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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판소리 자료 집성 전문지 『판소리 명창(창간호)』(경기 양평:국악음반박물관 판소리연구회, 2005년 12월 17일) 108~111쪽에 실린 글의 초고입니다.
국악학자 이혜구 대담자료(1) 명창 이동백에 대한 회고담
일시: 2003.2.26(수) 15:00~16:00
장소: 서울시 강남구 수서동 이혜구 연구실
참석: 이혜구(이), 노재명(노)
정리: 정혜원(국악음반박물관 판소리연구회 회원)
노: (이동백 명창이 당대에) 인기가 많았습니까?
이: (이동백은) 첫눈에 키가 후리후리하고 풍채 좋고 좌중을 압도했고 그 다음은 김창환이 단정 깨끗하고 그 다음은 정정렬, 김창룡. 송만갑은 키가 작았죠. 이동백의 흠은 팔이 짧고 걸음걸이가 종종 걸음이에요.
판소리의 계보를 만들고 싶어서 이동백에게 “이통정! 누구한테 배웠소?”라고 물으니 이동백 왈, “김창룡 아버지 김정근에게 배웠지.” 김정근은 누구에게 배웠느냐 물으니 “김정근 아버지 김성옥에게 배웠다” 대답하고 김성옥은 누구에게 배웠느냐고 물으니 “왜 자꾸 물어보느냐. 판소리는 2~3개월 스승에게 배우고 절간에 들어가 자득하는 거지 그게 뭐 중요하냐”며 화를 내요. 그 이후 계보 만드는 것을 단념했죠. 요새 사람들이 계보 만드는 것을 보고 저 사람들이 이동백을 만났으면 핀잔을 많이 당했을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노: (이혜구) 선생님 방송국에서 피디(PD) 할 때 피디 입장에서 이동백 명창의 재능을 어떻게 보셨나요?
이: 그 사람은 소리를 자득하는 것이라 보았고 이는 광대들의 일반적인 생각이기도 했어요. 두 번째로 이동백은 제자를 가르칠 때 처음에는 “백구야”(청을 높여서), 그 다음 날은 “백구야”(청을 낮춰서), 그 다음 다음 날은 “백구야”(청을 어중간하게) 해서 제자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고 하여 이동백의 제자가 드뭅니다. 그 대신 송만갑은 대마디 대장단으로 꼭꼭 가르쳐서 제자가 많고.
기생들이 <쑥대머리>를 하면 어제, 오늘이 같은 소리인데 이것을 ‘사진소리’라 해요. 그에 반해 대광은 오늘 소리 다르고 내일 소리가 다릅니다. 이것이 대광이에요. 기생들의 소리를 조학진은 ‘사진소리’라고 불렀습니다.
이동백이 그렇고 김창룡이 그렇고 자리 마련하면 거기서 나오는대로 소리를 해요.
이기세씨가 창극 광대소리에 불만을 느끼는 것은 나니와부시를 보면 SP(음반) 3분에 A면을 들으면 끝에 가서 B면을 듣지 않고 못견디게 궁금증이 나게 짠단 말이지. 그런데 우리나라 이동백이니 김창룡이니 하는 명창들 소리는 아무데서나 장바닥에서나 팔린다는 거에요.
이기세씨가 빅타 문예부장으로 있을 때 신신 부탁해서 3분 어디쯤에서 끊고 그 다음 뒷장 어떻게 시작하는지 짜가지고 일본으로 들어갔어요.
이동백의 얘기 들으면 (녹음실의) 유리창 밖에 이기세씨가 있어서 타임워치를 보고 입을 발발발 떨면서 시간을 맞추려고. 시간을 맞춰야 해서 이기세씨 얼굴을 보면 나오려던 소리도 들어간다고 나에게 불평을 얘기했단 말이지. 그래서 일본 기사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이기세씨가 포기하고.
그때 사람들은 시간 제한이 없고 그래서 사진소리를 안했지. 이동백 소리가 시원찮아서 “왜 그리 좋은 소리가 안나오우?” 물으니 “삼십분 동안 꼭 짜여 있으니 소리가 나와야죠”라고 대답해서 이기세씨가 한시간 프로그램 짜서 이동백과 송만갑은 특별히 한 시간 했지만 소리가 좋지 않아. 삼십분 하나 한 시간 하나 마찬가지에요.
그때 또 뭐라고 표현했는고 하니 “방송실에 구경꾼이 없이 혼자 하려니 흥이 나야죠”라고 해서, 판소리 하는 사람은 신시대에 살아남기가 어려워요. 삼분이면 삼분, 삼십분이면 삼십분, 어디에다 클라이막스를 둘지 그걸 못한단 말이요.
그래서 내가 방송국에서 그 사람들에게 꼭 짜서 할 수 없으니 두 시간 하라고 해서 좋은 게 나오면 피디가 편집해야지 그렇게 하라고 권유했죠.
그것이 바로 이동백이 말했듯이 스승에게 배우지 않고 자득해서 그런 것이고 시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해야 좋은 소리가 나온다 그것이 예전 판소리 하는 사람들의 관행이란 말이지.
한번은 판소리가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세가지만 늘 똑같이 반복한다고 재탕 삼탕 한다고 불평이 나와서 그걸 어떻게 막을까 생각하니 그래서 1937년에 이석우씨한테 신작판소리 하나 만들어 봅시다 했더니 이석우씨가 이동백한테 “이통정! 내가 판소리 가사를 하나 만들텐데 4,4조로 쓰리까? 5,7조로 쓰리까?” 하니 “아무렇게나 쓰시오”라고 이동백이 대답해서 이석우씨가 어이가 없어서 말을 못했습니다.
그러자 이동백이 “아, 이 선생! 한문 문장 많이 섞어 쓰시오”라고 그래서 이석우씨가 그 말 듣고 쓰지 못했어. 판소리가 2음보다 3음보다 그러는데 이동백 얘기 들으면 그런 거 다 소용 없는 거야. 내가 그런 거 생각하면 요즘 판소리 연구하는 사람들이 계보 만든다, 2음보, 3음보다 그러는 거 이동백 얘기 들으면 그런 거 다 허사라.
채동선, 판소리 좋아하는 분으로 “송만갑, 임방울이 최고야! 이동백은 틀렸어.” 뭐가 틀렸냐 하니까, “춘향가 할 때 무슨 병 무슨 병 하다가 맥주병 소리가 나온다. 그게 틀렸다.” 호리병 무슨 병 하며 병치레 하다가 맥주병이 툭 나왔다 이거지 그래서 틀렸어 틀렸어 그러더라고. 그와 마찬가지로 정노식이 말하기를 이동백 소리의 조격이 고아하지 못해서 야비한 면이 있다고 했죠.
채동선 말과 정노식 말과 김죽파 평은 이동백이 목은 잘 타고 났는데 제는 그렇게 좋다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동백의 좋은 점은 정노식도 <새타령>을 이날치 이후 최고라고 칭찬하고 김죽파도 뻐꾹 소리가 산(살아있는) 뻐꾹새 소리 같다고 칭찬한 것처럼 바로 그 점이고.
내가 듣기에 제일 좋은 소리는 춘향가에서 이도령이 옥중에 춘향이를 찾아가서 “초경 이경 삼사 오경 바루는 뎅뎅” 이렇게 치는데 이동백의 배에서 나오는 ‘뎅뎅’ 소리는 일품이야.
* 상기 대담 내용은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6mm 비디오테입 관리번호 MI6V-0379에 기록, 보관되어 있습니다. 현장 촬영:노재명.
* 상기 사진에 있는 필기 자료: 국악학자 이혜구 옹이 노재명과의 대담에 앞서 명창 이동백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증언할 내용을 미리 준비하여 적어 놓은 메모지.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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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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