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국의 음반자료 보존 관리 현황
글/노재명(국악음반박물관 관장)
한국인의 음반은 1896년부터 2011년 현재까지 115년간 무수히 많이 녹음되고 제작되었다. 이는 한국 근대 문화사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자료이다. 특히 가무악을 좋아했던 민족이기에 웬만한 국가에 비해, 경제력에 비해서 많은 음반이 생산되었다.
그런데 한국은 오랫동안 문을 중시한 사회였기에 책은 도서관 등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지만 이러한 음악 자료는 보존 대상에서 거의 제외되어 왔다. 오늘날 책도 매체의 변화에 따라 일부는 음반화 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책에 비해 음반이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음반자료 보존 현황을 살펴 보면 그러한 실태를 쉽게 알 수가 있다. 국악 분야는 그래도 국악음반박물관에 의해 95% 이상 수집되고 잘 보존되어 있으나 대중음악 분야는 공공기관에 의한 체계적인 수집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악 유성기음반은 국악음반박물관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국악음반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국악 유성기음반은 현재 총 2248장, 5000곡으로서 이는 1896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70년 동안 제작된 국악 유성기음반의 95% 분량이다.
대중가요, 동요, 영화, 연극 분야의 유성기음반은 한국축음기애호가협회와 김점도 가요연구가, 이중훈 교수 등이 90% 이상 수집하였고 그 중에서 한국축음기애호가협회와 김점도 수집 유성기음반은 신나라레코드가 인수하였다. 한국고음반연구회(이보형 노재명 이진원, 김점도 인치경 등 수집/컴퓨터 입력 발간)와 김점도(신나라레코드 발간)는 수집한 음반과 문헌 기록을 토대로 한국 유성기음반 매체의 목록을 각각 출판하기도 했다.
만담 유성기음반은 김웅래(방송인), 반재식(만담 연구가), 김종만(의사) 등이 90% 이상 수집 보관하고 있다.
국악음반박물관, 한국고음반연구회, 국립예술자료원, 신나라레코드, 고취동호회, 동국대, 서울대(원판 분실ㆍ사본 소장), KBS 소장 유성기음반 정보, 그리고 국악음반박물관과 한국고음반연구회가 입력한 유성기음반 정보 DB, 이보형 소장 유성기음반 광고 책자와 가사지, 노재명 입력 콜럼비아유성기원반·빅타유성기원반·MBC유성기음반 정보 DB, 김점도 수집 유성기음반 신문 광고 정보를 재활용한 목록집들이 최근 유통된 바 있다.
국악 LP음반, 카세트테입, CD, DVD의 경우 현재 국악음반박물관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국악음반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국악 LP음반은 2680장, 카세트테입 1490개, CD 5500장, DVD 352종이다.
이밖에 대중가요 LP, CD의 경우는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곳이 없으며 신중현 사단의 음반을 중심으로 대중음악 자료 10000종이 국악음반박물관 기타자료 코너에 특별 수집 보관되어 있다.
한국의 여러 음악 중에서 유일하게 국악 분야만 국악음반박물관에 의해 모든 음반이 정보화 데이터베이스가 완성되었다. 1986~2005년 20여년에 걸쳐서 자력으로 국악 음반 사전 7권(장르별 총 3000여쪽)을 완간하였고 21년에 걸쳐서 모든 국악 음반자료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http://hearkorea.com)에 DB 구축을 완성하였다. 이는 유성기음반, LP, CD, CD-Rom, LD, DVD, DAT, 릴테입, 카세트테입, 비디오테입, 영화필름 등 국악 분야의 음반자료 95% 분량에 이르는 정보이고 이 모든 음반이 실물로 국악음반박물관에 수집 보존되어 있다.
국악음반박물관은 그 음원들을 목록집 발간과 인터넷 검색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지난 20년간 4000곡 이상을 300종의 CD음반으로 복각 제작하여 쉽게 감상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국악음반박물관은 그간 10000여종의 고음반 자료를 방송국, 연구기관, 음반사, 국악인 등에게 제공한 바 있다.
국악음반박물관은 국악 음반 정보뿐 아니라 문헌자료, 공연 안내 인쇄물, 국악 공간 조사자료, 악기, 사진, 소품 등의 국악 자료, 신중현 자료, 세계 민속음악과 춤 자료까지 데이터베이스를 완료하였다. 지난 25년 동안 국악 음반 세계 최다 수집, 국악 자료 세계 최다 데이터베이스를 자력으로 구축한 것이다.(국악음반박물관 소장 국악 자료 총 63000종)
앞으로 한국의 대중음악 분야도 이처럼 유성기음반, LP, CD, CD-Rom, LD, DVD, DAT, 릴테입, 카세트테입, 비디오테입, 영화필름 등에 관한 수집, 보존 관리, 정보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중요 작업이 공공 지원금을 노리고 추진되어선 안된다. 막대한 공금을 지원받아 예산만 탕진하고 남의 성과를 재활용해 편집한 결과물 내고 형식적으로 인터넷 사이트 하나 만들고 끝나는 전시 행정으로는 제대로 된 결실을 낼 수 없다. 실업난 해결을 위해 공공 사업으로 추진된 콘텐츠 DB 등 상당수가 공금은 낭비되고 부실한 결과물의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졸속으로 흐지부지 사라진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공공 데이터베이스 사업의 경우 돈만 챙기고 엉성한 결과물 내고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방치되고 트위터 등을 통한 이용자와의 소통은 아예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한 공공 사업 결과물이 대부분 비매품이거나 데이터베이스로의 접근과 소통이 어렵게 되어 있다. 이는 대부분 결과물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특권 의식과 정보 폐쇄성, 행정 편의주의 때문이다. 이러한 세태가 막대한 국고를 지출하고도 정보통신 강국이었던 한국이 퇴보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하겠다.
이런 데이터베이스 작업은 무엇보다 양심과 열의가 있어야 하고 데이터베이스 결과물의 지속적인 보완, 유지 관리가 중요하다. 그리고 가능한 원천자료와 데이터베이스를 일괄 관리하는 체제가 좋다고 본다. 원천자료 소장처와 데이터베이스 관리처가 다를 경우 서로 보완, 관리가 원활하지 않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복사본에 문제가 있을 경우 원본을 참고하고 오류 수정 등을 착오 없이 해야 하므로 그러하다.
그런데 공공 DB 대부분이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아 데이터베이스가 대외적으로 신뢰를 주지 못한다. 떠들썩한 언론 홍보와 과대 포장된 전시 행정에 비해 막상 콘텐츠는 제대로 서비스되지 않고 애초 약속이 오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대부분 단순 노동이라는 그릇된 인식 탓에 실업 구제 인력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최고 전문가들이 자료 구입부터 관리, 고증, 입력, 교정 등 데이터베이스 전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옳다.
유성기음반이나 CD 특정 매체에 대한 집착보다는 우선 음악 자체에 애정과 전문성이 있어야 하고 특정 매체에 한정된 수집보다는 해당 음악에 대한 모든 녹음, 동영상, 사진, 악기, 문헌, 소품 등의 관련 매체 전반에 걸쳐서 폭 넓게 자료 수집과 데이터베이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1세기 오늘날 자신의 존재감을 위해서 대명창의 녹음을 도용해 불법 음반(대표 사례:국창 임방울 판소리 대전집 6CD 박스물, 동국대음반아카이브 측이 불법 제작 주도)을 만드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존재한다. 20세기 말 이후 불법 복제로 인해 음반시장이 황폐화된 바 있다. 기본 저작권도 보호가 안되는 이러한 상황에서 음반자료 수집 데이터베이스 같은 고된 작업은 더욱 홀대받기 쉽고 보호되기 어려울지 모른다. 출세를 위해 음악가를 악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을 진정으로 아끼고 존중하는 전문가들이 귀중한 자료를 다루고 도용의 대상이 아니라 값진 보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얼마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유능한 영화 관계자들이 세상을 떠났다. 특출난 작품을 내고도 저작권자는 궁핍하고 수익금과 지원금은 엉뚱한 사람들이 폭식하는 구조는 더이상 안된다. 증가하는 각종 문화예술기구ㆍ축제ㆍ진흥기금, 높아지는 고압적인 행정과 수학자나 가능한 서류 요구보다 소외된 문화예술 부분은 없는가 찾고 봉사하는 행정 배려가 늘어나야 할 것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많지 않은 인력에 의해 판소리, 영산재, 종묘제례악, 강릉 단오제, 가곡과 같은 국악이 세계무형문화유산 걸작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신중현이 세계 음악시장을 호령하고 한국 대중음악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국악과 대중음악 모두 한때 유행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 그 위대한 업적의 실증적인 유물이라 할 수 있는 음반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 데이터베이스 정보화 하여야 할 것이다.
역사를 알면 보다 발전된 새로운 문화 창조와 아름다운 새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음반은 유행 지나면 버려도 되는 한물 간 상품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문화의 훌륭한 씨앗이 될 수 있다.
모쪼록 향후 한국의 대중음악 음반 정보화가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조속히 잘 추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국악음반박물관의 국악 음반 데이터베이스와 결합되어 21세기 아름다운 음악문화를 함께 꽃 피우길 기원한다.
[상기 사진 설명]
* 국악음반박물관 소장 유성기음반(SP) 관리번호 MISP-2245
Victor Record 13536 Korean Male Song With Drum 롱부가農夫歌 Nongpu-Ka
한국젼라도 韓國全羅道 챵부송만갑 唱夫宋萬 Recorded in Korea
VICTOR TALKING MACHINE CO. Camden,N.J.
1907~1908년 무렵 녹음 쪽판. 원문 기록 중 ‘唱夫宋萬’은 唱夫宋萬甲의 오류. 음반 뒷면에 ‘H’라는 양각 기록 있음. 한국에서 녹음되고 미국 음반회사에서 제작됨. 북 반주자는 미상(강경수일 가능성 있음). 총 수록시간 3분 3초. 이 음반은 국악음반박물관에 의해 처음 발굴되었고 지금까지 단 1장 발견되어 현재 국악음반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음. 이는 1908년 경 제작된 판소리 명창 송만갑의 유성기음반으로는 유일하게 발견된 것. 국창 송만갑의 첫 녹음이자 그의 장기였던 곡이고 이는 판소리 역사상 최초의 녹음이기도 함. 지금까지 나온 모든 국악 녹음집을 통틀어서 가장 기념비적인 국보급 음반.
* 노재명 편저 국악음반박물관 발행 '국악 음반 사전 시리즈' 7권 완간 서적들(장르별 총 3000여쪽)
서적명: 20세기 국악 100년 자료집 제1~7호, 저자명: 노재명.
발간: 2000~2005년, 내용: 20세기 국악 음반을 장르별·인명별·매체별 등으로 분류 정리한 자료집 시리즈.
『판소리 음반 사전』
『가야금병창 거문고병창 음반 사전』
『한국민속기악 음반 사전』
『정악 음반 사전』
『한국민요 음반 사전』
『한국 종교·민속놀이·연극·춤·풍물 음반 사전』
『신작국악 음반 사전』
|
| 2011-02-09 |
|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