환]
(남자) “너무 얕다운 지팽이.”
[김선초]
(여자) “이거 어째 남의 흉내만 낼려구 드슈 글쎄.”
[김영환]
(남자) “방망이로 골통을 후려 갈길뱅이, 죽을뱅이, 살뱅이, 무남뱅이, 납짝뱅이, 술 한잔 먹고 싶다뱅이, 아 주머니가 털털뱅이, 건달뱅이, 안달뱅이, 그 뱅이가 내 뱅뱅. 아니 근데 이거 어떻게 된 뱅이가 이런 뱅이가 쏟아질까.”
[김선초]
(여자) “하하하하하하. 아니 이게 모두 무슨 엉터리 없는 뱅이요 글쎼.”
[김영환]
(남자) “예라 요 깍정뱅이.”
[김선초]
(여자) “예라 요 부렁뱅이.”
[김영환]
(남자) “예라 요요요요 아 사랑의 산덩이다.”
34) 아동비극 종수의 설움(鶴秀峰 作)
원반: Columbia 40402-A(21557)
兒童悲劇 鍾洙의설음(一)(鶴秀峰作)
金永煥 金仙草 李月波
Columbia 40402-B(21558)
兒童悲劇 鍾洙의설음(二)(鶴秀峰作)
金永煥 金仙草 李月波
Columbia 40403-A(21559)
兒童悲劇 鍾洙의설음(三)(鶴秀峰作)
金永煥 金仙草 李月波
Columbia 40403-B(21560)
兒童悲劇 鍾洙의설음(四)(鶴秀峰作)
金永煥 金仙草 李月波
녹음: 1931년
설명, 감룡(일부), 감룡의 아버지, 사과장수: 김영환
종수, 노래: 김선초
감룡, 감룡의 친구, 선생님, 종수의 외삼촌: 이월파
배경음악, 노래 반주: 관현악
[김영환]
(설명) 낳은지 세살 적에 어머니는 죽구 아버지는 살아있다고 하나 어데가 있는지 알지도 못하며 어린 몸이 외삼촌의 손에서 자라난지 열두살 되던 해에 무슨 일인지 외삼촌은 어떤 부자의 집에 불을 놓았다가 방화범으로 붙들리어 감옥으로 들어간 그때부터 사고무친한 어린 몸은 이웃 동리의 어느 집 더부살이로 들어가 가진 학대와 설움을 받으면서 일년 동안을 살았으나 눈물도 없는 주인은 그가 열두살이 된 지금에 일년 동안 고용살이 삯전이라고 겨우 돈 삼전을 주어 그를 쫓아내버리고 말았다.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쫓겨나온 불쌍한 종수, 지금에는 어머니도 없고 저를 길러주던 외삼촌 마저 없는 형편이라 어디 가서 그 한몸을 의지할까. 종수는 어머니와 외삼촌이 살던 동리로 찾아가 보았으나 아무도 그를 맞아주는 이가 없었다. 그는 때때로 외삼촌을 따라가 보던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갔다. 말없이 잠든 어머니의 무덤에는 새봄이 왔다고 어린 풀이 파릇파릇 속잎들을 들어내고 있었다. 종수는 어머니의 무덤에 얼굴을 대고,
[김선초]
(종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저는 어떻게 해야 하오. 어데라도 갈 데가 있어야지요.”
[김영환]
(설명) 두번 세번 불러도 어머니는 아무 대답도 아니해 주었다. 종수는 어찌도 설운지 고만 엎드러져 두 눈에 눈물이 비와 같이 흐른다.
[김선초]
(종수) “어머니! 저는 아무데도 갈 데가 없어요. 외삼촌도 없고 일가집도 없고 어디 가서 의지할 데가 있어야지요. 흐흑. 어찌도 설운지, 그래서 어머니를 찾아왔는데 왜 아무 말씀도 좀 안해주세요. 흐흐흑.”
[김영환]
(설명) 종수는 이같이 설운 원정을 하며 왼종일 앉아 울었으나 어머니의 잠든 무덤은 그저 아무 대답도 없구 봄날의 지루한 해도 발써 서쪽 하날로 절반이나 기울어졌다. 종수는 할 수 없이 어머니의 무덤에 하직을 드립니다.
[김선초]
(종수) “어머니! 저는 갑니다. 하지만 어데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때가 되면 뉘집에 가서 구박을 받고 밥 한술이라도 얻어 먹으며 밤이 되면 잠잘 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른답니다. 어머니! 종수는 가요.”
[김영환]
(설명) 어머니의 무덤을 하직하면서 거치로운 파도 우에 첫걸음을 옮겨놓는 종수, 인정 조차 냉각하여진 이 세상에 흘러가는 어린 몸은 장차에 어느 곳으로!
[김선초]
(종수) “어머니 꼭 약속해 드립니다. 어떻게라도 공부를 해가지고 장래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어머니의 무덤 우에 선물을 갖다 놓아드리리다. 어머니! 저는 가요.
(종수, 노래)
의지없는 세상에 저를 두시고
눈물겨운 황천길을 어이나 갔어요?
쓸쓸한 이 마음에 해는 집니다.
어머니! 내 어머니 언제나 오서요.”(Columbia 40402-A 녹음 끝)
(노래) 버들피리 피리피리 소래 종달새가 춤추네.
강남 갔든 제비들 내 집으로 왔구나.
지화자 좋다 동무들아 새 봄이 왔다. 일하자.
[김영환]
(설명) 종수의 고향에서 한 백여리 되는 어느 적은 도회지의 시가 밖이다.
[이월파]
(감룡의 친구) “얘, 좀 갔냐? 저기 사과장수가 사과짐을 보태놓고 어디루 갔는데 우리 가, 가설랑은 사과 훔쳐 먹지 않을래?”
[김영환]
(감룡) “그래 그래. 얼른 가서 훔쳐 먹자.”
(설명) 장난을 하고 놀던 아해들이 이같이 작정을 하고 마참 쫓아가려 할 때,
[김선초]
(종수) “얘들아! 그런 짓들 허문 못쓴다. 남의 것을 훔쳐 먹으문 도적놈이야. 그런 못된 짓들을 하문 어떡허니?”
[김영환]
(설명) 지나가든 종수가 이같이 말리었으나 아해들은 들은 체도 아니하고 그대로 쫓아가 사과를 훔치었다.
[이월파]
(감룡의 친구) “감룡아! 나는 세개 훔쳤다. 너 얼른 훔쳐가지구 이리 오너라 나는 먼저 달아날테니. 응?”
[김영환]
(설명) 한 아해는 훔쳐가지고 먼저 달아나고 감룡이란 아해가 방금 훔치려고 할 즈음에,
(사과장수) “아 요놈아! 아 조런 쥐새끼 같은 도적놈 좀 봐. 요놈아 어딜 달아나?”
(설명) 사과장수는 감룡이를 붙들어 가지고 함부로 때려줍니다.
[이월파]
(감룡) “아이그 아이그그 살려주세요. 다시 안그러겠습니다. 에이그 살려줍쇼.”
[김영환]
(사과장수) “요놈아! 눈깔사탕만한 것이 어느새부터 도적질이야? 요눔! 요눔의 자식! 뉘집의 자식이냐? 요눔! 요눔!”
[이월파]
(감룡) “아이그그그그 살려줍쇼. 살려줍쇼. 다시 안그러겠습니다.”
[김영환]
(사과장수) “요눔! 내가 개고기 사과장수로 유명한 사람인데 소식을 몰르고 내 것을 훔쳐가? 요놈아!”
(설명) 종수는 참고 볼 수가 없어 사과장사에게 매달리었다.
[김선초]
(종수) “사과장수 아저씨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안그럴 것입니다.”
[김영환]
(사과장수) “무엇이 어째? 오 요놈아! 너도 요놈하고 한통속이로구나? 그러면 너도 좀 맞아야 할 걸?”
[김선초]
(종수) “아이고 저는 아니에요. 하지만 사과값이 얼마인지 일러주시면 제가 물어드리지요.”
[김영환]
(사과장수) “세개를 훔쳐갔으니깐 한개에 일전씩 삼전이야. 네가 물어놓겠니?”
[김선초]
(종수) “네. 제가 드릴테니 얘는 놓아주세요?”
[김영환]
(설명) 일년 동안의 고용살이 삯전! 얻어먹어 오면서 꼭 지니고 오던 그돈 삼전도 남을 구해주기 위해서는 주저하지 않고 종수는 내어놓았다.
[김선초]
(종수) “자, 돈을 받으셨으니 얘는 이제 놓아주셔야지요?”
[김영환]
(사과장수) “안돼 이놈아! 이돈 삼전은 발써 훔쳐가지고 달아난 그 사과값이요, 아즉도 요놈은 절도미수죄라는 죄 하나가 더 남아있으니까 그 죄값으로 좀 더 맞아야 해.”
[김선초]
(종수) “그게 무슨 경우에요?”
[김영환]
(사과장수) “요놈아 그래도 법률이 그렇지 않아? 너 법률도 여태까지 못배웠구나? 너 가서 법률 문서책 들여다봐라 거기에 죄다 있을테니. 요눔아! 더 맞아라 절도미수다.”
[이월파]
(감룡) “에이고고고 에이고고고 에이 살려주십쇼. 살려주십쇼. 살려주십쇼.”
[김영환]
(설명) 종수는 할 수 없이 꾀를 쓴다.
[김선초]
(종수) “요! 사과장사 아저씨 내가 훔쳐가져 가오.”
[김영환]
(사과장수) “뭣이 어째?”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설명) 사과장수가 감룡이를 놓고 종수를 붙잡으려고 쫓아갈 때 종수는 얼른 다시 돌아와 사과를 도로 놓았다.
[김선초]
(종수) “얘야 이틈에 얼른 달아나거라.”
[김영환]
(설명) 종수는 이리하야 감룡이를 도망시켜 주고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인정머리 없는 사과장수의 분통만 터트리어 주었습니다.
(사과장수) “원 고놈이 날쌔긴 허군. 다람쥐세끼 이상을. 아휴, 아휴 숨이 차. 아휴 숨이 차.”(Columbia 40402-B 녹음 끝)
[김영환]
(설명) 동리집 문전을 다 뒤지다시피하야 겨우 저녁밥을 얻어먹고 종수는 잠잘 곳이 없어 정자나무 아래에 외로히 앉아서 이 노래를 불렀다.
[김선초] (종수, 노래)
“내 어머니 가신 곳 그 어느 곳인가.
어머니 계신 앞에 가고 싶어요.
이 세상은 넓다 해도 끝이 없는 절망
오늘밤은 어디에서 울며 새울까.
[김영환]
(감룡의 아버지) “니가 종수라는 아해냐?”
[김선초]
(종수) “네, 그렇습니다.”
[김영환]
(감룡의 아버지) “그래 네가 오늘 낮에 우리 감룡이가 얻어맞는 것을 말려주었다지? 착한 아해다. 그래 너의 집이 어디냐?”
[김선초]
(종수) “저는 집도 없고 아무도 없어요.”
[김영환]
(감룡의 아버지) “어머니, 아버지도 안계시냐?”
(설명) 종수는 이 말에 눈물이 핑돌며,
[김선초]
(종수) “어머니는 제가 세살 적에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계신다지만 어디 계신지도 몰라서 혹시 찾을 수나 있을까 하고 이렇게 나온 길이랍니다.”
[김영환]
(감룡의 아버지) “일가 집에 가서 물어보지 왜 그랬니?”
[김선초]
(종수) “일가도 아무도 없고 외삼촌이 한분 계셨지만 작년에 붙들려 감옥으로 들어가신 뒤로는 소식을 모른답니다.”
[김영환]
(감룡의 아버지) “뭐? 감옥으루?”
(설명) 무슨 일인가 감룡 아버지의 기색은 변하여진다.
(감룡의 아버지) “종수야! 네 고향이 그럼 오류촌이라는 거기냐?”
[김선초]
(종수)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아세요?”
[김영환]
(감룡의 아버지) “그래 너희 외삼촌이 방화죄로 붙들려 갔다고 그러드냐?”
[김선초]
(종수)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아세요?”
[김영환]
(설명) 흡사히 아버지나 만난 것처럼 종수의 가슴은 한없이 뛰놀며 눈물에 젖은 맑은 눈동자는 그 무슨 반가운 대답이나 기다리는지 감룡 아버지의 얼굴만 살피고 있었다.
[김선초]
(종수) “어르신네 왜 우세요, 네?”
[김영환]
(감룡의 아버지) “아니다.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부다.”
(설명) 까닭을 알 수가 없는 감룡 아버지의 눈물이 어린 종수의 가슴에 한량없이 크나큰 의혹을 일으켜 주었다.
[김선초]
(종수) “왜 우세요? 어르신네! 그러면 혹시 어르신네가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우리 아버지가 아니신가요?”
[김영환]
(감룡의 아버지) “아니다 종수야. 나는 너의 아버지가 아니다.”
[김선초]
(종수) “그러면 어째서 이렇게 우세요? 열세살이 된 오늘날까지 저를 보고 우시는 어른은 제가 지금 여기서 처음이에요. 여보세요 어르신네! 암만해도 저는 의심이 생겨요. 어르신네가 우리 아버지거든 어서 그렇다고 대답을 좀 해주세요. 저는 이날 이때까지 한번도 아버지를 불러본지가 없었답니다.”
[김영환]
(감룡의 아버지) “종수야! 나는 너의 아버지가 아니다마는 그렇게도 아버지가 보고 싶으냐?”
[김선초]
(종수) “어르신네! 어르신네가 우리 아버지가 아니시드래도 지금 여기서만 살그머니 그렇다고 대답을 좀 들려주세요. 네?”
[김영환]
(감룡의 아버지) “종수야! 그렇게라도 해서 어린 네 설움이 조금이라도 덜해질 것 같거든 아아 아무도 없는 데서는 날더러 아버지라고 불러라 응?”
[김선초]
(종수) “오 아버지!”
[김영환]
(설명) 아버지를 부르며 안겨드는 종수를 감룡의 아버지는 무슨 일로 힘있게 그를 안고 눈물이 비오듯 할까? 종수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확실한 내 아버지의 품에 안긴 것이다. 감룡 아버지 서상균은 종수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Columbia 40403-A 녹음 끝) 종수는 날마다 학교에 부지런히 다녀 열심히 공부하는 까닭으루 어느덧 그는 읍내 소학교의 모범생이 되었고 감룡이는 학교에도 안가구 책보를 쓰레기통 뒤에다가 감추어 두고는 못된 동무들과 같이 몰리어 다니면서 장난만 하지요. 그 때문에 감룡이 어머니는 시기를 해서 날이면 날마다 죄없는 종수를 공연히 때려주며 어떤 때로는 밥도 주지를 않았습니다. 오늘도 종수는 학교를 왔으나 엊저녁과 오늘 아츰 밥을 두끼씩이나 얻어먹지 못했습니다.
[이월파]
(선생님) “종수야! 니가 지은 죄를 다른 아해에게 씌우지 않고 정직허게 자백하는 것은 더욱 아름다운 일이다마는 이 학교의 모범생인 네가 오늘은 어찌해서 남의 벤또를 훔쳐 먹었단 말이냐?”
[김선초]
(종수) “선생님!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안그러겠습니다.”
[이월파]
(선생님) “글쎄, 네가 다시 그런 짓을 아니허리라는 것은 내가 잘 아는 바이나 평생 그렇지 않든 네가 그런 짓을 허기까지에는 필시 무슨 까닭이 있었든 것이니 하나도 숨기지 말고 바른대로 말을 해보아라.”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김선초]
(종수) “선생님! 저는 엊저녁과 오늘 아침 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어찌도 배가 고픈지 견디다 못해서 동무의 점심을 훔쳐 먹은 것이에요. 다시는 안그러겠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이월파]
(선생님) “종수야! 밥을 주지 않애서 못먹었단 말이냐, 그렇지 않으면 네가 안먹어서 그리 됐단 말이냐 응?”
[김영환]
(설명) 이말에 종수는 머뭇거리였으니 자기를 구해준 은인의 집을 못되게 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든 것이다.
[김선초]
(종수) “아니에요. 밥을 먹으라고 하셨지만 제가, 제가 병이 나서, 병이 나서 먹지를 않았어요.”
[이월파]
(선생님) “종수야! 그만하면 알겠다. 너의 그 아름다운 마음은 일일이 칭찬하기도 어렵다. 아무쪼록 그 착한 마음을 변치 말고 한결같이 나가면 반다시 이후에 훌륭헌 사람이 될 것이다. 선생님이 너의 주인을 찾아보러 가기도 허겠지만 다음부터는 만일 밥을 얻어먹지 못허는 때가 있거든 언제든지 이 선생님의 집으루 찾어오너라 응?”
[김선초]
(종수) “선생님! 고맙습니다. 흐흐흑.”
[김영환]
(설명) 종수가 학교에서 돌아가는 길에 마참 강물을 지나다가 바라보니 감룡이가 동무들과 헤엄을 치다가 빠져 죽게 되었으므로 종수는 불이나게 강물로 쫓아들어가 감룡이를 구해내었으나 그 대신 어린 몸에 기운이 지쳐 되리어 종수의 생명이 위태하게 되었을때 때마참 지나가던 어떤 남자가 옷도 벗지 않고 그대로 물속으로 뛰어들어가 종수를 구해가지고 언덕으로 올라왔다.
[이월파]
(종수의 외삼촌) “오 종수야! 네가 웬일이냐 응?”
[김선초]
(종수) “오 아저씨! 웬일입니까 네? 아저씨!”
[이월파]
(종수의 외삼촌) “오냐, 나는 오늘 나오는 길이다만 네가 어찌해서 여기 와있게 되었니?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되었드란 말이냐?”
[김영환]
(설명) 형무소에서 나온 외삼촌은 종수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전신을 떨고 있을 때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감룡의 어머니가 쫓아와 종수를 품에 안고 감룡의 생명을 구해준 것을 칭찬해주며 아버지도 오고 학교의 선생님도 왔다.
[이월파]
(종수의 외삼촌) “상균씨! 지주라는 세력으로 내 누이의 정조를 뺏은 뒤에 내 누이를 버렸지요? 종수는 당신의 아들입니다. 누이의 원수를 갚아주려고 당신의 집에 불을 지르다가 붙들리어 가서 일년 동안을 살고 인제 나왔습니다만 이 자식을 당신의 앞에 두고 보니 당신의 마음이 으떠허십니까?”
[김영환]
(감룡의 아버지) “용서하십시요. 나는 진정으로 후회합니다.”
(설명) 이리하여 모든 것은 한줄기 뜨거운 인정의 눈물로 원만이 해결이 되여 감룡의 어머니는 종수를 친아들이나 다름없이 사랑하여 주게 되었다. 마음이 깨끗하고 정직한 종수는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어 어머니의 무덤에 좋은 선물을 갖다 놓았을 것을 믿는 바입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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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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