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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한국음반학 제6호](서울:한국고음반연구회, 1996년) 409~547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명창 박록주 녹음 등 국악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 있기에 여기 올려봅니다.
상기 유성기음반:김영환 등 녹음,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김영환의 영화설명·넌센스·극 유성기음반 대본(콜럼비아 음반)<1>
글,사설 채록/盧載明(국악음반박물관장, 한국고음반연구회원)
= 차례 =
1.머리말
2.김영환의 영화설명, 넌센스, 극 유성기음반 대본(콜럼비아 음반) 목록
3.김영환의 콜럼비아 음반 대본
1. 머리말
본 자료는 일제 때 무성영화 변사(해설가)로 이름을 떨친 김영환이 일본 콜럼비아 음반회사에서 취입한 유성기음반의 대본을 채록한 것이다.
무성영화란 토키 영화 이전에 제작된, 녹음없이 촬영만 한 활동사진을 말한다. 활동 사진이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은 1903년 무렵이다.
우리나라에 상영된 초기의 활동사진은 일본인이나 미국인의 전차 선전이나 담배 선전 사업에 주로 이용되었다. 이러한 활동사진(무성영화)은 1900년대까지는
주로 활동사진 관람소나 원각사, 광무대 같은 공연장에서 관객을 모았지만 1910년 무렵부터는 서울 장안에 활동사진을 전문으로 상영하는 영화관이 많이 생겨났다.
변사는 흔히 무성영화의 별이라고들 한다. 영화에서 스타는 역시 연기자들이겠지만 무성영화 시대에는 변사의 인기가 오히려 연기자들을 능가했다.
무성영화 시대에는 관객을 웃기고 울리는 열쇠를 쥐고 있던 그들 변사의 역량이 영화의 흥행을 좌우했다.
변사가 활동한 시기는 190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이다. 당시 각광받았던 변사로는 김덕경, 김영환, 김조성, 김파영, 김학근, 박응면, 박창원, 서상필,
서상호, 서재원, 성동호, 우정식, 윤화, 이병조, 이병호, 이승우, 이우흥, 최병룡, 최종대를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유성기음반을 남긴 사람은 김영환,
김조성, 서상필, 성동호, 이우흥이다.
김영환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김영환(金永煥)은 1890년대 중반 진주에서 태어나 일제 말기에 작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아니스트 김영환(金永煥, 1893~1978, 평양 출생)과는 동명이인이다.
배뱅이굿 인간문화재 이은관의 증언에 의하면 변사 김영환은 대중가요 가수 김정구의 형이라 한다.(1996.1.27. 서울시 종로구 장사동 130-1 삼성빌딩 4층
이은관 서도소리 전수소에서 증언) 그러나 김정구의 형은 변사 김영환이 아니라 가수 김용환이다. 이은관 명창이 아마도 기억을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아있는 김영환의 사진들을 보면 안경을 썼고 넥타이에 양복 차림이다. 당시로서는 무척 세련된 외모인데다 지적인 분위기의 목소리까지 겸비하여
일제 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김영환의 영화 해설은 작품의 분위기에 맞게 상황에 따라 감정의 강약을 조절하여 영화의 절정 부분을 절묘하게 살려내는 데
매력이 있다. 특히 ‘장한몽’과 같은 애정 영화에서는 그의 특출난 예술적 감각이 한층 더 돋보인다.
1930년에 김영환이 일본 콜럼비아 음반회사에서 취입한 ‘영화해설 역려(3)’(映畵解說 歷旅 三) 음반(Columbia 40287-A)에 의하면 김영환은 서상호,
김덕경으로부터 영화해설을 배웠다 한다.
김영환은 작사, 작곡자로도 활동했다. 김영환은 김서정(金曙汀)이라는 필명으로 곡을 발표했는데 그의 대표작은 <낙화유수>(이정숙 노래), <봄노래 부르자>
(채규엽 노래)이다. <낙화유수>는 1927년에 제작된 동명의 영화 주제곡이었다. <낙화유수>와 <봄노래 부르자>는 일제 때 저항가요로 널리 불렸는데 특히
<봄노래 부르자> 음반은 일제 때 발매가 금지되기도 했다. 지금은 <낙화유수>가 <강남 달>, <봄노래 부르자>는 <봄노래>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 달>은 1960년대 KBS라디오 방송 ‘그리운 옛 노래’의 테마곡으로 방송된 바 있다.
김영환은 <낙화유수>, <봄노래 부르자> 외에도 <세 동무>(채동원 노래), <암로(暗路)>(김연실, 강석연 노래), <강남 제비>(김연실, 신카나리아 노래),
<포구의 달빛>(최향화 노래), <왜 그럴까요, 네?>(김선초 노래), <사랑하여 드리지요>(김선초 노래), <산국화>(김창배 노래)와 같은 곡을 지었다.
<세 동무>는 동명의 영화 주제곡이었다.
김영환은 지요노좌(干代座)가 조직한 ‘아리랑 가무극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김영환은 다음과 같은 활동을 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신문 기록을 모두 정리한 것이다.
● 단성사 장화홍련전. 제작金永煥, 감독朴晶鉉, 촬영李弼雨 等. 大盛況
(1924.9.13.[조선일보])
● 團成社 演藝部 地方巡業隊의 불친절. 去二十五日부터 統營劇場에서 영사中인
金永煥 一行의 태도에 대해(1924.9.30.[조선일보])
● 團成社 撮影部新設. 目下 第一回作品 製作中인바 題名은 金永煥 原作의
‘落花流水’로 李龜永감독 鄭巖주연으로 來月中旬頃에 封切될터(1927.8.17.
[조선일보])
● 仁川靑年同盟의 映寫會. 本報支局後援下에 來二十日 解說者 金永煥氏를 초청
仁川 愛館에서 沈淸傳 薔花紅蓮傳 等(1928.12.19.[조선일보])
● 未久에 完成할 映畵. 中央키네마社 ‘約婚’은 八峰金基鎭 原作, 金永煥 監督.
金剛키네마社 ‘종소래’는 金尙鎭 監督, 李源鎔 主演(1929.2.12.[조선일보])
● “流行歌謠에 대하여”(諸氏의 意見) 兪鎭泰 朴昊辰 金昶濟 黃禽奎 金永煥
張錫泰 張膺震 李潤柱 安在鶴 金鳴鎭(1929.10.12～10.20.[조선일보])
● 朝鮮映畵製作聯盟 ‘明日의 女性’ 製作. 原作·監督洪開明 脚色金曙汀(金永煥)
撮影韓昌燮 出演金靜淑·金蓮實·尹逢春·李英淑·朴正攝·徐月影·林雲鶴 等
(1931.4.15.[조선일보])
● 콜럼비아 朝鮮歌謠新吹入. 1931년 8월 30일 콜럼비아축음기社 경성지점
李源培의 引率로 金永煥 姜石燕 蔡奎燁 等 諸氏 同社關西吹入所인
大阪으로 出發(출발하는 일행 사진이 실려있음)(1931.9.4.[조선일보])
● 시에론레코드의 김영환, 김창배, 이원재, 나선교 일행이 조선일보 옥천지국
후원 아래 1934년 10월 27일부터 흥행 중(1934.11.6.[조선일보])
● 金永煥 一行 영화 상영. 來二十一日 宣川來着 本報支局 後援으로(1935.3.20.
[조선일보])
● 讀者 慰安의 밤. 本報大田支局 主催로 去十一日 公會堂에서 故羅雲奎君
作品外 三篇 上映. 解說 金永煥(1938.8.13.[조선일보])
상기 신문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김영환은 영화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고(1924년 ‘장화홍련전’) 영화 대본을 쓰기도 했으며(1927년 ‘낙화유수’)
영화 각색을 맡기도 했다.(1931년 ‘명일의 여성’)
그리고 대중가요에 대한 평론을 신문에 발표한 바 있고(1929년 10월 [조선일보] “유행가요에 대하여”) 영화 감독을 맡기도 했다.(1928년 ‘세 동무’, 1929년
‘약혼’, 1930년 ‘젊은이의 노래’)
[한국연예대감](성영문화사, 1962) 399쪽을 보면 1919년이 김영환의 전성시기였다 한다. 그러나 옛 신문을 찾아보면 위에 정리해 놓은 바와 같이 1919년
무렵에는 김영환의 활동 기록이 보이지 않으며 1924년부터 김영환에 대한 기사가 나타난다.
김영환은 일본 콜럼비아, 빅타, 시에론 음반회사에서 영화설명, 넌센스 등을 유성기음반에 취입했다. 콜럼비아에서는 1928~1931년, 빅타에서는 1928년,
시에론에서는 1934년에 녹음하였다.
김영환이 일본 콜럼비아 음반회사에 남긴 녹음 가운데 유성기 원반이 분실된 것이 몇가지 있다. 본 자료편에는 그의 콜럼비아 녹음 가운데 유성기 원반이
남아있는 것만 대상으로 하여 대본을 채록하였다.
김영환이 일본 빅타 음반회사에서 취입한 것은 영화설명 ‘희무정’(Victor 49016-A·B 김영환, 단성사관현악단), ‘백장미’(Victor 49040-A·B 김영환,
단성사관현악단), ‘곡예단’(Victor KJ-1097-A·B 김영환), 영화극 ‘낙화유수’(Victor 49017-A·B 김영환, 복혜숙, 유경이, 단성사관현악단), 넌센스 ‘新장타령’,
‘추풍감기곡’(Victor KJ-1088-A·B 김영환, 신은봉), ‘사랑은 학질’(Victor KJ-1095-A·B 김영환, 신은봉) 등이다. 그리고 시에론 음반회사에서는 ‘母性悲劇
어머니 무덤에’(Chieron 174-A·B 김영환, 김선영, 김창배, 남궁선) 등을 취입하였다.
이와 같이 김영환은 영화를 해설, 제작, 감독, 각색하고 대중가요를 작사, 작곡, 평론하고 60여장의 유성기음반(약 6시간 분량)을 취입하는 등 한국대중예술
분야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이 자료편을 통해서 일제시대의 대표적인 무성영화 변사 김영환의 대본을 일부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 자료편에 실린 김영환의 영화극,
영화설명, 영화해설 역려, 영화만곡, 희가극, 넌센스, 아동비극 대본을 통해서 그의 다재다능한 예술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막간 가수들이 어떤 식으로
영화에 참여하여 삽입 가요를 불렀는가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영환의 유성기음반을 들어보면 그와 더불어 여러 가수들이 취입에 참여했음을 알 수 있는데 채규엽, 이애리수, 강석연, 김선초, 석금성 등 당대의 유명한
가수들의 음성이 곳곳에 담겨있다.
본 자료편에 실린 대본 가운데 영화극으로 각색된 판소리 ‘춘향전’과 ‘심청전’을 통해서 우리는 박록주와 같은 명창들이 영화계에 진출하여 활동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장한몽’(長恨夢), ‘불여귀’(不如歸)와 같은 음반에서는 당시 영화 관계자들이 정악 대금 명인 김계선의 단소 반주, 명창 김향란의
민요를 가미하는 등 우리 정서에 맞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자료편을 통해서 일제시대의 대표적인 무성영화 ‘장한몽’, ‘세 동무’, ‘쌍옥루’, ‘춘희’, ‘개척자’, ‘종소리’, ‘풍운아’, ‘젊은이의 노래’ 등을 접할 수
있으며 김영환, 신불출 등이 유행시킨 넌센스(현대식 재담, 코미디)라는 장르 또한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해설 역려’(映畵解說 歷旅) 음반의
대본을 통해서 무성영화의 변천사와 역대 변사들의 활약상을 엿볼 수 있고 희가극 ‘레코드카페’를 통해서는 당시 카페가 대중음악 확산의 중요 거점이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실린 대본의 전녹음은 현재 일본 콜럼비아 음반회사에 유성기 원반으로 보관되어 있으며 한국의 음반회사(엘지미디어)와 방송국(KBS)을 통해서
그 복사본이 국내에 들어와 있다.
본 자료편에 실린 유성기음반의 서지사항은 음반 표면이나 음반 가사지, 신문의 음반 광고에 기록된 원문 그대로 옮겨 놓았으며 녹음시기는 필자가 고증한
것을 명시해 놓았다.
여기에 실린 대본들은 유성기음반을 듣고 채록한 것으로서 녹음자의 발음이나 음질 상태에 따라 간혹 해독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
2. 김영환의 영화설명, 넌센스, 극 유성기음반 대본(콜럼비아 음반) 목록
본 자료편에 실린 대본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영화극으로 각색된 판소리 춘향전
김영환 이애리수 윤혁 박록주
2) 영화극으로 각색된 판소리 심청전
김영환 복혜숙 박록주
3) 영화극 장한몽
김영환 서월영 복혜숙 김향란 김계선
4) 영화극 어촌정화(漁村情話) 세 동무
김영환
5) 영화극 인정비극(人情悲劇) 쌍옥루(雙玉淚)
김영환 이경손 복혜숙
6) 영화극 열사(熱砂)의 무(舞)
김영환
7) 영화극 춘희
김영환 복혜숙
8) 영화극 개척자
김영환 윤혁 이애리수
9) 영화극 종소리
김영환 윤혁 이애리수
10) 영화설명 칼멘
김영환 외
11) 영화설명 불여귀(不如歸)
김영환 복혜숙 김향란 김계선
12) 영화설명 하느님 잃은 동리
김영환 복혜숙
13) 영화설명 봉작(蜂雀)
김영환
14) 영화설명 풍운아
김영환 이애리수
15) 영화설명 동도(東道)
김영환
16) 영화설명 회심곡
김영환 강석연
17) 영화설명 볼카
김영환 이애리수
18) 영화설명 유랑
김영환 이애리수
19) 영화설명 장화홍련전
김영환
20) 영화설명 젊은이의 노래
김영환 석금성
21) 영화설명 설명 레뷔
희무정·백장미·명금·침묵·춘희·부활
김영환 이애리수
22) 영화해설 역려(映畵解說 歷旅)
김영환
23) 영화만곡 레코드대회
김영환 이애리수 강석연
24) 희가극 레코드카페
김영환 강석연 김선초 채규엽
25) 넌센스 여군 습격
김영환 김선초 강석연
26) 넌센스 꼴불견 전집
김영환 김선초
27) 넌센스 산수탈이야
김영환 김선초 이월화
28) 넌센스 엘벨셀 의학박사
김영환 김선초 이월화
29) 넌센스 만물상
김영환 김선초
30) 넌센스 늙은 처녀
김영환 김선초 문숙방 이월화 외
31) 넌센스 연애자전(戀愛字典)
김영환 김선초
32) 넌센스 내외(內外) 싸움
김영환 김선초 문숙방 김영성
33) 넌센스 백이격기·구리격기·뱅이격기
김영환 김선초
34) 아동비극 종수의 설움
김영환 김선초 이월파
3. 김영환의 콜럼비아 음반 대본
1) 영화극으로 각색된 판소리 춘향전
원반: Columbia 40146-A(21333)
劇 春香傳(一)
金永煥 李애리스 尹赫 朴綠珠
Columbia 40146-B(21334)
劇 春香傳(二)
金永煥 李애리스 尹赫 朴綠珠
Columbia 40147-A(21335)
劇 春香傳(三)
金永煥 李애리스 尹赫 朴綠珠
Columbia 40147-B(21336)
劇 春香傳(四)
金永煥 李애리스 尹赫 朴綠珠
녹음: 1930년
설명·호방·춘향모: 김영환
춘향·향단: 이애리수
이도령·변사또: 윤혁
판소리(춘향·어사·춘향모·호방·기생): 박록주
고수: 미상
[김영환]
(설명) 남원부사가 승차하야 동부승지 당상하고 내직으로 옮긴 것이 춘향이와 이도령의 사랑을 깨뜨리어 만고정열 춘향 절개 천추까지 빛내었다.
[박록주]
(판소리 춘향가 중 <이별가> 일부, 진양조 장단, 고수 미상)
(춘향) “천지 삼겨 사람 나고 사람 나서 글을 질 저, 뜻 ‘정’자 이별 ‘별’자 어이하여 내셨든가. 뜻 ‘정’자 삼글자로 이별이 느끼워라.”
[이애리수]
(춘향) “정말 꿈밖입니다. 도련님하고 이렇게 작별될 줄은 정말 생각지 못했어요.”
[윤혁]
(이도령) “나 역시 뜻밖이다. 그러나 사또님 분부에 양반의 자식이 미장가 전에 외방에 첩을 하였다는 소문이 나면 족보에 떼이고 사당 참례까지 못하게 한다 하니 이 아니 난처하냐.”
[이애리수]
(춘향) “도련님! 너무 상심치 마세요. 저같이 천한 몸으로서 이번 행차에 따라가려는 것이 잘못됐지요. 그러나 작년 오월 단오날 밤에 도련님은 거기 앉으시구 춘향 저는 여기 앉어,”
[박록주]
(판소리 춘향가 중 <이별가> 일부, 진양조 장단, 고수 미상)
(춘향) “상전이 벽해 되고 벽해가 상전이 되도록 떠나 사지 마자 허야더니 나는 이 지경이 웬일이요.”
[김영환]
(설명) 도령님은 올라가서 초당에 공부하야 대소과를 마친 뒤에 귀가문에 장가들어 온갖 영화 누리면서 금슬우지 지내일제, 오날같은 하방천처 꿈에인들 생각하리. 춘향이는 이와 같이 생각하고 천지가 아득하야 다시 말을 못이룬다.
[윤혁]
(이도령) “춘향아 우지 마라. 내가 간들 아주 가며 아주 간들 잊겠느냐? 내가 지금 올라가면 지성으로 공부해서 금방에 급제허고 반드시 너를 다려갈 터이니 설워 말고 잘 있거라.”
[김영환]
(설명) 이도령은 품속에서 거울을 내여 울고 있는 춘향 손에 잡혀 주면서 거울같은 장부 마음 천만년인들 변할리가 없을 것을 표해 주었다. 춘향이는 옥지환을 도령님께 드리면서 ‘둥글고 맑은 것은 춘향 절개 같사오니 부대 염려 마옵소서’ 이와 같이 맹세했다.
[이애리수]
(춘향) “도련님! 한양 천리 먼먼 길에 조심하여 올라가세요.”
[윤혁]
(이도령) “오, 춘향아! 천리상사 부대 말고 나 오기만 기다려라.”
[김영환]
(설명) 청강의 노든 원앙 짝을 이룬 거동이요 창파에 나는 백구 벗을 떠난 격이었다. 방자가 부쳐간 이도령의 그림자는 벽오동이 우거진 춘향집 문밖으로 사라졌다.(Columbia 40146-A 녹음 끝) 부민선정 일 안삼고 풍류만 숭상하는 신관 사또 변학도는 남원부에 도임하자 춘향의 소문 듣고 제삼일을 기다리어 육방관속 잠깐 보고 호방을 급히 불러 기생 점고 돈독하니 호방은 영을 들어 안책을 펼쳐 놓고 차례로 호명한다.
[박록주]
(판소리 춘향가 중 <기생점고> 일부, 중중모리 장단, 고수 미상)
(호방) “팔월부용의 군자용, 만당추수 홍련이 왔느냐?”
(홍련) “예, 등대허였소.”
(호방) “장삼 소매를 떠들어 매고 저정거리던 모선이 왔느냐?”
(모선) “예, 등대허였소.”
(호방) “사군불견 반월이 속자유황이 금선이 왔느냐?”
(금선) “예, 등대허였소.”
[김영환]
(설명) 사시장청 귀엽이, 소지노화 월선이, 취향이, 금향이, 난향이, 월향이. 사또가 ‘향’자만 들으면 저절로 가슴이 두근둥했으나 마참내 춘향이는 없었다.
[윤혁]
(변사또) “여봐라!”
[김영환]
(호방) “예.”
[윤혁]
(변사또) “네 고을에 춘향이란 기생이 있다는데 어찌해서 오날 점고에 빠졌느냐?”
[김영환]
(호방) “예, 춘향은 있사오나 기생은 아니옵고 퇴기 월매의 딸이온데 구관 책방 도령님이 머리를 얹혀주어 지금 수절을 하고 있습니다.”
[윤혁]
(변사또) “뭐? 수절을 해? 네 당장에 기한에 착명하고 바삐 현신시켜라.”
[김영환]
(호방) “예.”
(설명) “호방은 영을 듣고 아무리 불렀으나 춘향은 들어오지 않았으므로 사또는 대노하여 춘향 잡아들이라고 추상같은 호령이 부중을 흔들었다.
[박록주]
(판소리 춘향가 중 <군로 사령 나가는 데> 일부, 중중모리 장단, 덜렁제, 고수 미상) 군로 사령이 나간다. 사령 군로가 나간다. 잔속털 벙거지 냄일광단에 안을 받쳐, 진짜 상모를 떡 붙이고 날랠 용자를 딱 붙이고, 궁초 군복 호방대, 걸음 조차 펄렁.
[김영환]
(설명) 광풍에 나비 날듯, 수림간 맹호처럼 충충거려 나아가서 오작교 우에 우뚝 서며,
[박록주]
(판소리 춘향가 중 <군로 사령 나가는 데> 일부, 중중모리 장단, 덜렁제, 고수 미상) ‘이애 춘향아!’ 허고 부르난 소리 원근산천이 떠드렇게도 들린다.
[김영환]
(설명) 이때에 춘향이는 오리정이별 후로 시비를 굳게 잡고 수호금장 나린 채로 실소단장 철폐하고 공주에 홀로 앉아 천리상사 임 그리여 끝없이 탄식할 때, 우악한 군로에게 할 수 없이 붓들리어 관가로 들어가서 사또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남원부사의 권세로도 송죽같은 춘향의 절개만을 꺾지를 못하였다.
[윤혁]
(변사또) “허허, 이런 시절 보소. 조그마한 기생년이 관장을 몰라보고 정절이니 수절이니 엄명을 거역허니 그런 법이 어디 있어.”
[이애리수]
(춘향) “사또님은 양반이라 예절을 아시지요? 수절 부녀를 억탈하면 외면 부모의 도리에 부끄럽지 않으세요?”
[김영환]
(설명) 사또가 그 말 듣고 두 눈이 캄캄, 콧구녁이 맹맹, 망건 탕자가 뚝 끊어지고 상투 옥고가 발끈 뒤집히어 턱을 덜덜 떨드니,
[윤혁]
(변사또) “이리 오너라.”
[김영환]
(호방) “예.”
[윤혁]
(변사또) “저년 잡아 내려라.”
[김영환]
(호방) “예이. 사령! 춘향 잡아나리랍신다.”
(설명) 절개를 지키고자 가련한 춘향이는 형틀에 매달리어 극형을 받으면서 일편단심 먹은 마음 추호도 변치 않고 십장가 노래 속에 속절없이 죽어간다.(Columbia 40146-B 녹음 끝) 이도령은 호남 어사가 되어 내려오던 도중에서 방자를 만나 옥에 갇힌 춘향이의 가긍한 정상과 패구한 변학도의 퇴행을 알았다. 남원 출도를 결정하고 역마 역졸 서리 중방을 각처로 헤친 뒤에 벼잎파립으로 변장하고 독행으로 남원부에 들어왔다. 박석티를 넘어서서 좌우 산천 살펴보니,
[박록주]
(판소리 춘향가 중 <박석티> 일부, 진양조 장단, 고수 미상)
(어사) “산도 예 보던 청산이요, 물도 예 보던 녹수로다. 녹수진경 너룬 뜰은 나 다니든 길이요, 백사청청 유색신은 나구를 매고 노든 데라.”
[김영환]
(설명) 조령산성 다시 보자. 선원사야 무사한가. 광한루야 잘 있느냐. 오작교도 반갑구나. 아득한 모연속에 두루두루 완보하야 춘향집을 찾아간다.
[윤혁]
(어사)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이애리수]
(향단) “누구에요? 아이고 서방님! 이게 웬일이십니까?”
[윤혁]
(어사) “오, 향단이냐? 잘 있었니?”
[김영환]
(설명) 어사또를 부여잡고 향단이가 통곡할 때 춘향모 깜짝놀라 우루루 나오면서
[김영환]
(춘향모) “향단아! 웬일이냐? 누가 왔니?”
[이애리수]
(향단) “마님! 서울 서방님이 오셨어요.”
[김영환]
(춘향모) “뭐? 서울 서방님이 오셨어? 아이구 이 사람아! 이게 누군가? 어디 갔다 인제 오나?”
[박록주]
(판소리 춘향가 중 <어사와 장모> 일부, 중중모리 장단, 고수 미상)
(춘향모) “하날에서 떨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았나. 하운이 다기봉하니 구름 속어 싸여왔나.”
[김영환]
(춘향모) “하나님의 감동인가, 부처님의 도술인가. 옛 모양, 그 얼굴이 그저 있나 어디 보세.”
(설명) 어사또 손을 끌어 방안에 앉힌 뒤에 초초한 그 형상을 자서히 살피더니,
(춘향모) “여보, 이 서방! 아니 이꼴이 이게 웬일인가?”
[윤혁]
(어사) “남아의 일생이란 알 수가 있나? 마치 바다에 뜬 나무조각 같애서 뜰 때도 있고 잠길 때도 있지.”
[김영환]
(설명) 춘향모는 기가 맥히어 말 한마디도 못하고 사지만 벌벌 떨고 있었다. 어느덧 밤이 깊어 하루가 지난 뒤에 어사또는 향단이의 인도를 받아 옥으로 찾아가서 춘향이를 만났다.
[이애리수]
(춘향) “서방님! 정말 반갑습니다. 잘 되어도 내 낭군, 못 되어도 내 낭군이지요. 그저 이렇게 죽기 전에 만나뵈옵는 것만 다행으로 압니다.”
[윤혁]
(어사) “오, 춘향아! 옥중 고생이 오죽 심했겠느냐? 만사가 다 나의 불찰이다. 용서하여다오.”
[이애리수]
(춘향) “용서가 다 무엇이에요? 지금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서방님! 내일 본관 생신 잔치 끝에 저를 올려 죽인다 하오니 저의 시체일랑은 부디 서방님의 손으로 묻어 주십시요.”
[윤혁]
(어사) “오, 춘향아! 나일랑은 염려 마라. 하날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녕이 있는 법.”
[김영환]
(설명) 옥담 우의 창살 사이로 정다운 두 손길이 간신히 마주 잡히었으나 옥담이 높고 높아 오랫동안 그립고 애태우던 얼굴은 서로 볼 수가 없었다. 시름없이 들리는 처마의 낙수 소리는 두 사람의 슬픔을 더 한층 도와줄 뿐이었었다.(Columbia 40147-A 녹음 끝)
[박록주]
(판소리 춘향가 중 <사또 생일 잔치> 일부, 자진모리 장단, 고수 미상) 옥수나 삼현 툭툭 쳐, 떵꾹 나니나 풍악 소리 요지성락이 완연하다. 둘이 부난 피리 소리 쌍봉황이 노니난 듯, 소상반죽 젓대 소리 남의 설움을 자아내고, 국궁성지 해금성은 청풍을 자랑허고, 오현금 거문고는 대설설상에 노래허고, 이십오현 비파성은 지성청흥이 석불치고.
[김영환]
(설명) 이 날은 남원 부사의 생신 잔체. 인읍 수령을 죄다 청하야 선연이 배설되었었다. 어사또는 거지로 변장하고 그 곳에 참례하야 눈살, 입살 받으면서 연석을 살핀 후에 글 한귀를 지어놓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중에도 눈치 빠른 운봉 영장이 그 글을 먼저 펴보고 전신을 벌벌 떤다.
(운봉 영장)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촉루낙시에 민루락하니 가성고처에 원성고라.”
(설명) 각읍 수령은 넋을 잃고 어찌할 줄 모르는 이때이다.
[박록주]
(판소리 춘향가 중 <어사 출도> 일부, 자진모리 장단, 고수 미상) 사자 같은 마부 역졸 오방신 높히 들고 우루루루루 달려들어 삼문을 땅땅 치며, ‘암행어사 출도야!’
[김영환]
(설명) 두 세번 고함 소래 부중이 뜨르르, 비호같은 마부 역졸 팔방에 번개같다. 어사또는 이리하야 동헌에 좌정한 후 원통한 죄수들을 낱낱히 놓아주구 춘향을 구해내여 집으로 보내놓고 공사를 마친 후에 밤 되기를 기다리어 춘향집을 찾아가서 문안에 들어서니,
[박록주]
(판소리, 진양조 장단, 고수 미상)
(춘향) “월색은 영롱한데 수령도 잔치허다 연당의 거문고는 달빛 조차 저물고 화관의 잠든 화분 나를 보고 반기난 듯.”
[김영환]
(설명) 옥중의 비친 몸이 상사겨워 병이 되여 금침에 누운 채로 낭군 손을 부여잡고 눈물과 평화로서 그 밤을 새웠었다. 춘향의 장한 절개 뉘 아니 칭찬하랴. 자상으로 통촉하사 정절부인 봉하시니 영귀한 그의 이름 일세에 떨치었다.
2) 영화극으로 각색된 판소리 심청전
원반: Columbia 40065-B(20765)
映畵劇 沈淸傳(下)
金永煥 卜惠淑 朴綠珠 콜럼비아管絃樂團
녹음: 1929년
설명·심봉사: 김영환
심청: 복혜숙
판소리: 박록주
양악연주: 콜럼비아관현악단
고수: 미상
(배경음악: 콜럼비아관현악단의 연주)
[김영환]
(설명) 심청이는 배에 올랐습니다.
[복혜숙]
(심청) “아버지! 부대 안녕히 계십시요. 동리 어르신네들께 청헙니다. 죽으러 가는 이몸은 오즉 여러분만 믿고 갑니다. 귀덕 엄마! 우리 아버지가 추워 허시거든 장속에 솜옷 지어둔 것이 있으니 입혀드려 주십시요. 낮에로 참참이 이 시장하시다거든 귀덕 엄마, 귀덕 엄마! 우리 아버지 시장하시지 않도록만 잘 보아드리세요. 귀덕 엄마의 은혜는 죽어도, 죽어도 안잊으리다요.”
[김영환]
(설명) 심봉사는 기가 맥혀 땅바닥에 주저앉어 대성 통곡을 합니다.
(심봉사) “심청아! 이 계집애야, 니가 이게 웬짓이냐? 앞 못보는 이 늙은 애비를 이렇게 내버리고 네가 가다니. 심청아, 심청아! 네 얼굴이라도 한번만 만져보자. 심청아!”
[복혜숙]
(심청) “아버지! 노후에 병환없이 부디, 부디 장수하시고 어둔 눈을 뜨셔서 천지 광명을 보십시요. 자비하신 하느님! 앞 못보는 우리 아버지 슬픈 때나, 즐거울 때나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나 항상 굽어 슬피어 주십시요. 동무들아 잘 있거라. 인제 가면은 언제나, 언제나 너희들과 같이 또한번 놀아본단 말이냐. 부대 잘들 있거라.”
[김영환]
(설명) 구슬픈 선인들의 노래소리에 심청의 탄 배는 고요히 떠나간다.
(효과음: 북소리)
[박록주]
(판소리 심청가 중 <범피중류> 일부, 진양조 장단, 고수 미상) 범피창파 둥둥 떠나가는디, ‘닻 감아라. 어기야하아아허어하아하어허어’
(배경음악: 콜럼비아관현악단의 연주)
[김영환]
(설명) 심봉사는 땅을 치고 한없이 울며 목청이 터질 만큼 그 딸을 불렀으나 선인들의 뱃노래도 인제는 사라졌다. 출천대효 심청이가 인당수로 간다 한들 용왕이 그를 도와 다시 살려줄 것이다.
3) 영화극 장한몽(尾崎紅葉 원작)
원 반: Columbia 40004-A(20559)
映畵劇 長恨夢(一)
徐月影 卜惠淑 說明金永煥 노래金香蘭
短簫金桂善 伴奏朝鮮劇場管絃樂團
Columbia 40004-B(20560)
映畵劇 長恨夢(二)
徐月影 卜惠淑 說明金永煥 노래金香蘭
短簫金桂善 伴奏朝鮮劇場管絃樂團
녹 음: 1928년
설 명: 김영환
이 수 일: 서월영
심 순 애: 복혜숙
노 래: 김향란(창)
본 녹음에는 없고 Columbia 40005-B에 있음
단 소: 김계선
양악연주: 조선극장관현악단
효 과 음: 파도소리
(배경음악: 드리고의 <세레나데>, 조선극장관현악단의 연주)
[김영환]
(설명) 심산에 월색은 몽롱하고 대동강 잠들어 잔잔한데, 때때로 부는 바람 무엇인지 애소하는 3월 열나흗날 밤이었다. 을밀대를 등지고 지금 숲 사이로 나려오는 두 사람의 그림자, 그는 이수일이와 심순애이다.
[서월영]
(이수일) “순애씨! 나는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애서 아무 할말도 없소.”
[김영환]
(설명) 한 걸음이 두 걸음 그리하야 여러 걸음이 거듭되도록 순애는 대답치를 못하였다.
[복혜숙]
(심순애) “수일씨! 용서해 주세요.”
[서월영]
(이수일) “용서가 다 무슨 용서이오. 대체 이번 일이 아버님과 어머님이 시키신 일인지, 그렇지 않으면 순애씨 자신도(배경음악: 김계선의 단소 연주) 깨닫고 한 일인지, 나는 그것만 들으면 고만이오. 나는 여기 오기까지도 믿고 있었소. 순애씨가 설마 그러랴하고. 믿고 못믿고가 없지, 부부의 사이인데. 어젯밤 나는 아버님께 들었소. 그리, 그리고 부탁이라 하시고, 또 청이라고 하십디다. 언젠가 태산같은 아버님의 청이시니, 나야 그 청이라면 물불을 헤아릴 수야 없지. 아버님의 청이라면 나는 물불이라도 뛰어 들어갈 터이오. 그러나 부탁도 분수가 있지. 죽으라면 죽어 보겠지만, 이 청이야 어떻게 듣소? 이러한 소리를 하면 천벌이 내리겠지만 아버님을 나는 원망하오, 저주하오. 아무리 할 소리가 없기로소니, 이 청만 들어주면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준다구? 아, 아무리 이수일이가 무의무탁한 거지자식일 망정 아내를 판 돈으로는 유학을 아니가.”
(배경음악: 조선극장관현악단의 연주)
[김영환]
(설명) 수일이는 돌아서며 소매로 얼굴을 가리우고 저 하날을 우러러 눈물 흘리우니, 주저하던 순애도 인제는 참다 못해 그의 곁으로 덤비어 들었다.
[복혜숙]
(심순애) “수일씨! 제가 모든 것을 다 잘못했습니다요. 제가, 제가 잘못했어요.”
[김영환]
(설명) 두손으로는 수일이의 손을 잡고, 수일이의 가슴에다 그 얼굴을 묻으면서, 순애는 흐득이며 울음을 못참는다, 월색은 조요하야 산과 들을 비췄는데, 강 언덕 부벽루의 서로 잡은 그 그림자 먹물 갈아 부은듯이 따우에 비추인다.(유성기음반 앞면(Columbia 40004-A) 녹음 끝) (배경음악: 조선극장관현악단의 연주) 몸은 비록 둘이지만 마음은 하나이던 그 맘조차 인제는 속절없이 달라졌다. 이와같이 생각할 때에 수일이의 분한 마음 참으려도 참지 못해 목소리만 떨리운다.
[서월영]
(이수일) “어리석지, 어리석어. 이처럼 어리석은 일이 이 천지에 또 어디 있어? 그래도 나는, 이 이수일이가 이다지 어리석지는, 스물다섯살 되는 이날 이때까지는 몰랐었어. 순애, 순애는 남편인 나를 속이었지? 병 때문에 수양왔다는 핑계로(배경음악: 김계선의 단소 연주) 너는 나 몰래 김중배를 만나려고 왔지?”
[복혜숙]
(심순애) “수일씨, 제발 그런 애매한 소리는.”
[서월영]
(이수일) “뭣이? 애매한 소리라구?”
[복혜숙]
(심순애) “애매하고 말구요. 아무리 이러한 사람이기로, 그렇게까지는 너무나 과도하시지 않아요?”
[서월영]
(이수일) “너도 과도한 줄은 아니? 그 말이 그렇게도 분해서 울 것 같으면, 이 모욕에 서있는 이수일이라는 천치놈은 피눈물을 흘려도 시원치가 않단다. 니 맘이 짜증 싫은 셈이냐? 어찌 한 마디의 의논도 내게 없어? 아무 소식도 없이 와가지구, 또 한마디 소리도 없는 것을 보면, 애초부터 김중배와 여기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 아니 김중배 그 놈도 같이 온 모양이로구나. 에이 고약한 계집. 너는 간부이다. 너는 요부이다.”
[복혜숙]
(심순애) “어쩌면은 그런 소리를, 흑, 아무리 미우시기로 그런, 그런.”
[서월영]
(이수일) “정조를 깨뜨리고 간음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이냐?”
[복혜숙]
(심순애) “언제요? 제가 제 정조를, 아.”
[서월영]
(이수일) “아무리 못생긴 이 놈이기로 제 계집이 몸을 더럽히는 그 옆에서 보고 있어? 이수일이란 역력한 남편을 두고서 남 몰래 다른 놈과 시골에 놀러 왔으니 감추지 않았다는 증거가 어디 있단 말이냐?”
[복혜숙]
(심순애) “수일씨! 그렇게 여기신대도 저는 뭐라고 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마는 제가 중배씨와 만나는 약조가 있었는지, 그것은 모두가 당신의 짐작이세요.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말을 듣고 중배씨가 따라온 거예요.”
[서월영]
(이수일) “왜 따라왔단 말이냐? 중배가 누구를 보러 왔단 말이냐?”
[김영환]
(설명) 순애의 입은 담기어져서 무엇이라고 대답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수일이는 책망하며 다시는 한옆으로 이 여자가 미워지였다가 간 뒤에 몸이나 마음가짐이 나에게서 없으리라. 이렇듯이 수일이는 생각했으나 어이 하리오. 재산이 있었다 하던 그 말도 인제는 끊어버리고 다시 한번 고쳐질 기색조차 없으리라. 수일이는 어이없어 다시 말을 못이룬다.
4) 영화극 어촌정화(漁村情話) 세 동무
(창작자 미상)
원반: Columbia 40017-A
映畵劇 漁村情話 세동무(一)
金永煥 伴奏朝鮮劇場管絃樂團
Columbia 40017-B
映畵劇 漁村情話 세동무(二)
金永煥 伴奏朝鮮劇場管絃樂團
Columbia 40018-A
映畵劇 漁村情話 세동무(三)
金永煥 伴奏朝鮮劇場管絃樂團
Columbia 40018-B
映畵劇 漁村情話 세동무(四)
金永煥 伴奏朝鮮劇場管絃樂團
녹음: 1928년
설명·문호·영옥·영철·만수·정훈노인·승배: 김영환
양악연주: 조선극장관현악단
동요 합창 어린이들: 미상
(미상의 어린이들 동요 합창, 조선극장관현악단의 반주)
[김영환]
(설명) 유자나무 꽃피는 남해안 어느 거리에 주막거리라고 부르는 세모난 모퉁이 있었습니다. 뒤으로는 푸른 햇살, 앞으로는 진주물결, 해조들의 합창은 물놀이의 바다 화답, 고향 해변의 어부들의 노래소리, 바다의 생활을 동경하야 찾아온 세 사람의 젊은이가 있으니 영철이와 만수, 절름발이 정문호. 우연히도 여기에서 정훈이라고 하는 노인의 생명을 구하여 준 사람은 문호이었다. 노인에게는 무남독녀의 영옥이라고 부르는 (배경음악: 조선극장관현악단의 연주) 딸자식이 있었다. 꽃피는 아참이나, 달 밝은 밤이나 상사 위의 운세들이 그 여자의 공이었다.
(영옥) “아버님의 생명을 구해주신 문호씨 아무쪼록 가지 말고 우리 집에 영구히 살아주세요.”
(문호) “고맙습니다, 영옥씨. 그러나 보시는 바와 같이 저는 이다지도 저리뚱한 병신입니다. 당신의 동무가 되기에는 자격이 없습니다.”
(영옥) “병신은 사람이 아닙니까? 그러한 말씀은 말아주세요.”
(설명) 아버지가 받은 은혜, 영옥이가 얻는 위안, 그가 비록 반신불수라고는 할지언정 현재의 영옥이의 눈에는 한없이 곱게만 보이는 것이였다. 죽드래도 같이 죽고 살드래도 같이 살자, 신명 앞에 서로 맺은 세 동무의 굳은 맹세. (배경음악: 조선극장관현악단의 연주) 그러나 사랑하는 문호에게 간곡의 기회를 주어보려고 할 수 없이 떠나가는 영철이와 만수.
(영철) “두 달 동안만 만수와 같이 어장에 갔다 올 것이니 문호야 잘 있거라.”
(문호) “아, 영철아! 너는 나를 버리지 않니? 어이하여 온다고 하면서 어찌하여 네 눈에는 눈물이 흐른단 말이냐?”
(만수) “오, 영옥씨! 사랑하든 문호를 당신에게 맡기고 두 분의 행복을 빌면서 떠나갑니다. 그러면 모두다 안녕히 계십시요.”(Columbia 40017-A 녹음 끝)
(설명) 벗은 그게 필요하나 운명의 바람을 어찌하리. 철썩같이 굳은 영옥이의 마음도 승배라고 하는 사나이의 황금 앞에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
(문호) “영옥아! 이 무정한 계집아이야. 니가 나를 잊었단 말이냐? 병신은 사람이 아닌가요, 그것은 누구의 입으로 말했냐?”
(설명) 우애롭던 그 시절에만 반시불수도 한때의 일색으로 보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원망의 눈물을 한량없이 흘리며,
(문호) “영옥아, 독사 같은 계집아이야. 나는 이제 미치었다. 너로 인해 내 몸은 속절없이 미치었다.”
(설명) 악마같이 이를 갈며 문호는 뎀벼들 때 승배가 달려들어 문호를 때려친다.
(승배) “예잇, 병신녀석은 죽어라.”
(설명) 죽도록 맞을 때에 정훈 노인이 이것을 보구는 불이 나게 쫓아와서 문호를 품에 안고,
(정훈 노인) “예이, 천하에 벼락을 맞아 죽을 년아! 네 눈으로 이것을 보고 있기에 하날이 무섭지 않드란 말이냐?”
(영옥) “은혜를 받은 것도 아버님이 받으셨지 제가 받은 것은 아닙니다.”
(승배) “하하, 노인! 병신에게 당신의 딸을 준다는 것이야 도야지의 아가리에 진주를 물려주는 것이 아닙니까?”
(설명) 약속을 하였던 절반 동안이 눈물 속에 흘러가고 영철이와 만수가 어장에서 돌아온다. 정막한 바닷가에 외로운 정문호는 눈물겨워 부르는 처량한 노래소리.(미상의 어린이들 동요 합창, 조선극장관현악단의 반주)(Columbia 40017-B 녹음 끝)
(배경음악: 조선극장관현악단의 연주)
(설명) 영철이와 만수는 바닷가로 쫓아왔다.
(영철) “오, 문호야! 문호야! 어떻게 된 일이냐, 말을 좀 해라. 행복할 줄 알았던 네 생애 중에서 어째 그리 슬픈 노래가 흘러 나왔니?”
(문호) “오, 영철아! 나는 가겠다. 불구자가 없는 세계로 나는 갈 터이다. 나는 이 육지의 울보와 같이 이식도 감각도 신경 조차 없는 천치가 되고 싶다. 아, 차라리 천치가 되고 싶다.”
(만수) “오, 문호야! 그러면 우리는 도리어 너를 무서운 함정에다가 집어넣었었구나. 가자.”
(문호) “그러면 같이 가자.”
(설명) 그날 밤.
(문호) “영옥씨! 안녕히 계십시요. 지나간 몇 달 동안에 나의 생애는 참으로 행복스러웠습니다. 쓸쓸한 나의 생애 중에 행복의 시절을 만들어주신 당신의 은혜만은 영구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나는 이렇게 잡은 당신의 손목을 놓은 뒤에는 또다시 물에 뜬 부평같이 정초없는 평화의 길을 떠나겠지요? 그러나 인간의 행복은 어찌 이다지도 순간입니까?
(설명) 이와 같은 소리를 듣고도 감동이 없다고 할 거 같으면 과연 그것은 사람이 아닐 것이다. 영옥이는 참다 못해 눈물을 흘리면서 문호를 안아주었다. 이때에 바라보던 영철이가 쫓아와서 문호를 잡아 일으키며,
(영철) “이렇게 못생기고 오입장이도 있었단 말이냐? 울기는 왜 울어, 울기는 왜 울어? 계집아이의 마음을 사려고 하거든 그의 울음 우에다가 황금의 탑을 얹어 주어라. 가자. 우리는 거지다. 가자.”
(영옥) “오, 영철씨! 영철씨!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네?”
(영철) “영옥씨는 왜 우시나요? 오, 행복에 겨운 눈물이거든 이 밤이 다 가도록 얼마든지 우시지요.”
(설명) 말을 마치자 영철이는 문호를 다리고 가버리었다. 후회하는 영옥이는 눈물을 흘리며, 남해의 달밤은 끝없이 깊어간다.(Columbia 40018-A 녹음 끝) 세월이라고 하는 것은 사람을 위하야 가다려주는 것이 아니다. 가련한 노인은 딸에게 회개의 기회를 줄까 하야 창파에 몸을 던져 이 세상을 떠나갔다.
(영옥) “오, 여보세요, 문호씨! 어떻게 합니까? 저희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문호) “뭣이 어째? 니 아버지가 죽었어? 아, 잘 죽었다. 이제는 너도 나와 같이 죽자. 너 하나를 살리어 두고는 내가 이 세상을 아니 떠나갈 것이다.”
(설명) 극도의 절망끝에 문호는 미치었다. (배경음악: 조선극장관현악단의 연주) 아, 정문호의 집은 몽롱한 화염속에 쌓여진다. 친구의 신세를 생각하야 비분에 가슴타는 영철이는 수많은 승배놈의 부하들과 아울러 맹렬한 격투를 밀어낸다. (배경음악: 조선극장관현악단의 연주) 싸움이 끝난 뒤에 영철이와 만수는 돌아와 보니,
(영철) “아!”
(설명) 정문호의 집 불탄 자리에는 타다 남은 문호와 영옥이의 시체가.
(영철) “엣, 문호야! 니가 이게 웬일이냐. 우리 두 사람은 어떻게 하라고 네가 먼저 웬일이냐. 그렇다. 죽음보다 더한 것일지라도 우리들의 맹세는 깨뜨리지 못하리라. 네가 없어진 이 세상이 우리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문호야! 같이 가자. 우리도 따라가마.”
(설명) 영철이와 만수도 문호를 따라갔다. 사랑을 노래하던 정막한 바닷가엔 갈매기의 울음소리, 구슬픈 파도소리. 하날가에 구름같이 정처없이 떠다니던 세 사람의 나그네 지금에는 간 곳 없고 선약한 날 붉은 우애 바다 우에 흐르는데 편안한 물결소래만 처량하게 들릴 뿐이었다고 하는 어촌정화 ‘세 동무’의 끝입니다.
5) 영화극 인정비극(人情悲劇) 쌍옥루(雙玉淚)
(창작자 미상)
원반: Columbia 40046-A
映畵劇 人情悲劇 雙玉淚(一)
李慶孫 卜惠淑 說明金永煥
Columbia 40046-B
映畵劇 人情悲劇 雙玉淚(二)
李慶孫 卜惠淑 說明金永煥
Columbia 40047-A
映畵劇 人情悲劇 雙玉淚(三)
李慶孫 卜惠淑 說明金永煥
Columbia 40047-B
映畵劇 人情悲劇 雙玉淚(四)
李慶孫 卜惠淑 說明金永煥
녹음: 1929년
설명: 김영환
정욱조, 옥남이의 유모: 이경손
경자·옥남: 복혜숙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미상)
김계선(추정)의 단소 연주
효과음: 파도소리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김영환]
(설명) 낭랑한 푸른 하날, 끝없이 넓은 바다, 황새들은 흥을 겨워 상사위에 춤을 춘다. 자라나는 아해들은 이와 같은 곳이 그리워서, 경남이는 오날도 부모님 몰래 파도 이는 부두가 위로 찾아 나와 우뚝 솟은 바위 위에 올라서서는 목청을 다하여서 고함을 지르며 당초에 못잊으어 노래를 부른다. (효과음: 파도소리) ‘후세불견 서울부의 청년 남아야!’ 그러나 조수에 낯익지 못한 이 아해는 시각으로 밀려드는 그 무서운 위험이 장차에 목숨까지 뺏을 줄이야 과연 몰랐든 것이다. 아, 곧이어 조수는 만조에 넘친다. 하날 조차 괴상하야 몰려드는 먹장구름. 상체에 물이 생기고야 경남이는 비로소 깨달았다. 경남이의 부르짖는 그 소리는 파도소래와 섞이여서 풍편에 가득찼다. 이 광경에 놀랜 아해 하나가 바다를 향하여서 화살같이 뛰어든다.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풍랑은 격심하야 때를 놓쳐가니 그 아해가 어떻게 경남이를 구해내랴.
[복혜숙]
(옥남) “오, 얘야! 꼭 잡아라. 놓치지 말구.”
[김영환]
(설명) 아, 사나운 풍랑은 참혹하게도 어린이의 두 목숨을 낙엽같이 쓸어갔다. 남을 구해 주려다가 제 목숨까지 바친 그 아해야말로 세상이 알지 못하는 경남이의 언니 옥남이였다. 어버이의 품속에서 모질게도 어린 몸을 남의 손에 실리어 와서 그리운 눈물 속에 세월을 보내다가 경남이의 목숨을 구해주려고 파도 속에 뛰어들던 그거야말로 선인이 아니고는 못할 일이다. 하날은 두 죽음을 보상이나 하는 듯이 커다란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진다. 풍랑은 더 심하야 부편을 찌르는 듯, 이윽고 빗방울 억수같이 쏟아진다. 해변가의 공중으로 날아가는 물살들의 들려오는 소래 아주 처량하게 슬피운다.(Columbia 40046-A 녹음 끝) 이 소식을 들은 경자는 억장이 무너지고 천지가 깨어지는 듯 미친 사람 모양으로 불이 나게 쫓아온다.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그리하야 두 아해의 시체는 옥남이의 유모의 집으로 옮기여졌을 때, 달려온 경자의 슬픔이야 어떻다고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복혜숙]
(경자) “아, 이를 줄을 알았지. 이럴 줄. (배경음악: 김계선의 연주로 추정되는 단소 소리) 내 죄가, 내 죄가 너희 둘을 이 모냥으로 맨들었구나.”
[김영환]
(설명) 그 곁에 앉아있는 옥남이의 유모, 옥남이를 기르기에 뼈와 살이 다 녹았다. 두 눈에 타오르는 원한의 불길.
[이경손]
(옥남이의 유모) “마님! 내가 마님을 모르는 줄 알우? 우리 옥남이의 어머니지요? 당신은 얘를 낳은 자식이라고 했었지요? 요행이 그때 하날이 도우사 구해놓은 아해를 인제는 또 당신 아해 때문에 이렇게 죽었소. 당신이 죽인 것이지, 당신이 죽인 것이나 다름없소. 당신이 내 자식을 죽였소. 내 자식을 죽였소.”
[복혜숙]
(경자) “할멈, 할멈! 이 계집의 죄가 태산 같아서 오늘날 와서 이 벌을 받는구려. 내 속을 좀 생각해주구려.”
[이경손]
(옥남이의 유모) “당신의 죄는 당신의 죄인데 내가 무슨 죄란 말이요? 이 애가 왜 죽는단 말이요?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낫지. 이 애가 어떻게, 아아아, 원통해라.”
[김영환]
(설명) 노파의 그 소리가 자기 가삼을 채쭉질할 때 경자는 그쪽을 향하야 엎아지듯이 엎어진다.
[복혜숙]
(경자) “흐흑, 할멈! 할멈은 나를 원망하오. 원망해요. 원망하고 때리고 책하구려. 그러나, 그러나 할멈은 옥남이를 잃어버렸지마는 나는 옥남이와 경남이 두 아이를 한꺼번에 잃어버렸, 흐흑.”
[김영환]
(설명) 이처럼 책망하는 경자를 보고서야 할멈은 또다시 원한을 가하지 못하였다.
[이경손]
(옥남이의 유모) “흐흐흑흐흐흑, 아아아, 마님! 이 일을 어찌, 이 일을 알았으면은, 차라리 죽기 전에 이 애 어머니가 누군지나 가르쳐 주었지.”
[김영환]
(설명) 이 소리를 들음에 경자도 찢어지는 가슴을 참지 못하야 입술을 깨물면서 땅에가 쓸어진다.(Columbia 40046-B 녹음 끝)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이와 같은 그 꼴을 듣고 더욱 갑갑하야 꿈나라를 더듬는 듯, 경자 남편 정욱조는 이리로 달려왔다. 나란히 누워있는 두 아해의 베개 옆에 정욱조는 기가 맥혀 주저앉을 때 비록 남자이지만 두 줄기의 흐르는 눈물이야 (배경음악: 김계선의 연주로 추정되는 단소 소리) 금할 수가 없었다. 경남이의 이마를 짚어보드니,
[이경손]
(정욱조) “아, 벌써 이렇게 차졌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왜 누구를 만나겠어.”
[김영환]
(설명) 말 못하는 경자는 얼굴 조차 못들었다. 한 곡의 백합꽃이 미풍에 흔들리듯, 핏기 잃은 경자의 몸은 가끔가다 떨리기만 할 뿐이다.
[이경손]
(정욱조) “아, 내 자식 잃은 것은 내 자식이지만 이처럼 용기있고 영리헌 아해가 내 자식 때문에 목숨을 끊다니 나는 헐 말이 없소. 이 아해, 아해 어버이께 무어, 무어라. 이길로 이것이 무사문명이요. 이럴 줄 알면이야 뉘라서 해변에 오자고 허여. 내 팔자지.”
[복혜숙]
(경자) “영감!”
[김영환]
(설명) 인제는 참지 못하야 경자는 과거의 모든 비밀을 자백하려고 결심하였던 것이다.
[복혜숙]
(경자) “영감, 영감!”
[김영환]
(설명) 음산한 이 방안에 희고 누른 욱조의 얼골이 흡사이 꿈을 깨듯이 이편을 향하였다.
[복혜숙]
(경자) “두 아이는 죽음으로서 이 어미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위안의 죽음을 찾도록 가르쳐 주었어요. 저는 이제야 비로소 천벌을 깨달았습니다.”
[이경손]
(정욱조) “뭐라구?”
[복혜숙]
(경자) “저는, 저는 죄많은 계집입니다요. 더, 더러운 몸입니다. 이 자리에서 제가 무엇을 감추겠습니까?”
[이경손]
(정욱조) “무슨 소리요, 이게? 이러면 어쩌자 그려? 정신을 차려야 허지. 당신은 아해를 잃었기 때문에 정신이.”
[복혜숙]
(경자) “아니에요. 저의 정신은 조금도 흩었지 않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참회합니다. 두 아이의 얼굴을 보시드래도 형제인 줄은 아실 터이지요?”
[김영환]
(설명) 이와 같이 고백을 하기에는 오장의 피를 받아내는 듯하였었다.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는 욱조는 창백한 얼굴로 경자의 입술만 지키고 있었다.(Columbia 40047-A 녹음 끝)
[복혜숙]
(경자) “저는 오늘날까지 괴롭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요. 아무 절도 없는 곳에 섰을 때 못된 하숙집 주인 때문에 그 집과 친분이 있는 어느 전문학교 학생에게, 저는 그 학생에게 몸을 더럽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어디까지든지 순결한 사랑으로만 믿구 그 사나이를 따라서 결혼을 하였답니다요.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그러나 그 결혼이 목사와 짜고서 뀌민 거짓 결혼인 줄은 모르고, 그에게 아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악하였었어요. 얼마 안되어서 그는 저를 버리고 저에게는 웬수의 어린 것이, 아마 천벌이겠지요. 웬수의 어린 것이 들게 되어서 어떻게나 마음이 괴롭고 겁이 났든지 강에 나가 죽으려고 하였든 것이 마침내 다른 사람의 구원으로 못죽었었어요. 그날 밤으로 출산한 것이 이 옥남이에요. 그리고 그 금수같은 무서운 사나이는 바로 저 의사입니다.”
[김영환]
(설명) 듣기를 다한 후에 욱조는 기운없이 탄식을 하고 있다.
[이경손]
(정욱조) “참회에 나선 것은 좋은 각오이요. 그리고 나는 절망에 떨어진 자가 되었소.”
[복혜숙]
(경자) “영감의 귀여워 하신 은혜는 잊지 않겠어요. 어디가 있든지 이몸이 살아있을 때까지는 마음으로 정성껏 평안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이경손]
(정욱조) “아, 나는 원망헐 줄도 모르는 사람이요. 오직 내 자신이 절망이요. 나는 인제 아무 것두 없는 사람이요. 아내두 없구 자식두 없구 희망두 없구 오직 절망, 절망과 암로가 계속될 따름이요.”
[김영환]
(설명) 경자는 이에 대해 떨리어 속에서 느끼었다. 오, 천국에 들어선 두 형제는 지금쯤 어린 손을 합하야 가슴에 얹고 어머니의 속죄와 어머니의 앞길을 신의 앞에 우러러 기도하리라.
6) 영화극 열사(熱砂)의 무(舞)(창작자 미상)
원반: Columbia 40066-A
映畵劇 熱砂의舞(上)
金永煥 伴奏콜럼비아管絃樂團
Columbia 40066-B
映畵劇 熱砂의舞(下)
金永煥 伴奏콜럼비아管絃樂團
녹음: 1929년
설명·아메트·야스민: 김영환
양악연주: 콜럼비아관현악단
(배경음악: 콜럼비아관현악단의 연주)
[김영환]
(설명) 불같이 타는 사랑과 증오의 가슴에 얼크러지는 사막의 정화. 스위스의 통관이 아니라 알시아스의 남쪽, 정막한 밤 사막 우에는 표류하는 나그네들의 야영이 벌어져 있고 지금 수 십명의 사나이가 거기에 모여 있으니 그것은 길걷는 나그네의 극단의 일행이었습니다. 두목 안트레지는 야스민이라고 부르는 한 딸이 있어 요전날 보크의 시장에서 흥행을 하든 그때부터 순진한 야스민의 애틋한 첫사랑은 비로소 꽃몽오리를 지었던 것입니다. 깊은 밤 사막 우에 이슬이 나릴 때 수정같이 맑은 야스민의 가슴에는 아리따운 극이 여기 또다시 돋아옵니다. (배경음악: 콜럼비아관현악단의 연주) 어여쁜 야스민의 청초한 태도, 추장의 아들 아메트가 야스민을 찾어보았든 것입니다.
(아메트) “오, 야스민! 당신은 참으로 예쁩니다. 알라의 신의 은혜가 당신에게 내리기를 나는 축도합니다.”
(설명) 연붉은 도화빛을 얼굴에 물들이며 금실같이 뭉킨 머리를 야스민은 숙였습니다.
(아메트) “오, 야스민! 야스민! 당신의 이름은 내 마음의 성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 이 반지를 기념 삼아 받아주시요.”
(야스민) “고맙습니다. 그렇게도 저를 사랑하신다니. (배경음악: 콜럼비아관현악단의 연주) 저두, 언제든지 제 얼굴을 당신에게만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는 항상 달밤에 산보를 좋아한답니다. 저기 보이는 저 등불까지 와주시겠에요?”
(설명) 지난 일을 생각하면서 야스민은 이날 밤 아메트를 만나보려고 약속한 산길로 찾아갔을 때 아메트도 그가 보고 싶어 찾아오는 길이였습니다.(유성기음반 앞면(Columbia 40066-A) 녹음 끝) 아메트가 야스민을 만나고저 새벽으로 찾아갔을 때 그는 야스민의 그만 일행에게 붙들리어 갖은 고생을 다 겪었으므로 인제는 야스민을 오해하야 복수를 하고저 자기의 주먹으로 야스민을 붙들어 왔습니다.
(아메트) “어여쁜 아가씨! 당신의 본직업이라는 것이 그것이었습니까? 사내를 유혹해다가 못된 놈들을 넌즈시 보내가지고 죽도록 매를 때려 주는 그것이 당신의 직업인가요?”
(설명) 그러나 얼마 후에 그는 야스민을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아메트는 또다시 야스민이 보고 싶어 찾아갈 때 맹렬한 사막의 폭풍우는 일어납니다.
(배경음악: 콜럼비아관현악단의 연주) 아메트의 손을 벗어난 야스민이 극단의 일행으로, 그를 욕심내고 있는 가바의 수중에 걸리어 고생하고 있는 것을 아메트가 알고 불이 나게 그리 쫓아가서 야스민을 다시 찾아오기에 노력합니다.
(아메트) “오, 야스민! 사랑하는 나의 야스민! 나를 용서해 주시요. 가바라는 놈의 소행으로 내가 이전날 성벽에서 얻어맞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당신을 미워하려고도 생각해 봤어요. 하지만 어쨌든 내 마음은 당신의 거기 있답니다. 오, 아메트씨! 어서 피해 주시요. 여러 눔이 덥벼 옵니다. (배경음악: 콜럼비아관현악단의 연주) 야스민! 당신을 위해서는 목숨까지라도.”
(설명) 아메트는 야스민을 구해가지고 낙타에 태웠습니다. 행복이 비추는 두 사람의 그림자는 멀고 먼 사막 우에 사라져 간다.
7) 영화극 춘희(뒤마 원작)
원반: Columbia 40110-A
映畵劇 椿姬(一) 金永煥 卜惠淑
Columbia 40110-B
映畵劇 椿姬(二) 金永煥 卜惠淑
Columbia 40111-A
映畵劇 椿姬(三) 金永煥 卜惠淑
Columbia 40111-B
映畵劇 椿姬(四) 金永煥 卜惠淑
녹음: 1929년
설명, 알망, 알망의 아버지: 김영환
춘희: 복혜숙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김영환]
(설명) 춘희, 말그리트라고 부르는 여자, 요염한 그 자태는 구름같이 모여드는 허다한 남성의 마음을 흔들지 않고는 그대로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춘희는 귀족이나 부자인 그네보담두 청년 알망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알망은 어느날 춘희를 찾아갔습니다.
[복혜숙]
(춘희) “알망! 마침 잘 오셨습니다.”
[김영환]
(알망) “침착히, 아직 말이 있었는데, 아참 담배를 자그만치 태우시죠.”
[복혜숙]
(춘희) “이거,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러구 또 저같은 계집이 그렇게 오래 산들 무슨 별 수가 있겠습니까? 그렇죠, 알망씨?”
[김영환]
(알망) “또요?”
[복혜숙]
(춘희) “하하하하.”
[김영환]
(알망) “이 세계를 다 뒤져본다 해도 내게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말그리트인데.”
[복혜숙]
(춘희) “정말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저같은 계집은 남자의 완루물에 지나지 못하니까요. 언제든지 사내 비위만 잘못 맞춰주면 그만 버림을 당하고 말지 않습니까? 그러고 제가 이렇게 두 달 동안이나 병들어 누웠어도 누구 한 사람 찾아주는 이도 없답니다.”
[김영환]
(알망) “그래두 나는 매일같이 이렇게 찾아와 뵙지 않습니까?”
[복혜숙]
(춘희) “참, 정말 당신은 고마워요.”
[김영환]
(알망) “말그리트 그만. 거리낄 틈이 없다면 나는 날마다 심심하다, 늘 당신의 곁에 있고 싶어요.”
[복혜숙]
(춘희) “오, 알망씨!”
[김영환]
(설명) 방탕과 흥분과 밤새우는 그것만으로 인생을 향락해오던 춘희 말그리트는 정직한 알망의 거짓없는 위안으로 애소의 눈물을 머금는 것이었다.(Columbia 40110-A 녹음 끝) 푸른 하날, 초야의 향기, 맑은 바람, 아름다운 꽃, 이것들은 모다 두 사람의 사랑의 살림을 꾸며주는 위안의 전부이였습니다. 지금까지 그 여자의 파트런이었던 귀족적 자태는 없어지고 날마다, 날마다 춘희를 꾸며주던 값비싼 패물들도 다 없어지고 지금에는 다만 알망이 사다준 진주반지 한 개만이 남어있을 뿐이었습니다.
(알망) “아버지께서 걱정을 하실런지 몰라 잠시 갔다올까 하는데 자동차 있지요?”
[복혜숙]
(춘희) “없어졌어요. 다 팔아버렸는 걸요. 다이아반지 보석 무엇무엇 죄다예요.”
[김영환]
(알망) “왜, 왜 나한테는 말도 없이.”
[복혜숙]
(춘희) “당신이 퍽 괴로우실 것두 같구, 또 저도 말하기가 어렵지 않았겠어요?”
[김영환]
(알망) “모두가 이 알망의 죄요, 말그리트.”
[복혜숙]
(춘희) “그런 생각은 가지지 마세요. 이 말그리트는 옛날의 춘희가 아니랍니다. 당신의 사랑 앞에는 보석이나 다이아몬드, 그까짓게 다 무슨 소용이 있어요?”
[김영환]
(설명) 알망의 눈에서는 감격의 눈물이 반짝입니다. 이리하야 며칠이 지난 뒤에 알망의 아버지가 별안간 두 사람의 집을 찾아왔으니, 그것은 두 사람의 사랑의 꿈을 깨뜨리는 슬픈 날이었습니다.
(알망의 아버지) “당신이 춘희인가요? 오늘까지 내 아들을 여러가지로 도와준 것은 잘 알고 있는데, 인제는 좀 떨어져 주는 게 좋을 것 같애서. 어.”
[복혜숙]
(춘희) “아니, 무슨 말씀이에요?”
[김영환]
(알망의 아버지) “쉬, 그저 잠자코, 이거. 이거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내 아들을 좋아한 그 값으로 어서 받으시오.”
[복혜숙]
(춘희) “아버지! 알망은 이제로부터 아버지 한 분만의 것이 아닙니다. 미안하지만 이 돈은 도로 가져 가주십시요.”
[김영환]
(알망의 아버지) “오, 참 어 이건 그저 내가 잘못이요마는, 이 늙은 사람의 사정도 좀 생각하구 또 그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불가불 떨어져 줘야 되겠단 말이요.”
(설명) 말그리트는 간절한 아버지의 말씀을 심중으로 몇번이나 되풀이해보다가 알망의 전도를 위해서,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해서 억울하게도 단념을 해버리고는 새로운 슬픈 눈물이 비오듯이 흐릅니다.(Columbia 40110-B 녹음 끝) 그 뒤에 춘희의 태도가 냉랭해졌으므로 알망은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복혜숙]
(알망) “말그리트! 웬일이요? 평소의 말그리트와는 아주 딴판이니, 나는 오직 한 분 계시는 아버님을 배반하고까지 당신과 같이 살고저 결심하고 왔는데, 음 너는 나를 업수이 여기고 인제는 싫증이 났다는 말이냐. 어떻게 된 셈이냐. 왜 말이 없어?”
[김영환]
(설명) 아무리 물었으나 춘희는 대답이 없고 창밖의 밤만 끝없이 깊어갑니다. 이튿날 아참 춘희가 간 곳이 없으므로, 알망은 미칠듯이 그 여자를 찾아다니다가, 마참 어느 무도장에서 귀족과 춤을 추는 춘희를 보았습니다. 말그리트의 가슴과 팔목에는 찬란한 보석과 진주가 반짝거리고 있습니다.
(알망) “춘희야, 말그리트야, 니가 날 속였구나. 그렇다. 나는 구차한 놈이다. 내게는 작위도 권력도 아무 것도 없고 단지 내 진실한 사랑만을 네게 주었었더니, 이 드러운 년, 너는 그 사랑을 헌신같이 내던졌구나.”
[복혜숙]
(춘희) “알망씨, 잠시만 진정하시고 제 말씀을 들어주세요, 네?”
[김영환]
(알망) “들어볼 필요도 없다.”
[복혜숙]
(춘희) “알망씨! 제발, 제발 제 말씀을 한마디만 들어주세요. 저같은 계집과 같이 살면 당신은 당신의 전도가 어떻게 되겠어요?”
[김영환]
(알망) “흠, 말이야 좋다. 이 탈을 쓴 계집아, 보석과 자동차와 술에다가 몸을 파신 훌륭하신 귀부인, 자 약소하지만 이 돈을 받으시오.”
[복혜숙]
(춘희) “오, 알망씨! 잠깐만.”
[김영환]
(알망) “놔라. 더럽다.”
(설명) 엎드러져 우는 말그리트의 몸 위에 지폐뭉치가 흩어져 나린다. 죽음보다 더 쓰린 춘희의 마음을 알망은 도무지 알아주지 못했습니다.(Columbia 40111-A 녹음 끝) 창밖에는 백설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버림을 당한 춘희는 수많은 제기들에게 쪼들려가며 병상에 떨친 그 몸은 점점 파리해질 뿐입니다.
[복혜숙]
(춘희) “알망씨! 저는 이제 죽습니다. 제가 지금 이렇게 될 줄만 알았다면 최초부터 당신 아버지의 말씀을 들어드리지 않았을 걸. 지금에야 후회헙니다. 불과 일 년, 일 년밖에 더 못살 줄 알았다면 당신 옆을 떠나지 않고 같이 살았을 것입니다. 당신의 손을 꼭 잡고 죽었을 테지요. 알망씨! 아무쪼록 그나마, 그나마 한번만 더 와주세요. 당신이 저를 찾어와 갖고 한번 더, 한번 더 봄철을 만나서 당신이 옛날 모양으로 저를 사랑해 주시고 그전과 같이 살 수 있다면 저는 얼마나 기쁘겠어요. 알망씨, 제가 실성이 됐나 봅니다. 이렇게 병상에 누워서 일어나지두 못하면서 공연히 헛된 잠꼬대만 하고 있지요. 인제는 벌써 손도 싸늘해져서 꼼짝할 수도 없습니다. 당신이나 계셨다면, 오 알망씨! 만일 제가 죽거든 아무리 미우시드래도 당신이 주신 이 반지만은 제 손에서 뽑아가지 말아주세요. 그대로 끼고 이 세상을 떠나겠습니다. 알망씨! 어서 한번만 더 오셔서 저를 안아주세요.”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김영환]
(설명) 백설은 흐릅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가련한 춘희는 쓸쓸한 병상에 아무도 찾아주는 이 없이 그대로 영원히 잠들어 버립니다.
8) 영화극 개척자(이광수 원작)
원반: Columbia 40163-A
映畵劇 開拓者(上)
金永煥 尹赫 李애리스 管絃樂伴奏
Columbia 40163-B
映畵劇 開拓者(下)
金永煥 尹赫 李애리스 管絃樂伴奏
녹음: 1930년
설명, 성순의 어머니: 김영환
민은식, 성순의 오빠: 윤혁
김성순: 이애리수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김영환]
(설명) 나이 젊은 화학자 김성재는 칠년 동안의 화학 연구로 말미암아 가산을 탕진하고 늙은 아버지는 그로 하여 세상을 떠나갔다. 일가의 생활난과 성재의 연구자금으로 말미암아 곤란을 당하게 된 이것을 기회로 평소부터 성재의 누이 동생 성순에게 욕심을 두고 지내던 부호의 아들 변철학은 물질의 원조로써 성재와 그 어머니의 환심을 산 후 드디어 결혼의 승락까지 받았다. 그러나 성순에게는 새로운 이상을 품고 있는 청년 화가 민은식이가 있었다.
[이애리수]
(김성순) “은식씨가 아니셔요?”
[윤혁]
(민은식) “네, 그렇습니다. 오, 성순씨!”
[이애리수]
(김성순) “그동안 왜 한번도 아니 오셨어요?”
[윤혁]
(민은식) “제가 오기를 바라셨습니까?”
[이애리수]
(김성순)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윤혁]
(민은식) “내 누이는 변과 결혼하게 되었으니 다음부터는 교제를 끊어달라는 당신 오라버니의 편지를 받아 보았습니다. 그러나 성순씨만은 결코 나를 버릴리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성순씨만은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였던 것입니다.”
[김영환]
(설명) 성순이는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아여 무엇이라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하였다.
[윤혁]
(민은식) “성순씨는 오직 성순씨의 성순씨이지요. 오빠나 어머니의 성순씨는 아닙니다. 그러한 성순씨이고 볼 것 같으면 자기를 잊어버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애리수]
(김성순) “은식씨! 그러문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혁]
(민은식) “싸워야지요. 전장밖에는 없습니다.”
[이애리수]
(김성순) “그것이 옳을까요?”
[윤혁]
(민은식) “이기면 옳고 지면 그르지요.”
[이애리수]
(김성순) “제가 이길 수가 있을까요?”
[윤혁]
(민은식) “그야 전장이니까 강하면 이기고 약하면 지겠지요.”
[김영환]
(설명) 이 소리에 성순의 개성은 비로소 눈을 떴다. 굳센 확신을 붙잡은 성순이는 민의 손을 힘있게 쥐고,
[이애리수]
(김성순) “싸우시죠. 싸우겠습니다. 당신의 사랑을 무기로 삼아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오빠에게 몹씁 년이 되고 어머님에게 불효녀가 되드래도.”
[김영환]
(설명) 부모 중심, 과거 중이던 구시대의 대신에 자녀 중심인 신시대를 세워야 한다. 강이냐 약이냐 싸움이다. 대전쟁의 첫 탄환은 최초의 희생을 기다린다. 그 뒤에 성순은 어머니로부터 혼사 이야기를 듣고 민의 화실로 찾아갔다.
[윤혁]
(민은식) “성순씨를 괴롭게 하는 그 슬픔의 책임이 제 곁에 있으니 고만 꿈으로 돌리고 모든 것을 잊어버려 주십시요.”
[이애리수]
(김성순) “책임을 중히 여기시면서 책임을 면하시렵니까? 정말이지 저는 꼭 유를 따라갈 터이에요. 만일 사랑하여 주시는 것이 불만족하시다면 만족하실 길을 찾아주십시요. 그러나 제가 일생에 나아가는 길은 확정이 되었습니다.”(유성기음반 앞면(Columbia 40163-A) 녹음 끝)
[김영환]
(설명) 성순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번민을 이해치 못하는 늙은 어머니는 모든 것을 행복스럽게만 해석하였던 것이다.
(성순의 어머니) “내 딸이 인제는 부자집 며느리가 되었단 말이지. 에그 콧물을 졸졸 흘리던 게 발써, 기특도 해라.”
[이애리수]
(김성순) “저는 다른 데로 시집을 갈 수가 없어요. 저는 발써 처녀가 아니에요.”
[김영환]
(성순의 어머니) “무어? 무엇이 어떻게 되었어? 이 집안 망했구나. 아이구 어쩌면 계집애년이, 아이구 하느님 맙시사. 이거 동리 사람 들을라. 아이구 쉬.”
(설명) 성순은 민에게 몸을 허락했다고 말했으나 그것이 육체를 의미한 것은 아니었마는 이 말을 들은 가족들은 기가 맥히어 어찌할 줄을 몰랐었다.
[윤혁]
(성순의 오빠) “예이, 고약한 년! 집안을 망해놓았구나.”
[김영환]
(설명) 오빠에게 매를 맞은 성순이는 독약 한 병을 훔쳐 가지고 그 길로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갔다. (배경음악: 관현악 연주) 손바닥에 놓여있는 독약 한 병은 성순이와 운명을 같이 하자고 한다.
[이애리수]
(김성순) “은식씨! 죽음은 모든 것을 이길 수가 있겠지요? 내 몸이 다 타지드래도 내 사랑만은 당신 가슴에 안길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갑니다. 제가 간 뒤에 어머니께서는 내내 무량하시고 오빠도 성공하세요. 은식씨! 당신의 가슴 속에 저의 영이 영원토록 살게 해주세요. 부탁은 오직 이것 뿐입니다.”
[김영환]
(설명) 슬픈 눈물 가운데 성순은 독약을 마시고 고민하다가 오빠에게 발견되어 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던 은식이의 가슴에 안기었다.
[윤혁]
(성순의 오빠) “성순아! 네가 네가 약을 먹다니 웬일이냐? 아, 용서하여라. 모두가 이 오빠의 잘못이다.”
[이애리수]
(김성순) “오빠! 저는 아직 처녀이야요. 마음이야 허락했지만 몸이야 몸까지야. 어머니 부디 안녕히 계십시요. 오빠도 성공하시고 인제는 마지막입니다. 오, 은식씨!”
[윤혁]
(민은식) “성순씨! 성순씨는 죽어도 영원한 나의 아내입니다.”
[이애리수]
(김성순) “고맙습니다. 그러면 오빠!”
[윤혁]
(성순의 오빠) “오냐, 성순아! 잘 가거라. 짧은 그 일생을 너무도 우리는 못견디게 굴었구나. 자, 민군! 고만 내려노십시요.”
(민은식) “아니올시다. 아직도 몸에는 따뜻한 기운이 남아있습니다. 전신에서 흐르는 뜨거운 피가 다 식을 때까지 저의 마음껏 안고 있게 하야 주십시요.”
[김영환]
(설명) 성순은 죽었다, 고요히 자는듯이. 그의 죽음에는 모든 것의 동정과 모든 악을 선화하는 위대한 힘이 있었든 것이다. 사랑하던 성순을 영원히 장사하고 쓸쓸한 서재로 돌아온 은식이는 성순을 조상하는 시를 지었다. ‘성아! 아니 가든 못하겠드냐. 가려거든 함께 가지 못하겠드냐. 나에게 있는 희망과 기쁨을 한데 몰아 네 관에 집어넣고 너는 영원의 낙원으로 돌아갔구나.’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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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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