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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 [OK시골 2005년 6월](강원도 원주:주식회사 오케이시골)
전원주택과 쉼터-북한강 따라 흐르는 소리 '국악음반박물관'
양평대교를 지나 청평 방면으로 가는 지방도를 따라 가다보면 유독 눈에 띄는 집을 보게 됩니다. 국내최초의 아트타일 건축물인 ‘국악음반박물관’입니다.그곳이 유독 눈에 들어온 것은 독특한 모양새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팔당대교를 거쳐 팔당터널과 봉안터널을 지나서 우측 서종면 방향으로 가다 양수대교를 건너 363번 지방도를 타고 북한강을 따라가면 ‘국악음반박물관’에 이르게 됩니다.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는 ‘국악음반박물관’이었습니다.
아트타일 벽화의 밝고 선명한 느낌과는 달리 왠지 건물은 서글프게 북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국내최초의 아트타일 건축물
박물관의 기본적인 건축 형태는 목조입니다. 일명 소송이라고 하는 러시아산 소나무를 블록으로 가공하고 내력벽은 별도 마감 없이 그대로 사용하였는데, 내부에서 보면 나무벽돌을 쌓은 것 같아 편안하면서도 안정감이 들게 합니다. 건축주가 소송을 일일이 똑같은 크기의 블록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집을 짓는 공들임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짐작하게 합니다.
남남동 북북서의 방위로 터를 잡아 지은 건물은 유난히 높고 크게 보입니다. 크고 튼튼한 H빔 철골조를 사용한 것과 목조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박공지붕을 높이 올린 이유 때문인데, 이는 입지 상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한 이유입니다.
다른 목조건물보다 유난히 높은 지붕이 외관을 망치지 않도록 박공지붕과 함께 돌출된 외벽에 비둘기창 형태의 모임지붕을 설치하여 멋스러움을 더했습니다.
박물관 건물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외벽 전체를 두른 아트타일 때문입니다. 9천 여 개의 타일을 건축주는 손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하나씩 하나씩 이어 붙였습니다.
아트타일 벽화는 볼수록 이채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줍니다.
외벽을 수놓은 그림의 형상은 아이들의 낙서처럼 어딘가 엉성한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는 동화를 읽어주는 것만으로 동화세계에 빠져 자신이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되는 아이들의 동심(童心)을 느끼게 해 줍니다.
벽화에 다가가면 맑은 하늘 위로 구름이 흘러가고 그 밑으로는 강물이 유유히 흐릅니다. 그리고 그 곁으로는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소박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그러한 색채는 보색관계를 이루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색처럼 느껴집니다. 다시 멀리 물러나 전체를 바라보면 오밀조밀 모여 있는 형상들이 넓게 펼쳐지면서 그 작은 건물의 벽면을 충만하게 해 줍니다. 건물이 유난히 실제보다 크고 높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아트타일 벽화가 표현하는 이미지의 넓고 깊은 작품세계와 비례하는 것만 같습니다.
이 건물의 건축주는 ‘국악음반박물관’ 관장인 노재명씨의 어머니인 신희숙씨입니다. 그녀는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그림을 전공한 화가이면서,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기도 합니다.
노재명씨와 그의 아버지 노철우씨는 건축을 전공한 전문가들로 건물 설계와 시공을 도와주었지만 건물의 전체적인 지휘는 신희숙씨가 하였습니다. 총 공사 기간만 해도 무려 8년여의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무척이나 공을 들인 건물입니다.
영원히 보존되어야 할 박물관
박물관 관장인 노재명씨는 음악 연구가로 특히 우리 전통음악에 조예가 깊고 수집에 대한 욕심이 남다릅니다. 그는 유성기음반(SP), 10인치·12인치 장시간음반(LP)을 비롯하여 컴팩트디스크, 비디오테입, 레이저디스크 등 매체별로 수많은 개인 소장품을 모았습니다. 그 안에는 단가와 판소리, 창극, 가야금·거문고 병창을 비롯하여 정악기악독주나 정악기악합주, 민요, 불교·무속음악, 민속놀이·연극, 풍물전통춤 등에 이르는 장르의 음악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국악음반박물관’은 영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기에 누구든 와서 구경을 할 수 있으며 관람료를 별도로 받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을 것이고, 그 좋아하는 것을 모으고 싶어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재명씨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모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수집을 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마련입니다. 그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거기에 하나 더 그는 수집에 대한 욕심 외에도 보존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국악음반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건물 외관 전체를 아트타일을 사용해 지은 만큼 건축 형태만으로도 독특한 사례에 속합니다. 그런 독특한 건축 형태 때문에 처음 이곳이 개관을 하고 여러 대중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그런 독특한 건물 형태와 더불어 ‘국악음반’이란 테마는 박물관의 희소가치를 더욱 높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관심과 집중들은 어느 사이 시들해졌으니 말입니다.
처음 이곳을 보고 눈에 띄게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으면서도 내심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졌던 것은 개인적인 감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붐(boom)’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행’이란 말과 바꾸어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악음반박물관’에 와서 뜬금없이 ‘독도’를 생각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독도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요즘의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국악음반박물관’이 처음 개관했을 당시 건물의 생김새와 테마의 희소성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다가 시간이 지나니 그 집중이 시들해 지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행’이나 ‘붐’이라는 것이 전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순간의 유행으로 끝나면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독도’문제나 ‘국악음반박물관’과 같은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을 바라보며 마시는 붉디 붉은 오미자차의 향내음이 무척이나 짙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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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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